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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라별 대표 분야 세계지도` 러시아와 한국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러시아-라즈베리와 핵탄두, 일본-로봇, 이스라엘-연구개발, 인도-영화, 프랑스-관광, 아르헨티나-축구선수 수출, 한국-일중독, 북한-검열, 중국-이산화탄소 배출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미국-노벨상 수상자와 잔디 깎기 사망, 쿠바-야구, 스웨덴-무신론…”유명한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다이어리`에서 개개의 나라를 대표단어로 표현한 세계지도를 만들어 화제에 올랐다. 이 세계지도로 각 나라의 대표 분야를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특성이나 국가이미지까지도 떠올려 볼 수 있다.러시아의 경우에는 왜 `라즈베리와 핵탄두`일까? 토머스 프리드먼이 펴낸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렉서스의 최첨단 자동차 생산라인은 세계화, 올리브나무는 민족·종교 등 전통을 상징하는 것처럼 `라즈베리와 핵탄두`에도 뭔가 심오한 상징이 숨어있는 것일까? 신문기사에는 러시아가 라즈베리 최대생산국이라서 그렇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럼 핵탄두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러시아가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이라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는 러시아가 해체한 핵탄두에서 나온 우라늄으로 미국은 자국의 원자력발전소 절반을 가동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국가이미지를 쉽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무력현대화`를 통한 국방력 강화를 견지하면서도 과거 소련에 따라다니던 고정관념과 기억의 잔재들을 청산하고자 노력중이다. `반러시아 이미지 확산정책`에도 조심스레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정치적, 비군사적 방법으로 자국의 가치관과 우선정책, 이데올로기와 시각을 전파하고자 하는 소프트파워 정책을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향후 몇 년 동안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올 해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와 G20 의장국 역할 수행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G8 의장국을 맡고 소치 동계올림픽도 개최한다. 2018년에는 월드컵도 개최한다. 앞으로 러시아의 소프트파워는 더 커질 것이다.미국 포브스지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선정한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치에선 디폴트를 초래할 뻔 했고 외치에서도 시리아사태 등으로 스타일만 구겼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부기관 개혁에 몰두했다. 푸틴이 1위로 선정된 데에는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지만, 독자적이고 탈(脫)블록적 입장을 견지하는 푸틴의 대외정책에서 나오는 소프트파워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런데 왜 지구촌 사람들은 한국하면 일중독을 떠올리는 걸까? 지난 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당 최다 평균노동시간 조사에서 한국은 주당 44.6 시간을 일해 세계 최고 수준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인은 `바쁘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쉬엄쉬엄 하세요”대신에 “수고 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나라다. `빨리빨리`와 `다다익선`이 만연된 사회라서 일중독이 심화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삶의 만족도는?경제협력개발기구가 34개 회원국과 러시아·브라질을 대상으로 수입, 주거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지표를 조사해 발표한 걸 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평균 53점으로 27위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는 26위, 공동체의식은 34위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소득격차가 커서 구성원사이에 박탈감이 형성된 게 이유일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압력이 지나치게 높은 게 이유일 수도 있다. 해결해야 할 큰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푸틴의 러시아도 삶의 만족도, 소득격차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서로 비슷한 러시아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만난다.필자는 경북매일의 10월21일자 칼럼 `새로운 미래로 열린 창-유라시아와 한·러 관계`에서, 오는 12일로 예정된 한·러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이미 소상하게 밝혔다. 올해 두번째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유라시아 단일 시장 만들기 등에 대한 실질적 협력 방안 도출과 아울러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평화,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2013-11-11

S·T·O·R·Y 포항, 포항 스토리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포항 운하 물막이 제거로 형산강 물과 동빈내항 물이 하나로 합쳐지듯이 갈등과 분노로 갈라졌던 너와 내가 화합해 `생명과 사랑의 물길`에 몸을 담게 되길 소망한다. 이제 40년 동안 막아 놓았던 동빈내항의 물길은 `영원히 푸른 생명`을 잉태하는 `생태환경의 젖줄`이 될 것이다. 아울러 동빈내항을 거쳐 송도 앞바다를 잇는 구간에 크루즈선이 오가고, 운하 곳곳에 수변공원과 수상카페, 복합리조트와 테마파크 등이 조성된다면, 포항 운하가 해양관광산업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우리의 외부에는 `생명의 물길`이 흐르고, 우리의 내부에는 `사랑의 물길`이 넘쳐서, 우리 모두가 감사로 흘러넘치는 `감사도시-포항`에 살게 되기를….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필자의 글이다. 2일에는 TV 조선에서 방영한 특집 `물길, 도시를 깨우다-포항운하`를 보았다. `영일만 친구`를 부른 가수 최백호가 내레이션을 맡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죽도시장 상인 정순연(76)할머니의 `동빈내항과 죽도시장에 얽힌 이야기`가 참으로 정겹게 다가왔다. 그리고 죽도시장 뒷골목의 소머리국밥집에서의 방송인터뷰에서 중년의 사내들이 `동빈내항에서 스케이트 타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엔 `공간의 복원이 정서의 복원이자 기억의 복원`이란 걸 실감했다.포항운하 건설은 `포항이라는 몸에 생긴 암 덩어리 적출 작업`임과 동시에 `21세기 대한민국 도시브랜드 청사진 제시`와 관련된 기획이다. 도심재생과 생태환경복원 차원에서 전문가들의 고견이 많이 소개되었기에 조심스럽지만 의견을 좀 보태고자 한다.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어벤저스 같은 캐릭터를 소유해 판권대여로 성공한 마블 스튜디오 사례를 변용해 `S·T·O·R·Y로 만드는 포항 스토리`를 전하련다.`생명창조 프로젝트-포항운하 건설`이 `21세기 대한민국 도시브랜드 청사진 제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 공간에다 포항의 핵심가치들과 신성장경제동력들이 섞이도록 하자(Scramble). 유무형의 것들을 섞어서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에서 연결성과 연속성도 확보되고 시너지 효과도 창출될 것이다. 아주 쉬운 예로 송도 백사장을 복구하는 일과 운하 주변지역을 정비하는 일은 해양관광산업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일과 연결될 수 있다.두 번째, 포항운하 공간을 창조적으로 변형하자(Transform). `북방의 베네치아-상트페테르부르크`는 베네치아를 러시아식으로 창조적으로 변형해 미항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계적 미항들의 형성과 발전 사례를 참조하면서 포항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공간을 변형하고 지속적으로 변용해 나가자.세 번째, 포항운하 공간을 통해 과거·현재·미래가 겹쳐지고 포개지도록 하자(Overlap). 공간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겹쳐지고, 그 기억이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미래도 만들어진다. `오래된 미래의 형성과 제도화`를 위해 포항시민 모두가 자주 함께 기억을 쌓도록 유도하자. 축제나 의례 그리고 상징물을 통한 기념행위를 통해 기억을 함께 공유하면서 전통을 만들어나가자. 그래서 에릭 홉스봄이 말하는 `만들어진 전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자.네 번째, 포항운하 공간을`현실의 공간-삶의 터전`이 되게 하자(Reality). 4계절 내내 포항운하와 그 주변 그리고 죽도시장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 정순연 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기운이 생동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 운하 곳곳에 수변공원과 수상카페, 복합리조트와 테마파크 등이 조성돼 젊은이들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일자리도 마련해 줘야 한다.다섯 번째, 포항운하 공간을 통해 포항의 정체성과 `나와 너`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하자(Yourself). 아울러 관광객에게도 포항시민에게도 공간의 복원, 정서의 복원,그리고 기억의 복원이 현재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자리매김 되어야 하는가, 왜 의미를 가지는가, 한 번 쯤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포항에 `인문의 마음`이 풍성하게 자라났으면 한다.한때 우리나라에서 10대 도시였던 군산의 쇠락 과정을 교훈으로 삼아서 우리 모두가 `S·T·O·R·Y로 만들어가는 포항의 네버엔딩 스토리`의 기획자가 됐으면 좋겠다. 작가이자 주인공이 됐으면 더 좋겠다.

