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머닌 행복하신가 보다. 인문학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편린들과 삶의 연륜이 더해져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법`을 터득하고 계신 것 같다. `포항시립 포은도서관 독서토론회`에 매주 금요일마다 나가시고 `에세이, 포은`(2012 Vol.3)에 시와 수필도 게재하셨다. 특히 시 `여름소묘`(풍경1)에 강한 애정을 종종 표출하신다.
`포항시립 오천도서관 독서토론회`에서 발간한 `책다빛들`(2012 Vol.2)에 실린 도서목록(2003~2012)을 살펴보면 놀라게 되고, 러시아 문학과 관련된 글을 읽어보면 다시 놀라게 된다. 영암도서관, 동해석곡도서관, 어린이도서관에서도 독서토론회를 하거나 문집을 발간한다고 하면, 포항의 도서관들이 시민들에게 인문 정신을 전파하고 그들의 영혼과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중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게 된다.
요 며칠 동안 영일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을 통해 ◆미적 차원 ◆안전성 차원 ◆예산 차원 ◆교통흐름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걸 보았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시의회 동의를 받아 추진한 사업이고 예산은 7억에서 32억으로까지 증액됐지만 투자 가치가 충분하고, 파고(波高)와 강풍을 감안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필자는 몹시 조심스럽지만 영일대가 여러 차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쪽에다 한 표를 보태고 싶다. 출·퇴근 때마다 영일대로 오가는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을 지켜보면서, 영일대도 포항시립도서관처럼 시민들의 영혼과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소소한 일상사에 지친 어머니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쉼과 행복`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본다. 나아가서 영일대가 불꽃 축제 등 포항의 문화·관광 행사들과 연계되는 메인 무대로도 활용될 수 있기에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미적 차원에서 좀 아쉬운 부분을 말하고 해상 누각 영일대를 문화·관광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안전성과 교통흐름의 문제는 그 분야 전문가들과 포항시의 실무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면서 훌륭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붕을 기와로 인 목조 누각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파고와 강풍을 감안해 설계에 반영했다고 하니 지켜 볼 문제지만 영일대가 포항 고유의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지 않고 주변과 부조화를 이룬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영일대를 조개 모양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거기에다 철강 산업이 발달한 도시 특성을 살려서, 강철 구조 위에다 커다란 곡면 유리를 덮어서 조개의 곡선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2개의 난제(難題)가 동시에 해결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바다 위를 날아가는 흰 갈매기 형상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스페인의 빌바오 공항을 하얀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처럼 지어서 세계적 명물로 만들었듯이. 포항 고유의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는다는 건, 말을 내뱉는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구업(口業)을 지었다면 부디 용서하시라.
영일대가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물로만 인식되게 하지 말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인문 공간, 문화·예술 공간,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되면 어떨까.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의 `광화문 글판`처럼 영일대에도 큰 글판을 달아보자. 포항시립도서관과 독서토론회의 추천을 받아 한국인의 애송시를 올리기도 하고 `에세이, 포은`과 `책다빛들`에 실린 글도 소개해보자. 시화전도 열어보자. 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프라하 시청의 허락 하에 얀 후스 동상 주변에 연인들을 위해 `소원의 벽`을 설치했던 것처럼, 영일대에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소원의 벽`을 만들면 어떨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남의 벽`도 구상해보면 어떨까.
피로사회, 위험사회, 분노사회, 격차사회, 갈등사회, 시기사회, 음모사회를 살며 `건들기만 하면 싸울 태세인 우리`에게, 피로와 분노, 격차와 갈등, 시기와 음모를 풀어내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땅의 어머니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부담 없이 찾아가는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