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나 일이 잘못된 길로 진행됐을 때에는 떳떳하지 못하고 양심에 거리끼어 마음속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있어야 할 것을 준비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족함에 대한 겸손한 느낌이다.
부끄러움을 한자로는 수치로 표현하지만 그 뜻에는 차이가 있다. 수치는 모욕을 당하거나 합당한 취급을 받지 못할 때 느끼는 것으로서 겸손과는 무관하게 창피를 당할 때를 말한다.
사람들은 부끄러우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 이것에는 약간 미안한 마음에서 부터 심히 자책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자기가 해 버린 잘못에 대해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생활 중에서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부끄러움은 자기의 모자라는 부분을 아직도 채워 넣지 못한 아쉬운 마음에서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부끄러움은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상이나 신앙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부끄러움이란 일을 하다가 목표로부터 어긋나 있을 때 스스로의 위치를 생각해 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계면쩍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마음이 부족함을 받아들일 때의 태도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상(理想)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존재이다. 행한 것의 결과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면 기분이 뿌듯하지만 현실은 이상보다는 더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때로 더 큰 수치와 창피를 느낀다면 그 속에 침몰해 재기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아니야, 할 수 있어!”라는 의지만 있으면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
이상을 향해 전진하는 자는 스스로에게 채찍질하여 나아간다. 그는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수많은 실패로 좌절이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고 전진을 거듭한다. 큰 이상을 향할 때는 전진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걸 수도 있다.
훌륭한 사람들은 경험으로 얻은 여러 생각들을 쌓아나가다가 그것을 자기의 사상으로 만들어서 삶의 기준을 만든다. 그래서 그것으로 살아갈 방향과 지향점을 설정한 생각과 행동을 연마해 나간다. 그래서 목표점과 자기가 이뤄 놓은 현실을 비교해 본다.
윤동주는 조국의 독립과 인간애를 이상으로 하는 시인이었다. 그는 자기의 이상과 현실을 접목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기의 기여 정도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부끄러움의 정도`에 두고서 자기의 노력을 성찰하였다. 그는 잎새를 스치는 바람같이 미미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도 부끄러움으로 스스로를 반성했다.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부끄러움을 반성의 도구로 받아들이면 바르게 행동하여 목표에 점점 다가갈 수 있다. 이렇게 사고의 폭을 키워나가면 그는 역사나 세상일에 대한 사상에 체계를 갖춘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생각을 옭아매어서 멈추어 버리게 할 수도 있다.
부끄러움의 반대말은 만족감이나 성취감 등이다. 그러나 만족이나 자랑 속에서는 자아가 성장하지 않는다. 만일 부족한 것을 스스로 달래어서 적당 적당히 만족한다면, 그것은 부끄러움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 온다. 경우에 따라 입장을 이렇게도 또는 저렇게도 바꿀 수 있다면, 부끄러워 할 상황을 적당히 넘겨 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우리는 그의 얼굴이 두껍다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자기를 위한 이기심은 넘쳐나고, 이타심에는 무관심한 속성이 있다. 이때 이기로 향하는 자기를 탓하고 견제하는 마음이 부끄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