2013-11-04

거인과 소인, 여우 형과 고슴도치 형 인간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어/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지” 김삼환 시조 시인의 `거인의 자리` 전문이다. 일상에서 소소한 일들로 일희일비하고 불안에 떠는 소인과는 다른 풍모는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로 표출된다. 그 고요에 다다를 때까지 얼마나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속울음을 울었을까?`거인의 풍모`를 유지하며 살기엔 우리네 일상이 참말로 팍팍하고 힘에 부친다. 이 땅의 범부들에겐 `이건희처럼 생각하고 정몽구처럼 행동하라`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윗사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예스맨`이 돼야 하고 부지런히 학연·지연·혈연을 찾아 연줄을 만드는 `스파이더맨`도 돼야 한다. 자기PR시대를 사는 만큼 생색내고 자기과시에 열심을 내는 `화학비료형 인간`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들은 자리가 좀 높아지면 자율과 창의성보다 형식에 사로잡히기 쉬운`관료형 인간`으로 변신한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한 마디로 소인에 가까운 형상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예스맨`, `화학비료형 인간`, `관료형 인간`의 공통점을 “능숙한 말솜씨로 여러 가지를 말하는데 대개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화법을 즐겨 쓴다는 점”이라고 했다. 참 폐부를 찌르는 말이다.이사야 벌린은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큰 것을 안다”고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여우 형과 고슴도치 형으로 나눴다. 여우 형은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들을 두루 살핀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하나의 종합적인 개념이나 통일된 비전으로 통합하질 못한다고 벌린은 말한다. 반면에 고슴도치 형은 복잡한 현실 세계를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로 단순화한다. 모든 딜레마들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게 축소시킨다.`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모두 고슴도치 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고슴도치 속성을 활용해 자신의 회사에서 `고슴도치 컨셉`이라고 부르는 것을 일관되게 추진했다고 한다. 비교 기업의 리더들은 여우와 같은 속성이 있어 `고슴도치 컨셉`의 분명한 장점을 파악하지 못해서 어지럽고 방만하고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짐 콜린스는 후속 작인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몰락하는가? 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몰락의 5단계를 소개하고 나서 몰락의 전조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으므로 몰락은 피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부록에 보면 몰락에서 회복한 사례로 IBM을 소개한다. IBM은`고슴도치 컨셉`을 기술통합서비스에 적용하고 핵심가치의 보존과 아울러 변화를 추구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이제 돌고 돌아왔으니 질문을 던진 후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련다.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 문제가 마구 뒤엉켜 있는 정국의 판을 뒤엎고, 새 판을 짜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정치에서도 박 대통령이 `거인의 풍모`를 유지하며 야당과의 대화에서 통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주변에`불편한 진실`을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이야기하는`소신파`도 가까이 두어야 한다. 그 다음에 복잡한 정국 현안들에서 핵심가치만 추려 문제를 단순화한 후, 그 `고슴도치 컨셉`을 끝까지 움켜쥐고 광적일 만큼 끈기 있게 임기 말까지 실천해 나가야만 한다.자꾸 1997년과 2013년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하고 분석하게 되는 건 왜인가? 자주 영·일동맹으로 러시아를 견제했던 20세기 초 동북아 정세와 미·일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대비하게 되는 건 또 왜인가? 대통령과 여야지도자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정말로 심각한 `국가적 현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짚어 보아야만 한다. 진짜 시간이 별로 없다.

2013-10-28

`새로운 미래로 열린 창-유라시아`와 한·러 관계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성을 쌓고 사는 자 기필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 살아남을 지어다” 유라시아를 호령하며 누볐던 돌궐 건국의 명장 톤유쿡의 비(碑)에 새겨져 있는 글이다. 우리 모두가 안팎으로 더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생존하는 지금, 마음에 새길만한 의미심장한 글이 아닌가?새로운 맥락과 새로운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오래된 신대륙-유라시아`의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지리적으로는 최서단 포르투갈 로카 곶에서부터 최동단 북동시베리아 테즈네프 곶에 이르는 지역으로, 세계 육지면적의 3분의 1, 세계인구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지역이다. 이 드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문명이 발전했고, 수많은 제국이 일어났다 쓰러졌고, 실크로드를 통해 문명 간의 교역과 교류가 이뤄졌다. 21세기 새로운 세계질서 변화의 중심에 선 유라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 인도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는 왜인가? 이 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성장판`을 다시 열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유라시아 공동경제권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의 대륙·창조의 대륙·평화의 대륙`으로 유라시아 미래의 모습을 설정한 박 대통령은 이를 실현할 구체적 프로젝트로 먼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제안했다. 그 다음으로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했다. 유라시아 공간 내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를 서로 이어주면서, 중국 셰일가스와 러시아 동시베리아 석유·가스를 공동개발하자고 강조했다. 나아가서 북한 참여를 유도해 유라시아 단절 구간인 북한 문제까지도 해결하겠다는 복안을 피력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라시아 단일시장 구축을 제안했다. 한·중·일 FTA를 가속화하고, 이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유라시아 역내외를 아우르는 무역협정과도 연계한다면 거대한 단일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필자는 경북매일의 10월7일자 칼럼 `낯설게 하기와 대한민국號의 향방표지 읽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유지되어 온 전후 체제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는 미·일 안전보장협의회 공동 발표문 및 합의사항에 대해 분석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일본 군국주의에 침략을 당했던 한국과 중국으로서는 이 상황을 어찌 맘 놓고 바라보기만 하겠는가?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반발하지 않겠는가? 이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나선다면?”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동북아시아 상황과 관련해서 쏟아져 나온 칼럼들의 내용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서 난처한 상황이다`, `등거리냐? 양다리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정상 만나야 한다`, `그래도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중국에다 물건 팔고, 미국 눈치만 볼 건가?` 등등이다. 러시아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글은 찾아보기가 드물었고, `아베 보란 듯... 올해 다섯 번째 만나는 시진핑·푸틴` 기사 정도만 눈에 들어왔다.그런데 지난 18일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며 러시아와의 외교 강화를 1순위로 삼고, 오는 11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보다 구체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녹아 있어서 반갑다.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출구전략`이라서 더 반갑다. 대한민국號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중앙아시아와 중국과의 협력과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관계의 이분법`은 폐기돼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號가 한·미·일 관계에서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한편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이끌어낸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경제의 성장판을 다시 여는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2013-10-21

학교의 국기게양규정 바꿔야

▲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10월에는 국경일이 많다. 그러니 국기를 달아야 할 날도 많다. 3일이 개천절이고, 9일이 한글날이다. 국경일은 아니지만 국군의날(1일)도 국기를 달아야 할 중요한 기념일이다. 그래서 1일부터 9일까지 거리엔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고, 각 가정에서도 이 기간 중에 계속해서 태극기를 달도록 권장하고 있다.일반 관공서에는 요즘 24시간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군부대는 예외로 낮에만 게양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 학교와 군부대는 아침에 국기를 게양하고 저녁에 내려야 한다. 학교와 군부대는 일반 관공서와 규정을 다르게 적용받고 있다. 대통령령 17770호인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2002·11·6 일부개정) 제13조에는 “국기는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고 해놓고 “학교 및 군부대의 주된 게양대에는 국기를 낮에만 게양한다”고 규정해 놓았다.왜 학교와 군부대의 국기는 매일 매달고 내려야 할까? 국무총리훈령 제538호 4조에는 “국기는 매일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해 국기게양식 및 국기강하식이 필요한 학교 및 군부대의 주된 국기게양대에는 매일 낮에만 게양하며, 심한 눈·비와 바람 등으로 국기의 훼손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게양하지 아니한다”로 규정돼 있다. 말하자면 학교에서는 교육 목적상 국기의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거다.하지만 학교와 군부대는 국기의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 시대에 맞지 않다. 아무리 `교육 목적상`이라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규정이다. 군사독재국가도 아닌 나라에서 군부대에서도 쉽지 않을 텐데, 학교에서 매일 국기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시대를 한참이나 역행하는 논리다. 애국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과거 군사정부에서는 학교마다 국기강하식이란 걸 했다. 오후 5시 정각이 가까워 오면 주번교사가 국기게양대에서 기다렸다가 KBS라디오에서 “지금부터 국기강하식이 거행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국기를 내리고, 수업하던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국기를 향한 채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하지만 지금 전국의 어느 초·중·고·대학교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방송국에서 국기강하식에 따른 방송을 내보지도 않고, 자체 방송으로 국기강하식을 할 학교도 없다. 게양식이나 강하식은 차치하고라도 게양이나 강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저녁에 학교 운동장에 가 보면 게양대에 달린 국기가 어둠 속에 그대로 있다. 해가 져도 국기를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요즘 학교에는 아침에 국기를 달고, 저녁에 내릴 인력이 없다. 간혹 용역 경비업체 직원이 국기를 달거나 내리는 학교가 있다. 요즘 학교 현장은 교직원의 당직근무가 거의 없고 경비업체에서 일과 시간 이후 시설관리를 한다.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 훈령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학교가 대통령령과 국무총리훈령을 위반하고 있다. 법을 위반하고 있으니 감독청에서 제재를 가해야 하겠지만,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다. 묵인하는 것 같다.학교는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탓이다. 괜히 지키지도 못하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모든 학교를 법을 위반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있다. 잘못된 규정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학교도 일반 관공서처럼 국기를 24시간 게양하도록 고치는 게 맞다.

