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닮은 점이 있다. 그들의 롤 모델이 추구했던 것을 계승하는 측면에서 그렇다. 푸틴 대통령은`서구로 향한 창-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삼았던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표트르 대제`의 영향을 받았다. 표트르 대제가 누구인가? 몽고의 지배를 받았던 중세 러시아를 근대 러시아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아니던가? 러시아 사상사와 문학사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서 `표트르 대제의 근대화`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서구주의자와 슬라브주의자의 논쟁이 시작된 것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또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도 받았다고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자 기획된 MBC 정치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 또 보았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 누구인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서 `박정희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해석하는 시각차에서 산업화 세력으로 대변되는 보수 진영과 민주화 세력으로 대변되는 진보 진영의 경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푸틴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 자본주의`와 `강한 러시아` 만들기에는 아마도 표트르 대제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러시아에서 방영된 `러시아TV24`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자신의 국가관과 정치철학을 형성하는데 아버지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좌우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가진 모든 열정, 관심, 시간을 국민 행복에 바치겠다는 것이 지금 저의 좌우명”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는 아버지의 `잘살아 보세`의 일념을 이어받아 `행복한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이런 두 사람이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서 무슨 이야길 나눴을까?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이란 큰 그림을 가지고 사할린과 시베리아를 포함한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서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했고 북극항로 및 항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측 정부 간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북방정책`과 `유라시아 협력강화`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의 연장을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한·러 관계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북한의 핵무장과 주변 상황의 영향을 이유로 들면서 북한을 이끌어내 `남·북·러 3각 협력방안`을 마련해서 ◆사할린 가스관 건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 연장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 등을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연내 다시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 개최로 러시아의 토지, 북한의 노동력,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연해주 바이오 산업개발이 가시화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광역두만개발계획 교통이 사회에서 제기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적극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인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의 철도 현대화 작업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연계하면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한·러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의 활동 무대가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까지 뻗어나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러 3각 협력방안`이 깊이 논의되고 현실화되어야만 할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경제체제만 놓고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대한민국의 70년대의 그것과 유사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체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푸틴의 러시아`의 정치와 21세기 우리의 정치를 비교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우리의 정치도 경제체제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치(政治)가 복원돼야 하고, 정치(政治)가 정치(正治)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도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외교정책에서 만큼이나 경제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여의도에 정치(政治)가 복원될 수 있도록 김한길 당대표에게 회군 명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에게 국회등원의 물꼬를 터 줘서 여야가 머릴 맞대고 민생 현안들을 처리해나가도록 하면 더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