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화평

등록일 2013-06-28 00:14 게재일 2013-06-28 22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씨를 뿌리면 들풀은 따뜻한 온기로 싹을 틔어 잎이 돋아난다. 그 후 꽃을 피운 후에 열매를 맺는다. 들풀이 자라면서 결실을 이루어 가듯이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도 세상만사와 같이 자꾸만 여물어 간다. 마음도 개인에 따라 방향이 다를 뿐 노력한 만큼 다양하게 성장해 나간다.

풀들은 전부가 잘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열매가 모래위에 떨어지면 생명은 시작부터 불가능하다. 또 심한 비나 바람 등 좋지 않은 환경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에는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 우리의 화평과 덕성을 키우는 인성형성에도 성장 환경이 중요하다.

노자는 화평스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인성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숙시켜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으므로 `자기를 항상 옳은(정의의) 입장에만 두지 말라`고 했다. 그가 가진 정의는 자기 나름의 개인적인 정의이기에 미성숙한 상태이고 화평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곧기만 한 것 보다는 스스로 굽힐 줄도 알고 강함보다는 부드럽기를 주장했다. 강하여 세상 잡사 속을 헤매기만 하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진리와 참사랑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인간이 마음을 비우거나 슬픔을 함께하는 상태가 되면 화평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랑의 꽃을 피워 좋은 열매를 만든다고 한다. 그는 깨끗한 마음으로 남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했다.

화평한 자는 의로운 일을 만나면 자신의 수준을 넘는 정의감으로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의 결과로 그의 마음은 깨끗하게 되고, 평정상태에 머무를 수가 있다. 그래서 그의 온화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은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된다고 성경은 말한다.

불교에서도 온유하고 화평스런 마음을 위해서는 내면의 성장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악을 경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통은 이 수준에 머무르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나아가기 위해서 불교는 덕을 쌓을 것을 주장한다. 그 후 참된 지혜의 경지에 들어가야 화평스런 깨달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공자는 나이에 따라 인간이 성숙되는 과정이 있다고 하였다. 50에는 사물의 이치를 알 수 있고 60에는 만물에 귀가 열리며 70세에는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도 막힘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마음의 폭이 넓어진단다. 이때 그는 인(仁)을 마음껏 펼침으로서 삶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신이나 학문의 세계도 이렇게 익혀가야 한다.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구도자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 과정으로는 훌륭한 사람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及門) 배우는 것은 시작 부분이다. 그 다음은 학문이나 정신세계에 더 깊이 들어간 후, 맹진하여 나아가 오묘한 뜻을 터득(入室)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면 사회에 더 많은 어짐(화평)을 나누어 줄 수 있다.

세상살이는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첫번째는 무엇이든 알아가는 단계이다. 그 다음은 정진하여 더 발전해 나가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지나면 앎의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 화평스럽고도 즐거워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현실에서 사랑의 온기로 열매 맺는 화평한 마음은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약한 자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의로운 일을 힘써 찾아내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화평의 꽃은 피우기 어렵지만 긍휼과 자비로 인간을 대하면 그 꽃을 피워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