2013-10-14

`낯설게 하기`와 대한민국號의 향방표지 읽기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예술적 기법으로서의 `낯설게 하기`는 일상의 습관이 끌어당기는 힘을 거부하고 습관적 문맥에서 대상을 뜯어내서 상투적 표현과 거기에 따르는 기계적 반응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감각의 결을 고양시킨 상태에서 대상을 새롭고 낯설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시클롭스키는 `낯설게 하기` 기법의 가장 뚜렷한 본보기를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홀스토메르`에서 찾아냈다. 그는 톨스토이가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인간 사회의 부조리, 거짓과 위선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문명대전환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세상의 현실과 맞대면하도록 요구받는다. 종래의 습관적 문맥과 문법, 상투적 진단과 처방으로는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늘 새롭게 대상을 인식하고, `관계의 그물망`을 해석하도록 요청받는다. 그런데 그게 어디 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일이겠는가? 회사 조직에게만 적용되는 일이겠는가?세계를 이끌어가는 미국의 의회가 2014년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각)부터 일시폐쇄(shutdown) 상태에 돌입했다. 이로 말미암아 군과 경찰 등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공공서비스가 중단됐고, 80만에서 120만여명의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를 떠났다. 문제는 이 상태가 장기화해 내수 위축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인 자동차와 가전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2주일을 넘겨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또한 미국은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공동 발표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유지되어 온 전후 체제의 근간까지도 흔들려고 하고 있다.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공동 발표문 및 합의사항을 보면 일본이 동남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것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미국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이 필요한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군비축소에 나선 미국이 일본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의 일부를 맡긴 것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재정난으로 인한 미군의 역할 축소를 일본의 역할 증대를 통해 보완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읽혀진다.이번 성명이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을 열고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군국주의에 침략을 당했던 한국과 중국으로서는 이 상황을 어찌 맘 놓고 바라보기만 하겠는가?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반발하지 않겠는가? 이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나선다면?대한민국은 이러한 복잡한 모든 대외문제에서 외부 세력과의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든 영구안전세력은 없다는 새로운 인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국제관계 속에서 종래의 습관적 문맥과 문법, 상투적 진단과 처방으로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늘 새롭게 `관계의 그물망`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면서 기민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만 한다. 모든 게 한 순간에 헝클어지기 쉬운 이 시기에 무게중심을 잘 잡아나가는 한편으로,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현실의 지각 변동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19세기 말에 톨스토이는 홀스토메르라는 말(馬)의 관점에서 세상의 변덕과 위선을 바라보고 인간 사회의 관습과 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우리도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새로운 시각을 통해서 동북아시아 상황을 조망해야만 한다.문명전환기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당면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새로운 관계, 새로운 맥락, 새로운 문법,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정치인과 관료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급변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인식론적 지평을 열어가는 삶`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대한민국 호(號)가 지향하는 향방표지도 더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10-07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선장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현실의 벽 인정한 박근혜 복지`, `증세 없는 복지 임기 내 가능할까`, `70% 기초연금 이젠 국회서 일전(一戰)`, `나라빚 눈덩이…1인 1천만원 짊어진다` 등은 지난 한 주 동안 한 일간지의 헤드라인들 중에서 복지공약 수정과 연관된 것들만 추려 본 것이다. 필자는 경북매일의 8월26일자 칼럼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정부의 희망 아리랑`에서 정부의 복지공약 실천과 관련해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中原)을 차지해 대선에 승리했다면, 왼쪽으로 옮겨오며 선점한 `맞춤형 고용·복지` 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 공약의 구조조정을 하든지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산적한 다른 현안들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돼 `국민대통합`을 통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신뢰받는 정부`로 나아갈 수가 있다”지난 대선에선 시대정신과 시대의 분위기에 부응하는 `복지 이슈`로 중원을 장악하는 게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한 계기가 됐다. 보수정권에서는 경제성장과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선의 복지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엔 좀 약하다고 여겨졌던 것일까?칼럼을 쓴 지 꼭 한 달 후인 지난 26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대선 공약보다 후퇴한 기초연금 도입안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 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과하는 형식을 떠나 박 대통령이 경기 불황과 세수(稅收) 부족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선공약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점은 평가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더 문제다. 뒤로 갈수록 복지공약 부담이 급증하는 데에도 중장기 전망을 내면서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복지 지출 계획을 짜 놓고 있다. 게다가 저성장 기조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 경제가 연 4%씩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해 재정 수입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이런 상황을 놓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포괄적인 증세`를 조심스럽게 제시하는 목소리도 섞여있다. 경제를 살리더라도 복지 수요가 크기 때문에 증세 없이 가기는 어렵지 않느냐면서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한편에서는 `증세의 정치학`을 내세운다. 2000년 이후 세금 변천사를 분석해보면, 국민들은 세금을 싫어한다고 한다. 복지와 국민대통합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해도 울림이 없다고 한다. 5년 뒤나 10년 뒤면 모를까 지금은 때가 아니란다.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약(空約)의 정치학`을 제기한다. 원칙적으로 약속은 지켜야 하나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최종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공약(公約)의 수정·철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민 다수는 `현재 수준의 세금 부담으로 감당할 수 있는 복지`를 지지하니,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은 걸러내서 남유럽처럼 되지 말자고 호소한다.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확고한 비전과 철학으로 나라 살림살이와 복지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차제에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선장`으로서 복지 리모델링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지정책에 임할 필요가 있다. 민생현안에서만큼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대처해 왔으니만큼 복지공약 수정카드를 하나씩 시차를 두고 꺼내놓기보단 이참에 전면적으로 복지공약을 손보는 게 좋겠다. 혹시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복지공약에 발목 잡혀 그 뒤치다꺼리나 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국민대타협 위원회` 구성으로 국민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서 `복지공약 후퇴 정국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펼쳐지기를 고대한다.

