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 정부의 `희망 아리랑`

등록일 2013-08-26 00:22 게재일 2013-08-26 18면
스크랩버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민주당의 천막투쟁과 노숙투쟁을 이끌고 있는 당대표 김한길은 누구인가? 그는 1981년 문학사상을 통해 `바람과 박제`로 등단했고, 우리에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7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와 맞붙었던 김철 통일사회당수가 그의 아버지다.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와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을 지냈다. 중산층의 허세와 이중성을 그린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 출연하는 최명길의 남편이자, 국민 애창곡 `화개장터`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뛰어난 정치 감각과 언어 구사 능력을 지닌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그런 그를 요즈음 각종 매체를 통해 지켜보고 있을라치면 `눈에 눈물이 늘 고여 있는 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고독한 인간과 맞대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입문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젊은 날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정치란 우리 구성원들 저마다의 꿈과 자유를 저당 받아 생긴 힘으로 뭔가를 해내서 더 큰 꿈과 자유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의 패인을 중원(中原)장악 실패로 간명하게 정리했다. 당이 중원을 내주면서 더 왼쪽으로 이동한 측면이 있는 반면에, 박 후보 쪽에서는 오히려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을 차지해 버렸다고 말했다.

제 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 백서 `박근혜 정부, 희망의 새 시대를 위한 실천과제`는 박 정부의 모든 걸 대변한다. 특히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희망아리랑`은 백서의 표지 그림이자 박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백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부 `국정목표별 국정과제`에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취임 6개월을 막 지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섣부른 감이 있으나 언론의 분석 내용들을 종합하면, 내통외통(內痛外通), 경약북강(經弱北强), 복고세고(福固稅苦)로 정리할 수 있다.

필자는 언제부턴가 계속 이런 상상을 해본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화개장터`에서 만나 신흥우 화백의 `희망아리랑`을 함께 보면서 정치·경제 현안을 풀어나가는 상상을. 김 대표는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기획·전략통에다 뛰어난 정치 감각과 설득력 있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국민애창곡 가사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대선패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그이기에, 이 꼬인 정국에서 국민의 힘을 얻는 방법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왜 당이 중원을 내주면서 더 왼쪽으로 이동해 대선패배를 자초한 그 길을, 또 걸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중원을 선점하는 방법은 `금 나와라 뚝딱`해서 되지 않고,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대안제시로 중산층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반기 모든 이슈를 대북 문제가 빨아들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로 외치가 내치를 덮는다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하고 입지가 더 좁아지면서 자력으로 출구 찾기도 어려운 `박제` 야당이 돼버리면 어찌하겠는가?

박 대통령은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을 차지해 대선에 승리했다면, 왼쪽으로 옮겨오며 선점한 `맞춤형 고용·복지`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던지 아니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 공약의 구조조정을 하든지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산적한 다른 현안들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돼 `국민대통합`을 통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신뢰받는 정부`로 나아갈 수가 있다.

`화개장터`의 생동감과 통합의 기운을 받은 김 대표와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국민과 함께 `희망아리랑`을 보고 있는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만나서 소통하는 `통 큰 모습`을 보고 싶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이 `우리 구성원들 저마다의 꿈과 자유를 저당 받아 생긴 힘으로 뭔가를 해내서 더 큰 꿈과 자유로 돌려주는` 정치를 해, 국민을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다.

강명수의 탁류세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