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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적`

등록일 2013-12-30 02:01 게재일 2013-12-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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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신년사란 대통령, 시장, 기업대표, 총장과 같은 분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는 공식적인 인사말이다. 신년사에는 새해부터 이러이러한 점들을 개선해보자는 내용이 담기기도 하고, 조금만 더 인내하며 함께 힘을 모으자는 내용이 피력되기도 한다. 연초인 지금부터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 후에, 대도약을 위한 행동을 개시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4년 만에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새해 경영화두가 담긴 신년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4년이 미래 10년을 위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화두로 무엇을 제시할까? 아마도 `마하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23~24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개최한 경영전략워크숍 주제와 그 내용이 새해 경영화두와 연관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삼성의 혁신 DNA를 깨우는 비전 수립을 위한 이 워크숍에서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마하경영`이 재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2006년 사장단 회의에서 제안한 `마하경영`은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는 물론 엔진, 소재, 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2006년의 `마하경영`이 글로벌 1등 기업을 따라잡자는 `속도경영`의 의미가 강했다면 2013년의 `신(新) 마하경영`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열과 저항을 견딜 수 있는 재질과 구조를 갖추자는 의미가 더 강하다. 다시 말하면 미래 10년을 위해 체질과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 워크숍에서는 경영혁신 방법론으로 `공유가치창출`이 제시됐다고 한다. 이것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상생경영이론으로 기업의 기부나 봉사활동 위주의 사회공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계기업과 산업계 구성원 및 사회적 취약 계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하지만 도식적 적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新 마하경영`과 `공유가치창출`을 `2014 대한민국 호(號)` 경영에도 한 번 적용해보고자 한다.

2014년 갑오년 새해에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을 신년사에서는 새해 국가경영 화두로 무엇이 제시될까?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공공기관의 개혁과 공공부문의 대대적 혁신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국가의 주요 기관과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화두가 될 것이다. 2013년에는 이러한 기관과 조직의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서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각 기관과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으로 횡보도 우보도 끝내고 대도약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의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화두가 될 것이다. 스웨덴처럼 100% 비례대표제를 택하거나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비례대표의 획기적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음을 알고, 정치권도 자발적으로 혁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새해에도 여전히 일자리 창출과 복지가 화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분배 개선을 가져 오는 `포용적 지속성장`을 해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대정신과 시대흐름에 부응해야 한다. 또 새해에는 `증가하는 불평등과 감소하는 사회적 이동성`을 `감소하는 불평등과 증가하는 사회적 이동성`으로 변환하는 국가경영이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제도 개혁과 의식 개혁에 동참해야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반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조성도 화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푸른 기운을 가진 청마(靑馬)의 해에는 다름과 차이, 갈등과 불화를 딛고 대동(大同)을 함께 꿈꾸는 시를 읊을 수 있어야 한다. 반칠환의 `새해 첫 기적`을 언제든지 즐겁게 다시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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