2013-09-30

극장의 추억과 고향 이야기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세르반테스 이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보르헤스의 유명한 단편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를 도서관에 비유한 매우 상징적 작품이다. 비교가 적절할진 모르겠으나 보르헤스에게 도서관이 필자에겐 극장이다. 유년시절부터 극장은 나의 우주였다. 극장에서 만난 영화와 연극, 배우들과 가수들은 곧 내 자신이었다. 필자의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에는 죽도시장과 죽도성당 사이에 국제극장이 존재했고, 극장 맞은편에는 친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제일목욕탕이 자릴 잡고 있었다. 까치에게 까치밥을 남겨놓듯이 국제극장은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극장의 문들을 모두 활짝 열어 놓았다. 그래서 들어가서 본 영화도 부지기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도 그때 처음 보았다.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 번`, 임권택 감독의 `증언`, `짝코`도 시차를 두고 본 걸로 기억한다. 영화 간판을 보면서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새로운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인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를 숨죽이며 본 기억이 난다. 정말 기억에 남는 건 홍콩영화였다. 홍콩 여배우 진추하의 영화 `사랑의 스잔나`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One Summer Night`은 늘 `내 사랑 내 곁에`였다. 누나가 우리말로 적어준 이 노래가사를 동생과 함께 외워서 흥얼거리곤 했다. 오후 상영이 끝나고 밤 상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극장에서 틀어주던 다양한 음악들이 죽도동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가을밤에 울려 퍼지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와 `The Sound of Silence`는 어린 내게도 느낌이 팍팍 왔다. 또 이 무렵에는 리사이틀이란 이름으로 유명 가수들이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김희갑, 김추자, 하춘화, 박상규 등 유명가수들이 국제극장에서 리사이틀을 한 걸로 기억한다.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고 회자되던 김추자는 무대에서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늦기 전에`, `님은 먼 곳에`, `거짓말이야`를 자주 불렀다. 김추자가 배꼽이 다 드러난 짧고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다 꽉 끼는 나팔바지를 펄럭이며, 손을 비비꼬아서 내뻗고 고개와 허릴 비틀며 긴 파마머릴 휘날릴라 치면, 남녀노소 모두가 숨이 콱 막혔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박노식도 마도로스 복장으로 백구두를 신고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이다. 서울로 유학을 가선 고모집 근처의 신영극장과 도원극장을 자주 들락거렸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유학을 가서도 마린스키 극장에서 수많은 오페라와 키로프 발레단의 발레 공연을 보았고, 볼쇼이 드라마 극장에서 상연하는 체호프의 4대 희곡을 보러 다녔다. 그래선지 김삼일 자유소극장과의 인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지난 15일 끝난 체호프의 `결혼신청`공연은 10월부터는 단체주문을 받아 공연을 계속한다고 한다. 33년 만에 풀어놓는 고향 이야기가 극장의 추억과 제대로 겹쳐진다. `지역과 함께 세계로`를 표방하는 포항대학교에서 전체 교양과목으로 `영화로 읽는 현대사회와 인간`, `예술을 통한 자기경영`을 강의하는 것도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일이다. 유년시절부터 늘 함께 했던 극장이라는 공간이 제공했던 모든 것을 죄다 강의에 쏟아낼 작정이다. 한편 학교에서는 학교 건물의 외벽에다 광화문 교보빌딩처럼 시를 걸고, 그림도 걸고자 계획하고 있다. 학교 정문 옆의 꽃밭엔 꽃을 소재로 한 시를 걸어서 지역민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그 일에 관여하면서 극장에서 체득한 감성을 제대로 발휘해 볼 요량이다.포항의 구도심에는 국제극장과 같은 `고향 이야기`가 배어있는 `추억의 공간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들을 잘 활용해서, 청주의 수암골 벽화마을이나 육거리 종합시장처럼 `인문 공간`으로, `문화·예술 공간`으로, `시니어들의 교제 공간`으로, `추억의 영화 상영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포항시에서 적극 고려해보면 어떨까?

2013-09-23

`스펙 초월 채용방식`과 창의적 인재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취직 못한 막내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어미들이 이 땅엔 많다. 그 어미들의 심정을 그린 유안진의 시 `밥해주러 간다`전문을 소개한다.“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할머니/섰던 차량들 빵빵대며 지나가고/ 놀라 넘어진 할머니에게/ 성급한 하나가 목청껏 야단친다/ 나도 시방 중요한 일 땜에 급한거여/ 주저앉은 채 당당한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뭔 중요한 일 있느냐는 더 큰 목청에/취직 못한 막내 눔 밥해주는 거/ 자슥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뭐여?/ 구경꾼들 표정 엄숙해진다”정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선 어느새`취직 못한 막내 눔`만 늘어가고 그 자식 때문에 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이들도 참 많아졌다. 그 모든 게 나의 일이자 내 가족의 일이기에 구경꾼들 표정이 엄숙해질 수밖에 없다. 취직 못한 막내아들은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인재채용방식에 적응해야만 한다. `스펙 초월 채용방식`이라는 `열린 고용`의 바람을 타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창의적 인재`로 변신해야만 한다. 스펙 초월 채용방식은 기존의 학점이나 어학 점수 등 이력서상의 단편적 기록을 넘어서려는 것이다.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 스토리, 장기 등을 발휘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지원자의 잠재 역량과 가능성, 인성 등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제는 공기업까지 SNS를 활용해 `창의적 인재`를 채용하고 SK와 KT는 SK바이킹챌린지와 KT온라인스타오디션 등 오디션 전형을 통해`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 오디션 채용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길거리캐스팅이라는 이색적 방법도 도입했다. 그리고 잡코리아는 이러한`스펙 초월 취업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형태의 SNS 플랫폼인 온라인 포트폴리오 서비스`웰던투(Welldone.to)`를 10월에 오픈한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이러한 인재채용방식에 반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0년 준비한 학력·스펙은 취업준비생들의 지식·성실성·실행력이 가장 잘 반영된 자료이자 사회적 요구와 규범을 따르는 순응성이 드러난 자료인데 그렇게 중요한 자료들을 폐기해버려도 되느냐? 전기를 공급하고, 국가 통신망을 관리하고, 기간시설을 건설하는 공기업 업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창의성이냐? 기업에서 영화, 만화, 문학, 컴퓨터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창의성이 중요한 사업을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기업에서까지 스펙 파괴를 통한 창의적 인재발굴에 팔을 걷고 나설 필요가 있을까하는 시각이 엄존한다. 이제 와서 스펙을 내팽개치는 건, 우리 사회가 젊은이에게 집단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하는 극단적 시각도 있다. 결국 면접에서 외모만 남는 게 아닐까, `성형 권하는 사회`로 내달리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래학자 나이스비트 박사 부부와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창조경제의 성장과 창의적 인재양성`차원에서 우리 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교육이 어린이들의 무궁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어떻게 보면 입시제도 등으로 누르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바로 그 걱정에서부터 차근차근 우리 경제와 교육의 현안들을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우리의 초·중등교육 현장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선행학습과 그에 부응하는 각종 시험제도가 남아 있는 한 그리고 거기에 기대서 `공포 마케팅`을 매개로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한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인재의 싹을 틔우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기업과 대기업의 스펙 초월 채용방식은 하나의 현상이지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창조경제 생태계를 위해 총과 총알을 주면서 젊은이들이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도록 독려해도, 100대1에 육박하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이 사라지지 않는 건 왜인가?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이 임대업자`라고 당당히 적는 나라에 살아도 그리 불편하지 않는 건 또 왜인가?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항상 바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취직 못한 막내 눔`과 그 어미는 스펙 초월 채용방식도 창의적 인재양성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저 일자리를 가져서 생활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고, 견리사의(見利思義)하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2013-09-16

푸틴, 박근혜, 한·러 정상회담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닮은 점이 있다. 그들의 롤 모델이 추구했던 것을 계승하는 측면에서 그렇다. 푸틴 대통령은`서구로 향한 창-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삼았던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표트르 대제`의 영향을 받았다. 표트르 대제가 누구인가? 몽고의 지배를 받았던 중세 러시아를 근대 러시아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아니던가? 러시아 사상사와 문학사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서 `표트르 대제의 근대화`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의 논쟁이 시작된 것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또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도 받았다고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자 기획된 MBC 정치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 또 보았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 누구인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서 `박정희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해석하는 시각차에서 산업화 세력으로 대변되는 보수 진영과 민주화 세력으로 대변되는 진보 진영의 경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푸틴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 자본주의`와 `강한 러시아` 만들기에는 아마도 표트르 대제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러시아에서 방영된 `러시아TV24`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자신의 국가관과 정치철학을 형성하는데 아버지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좌우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가진 모든 열정, 관심, 시간을 국민 행복에 바치겠다는 것이 지금 저의 좌우명”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는 아버지의 `잘살아 보세`의 일념을 이어받아 `행복한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이런 두 사람이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서 무슨 이야길 나눴을까?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이란 큰 그림을 가지고 사할린과 시베리아를 포함한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서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했고 북극항로 및 항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측 정부 간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북방정책`과 `유라시아 협력강화`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의 연장을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한·러 관계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북한의 핵무장과 주변 상황의 영향을 이유로 들면서 북한을 이끌어내 `남·북·러 3각 협력방안`을 마련해서 ◆사할린 가스관 건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 연장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 등을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연내 다시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 개최로 러시아의 토지, 북한의 노동력,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연해주 바이오 산업개발이 가시화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광역두만개발계획 교통이 사회에서 제기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적극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인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의 철도 현대화 작업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연계하면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한·러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의 활동 무대가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까지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러 3각 협력방안`이 깊이 논의되고 현실화되어야만 할 것이다.`푸틴의 러시아`는 경제체제만 놓고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대한민국의 70년대의 그것과 유사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체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푸틴의 러시아`의 정치와 21세기 우리의 정치를 비교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우리의 정치도 경제체제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치(政治)가 복원돼야 하고, 정치(政治)가 정치(正治)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도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외교정책에서 만큼이나 경제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여의도에 정치(政治)가 복원될 수 있도록 김한길 당대표에게 회군 명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에게 국회등원의 물꼬를 터 줘서 여야가 머릴 맞대고 민생 현안들을 처리해나가도록 하면 더없이 좋겠다.

