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인정한 박근혜 복지`, `증세 없는 복지 임기 내 가능할까`, `70% 기초연금 이젠 국회서 일전(一戰)`, `나라빚 눈덩이…1인 1천만원 짊어진다` 등은 지난 한 주 동안 한 일간지의 헤드라인들 중에서 복지공약 수정과 연관된 것들만 추려 본 것이다.
필자는 경북매일의 8월26일자 칼럼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정부의 희망 아리랑`에서 정부의 복지공약 실천과 관련해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왼쪽으로 옮겨와서 중원(中原)을 차지해 대선에 승리했다면, 왼쪽으로 옮겨오며 선점한 `맞춤형 고용·복지` 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 공약의 구조조정을 하든지 결단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산적한 다른 현안들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돼 `국민대통합`을 통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신뢰받는 정부`로 나아갈 수가 있다”
지난 대선에선 시대정신과 시대의 분위기에 부응하는 `복지 이슈`로 중원을 장악하는 게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한 계기가 됐다. 보수정권에서는 경제성장과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선의 복지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엔 좀 약하다고 여겨졌던 것일까?
칼럼을 쓴 지 꼭 한 달 후인 지난 26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대선 공약보다 후퇴한 기초연금 도입안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 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과하는 형식을 떠나 박 대통령이 경기 불황과 세수(稅收) 부족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선공약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점은 평가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더 문제다. 뒤로 갈수록 복지공약 부담이 급증하는 데에도 중장기 전망을 내면서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복지 지출 계획을 짜 놓고 있다. 게다가 저성장 기조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 경제가 연 4%씩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해 재정 수입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포괄적인 증세`를 조심스럽게 제시하는 목소리도 섞여있다. 경제를 살리더라도 복지 수요가 크기 때문에 증세 없이 가기는 어렵지 않느냐면서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증세의 정치학`을 내세운다. 2000년 이후 세금 변천사를 분석해보면, 국민들은 세금을 싫어한다고 한다. 복지와 국민대통합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해도 울림이 없다고 한다. 5년 뒤나 10년 뒤면 모를까 지금은 때가 아니란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약(空約)의 정치학`을 제기한다. 원칙적으로 약속은 지켜야 하나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최종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공약(公約)의 수정·철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민 다수는 `현재 수준의 세금 부담으로 감당할 수 있는 복지`를 지지하니,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은 걸러내서 남유럽처럼 되지 말자고 호소한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확고한 비전과 철학으로 나라 살림살이와 복지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차제에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선장`으로서 복지 리모델링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지정책에 임할 필요가 있다. 민생현안에서만큼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대처해 왔으니만큼 복지공약 수정카드를 하나씩 시차를 두고 꺼내놓기보단 이참에 전면적으로 복지공약을 손보는 게 좋겠다. 혹시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복지공약에 발목 잡혀 그 뒤치다꺼리나 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국민대타협 위원회` 구성으로 국민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서 `복지공약 후퇴 정국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펼쳐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