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사람의 마음은 칭찬하고 싶은 마음, 감격, 고뇌, 질투, 사랑, 지겨움 등 수많은 종류를 모두 담아낼 수 있다. 비좁은 마음은 스스로 좁혔을 뿐 무한히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우리는 행동하지만, 그것이 향하는 방향은 제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사회의 법들은 행동으로 드러난 것만을 따지지만 종교는 마음의 움직임부터 판결의 대상이 된다. 사회에서는 지식인, 부자, 미녀 등이 환영을 받지만, 종교에서는 맑은, 청결한 마음을 가져야 칭찬의 대상이 된다.마음의 내용물에 따라 그는 남에게 선한 행동으로 칭송을 받거나 정을 베푸는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한 마음으로 행동을 하여 죄를 짓거나, 분노나 저주 등을 품게 되기도 한다. 마음은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빌미, 씨앗의 역할을 한다. 마음이라는 씨는 기름진 옥토에 떨어져야, 여러 좋은 행동을 하게 한다. 마음이 맑으면 모든 것이 맑아진다.마음은 바로 나의 `내적 자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동을 이끄는 마음이 청결하게 되어 질까? 청결은 물이 섞이지 않은 포도주, 순 금, 깨끗한 옷을 말하며, 인간의 본래적인 마음을 뜻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깨끗하게 하려는 부단한 노력, 수련이 필요하다.마음이 청결해지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자기 자신과 마음속에서 만나야 한다. 자신을 조용한 곳에서 홀로 두어 보아야 한다. 이때 내 마음에는 교활, 음흉, 위선, 사악, 비열, 속임, 증오, 등이 혼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마음을 공부하고 스스로를 검토하며, 시험도 치러 보아야 한다. 이를 종교에서는 수양과정, 또는 득도 훈련이라고 말한다.다음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어봐야 한다. 그래서 소통을 통해, 서로 용서와 이해, 화해 등으로 화목해 지도록 노력해 본다. 서로 마주보면서 이야기해 보면 남의 마음을 보게 되고, 그것은 자기에게 성찰의 거울 역할을 해 준다.또 한 가지는 세상의 일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알고 고난과 고통, 그리고 아픔은 항상 그리고 의당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나 낭패 등과 같은 연단 속을 지나가야 정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패도 어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종교를 믿는 자는 이때 절대자와 마주보고 앉아서 대면해 나의 모든 것을 들어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자에게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욕망을 포기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지금은 빠른 속도의 시대이지만 느림도 마음을 맑게 해 줄 수 있다. 근래에는 걷기가 유행을 하고 있다. 걷기에는 평보, 속보, 조깅, 명상걷기 등이 있다. 일반인은 걷기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어슬렁어슬렁 걷는다면 게으름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영적인 구도자나 철학자가 숲속을 명상하면서 걷는다면 속도가 매우 느릴 수밖에 없다. 걷기는 마음을 달래는 좋은 방법이다. 움직이면서 사색하는 것이 영혼과 정신의 성장에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걷기는 세상만사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해 준다. 분노, 시샘, 갈등 등, 꽉 찬 마음속의 쓰레기통을 조금씩 비워 준다. 빗 속, 산들 바람, 찬 공기, 안개 속 등을 걸으면 결국에는 밝고, 단순하고, 향기 나는 삶을 만나게 된다. 걸으면 내가 작은 존재인 것을 알게 되고, 이때는 들풀의 소리도 아름답게 들릴 수 있다.마음이 청결하면 만물과 대화가 가능하다. 꽃도 나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자기 내면의 소리가 아름답게 들린다.`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자신과 화해한다. 스스로를 다독거려 격려해 준다. 우리는 세상사로 점령된 마음을 비워 볼 필요가 있다.
201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