2013-09-09

출구전략과 러시아 G20 정상회의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출구전략은 원래 군사전략에서 나온 용어다. 작전 지역에서 인명과 장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발이 묶인 미국이 승산이 없는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군대를 철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만들어낸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이 용어의 쓰임새가 확장되어서, 위기상황에서 취하였던 조치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에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취했던 각종 완화정책을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지칭하기도 한다. `G2, 출구전략 싸고 G20 정상회의서 한 판 붙나`라는 기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다.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했고,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대행하는 당의 독재를 주장했고, 스탈린은 당의 독재를 대행하는 영도자의 독재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째서 아직도 `스탈린의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왜 김일성과 박헌영이라는 두 스탈린주의자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1946년 7월에 스탈린이 김일성과 박헌영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민이라니? 인민이야 땅을 가는 사람들이잖소. 결정은 우리가 해야지.” 북한은 스탈린의 유산과 스탈린주의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학습해서 그것을 주체사상으로 진화시킨 체제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에서도 스탈린주의의 `중국 버전`인 모택동주의가 그 힘을 다했는데도, 아직도 북한에선 3대 세습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체제를 탄생시킨 김일성이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것이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긴다`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이다.필자는 지난 주 칼럼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 정부의 희망아리랑`에서 꼬인 정국을 푸는 출구전략을 제시해 보았지만 `이석기 사태`로 인해 모든 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린 느낌이다. 민주당과 김한길 당대표가 하루 빨리 `종북(從北)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가운데, 출구전략을 제대로 펴서 천막농성과 노숙투쟁의 여파를 최소화하길 바랄 뿐이다. 통합진보당과 확실히 노선을 달리해 심기일전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에서조차 `이석기 사태`로 유탄을 맞고 무너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글귀로서 세종을 비롯한 조선의 성군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다던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온몸으로 구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당도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기고 더 섬기지 않겠는가?박 대통령은 오는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세계경제성장과 양질의 고용창출`이라는 공식 주제를 놓고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주요 의제 중의 하나인 `미국 출구전략 속도·방식`을 놓고는 세계최대경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댄다. 양국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출구전략이 전(全) 세계경제에 미칠 누출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우리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의제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공조`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의제를 놓고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알리고 당당한 세일즈 외교를 펼쳐 `실질적 경제협력 방안`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그래서 진정한 이민위천(以民爲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희망아리랑`을 현실에서 재현해 주었으면 좋겠다.마키아벨리는 `군주론` 25장에서 포르투나(운명)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나머지 반은 우리 자신의 지배`, 즉 비르투스(탁월함, 용기, 과단성)에 달려있다고 했다. 포르투나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비르투스를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리더가 나와서, 조직과 국가의 르네상스를 일구어내기를 학수고대 한다.

2013-09-02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 정부의 `희망 아리랑`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민주당의 천막투쟁과 노숙투쟁을 이끌고 있는 당대표 김한길은 누구인가? 그는 1981년 문학사상을 통해 `바람과 박제`로 등단했고, 우리에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7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와 맞붙었던 김철 통일사회당수가 그의 아버지다.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와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을 지냈다. 중산층의 허세와 이중성을 그린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하는 최명길의 남편이자, 국민 애창곡 `화개장터`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뛰어난 정치 감각과 언어 구사 능력을 지닌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그런 그를 요즈음 각종 매체를 통해 지켜보고 있을라치면 `눈에 눈물이 늘 고여 있는 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고독한 인간과 맞대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입문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젊은 날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정치란 우리 구성원들 저마다의 꿈과 자유를 저당 받아 생긴 힘으로 뭔가를 해내서 더 큰 꿈과 자유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의 패인을 중원(中原)장악 실패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당이 중원을 내주면서 더 왼쪽으로 이동한 측면이 있는 반면에, 박 후보 쪽에서는 오히려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을 차지해 버렸다고 말했다.제 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 백서 `박근혜 정부, 희망의 새 시대를 위한 실천과제`는 박 정부의 모든 걸 대변한다. 특히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희망아리랑`은 백서의 표지 그림이자 박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백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부 `국정목표별 국정과제`에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취임 6개월을 막 지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섣부른 감이 있으나 언론의 분석 내용들을 종합하면, 내통외통(內痛外通), 경약북강(經弱北强), 복고세고(福固稅苦)로 정리할 수 있다.필자는 언제부턴가 계속 이런 상상을 해본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화개장터`에서 만나 신흥우 화백의 `희망아리랑`을 함께 보면서 정치·경제 현안을 풀어나가는 상상을. 김 대표는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기획·전략통에다 뛰어난 정치 감각과 설득력 있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국민애창곡 가사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대선패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그이기에, 이 꼬인 정국에서 국민의 힘을 얻는 방법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왜 당이 중원을 내주면서 더 왼쪽으로 이동해 대선패배를 자초한 그 길을, 또 걸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중원을 선점하는 방법은 `금 나와라 뚝딱`해서 되지 않고,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제시로 중산층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반기 모든 이슈를 대북 문제가 빨아들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로 외치가 내치를 덮는다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입지가 더 좁아지면서 자력으로 출구 찾기도 어려운 `박제` 야당이 돼버리면 어찌하겠는가?박 대통령은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을 차지해 대선에 승리했다면, 왼쪽으로 옮겨오며 선점한 `맞춤형 고용·복지`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던지 아니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 공약의 구조조정을 하든지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산적한 다른 현안들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돼 `국민대통합`을 통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신뢰받는 정부`로 나아갈 수가 있다.`화개장터`의 생동감과 통합의 기운을 받은 김 대표와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국민과 함께 `희망아리랑`을 보고 있는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만나서 소통하는 `통 큰 모습`을 보고 싶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우리 구성원들 저마다의 꿈과 자유를 저당 받아 생긴 힘으로 뭔가를 해내서 더 큰 꿈과 자유로 돌려주는` 정치를 해, 국민을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다.

2013-08-26

`불평등의 대가`와 `더 테러 라이브`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분열되지 않은 세계와 국가를 유산으로 상속받기를 바라며 `불평등의 대가`를 쓴 이는 조지프 스티글리츠라는 경제학자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로 근무할 당시에는 자신이 속한 세계은행의 정책이 후진국의 빈곤과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하다가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인물이다.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이토록 불평등이 심화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상황인 `세(稅)국열차의 가운데 칸의 불만과 꼬리 칸의 더 테러 라이브`와 관련해서 필자의 눈에 쏙 들어오는 부분은 불평등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치과정을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시킨다고 밝혀 놓은 장(章)들이다. 불평등의 대가인 빈부 격차는 실제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빈부 격차는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게 만든다. 특히 필자가 우려하는 건 교육의 `승자 독식 구조`가 사회 동력을 약화시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스템`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볼수록 섬뜩한 건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아들의 분노와 함께 엿보이는 `아들의 고착돼 버린 신분`이다. 그리고 방송과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층의 행태`다. 결코 테러를 정당화해 계급전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다. `사회적 결속`, `국민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지금부터라도 도출해보고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시스템을 개선해보자는 거다. 그래서 중산층의 공동화를 막고 중산층에서 빈곤층, 소외계층으로 추락한 이들을 적극 보듬어 보자는 거다.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한 신문의 기사를 보면 대통령이 임기 첫 해 `통일`을 `국정 제1 어젠다`로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경제·복지·문화 등 내치(內治)에서의 성공이 곧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신문의 기사는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침묵`하면서 `새로운 국정 화두`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통일 어젠다로 정치·경제 어젠다의 현안을 희석시키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회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중산층에서 빈곤층, 소외계층으로 추락한 이들을 보듬어 주는 노력이 안 보인다고 여기는 것 같다. `증세(增稅)` 문제로 중산층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고 야당은 `증세`는 함구한 채 `복지` 변죽만 울리고 있다.정부의 세제개편안 논란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중산층이 세금을 내는 만큼 자기 처지에 맞는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데 있다. 40대 중산층의 경우 다수가 중고등학생 자녀의 사교육비로 생활고를 겪는`에듀 푸어`이지만 기초 연금은 `그림의 떡`이고, 영유아보육료 지원은 `아! 옛날이여`다.우리 모두가 경제·복지·문화 등 내치에서의 성공이 곧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란 생각에 동의하며 진심으로 `통일을 이룩한 대통령`을 원한다. `계급전쟁` 대신에 `사회적 결속`과 `국민대통합`을 바란다. 그러니까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라도 `세제개편안`에서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보자는 거다.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난 `공약의 구조조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가 부자증세에 나서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던 중산층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 일정한 세금을 낼 것이다. 우리는 확고한 비전과 철학, 결연한 의지로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을 보고 싶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계층 간의 이동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행복한 복지 국가`에서 살 수 있으니까. 우리 아이들을 `불평등의 대가`가 `교육 기회의 격차`로까지 나타나는 `분열된 사회`에서 `더 테러 라이브`를 의식하며 살아가게 할 순 없지 않은가?

