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은 원래 군사전략에서 나온 용어다. 작전 지역에서 인명과 장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발이 묶인 미국이 승산이 없는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군대를 철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만들어낸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이 용어의 쓰임새가 확장되어서, 위기상황에서 취하였던 조치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에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취했던 각종 완화정책을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지칭하기도 한다. `G2, 출구전략 싸고 G20 정상회의서 한 판 붙나`라는 기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다.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했고,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대행하는 당의 독재를 주장했고, 스탈린은 당의 독재를 대행하는 영도자의 독재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째서 아직도 `스탈린의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왜 김일성과 박헌영이라는 두 스탈린주의자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1946년 7월에 스탈린이 김일성과 박헌영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인민이라니? 인민이야 땅을 가는 사람들이잖소. 결정은 우리가 해야지.” 북한은 스탈린의 유산과 스탈린주의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학습해서 그것을 주체사상으로 진화시킨 체제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에서도 스탈린주의의 `중국 버전`인 모택동주의가 그 힘을 다했는데도, 아직도 북한에선 3대 세습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체제를 탄생시킨 김일성이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것이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긴다`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이다.
필자는 지난 주 칼럼 `김 대표의 화개장터와 박 정부의 희망아리랑`에서 꼬인 정국을 푸는 출구전략을 제시해 보았지만 `이석기 사태`로 인해 모든 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린 느낌이다. 민주당과 김한길 당대표가 하루 빨리 `종북(從北)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가운데, 출구전략을 제대로 펴서 천막농성과 노숙투쟁의 여파를 최소화하길 바랄 뿐이다. 통합진보당과 확실히 노선을 달리해 심기일전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에서조차 `이석기 사태`로 유탄을 맞고 무너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글귀로서 세종을 비롯한 조선의 성군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다던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온몸으로 구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당도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백성을 하늘같이 소중히 여기고 더 섬기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은 오는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세계경제성장과 양질의 고용창출`이라는 공식 주제를 놓고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주요 의제 중의 하나인 `미국 출구전략 속도·방식`을 놓고는 세계최대경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댄다. 양국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출구전략이 전(全) 세계경제에 미칠 누출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우리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의제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공조`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의제를 놓고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알리고 당당한 세일즈 외교를 펼쳐 `실질적 경제협력 방안`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그래서 진정한 이민위천(以民爲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시대·지역·세대·계층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희망아리랑`을 현실에서 재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25장에서 포르투나(운명)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나머지 반은 우리 자신의 지배`, 즉 비르투스(탁월함, 용기, 과단성)에 달려있다고 했다. 포르투나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비르투스를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리더가 나와서, 조직과 국가의 르네상스를 일구어내기를 학수고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