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전쟁의 시대이다. 남녀 권리의 문제나 정보 시스템 등의 사회문제는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학도 힉스 입자이론을 만들었고, 우주의 끝을 밝히려고 덤벼든다. 줄기세포로 신경을 재생시키고 달의 뒷면까지도 탐사하려 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 사회도 자본주의 안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큰 폭으로 넣어야 할 정도로 많은 수정을 해 왔다. 온통 스피드가 넘쳐난다.
우리는 사회의 여러 요소를 조합하여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 중에 교육은 모든 지식의 근본이 되는 철학(義)을 기초로 하여 학문이나 분별력(智)을 쌓아서 사리판단력을 키워 왔다. 그래서 지도위에 그려진 국경의 색채는 약해지고 지구의 반대편에도 하루 만에 가 볼 수 있다. 인간끼리 또는 생명체 서로는 사랑을 중심으로(仁) 화합하여 공생하려고 노력한다. 서로 믿고(信) 정을 나누면서 살려고 종교에 의지하거나 안정을 위해 법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인간은 겸손이나 사양, 배려(禮)를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시나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동양의 현자는 옛날에 벌써 인간 세상의 영원한 도(道)를 오상(五常)이라고 하여 인의예지신으로 설명했으며 후손인 우리는 그 법칙을 따라 살아가고 있다.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은 하루하루가 단위로 되어, 영원을 향해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근래에는 과학의 힘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것으로 우주의 나이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세상만사가 과학으로 설명되면서, 종교의 신(神)도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곧 닿치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종교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과학의 법칙에 역행하는 방법이므로 그들은 인정을 하지 않는단다.
그러나 과학이외의 인의예신(仁義禮信)은 모두 과학으로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인간의 사랑, 사람 사이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원리(哲學), 미술이나 음악이 인간 심성에 미치는 영향력, 도덕적 감정이나 종교심의 깊은 정도 등은 정확한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것은 유교나 불교 등의 의미가 깊은 동양 사상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인류가 역사에 등장한 후, 서양에서는 과학적인 발전을 지속시켜 왔다. 그래서 중세기나 근대사에서는 서양의 역사나 철학이 인류를 이끌고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동양에서도 문화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동양은 서양의 철학을 이제까지 배워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양 특유의 문화가 서양의 방식을 소화 흡수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미래에는 살아가는데 환경적 요소가 생활에 밀착할 것이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자가 더 돋보이는 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소유욕이 있다고 해도 재물의 다소가 인간 평가에 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로 두통을 앓고, 인간관계가 복잡다단하여 심리학책은 매우 두꺼워 질 것이다. 다만 성적 해방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는 지금 이 시대 우리의 관심사이다.
이런 시대에 동양사상은 의리, 신망, 푸근함, 슬픔, 기쁨 등으로 인간 사이에 규율을 잡아 주는 통합적 원리가 될 것이다. 관계를 유지 시켜 주고,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분석적인 과학보다는 의미를 인간미에서 찾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간은 많이 아는 척 하지만 머리를 굴리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 아무리 고도의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해도, 그 마음 안에 윤리나 따뜻한 사랑이 없거나 믿을 수 없다면 과학은 흉기가 될 것이다. 좋은 시 한 수에 눈물을 흘리지 못하거나 감미로운 소리에 심취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그림에서 무표정하다면, 외부로 표현되는 지식은 한 갓 껍질뿐일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에서보다 인문적인 생각에서 나온다. 앞으로 동양사상은 인간 사회에 훈기를 북돋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