2013-08-19

삼성 웨이, 포스코 웨이, 포항 웨이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글로벌 일류 기업 삼성을 만든 이건희 경영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삼성 웨이(SAMSUNG WAY)`에서는 지난 20년 동안의 삼성식 경영을 `삼성 웨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삼성 웨이의 핵심을 1) 대규모조직의 신속한 의사 결정 2) 다각화와 전문화의 조화 3) 치밀한 일본식 경영과 효율적 미국식 경영의 결합이라고 했다.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삼성식 경영의 3대 패러독스`가 이건희 회장의 비전 리더십, 통찰 리더십과 만나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게 이 저서의 주요 골자다. 포스코는 전(全) 계열사 임직원들이 급여 1%를 기부해 5년 동안 200억 규모의 `포스코 1% 나눔 재단(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나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 공헌 활동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글로벌 인재의 양성 △다문화가족지원 △지역사회 자립지원 △지구환경보호 △전통문화유산보전 등이 있다. `웨이(Way)`가 한 기업이 자신의 기업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높은 성과를 낼 때 그들의 경영방식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할 때 포스코가 1% 나눔 운동을 통해 봉사·감사·나눔의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으로 기업경영도 성공적으로 해 나간다면 `포스코 웨이(POSCO WAY)`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항 웨이(POHANG WAY)`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삼성 웨이`와 `포스코 웨이`의 특질을 변증법적으로 결합하고 창조적으로 융합해서 만들어진다. 포항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미래의 성장 엔진을 돌리는 양축에다 `2개의 웨이`를 배치해 포항을 발전시키자는 염원에서 필자가 만들어낸 용어가 바로 `포항 웨이`인 것이다.포항시는 경북매일의 기획시리즈 `포항의 미래, 해법을 찾는다`와 필자의 칼럼들(신성장 동력을 찾은 포항의 미래상 I, II)을 참조해서 향후 50년 먹거리 개발을 위한 `미래지향적 어젠다 세팅`을 신속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북극항로 선점 및 환동해 허브 항만 도약`, `철강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개발`, `첨단과학 인프라를 활용한 가속기 사업 의 상용화`, `해양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어젠다를 설정해서 포항 경제의 미래 청사진과 희망의 메시지를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다각화와 전문화에 기반한 산업구조 재편을 어젠다에 반영함과 동시에 공개·공유하는 과정을 거친 후, 어젠다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전략까지 수립해보면 어떨까? 지역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서로 공유하는 만큼 어젠다 설정과 전파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포항시가 비전과 통찰력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각론까지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각계의 전문가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포스코 1% 나눔 재단(가칭)`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 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일들 중에서 △글로벌 인재의 양성 △다문화가족지원 △지역사회 자립지원의 경우 민관(民官)이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웨이`와 `포항 웨이`가 정교하게 다듬어질 수 있을 것이다.경제민주화, 복지확대, 고용이 있는 성장, 창조경제를 통해 국민행복에 도달하려는 `근혜노믹스`가 정권 초반기, 그에 부합하는 `경제 어젠다 세팅`에 실패한 건지 안보·국방·정치 어젠다 때문에 경제 어젠다가 백스텝을 밟고 있는 건지 좀 헷갈린다. 그 와중에 세제개편안 문제까지 불거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고 일갈하지만 야당은 이 문제를 국면전환용으로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포항 경제 운영도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와 같은 지역 정치권의 지각 변동과 한국정치의 변함없는 좌정관천(坐井觀天)과 맞물려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비전과 통찰의 리더십이 더욱 더 절실하게 요구될 것이다. 포항시가`삼성 웨이`와 `포스코 웨이`를 창조적으로 결합한 `포항 웨이`를 통해서,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국내외적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2013-08-12

`설국열차`와 톨스토이의 현대성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지금 하나의 유령이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다. 계급투쟁이란 유령이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엘리시움` 등의 영화들이`전(全) 지구의 보편적 현상인 계급갈등과 투쟁`이라는 거대담론을 상업영화의 주된 소재로 다루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19세기말 이후에, 특히 선진국에서는 마르크스의 예상과는 달리 계급투쟁을 매개로 한 혁명은 그 힘을 잃고 시스템 내부에 흡수되어버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양극화, 빈곤화대신에 새로운 중간층의 증대와 생활의 향상 평준화, 복지정책 확대로 인해 계급투쟁이 추동력을 잃어버린 게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지구촌 사람들이 경제적 양극화와 금융자본주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결과란 말인가? `인류 생존에 대한 우화-설국열차`에서 질주하는 열차는 하나의 유폐된 세상이자 인류 그 자체이며, 열차의 머리 칸과 꼬리 칸은 계급의 상징이고, 꼬리 칸의 사람들이 머리 칸으로 한 칸 한 칸 나아가는 것은 계급투쟁의 실천이자 혁명의 과정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 칸까지 점유한 혁명가들이 인간의 본능과 욕망 그리고 이기심을 다루는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하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아직까지도 찾고 있다는 데 있다.19세기와 20세기 초를 온몸으로 관통했던 톨스토이는 계급투쟁을 통한 권력의 교체, 사회시스템의 재배열과 재배치로는 `인류 생존에 대한 우화`를 완성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던 위대한 문학가이자 사회 사상가였다. 그는 1차 러시아 혁명을 몸소 겪으면서 2차 러시아 혁명과 혁명가들의 본성을 예견한 예언자이기도 했다.레닌이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라고까지 말했던 톨스토이는 사실 레닌에게는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지주`였다. `혁명의 거울로서 톨스토이`는 제정러시아 지배 하에서 신음하는 농촌의 현실과 어쩔 수없이 삶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고통을, 병역 의무와 토지·조세 문제 등과 결부시켜 진술하면서 황제와 그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지주로서 톨스토이`는 마르크스 예언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속적인 폭정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자본가들이 사회를 지배하지만, 미래에는 노동계급의 지도자들이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사회주의, 국가, 기독교도`에서 혁명·혁명가들에 의해서는 사회 시스템의 부분적인 변화 혹은 권력의 재배열, 재배치가 일어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단 하나의 영구적 혁명이 있을 뿐이다. 바로 도덕적 혁명, 영혼의 갱생이다”라는 테제를 자신의 저작들에서 반복하고, 변주한다.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벽을 넘는 모습을 보고 세계의 장벽을 낫과 망치로 허물며 혁명을 완수하고자 전진하는 커티스의 형상과 겹쳐 읽을 수 있고 비폭력과 평화적 봉기로 서로 연대하면서 영혼의 혁명을 이끌어가는 톨스토이의 형상과도 겹쳐 읽을 수 있다. 아니면 시스템에서의 탈주를 감행하며 신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주려는 이의 형상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열차의 머리 칸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커티스와 열차 바깥의 변화의 징후들을 면밀히 파악하는 남궁민수는 우리의 두 얼굴이다. 설국열차의 계급제도를 만든 윌퍼드가 설파하는 사회시스템 유지 논리와 시스템의 유혹(후계자 언질)에 크게 동요하는 커티스도 우리의 모습이고, 시스템 밖으로 늘 시선을 던지며 “나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저 문을 깰 거야”라고 말하면서 신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는 남궁민수도 우리의 모습이다.세상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선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관념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할까?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시스템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할까? 아니면 시스템과 관념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만 할까? 러시아 혁명의 결과를 예견한 `톨스토이의 현대성`이 21세기 지구촌 사회가 간절히 요구하는 `전(全) 지구적 연대의식`과 `지구촌 인간의 역동적 맥락화`와 결부될 때, 세상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 탄력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3-08-05

