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도 이 인형을 보면 `어, 러시아?`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도 갖게 되고, 뭔가 끌려서 호감도 갖게 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비자 면제 협정을 맺으면 좋겠다고 제의를 했는데, 그것을 실천해서 올해부터는 60일 짧은 기간 안에는 자유롭게 비자 없이 양 국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됐다”
첫 인용문은 지난 3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 여러 개가 들어가는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료쉬카를 두고 한 말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박대통령이 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으로 한·러 관광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강조해서 한 말이다.
마트료쉬카는 보드카, 설원의 트로이카와 자작나무, 러시아 미인, 붉은 광장,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과 함께 `러시아`하면 연상하게 되는 `러시아 문화의 상징`이다. 또한 이것은 보드카와 함께 러시아를 여행하는 이들이 입국할 때 꼭 구입해오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이 효력을 발휘한 지난 1일 속초항을 통해 무비자로 러시아인들이 입국했다. 속초항에서 중국과 러시아 항로를 운항하는 스테나대아라인(주)의 `뉴블루오션`호는 러시아인 240명을 포함해 한국인과 중국인 등 모두 322명을 태우고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아래에 위치한 자루비노 항을 출발, 새해 첫 날 오전 11시에 속초항에 입항했다. 환동해권 항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구상하는 강원도와 속초시는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고 한다.
필자는 경북매일 2013년 7월15일자 칼럼 `삼성과 러시아 VS 포항시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쓰고 나서 포항시에서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분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주요 화제로 올랐던 것이 바로 국제페리 정기항로와 관련된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문제였다. 그 당시 국제협력담당자들이 속초항-자루비노항 항로를 예로 들며 수익성의 문제와 운영상의 고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와는 제반 상황이 좀 달라졌다. 속초~중국 훈춘~러시아 자루비노항 간 주 2항차로 운항 중인 국제페리 정기항로에서 1항차는 영일만항으로 운항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러 간에 체결된 무비자 협정이 효력을 발휘한다 해도 단기간에 러시아 관광객이 눈에 띠게 늘어나진 않을테고 여전히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 의견을 수용해 적극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과 함께 의견을 하나 더 개진하자면 영일만항이 2만 톤급 이상의 크루즈선 기항지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 크루즈선 기항지의 외화수익은 실로 큰데, 어떻게 외화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동시에 모색되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영일만항이 크루즈선의 기항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소규모, 특수목적의 크루즈선 입항에 적합한 시설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물선이나 일반 여객선의 겸용 항구를 넘어 요트마리나 겸용 항구라는 보다 강력한 `미래지향적 콘셉트`도 필요하다.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요트크루즈선의 장기체류에 대비한 복합시설도 미리 고려해 볼 수 있다. 포항의 신성장 동력으로 해양관광도시 육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영일만항 개발 사업에 예산 648억원을 확보한 그 노력만큼이나 다양한 차원에서의 영일만항 활용 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영일만항을 크루즈선 기항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영일만항~자루비노항~블라디보스토크항 항로 개설은 영일만항 활용방안 차원에서나 한·러 관광차원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담보하고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어렵겠지만 2018년 FIFA 월드컵 개최 때는 이 항로를 통해 러시아에 입국한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를 타고 러시아 전역을 다니고 싶다.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12곳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며 러시아인들에게 포항을 상징하는 `마트료쉬카`를 만들어서 선물로 나눠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