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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속내와 속살, 읽고 만지기 (I)

등록일 2013-07-29 00:58 게재일 2013-07-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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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상식의 잣대로 잴 수 없다/ 그녀는 특별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오직 가슴으로만 믿어야 한다”

러시아 시인 튜체프가 1866년에 발표한 시다. 시의 첫 줄을 인용해 제목으로 사용하는 관례에 따라, 이 시의 제목을`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로 명기하기도 한다. 러시아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니? 그래서 다들 러시아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고 그러는 걸까?

필자는 이미 우리나라와 러시아 그리고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협력관계 증진 방안을 문화· 관광 차원, 해양 물류와 북극항로 개발 차원, 문화· 스포츠 교류와 마케팅 차원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꼭 되짚어보아야만 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글을 쓴다.

2012년 제24회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됐다. 이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014 F1 그랑프리, 2018 월드컵 유치로 러시아는(정확히 말해 2012년에 다시 대통령이 된 푸틴은) 대외적으로`강한 러시아`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나아가서 이 정상회의로 경제 문제까지도 해결하고자 하는 속내를 넌지시 내보인다. 왜 러시아는 이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함과 동시에 그것을 참가국 공통 목표로까지 밀어붙였을까? 또 왜 러시아는 이 회의를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했을까?

미국이 셰일 가스를 생산하면서 이제까지의`천연가스 수급 균형`이 깨졌고, 근래에는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에너지 독립`을 서서히 강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선지“지금 러시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셰일가스라는 유령이다”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보면 2012년에 이미 러시아 입장에서는 천연가스 수출의 새로운 판로개척이 절실했다. 그 판로로 선택된 곳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었다. 또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경제적 후진성과 인구유출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것이다. 2007년에 이미 수립된`2013년까지의 극동· 자바이칼 경제사회발전 연방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경제사절단 방한에 대비한 사전 산업 시찰의 일환으로 러시아 무역대표부의 미하일 본다렝코 대표 일행이 지난 23일 포항시를 방문했다. 올 하반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어떤 액션을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곰곰이 생각해보자. 오는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정상회의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맞춰 포항시는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입장에선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 물류 수송 확대와 다각적 교류를 위해서 영일만 항과 배후 산업단지를 보여주고, 포항 외국인전용부품소재공단의 입주기업 현황과 투자조건 등을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향후 러시아 관계자들이 포항을 다시 찾을 때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천연가스 수출의 새로운 판로개척 방안과 극동지역의 경제적 후진성과 인구유출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십분 고려한 전략적 카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황에 따라서 그 카드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전략적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러시아의 속내와 속살에까지 육박해 들어가는 내용을 체득하고 있어야만 한다.`몽고의 러시아 지배`, `표트르대제의 개혁과 근대화`,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의 논쟁`,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소비에트 노스탤지어와 포스트소비에트 정서의 공존`, `국가자본주의`등을 이해하고 맥락화(脈絡化) 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선 차후에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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