러시아의 속내와 속살, 읽고 만지기 (I)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상식의 잣대로 잴 수 없다/ 그녀는 특별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오직 가슴으로만 믿어야 한다”러시아 시인 튜체프가 1866년에 발표한 시다. 시의 첫 줄을 인용해 제목으로 사용하는 관례에 따라, 이 시의 제목을`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로 명기하기도 한다. 러시아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니? 그래서 다들 러시아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고 그러는 걸까?필자는 이미 우리나라와 러시아 그리고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협력관계 증진 방안을 문화· 관광 차원, 해양 물류와 북극항로 개발 차원, 문화· 스포츠 교류와 마케팅 차원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꼭 되짚어보아야만 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글을 쓴다.2012년 제24회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됐다. 이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014 F1 그랑프리, 2018 월드컵 유치로 러시아는(정확히 말해 2012년에 다시 대통령이 된 푸틴은) 대외적으로`강한 러시아`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나아가서 이 정상회의로 경제 문제까지도 해결하고자 하는 속내를 넌지시 내보인다. 왜 러시아는 이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함과 동시에 그것을 참가국 공통 목표로까지 밀어붙였을까? 또 왜 러시아는 이 회의를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했을까?미국이 셰일 가스를 생산하면서 이제까지의`천연가스 수급 균형`이 깨졌고, 근래에는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에너지 독립`을 서서히 강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선지“지금 러시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셰일가스라는 유령이다”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보면 2012년에 이미 러시아 입장에서는 천연가스 수출의 새로운 판로개척이 절실했다. 그 판로로 선택된 곳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었다. 또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경제적 후진성과 인구유출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것이다. 2007년에 이미 수립된`2013년까지의 극동· 자바이칼 경제사회발전 연방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오는 11월 예정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경제사절단 방한에 대비한 사전 산업 시찰의 일환으로 러시아 무역대표부의 미하일 본다렝코 대표 일행이 지난 23일 포항시를 방문했다. 올 하반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어떤 액션을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곰곰이 생각해보자. 오는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정상회의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맞춰 포항시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입장에선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 물류 수송 확대와 다각적 교류를 위해서 영일만 항과 배후 산업단지를 보여주고, 포항 외국인전용부품소재공단의 입주기업 현황과 투자조건 등을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향후 러시아 관계자들이 포항을 다시 찾을 때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천연가스 수출의 새로운 판로개척 방안과 극동지역의 경제적 후진성과 인구유출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십분 고려한 전략적 카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황에 따라서 그 카드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전략적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러시아의 속내와 속살에까지 육박해 들어가는 내용을 체득하고 있어야만 한다.`몽고의 러시아 지배`, `표트르대제의 개혁과 근대화`,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의 논쟁`,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소비에트 노스탤지어와 포스트소비에트 정서의 공존`, `국가자본주의`등을 이해하고 맥락화(脈絡化) 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선 차후에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2013-07-29

어머니의 인문학 공부와 영일대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요즘 어머닌 행복하신가 보다. 인문학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편린들과 삶의 연륜이 더해져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법`을 터득하고 계신 것 같다. `포항시립 포은도서관 독서토론회`에 매주 금요일마다 나가시고 `에세이, 포은`(2012 Vol.3)에 시와 수필도 게재하셨다. 특히 시 `여름소묘`(풍경1)에 강한 애정을 종종 표출하신다. `포항시립 오천도서관 독서토론회`에서 발간한 `책다빛들`(2012 Vol.2)에 실린 도서목록(2003~2012)을 살펴보면 놀라게 되고, 러시아 문학과 관련된 글을 읽어보면 다시 놀라게 된다. 영암도서관, 동해석곡도서관, 어린이도서관에서도 독서토론회를 하거나 문집을 발간한다고 하면, 포항의 도서관들이 시민들에게 인문 정신을 전파하고 그들의 영혼과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중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게 된다.요 며칠 동안 영일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을 통해 ◆미적 차원 ◆안전성 차원 ◆예산 차원 ◆교통흐름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걸 보았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시의회 동의를 받아 추진한 사업이고 예산은 7억에서 32억으로까지 증액됐지만 투자 가치가 충분하고, 파고(波高)와 강풍을 감안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답했다.필자는 몹시 조심스럽지만 영일대가 여러 차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쪽에다 한 표를 보태고 싶다. 출·퇴근 때마다 영일대로 오가는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을 지켜보면서, 영일대도 포항시립도서관처럼 시민들의 영혼과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소소한 일상사에 지친 어머니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쉼과 행복`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본다. 나아가서 영일대가 불꽃 축제 등 포항의 문화·관광 행사들과 연계되는 메인 무대로도 활용될 수 있기에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미적 차원에서 좀 아쉬운 부분을 말하고 해상 누각 영일대를 문화·관광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안전성과 교통흐름의 문제는 그 분야 전문가들과 포항시의 실무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면서 훌륭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지붕을 기와로 인 목조 누각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파고와 강풍을 감안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하니 지켜 볼 문제지만 영일대가 포항 고유의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지 않고 주변과 부조화를 이룬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영일대를 조개 모양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거기에다 철강 산업이 발달한 도시 특성을 살려서, 강철 구조 위에다 커다란 곡면 유리를 덮어서 조개의 곡선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2개의 난제(難題)가 동시에 해결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바다 위를 날아가는 흰 갈매기 형상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스페인의 빌바오 공항을 하얀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처럼 지어서 세계적 명물로 만들었듯이. 포항 고유의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는다는 건, 말을 내뱉는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구업(口業)을 지었다면 부디 용서하시라.영일대가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물로만 인식되게 하지 말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인문 공간, 문화·예술 공간,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되면 어떨까.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의 `광화문 글판`처럼 영일대에도 큰 글판을 달아보자. 포항시립도서관과 독서토론회의 추천을 받아 한국인의 애송시를 올리기도 하고 `에세이, 포은`과 `책다빛들`에 실린 글도 소개해보자. 시화전도 열어보자. 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프라하 시청의 허락 하에 얀 후스 동상 주변에 연인들을 위해 `소원의 벽`을 설치했던 것처럼, 영일대에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소원의 벽`을 만들면 어떨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남의 벽`도 구상해보면 어떨까.피로사회, 위험사회, 분노사회, 격차사회, 갈등사회, 시기사회, 음모사회를 살며 `건들기만 하면 싸울 태세인 우리`에게, 피로와 분노, 격차와 갈등, 시기와 음모를 풀어내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땅의 어머니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부담 없이 찾아가는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2013-07-22

