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헌장은 `올림픽의 정치화`를 금하고 있지만 올림픽이 정치 무대가 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올림픽 개최국의 대통령은 자국의 모든 것을 세계에 알리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식적인 활동의 장`을 갖는다.
푸틴의 경우 소치 올림픽을 통해 국내적으로는 반(反) 푸틴 정서를 극복함과 동시에 상처받은 리더십을 회복하고자 할 것이다. 국외적으로는 `강한 러시아`를 보여주면서 `동아시아 새로운 권력의 중개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큰 영향력 행사도 염두에 둘 공산이 크다.
이런저런 이유로 `푸틴의 러시아`가 가동한 `소치 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는 빅토르 안(안현수)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며 그 빛을 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따낸 피겨 금메달 3개 뒤엔 푸틴의 입김이 있었다`라는 주장 때문에 그 빛이 반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연아의 석연치 않은 은메달`로 인해 “러시아를 거꾸로 하면 `아! 시러`입니다” 등이 회자되면서 반(反) 러시아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22일 소치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정홍원 대한민국 총리 간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을 통해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양국 간 인적·문화적 교류증진과 체육교류를 통한 양국 간 우호협력방안도 논의됐을 뿐만 아니라, 무역·경제, 에너지·어업·농업분야에서 상호협력방안도 논의됐다.
`동아시아 새로운 권력의 중개자-푸틴`의 러시아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구현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할 중요한 나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 사절단 수준을 격상시켜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 파견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정 총리가 소치에서 IOC 위원들과 회담하며 평창 올림픽 홍보활동도 잘 수행해서 `한국식 올림픽 외교`를 제대로 펼쳐주길 기대한다. 특히 러-한 총리급 회담을 통해 무역·경제, 에너지 분야에서의 구체적 상호협력 방안도 도출해주길 바란다.
지난 14일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이 개최한 특강에서 북한의 조국통일연구원 박영철 부원장이 “북·러 간에는 철도와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하여 이미 합의가 끝난 상황이다. 남한이 참여한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흐름을 타고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의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그래서 이 사업의 진전 과정에서 동북아 안정도 확보되고, 남·북·러 3각 협력의 실질적 협력 방안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필자가 이미 경북매일의 칼럼 `제1회 포항극동포럼, 남·북·러 3각 협력, 포항`(2013년 11월18일)과 `포스코, 나진항과 영일만항, 5·24 조치`(2013년 11월25일)에서 주장했듯이 러시아는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다. `반 러시아 정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극동지역은 여전히 `남북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자 매력적인 투자처다. 특히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하산의 경우에는 포항의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하산은 러시아 극동지역 프리모르스키 지방에 있는 도시다. 거기에 있는 하산 역은 북한의 나진 역과 철도로 연결되는데, 포스코와 영일만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달리 말하면 `미래 포항 세일즈`와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라는 말이다.
24일 오후 5시 포항 시청 4층 회의실에서 포항-하산 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있을 예정이다. 그 후에는 만찬 일정도 잡혀있다.
포항-하산 간 양해각서체결은 `통일의 기초-남북경제통합`을 지자체가 선도해나가는 매우 고무적이고 상징적인 일이다. 국가차원의 `통일이라는 거대담론`을 지자체에서 실행해 나가는 일인지라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소치와 평창의 체육교류`처럼 `하산과 포항의 경제교류`를 기대한다. 양해각서 체결 내용에 대한 소개와 분석 작업은 차후를 기약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