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두 연인이 속삭이는 시간은 행복이 넘쳐나서 순간같이 흘러가 버린다. 오랫동안 즐겁게 몰두하면 긴 시간도 어느새 지나가 버려서 사람들은 행복을 일시적인 것으로만 여긴다. 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에 대해서는 항상 아쉽게 생각한다. 짧다고 한탄한다. 인간의 마음은 다양해 꼭 행복과 같이 밝은 마음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반대편의 기분을 나타내는 단어들로는 슬픔, 불쾌, 덧없음, 허무, 우울, 절망, 좌절, 무기력, 지루함, 불만 등이 있고, 이들은 모두 행복의 반대 정서를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불행`이라는 단어는 행복하지 않다(不=아니다)는 뜻이기에, 보통은 -적으로 생각하나 그 단어의 근본은 `+도 -도 아닌, 단지 `~하지 않다`는 중간 수준(0)의 정서(행복하지 않다)를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0의 수준에서도 기쁘거나 행복감이 없으므로, -의 뜻으로 오해를 하여,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0)이라고 생각한다. +의 반대는 0이 아니고, -이다. 불행에서도 생각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행복+의 진정한 반대말은 침잠하게 되어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 `우울-`이라고 생각한다.우울이란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절망감의 해결책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울 때, `도와 달라`는 소리 없는 호소가 우울이다. 그 중 치료가 요하는 심한 우울을 `우울증`이라고 한다.우울이란 모든 것이 자기로부터 떠나가 버려 홀로된 자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각이 가라앉아 버린 상태를 말한다. `무엇이든 있던 것이 없어져 버리는 상황`으로 될 때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울한 감정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의 상황에서 그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울은 삶에서 만나야만 하는 고통을 회피하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역경과 고뇌, 고통은 회피할 수 없기에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피하고 싶으나 피할 수 없어서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좌절하고, 그 대가로 앓는 마음 상태가 우울이다.우울이 심한 우울증은 없음의 병이다. 희망이 없고, 의미도, 갈망도, 아픔도, 의욕도, 열정도, 기력도, 기쁨 등의 감정도 없다. 꾸준히 삶의 질만 저하시켜서 사회활동을 멈추게 한다. 유일하게 있는 것은 잠이 없어져서 불면증만 있다.신은 인간에게 역경과 위기를 이기면서 열심히 살아가도록, 괴로움을 선물(?)로 주셨다. 슬기로운 자는 역경 따위가 없는 자가 아니고, 그것을 잘 대처한 사람이다. 그러나 우울한 자는 대비하지 못하거나 피하지 못했다. 또는 피할 능력조차 없다. 우울한 사람은 긴 시간 동안 허공을 멍한 눈으로 말없이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도 없어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행복(+)의 반대말은 불행(0)이 아니고, 우울(-)이다. 행복과 불행은 뭔가가 있어서 생기고, 그것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울하면 텅 비어버린 마음 상태로 심하면 긴 시간, 어쩌면 일생동안 자신를 괴롭힐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쉽게 우울해질 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심하게 병적으로 우울한 사람에게는 약물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으나 효과를 기대하려면 인내가 필요하고 완치가 어려우며, 약물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난다.이들에게는 “힘을 내!” 하는 격려도 오히려 간섭하는 것 같이 돼 주위의 사람들, 특히 가족들은 모두가 맥이 빠져 가정을 황폐화 시킨다. 이 증상은 우울한 생각이 오래 계속돼 점차로 저 깊은 나락으로 내려가 버려서 생겨난 것이다. 극도로 허무하면 죽음도 생각한다. `나는 희망도, 쓸모도 없어. 세상은 암울해. 그럼 도대체 나는 뭐냐?` 친구도 없다. 그러면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인가, 우울인가? 아니면 두 단어는 같은 말인가?
20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