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후에는 인생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양상이 젊었을 때보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때부터는 외적 조건 보다는 본인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내적인 것이 점점 크게 문제로 대두된다. 그래서 노년으로 들어감에 따라 그의 삶은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생활하기 보다는 자기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제까지의 삶은 누구나 살아가듯 많은 사회적인 제약과 의무와 기존의 생활방법의 틀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노후가 되면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늙는다는 것은 삶이 성숙해 지는 것이고 그래서 옳고 그름을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가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이제까지의 관습 등에 습관화 되어 있어서 마음가짐까지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다. 그러면 노인들이 흔히 갖는 융통성의 결여나 완고함이 점점 심해져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고독으로 쓸쓸한 노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근래의 젊은이들은 대체로 물질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젊은이는 많은 정보를 소화해 내야 하므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힘이 과거보다 약한 편이다. 이때 젊은 사람들에게 바른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노인들 밖에 없다. 경륜이 많은 노인들은 칭찬도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나쁜 것은 나쁘다고 부드럽게 지적하여 설득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 말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치기 위해 젊은이들과 지혜도 나누고 지금 당장 고칠 수 없으면 적어도 나쁜 것이 밖으로 새나가서 악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노령에서 하기 싫어도 의당 해야 할 역할이자 필요한 윤리적 행위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 싫은 내색을 하겠지만 노인들은 언제든지 자원하여 역행을 시행할 마음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노인들은 전후(戰後)에 가난하여 영양가가 적고 거친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교적 좋은 음식을 먹어서 비만이 많으므로 건강을 위해 식욕을 자제하기를 권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심장병 등 생활 습관 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 포식하면 젊은이는 건강과 장수에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물질을 함부로 사용해 버리기 보다는 아껴 쓰고 나눠 써서 절약함으로써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것만이 꼭히 좋은 것은 아니다. 풍요는 생활에는 많은 편익을 주지만 절약하지 않으면 오염으로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가들은 최선을 다하여 편리와 풍요를 위해서 자기들이 생산한 물품들을 대량으로 소비하도록 선전하고 있지만 소비가 많다면 그것은 자연을 더 빨리 파괴시켜 버리게 된다. 또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가는 `풍요`를 외치면서 시민의 환심 사기에 바쁘다. 이럴 때 노인은 반대로 정치 분야나 사회를 향해 인간의 욕심이 이끄는 대로 행하기보다 자제하기를 호소해야 한다.
노인의 할 일은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향토의 좋은 문화나 습관을 찾아서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알게 해 주고 지킬 것은 잘 지켜 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 좋은 내용이 있다면 세상에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은 곧 세계화를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