삼성과 러시아 VS 포항시와 블라디보스토크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러시아에서 삼성이 제1의 기업으로 우뚝 선 비결은 `러시아인의 친구`가 되려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IMF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문화·스포츠 마케팅`으로 러시아를 도왔던게 삼성이다. 그래서 러시아에서의 사업 성공가능성을 높이려면 `불행에 처해서야 참된 친구를 안다(Друзья познаются в беде)`는 속담을 되새기고, 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를 사로잡은 `삼성의 문화·스포츠 마케팅`의 사례를 보면서, 포항시가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개발부서와 어떻게 단계적으로 관계 맺기를 통해 경제교류 확대로까지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하자.삼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박물관에 LED TV 12대를 기증했고, 관람객들은 박물관과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삼성 TV를 보면서 삼성의 브랜드를 기억했다. 삼성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도 LED TV를 기증하고 극장운영에 필요한 제품들까지 후원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한편 삼성은 러시아 4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톨스토이문학상`을 2003년에 제정했고 러시아 문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 러시아를 대표하는 `다이나모 아이스하키팀`도 수년간 지원했다. 이러한 문화·스포츠 마케팅으로 삼성은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민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나아가서 삼성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였다.필자는 지난 8일 게재한 칼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은 `글로벌 포항의 미래상`을 그렸다. 다음 날 9일 정부가 발표한 한·러 경제협력방안과 상당 부분 겹치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후 `동해안발전기획단`이 출범하면서 주창한 내용 역시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필자가 언급한 일부 내용은 좀 앞서 전망한 측면도 있었고 지자체 간에 과열양상을 부르는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실행 가능성 여부를 따지면서 일을 추진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교류 확대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포항은 지금이라도 당장 블라디보스토크와의 자매결연을 추진해야 한다. 부산은 이 도시와의 자매결연이 벌써 21년이나 됐다. 그 동안의 해외도시 자매결연 노하우를 살려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문화·스포츠 교류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의 마음을 얻고, 포항의 이미지를 깊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포항시는 내년에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조성될 `한국공원`에 상징적인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지속적인 개보수작업을 약속할 수 있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의 프로축구단 루치 에네르기야와 포항 스틸러스간의 친선 축구경기와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 지원을 해 나갈 수도 있다. 나아가서는 포스코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포스에코하우징이 국민주택용 자재와 기술의 수출계약을 넘어 사회적 기업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도록 머리를 맞댈 수도 있다.`미래로 열린 포항`을 위해서는 1991년 6월에 방송된 `포항MBC 해외특별기획 -세계 철강 산업 그 현장을 가다`와 올해 7월 경북의 `지역 학계·경제인, 피츠버그·시애틀 방문`기획을 토대로 포항시에서 `지역 학계·경제인,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포항 경제가 이미테이터(모방자)에서 이노베이터(혁신자)로 전환되는 창조적 방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다.

2013-07-15

신성장 동력을 찾은 포항의 미래상 II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우리 경제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만 하듯이 포항 경제도 포스코 의존도를 줄이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때맞게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이 발표되고 우리 정부가 `신북방정책`으로 응대하면서 포항 경제도 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와의 해양 물류 사업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신동방정책`의 요체가 시베리아 및 극동러시아 개발이라면 `신북방정책`은 그 개발에 참여해 △에너지(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 △물류·건설 △농림·수산 △보건·의료 등 분야별로 유망사업을 발굴하는데 있다.그렇다면 `신동방정책`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루어지는`러시아의 경제수도-블라디보스토크`는 어떤 도시일까? 두만강 유역과 인접한 연해주의 주도(州都)인 이 도시는 이전에는 해삼위(海蔘威)로 불리며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고 고려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하다.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시발점이며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연결될 요충지이다. 또한 사할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에너지 확보기지이자 향후 전개될 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따라서 블라디보스토크야말로 `신북방정책`에 부응해 우리기업 진출이 가장 활발해질 도시가 될 것이다. 1997년도에 고 정주영 회장이 이 도시에 세운 현대호텔엔 이미 연해주 농장을 운영하는 현대자원개발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고 사회간접자본 구축사업을 담당한 대기업 인력들도 오가고 있다.한편 최근에는 러시아가 `북극 쟁탈전`에서 우위를 보이며 북극항로 개발로 분주하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빨라지면서 2017년엔 100여일, 2020년엔 약 6개월 동안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하다고 한다. 러시아가 이 북극항로를 선점하게 되면 세계의 역학 구도가 바뀔 것이다. 마치 영국이 수에즈 운하개통으로 대영제국의 패권을 명시(明示)했고, 미국이 파나마 운하개통으로 새 시대를 열었듯이. 물류수송에서 홍콩-싱가포르-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2만km 걸리는`수에즈항로` 대신에 부산-블라디보스토크-로테르담까지 1만 3천km 걸리는 `북극항로`가 애용되면 거리가 7천km(10일) 단축된다. 이럴 경우에 블라디보스토크는 북극항로의 허브 항(Hub-port) 아니면 서브 항(Sub-port)이 될 것이다.포항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날아오르는 방법은 영일만 항이 환동해권 국제물류중심 항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 지름길은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 물류사업이 더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시는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해외물류네트워크 사업지원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물류유통 및 물류창고 임대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올 9월경 한·러 비자면제협정을 앞두고, 제천시는 이미 지난 3월 모스크바에 의료관광 해외사무소를 설치했다). 또한 포항시는 고려인들을 활용해 `한상 네트워크`를 가동시키는 한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극동개발 연구뿐만 아니라 올 9월 5~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G20 러시아 정상회의 결과도 예측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는 부산이나 동해처럼`자원, 영토, 식량을 둘러싼 지구촌 대격전지-북극`과 연계되는 항로개설 타당성도 검토해볼 만하다.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물류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에너지 자원 △해양관광과 크루즈 △수산 분야에서도 유망사업을 발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포항의 미래상`을 그리는 와중에, 문뜩문뜩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방전`에 `북극을 둘러싼 EEZ(배타적 경제수역) 확보전쟁`이 겹쳐지는 건 왜일까? `북극을 둘러싼 지구촌 대격돌`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왜일까?

2013-07-08

신성장 동력을 찾은 포항의 미래상 (1)

▲ 강명수 포항대 관광호텔항공과 교수2020년대 포항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하드 파워(Hard Power)와 문화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서로 견인하고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다. 포항 경제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문화관광산업이라는 날개를 한 쪽에 달고, 해양 물류사업이나 가속기사업이라는 날개를 다른 쪽에 달아야만 한다. 양쪽에 달린 날개로 비상(飛上)하는 포항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문화관광 산업에서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자.우선 2020년대 포항의 모습을 `러시아의 문화 수도-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과 겹쳐 읽어본다. 이를 통해 영일만 르네상스와도 결부된 `포항 문화관광산업`의 큰 그림(Big Picture)을 함께 구상해보자.`영일만 르네상스`를 꿈꾸는 포항은 해를 맞이하는 영일만이 발하는 `빛의 이미지`와 동해의 넓고 푸른 바다가 담지하는 `물의 이미지`를 창의적으로 융합해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해내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해, 불꽃놀이, 가속기와 운하, 강, 바다를 결합시켜서, 천혜의 자연과 인문예술과학이 어우러진 `문화관광 도시-포항`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큰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방식으로 포항에 문화관광의 옷을 입혀 수익을 창출하느냐`라는 어려운 시험 문제를 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포항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끼리 `학문적 통섭`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해내야 한다. 그 다음에 행정실무자들이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와줘야 한다.아울러 `포항을 연구하는 모임`의 영역을 더 넓히고 개방하는 가운데 폭넓고도 실용성을 담보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운하와 불꽃놀이의 창조적 결합 방법은 물론이고, 포항을 상징하는 기념품과 음식은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 포항시립중앙아트홀과 김삼일자유소극장에서 나온 이들의 발길을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 포항의 자랑인 시립 미술관, 시립 오케스트라단 그리고 시립 연극단을 어떻게 문화관광 산업과 연계시킬 것인가, 죽도시장을 비롯한 재래시장들은 문화관광 산업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포항을 대표하는 문인인 수필가 한흑구와 그의 명수필`보리`가 새겨진 문학비가 있는 내연산 보경사는 문화관광 산업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호텔, 리조트, 공연장, 컨벤션 센터, 레스토랑, 바(Bar) 등을 포함한 복합 리조트(Integrated Resort)는 어디에 위치시켜, 해양 관광뿐만 아니라 철도 관광과도 연계시킬 것인가 등등에 대해 다함께 지혜를 모아 나갔으면 좋겠다.1990년대 중후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유학 시절, 핀란드 만에서 떠오르는 해와 잔물결을 보면서 포항 영일만의 붉고 둥근 해와 넘실대는 파도를 겹쳐서 읽었다. 거기서 읽었던 `빛과 물의 이미지`는 늘 내게 향수를 부르는 `그 무엇`이었다. 이제 `그 무엇`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풀어내야만 한다는 절박한 기운을 감지하면서`러시아의 문화수도-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문화관광 도시-포항`을 만드는 데 일조하자고 다짐한다. 그 다짐이 이제 내 삶의 작은 소망이 되었다.오는 8월14일 김삼일자유소극장에서 올리는 체호프의 단막극 `청혼`을 이미 번역해주었고 조만간 `청혼`의 해설을 쓰기로 했다. 이 일에서부터 내 작은 소망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빅 픽처를 그리기 위한 첫 씨앗을 뿌린다.

201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