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여신상과 함께 상징적 존재 18년만의 재개장 맞춰 새단장 한창 “예전엔 하루종일 수영시합했는데” 시민들, 추억 공유하며 재개장 반겨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상징인 바다 위 다이빙대가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새단장을 마친다. 비록 실제 다이빙은 불가능하지만 시민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명소로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10일 오후 포항 송도해수욕장. 공식 개장을 앞둔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간간이 모습을 보였고, 저 멀리 수면 위 다이빙대에서는 하얀 페인트를 도색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항 토박이 박민호씨(64·남구 연일읍)는 “친구나 사촌과 도시락을 챙겨 와서 해 질 때까지 수영하고 다이빙만 했었다”며 웃었다. 이어 “다이빙대까지 누가 먼저 가나 수영 시합도 하고, 맨발로 철제 계단을 올라가 2층에서 뛰어내릴 땐 정말 짜릿했다. 그 기분은 지금도 말로 다 못 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전처럼 한 번쯤 다시 올라가 뛰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제는 보기만 해야 하니 조금 아쉽다”며 다이빙대를 한참 바라봤다.
타지에 사는 시민들에게도 이번 새단장 소식은 오래된 기억을 소환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에 사는 김성우씨(58)는 “다이빙대 등을 다시 단장하고 있다는 사진을 받고 한참이나 추억에 잠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여름에는 꼭 포항에 내려가 송도해수욕장을 다시 찾을 생각이다”며 “비록 다이빙은 못 하더라도, 그 앞에만 서 있어도 예전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이빙대를 직접 이용해보지 못한 세대도 가족을 통해 그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대학생 박민주씨(22·북구 양덕동)는 “다이빙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할아버지께서 한참 바라보시다가 ‘친구들과 누가 겁쟁이인지 가리는 내기를 하면서, 무서워도 아닌 척하고 뛰어내렸지’라며 웃으셨다”고 전했다. 그는 “그 얘기를 듣는데 웃기면서도 뭉클했다”며 “이번 여름엔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아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과 똑같은 구도로 한 장 찍어드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포항송도해수욕장은 1970년대까지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 대표 피서지였다. 모래사장에서 약 100m 떨어진 바다 위 다이빙대는 송도의 랜드마크였다. 학생들부터 신혼부부, 가족 단위 피서객까지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변 환경 악화로 2007년 공식 폐장됐고,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잊혀졌다. 포항시는 해수욕장 재개장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환경 정비와 복원 사업을 이어왔으며, 오는 7월 12일 폐장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포항시 관계자는 “다이빙대 도색 작업은 11일 완료되며,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전상 이용은 불가능하지만, 다이빙대는 평화의 여신상과 더불어 오랜 시간 송도의 여름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해수욕장에는 조명도 설치돼 있어 어둠 속에서도 그 시절 추억이 빛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