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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국기게양규정 바꿔야

등록일 2013-10-14 02:01 게재일 2013-10-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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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 수필가·청하중 교장

10월에는 국경일이 많다. 그러니 국기를 달아야 할 날도 많다. 3일이 개천절이고, 9일이 한글날이다. 국경일은 아니지만 국군의날(1일)도 국기를 달아야 할 중요한 기념일이다. 그래서 1일부터 9일까지 거리엔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고, 각 가정에서도 이 기간 중에 계속해서 태극기를 달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반 관공서에는 요즘 24시간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군부대는 예외로 낮에만 게양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 학교와 군부대는 아침에 국기를 게양하고 저녁에 내려야 한다. 학교와 군부대는 일반 관공서와 규정을 다르게 적용받고 있다. 대통령령 17770호인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2002·11·6 일부개정) 제13조에는 “국기는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고 해놓고 “학교 및 군부대의 주된 게양대에는 국기를 낮에만 게양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왜 학교와 군부대의 국기는 매일 매달고 내려야 할까? 국무총리훈령 제538호 4조에는 “국기는 매일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해 국기게양식 및 국기강하식이 필요한 학교 및 군부대의 주된 국기게양대에는 매일 낮에만 게양하며, 심한 눈·비와 바람 등으로 국기의 훼손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게양하지 아니한다”로 규정돼 있다. 말하자면 학교에서는 교육 목적상 국기의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학교와 군부대는 국기의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 시대에 맞지 않다. 아무리 `교육 목적상`이라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규정이다. 군사독재국가도 아닌 나라에서 군부대에서도 쉽지 않을 텐데, 학교에서 매일 국기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시대를 한참이나 역행하는 논리다. 애국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과거 군사정부에서는 학교마다 국기강하식이란 걸 했다. 오후 5시 정각이 가까워 오면 주번교사가 국기게양대에서 기다렸다가 KBS라디오에서 “지금부터 국기강하식이 거행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국기를 내리고, 수업하던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국기를 향한 채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전국의 어느 초·중·고·대학교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방송국에서 국기강하식에 따른 방송을 내보지도 않고, 자체 방송으로 국기강하식을 할 학교도 없다. 게양식이나 강하식은 차치하고라도 게양이나 강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저녁에 학교 운동장에 가 보면 게양대에 달린 국기가 어둠 속에 그대로 있다. 해가 져도 국기를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요즘 학교에는 아침에 국기를 달고, 저녁에 내릴 인력이 없다. 간혹 용역 경비업체 직원이 국기를 달거나 내리는 학교가 있다. 요즘 학교 현장은 교직원의 당직근무가 거의 없고 경비업체에서 일과 시간 이후 시설관리를 한다.

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 훈령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학교가 대통령령과 국무총리훈령을 위반하고 있다. 법을 위반하고 있으니 감독청에서 제재를 가해야 하겠지만,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다. 묵인하는 것 같다.

학교는 게양식과 강하식이 필요하므로 낮에만 게양해야 한다는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탓이다. 괜히 지키지도 못하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모든 학교를 법을 위반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있다. 잘못된 규정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학교도 일반 관공서처럼 국기를 24시간 게양하도록 고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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