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라즈베리와 핵탄두, 일본-로봇, 이스라엘-연구개발, 인도-영화, 프랑스-관광, 아르헨티나-축구선수 수출, 한국-일중독, 북한-검열, 중국-이산화탄소 배출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미국-노벨상 수상자와 잔디 깎기 사망, 쿠바-야구, 스웨덴-무신론…”
유명한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다이어리`에서 개개의 나라를 대표단어로 표현한 세계지도를 만들어 화제에 올랐다. 이 세계지도로 각 나라의 대표 분야를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특성이나 국가이미지까지도 떠올려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왜 `라즈베리와 핵탄두`일까? 토머스 프리드먼이 펴낸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렉서스의 최첨단 자동차 생산라인은 세계화, 올리브나무는 민족·종교 등 전통을 상징하는 것처럼 `라즈베리와 핵탄두`에도 뭔가 심오한 상징이 숨어있는 것일까? 신문기사에는 러시아가 라즈베리 최대생산국이라서 그렇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럼 핵탄두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러시아가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이라고 한다. 또 다른 자료에는 러시아가 해체한 핵탄두에서 나온 우라늄으로 미국은 자국의 원자력발전소 절반을 가동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국가이미지를 쉽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무력현대화`를 통한 국방력 강화를 견지하면서도 과거 소련에 따라다니던 고정관념과 기억의 잔재들을 청산하고자 노력중이다. `반러시아 이미지 확산정책`에도 조심스레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정치적, 비군사적 방법으로 자국의 가치관과 우선정책, 이데올로기와 시각을 전파하고자 하는 소프트파워 정책을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향후 몇 년 동안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올 해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와 G20 의장국 역할 수행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G8 의장국을 맡고 소치 동계올림픽도 개최한다. 2018년에는 월드컵도 개최한다. 앞으로 러시아의 소프트파워는 더 커질 것이다.
미국 포브스지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선정한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치에선 디폴트를 초래할 뻔 했고 외치에서도 시리아사태 등으로 스타일만 구겼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부기관 개혁에 몰두했다. 푸틴이 1위로 선정된 데에는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지만, 독자적이고 탈(脫)블록적 입장을 견지하는 푸틴의 대외정책에서 나오는 소프트파워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구촌 사람들은 한국하면 일중독을 떠올리는 걸까? 지난 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당 최다 평균노동시간 조사에서 한국은 주당 44.6 시간을 일해 세계 최고 수준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인은 `바쁘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쉬엄쉬엄 하세요”대신에 “수고 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나라다. `빨리빨리`와 `다다익선`이 만연된 사회라서 일중독이 심화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34개 회원국과 러시아·브라질을 대상으로 수입, 주거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지표를 조사해 발표한 걸 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평균 53점으로 27위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는 26위, 공동체의식은 34위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소득격차가 커서 구성원사이에 박탈감이 형성된 게 이유일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압력이 지나치게 높은 게 이유일 수도 있다. 해결해야 할 큰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푸틴의 러시아도 삶의 만족도, 소득격차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서로 비슷한 러시아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만난다.
필자는 경북매일의 10월21일자 칼럼 `새로운 미래로 열린 창-유라시아와 한·러 관계`에서, 오는 12일로 예정된 한·러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이미 소상하게 밝혔다. 올해 두번째 열리는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유라시아 단일 시장 만들기 등에 대한 실질적 협력 방안 도출과 아울러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평화,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