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만 하듯이 포항 경제도 포스코 의존도를 줄이고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때맞게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이 발표되고 우리 정부가 `신북방정책`으로 응대하면서 포항 경제도 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와의 해양 물류 사업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신동방정책`의 요체가 시베리아 및 극동러시아 개발이라면 `신북방정책`은 그 개발에 참여해 △에너지(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 △물류·건설 △농림·수산 △보건·의료 등 분야별로 유망사업을 발굴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신동방정책`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루어지는`러시아의 경제수도-블라디보스토크`는 어떤 도시일까? 두만강 유역과 인접한 연해주의 주도(州都)인 이 도시는 이전에는 해삼위(海蔘威)로 불리며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고 고려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하다.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시발점이며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연결될 요충지이다. 또한 사할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에너지 확보기지이자 향후 전개될 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블라디보스토크야말로 `신북방정책`에 부응해 우리기업 진출이 가장 활발해질 도시가 될 것이다. 1997년도에 고 정주영 회장이 이 도시에 세운 현대호텔엔 이미 연해주 농장을 운영하는 현대자원개발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고 사회간접자본 구축사업을 담당한 대기업 인력들도 오가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러시아가 `북극 쟁탈전`에서 우위를 보이며 북극항로 개발로 분주하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빨라지면서 2017년엔 100여일, 2020년엔 약 6개월 동안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하다고 한다. 러시아가 이 북극항로를 선점하게 되면 세계의 역학 구도가 바뀔 것이다. 마치 영국이 수에즈 운하개통으로 대영제국의 패권을 명시(明示)했고, 미국이 파나마 운하개통으로 새 시대를 열었듯이. 물류수송에서 홍콩-싱가포르-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2만km 걸리는`수에즈항로` 대신에 부산-블라디보스토크-로테르담까지 1만 3천km 걸리는 `북극항로`가 애용되면 거리가 7천km(10일) 단축된다. 이럴 경우에 블라디보스토크는 북극항로의 허브 항(Hub-port) 아니면 서브 항(Sub-port)이 될 것이다.
포항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날아오르는 방법은 영일만 항이 환동해권 국제물류중심 항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 지름길은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 물류사업이 더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시는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해외물류네트워크 사업지원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물류유통 및 물류창고 임대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올 9월경 한·러 비자면제협정을 앞두고, 제천시는 이미 지난 3월 모스크바에 의료관광 해외사무소를 설치했다). 또한 포항시는 고려인들을 활용해 `한상 네트워크`를 가동시키는 한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극동개발 연구뿐만 아니라 올 9월 5~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G20 러시아 정상회의 결과도 예측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는 부산이나 동해처럼`자원, 영토, 식량을 둘러싼 지구촌 대격전지-북극`과 연계되는 항로개설 타당성도 검토해볼 만하다.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해양물류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에너지 자원 △해양관광과 크루즈 △수산 분야에서도 유망사업을 발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포항의 미래상`을 그리는 와중에, 문뜩문뜩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방전`에 `북극을 둘러싼 EEZ(배타적 경제수역) 확보전쟁`이 겹쳐지는 건 왜일까? `북극을 둘러싼 지구촌 대격돌`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