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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경제

등록일 2013-05-03 00:39 게재일 2013-05-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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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불교에서는 생물의 생명을 귀하게 여겨서 훼손을 최소화했다.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고, 심지어 무생물인 비가 내려도 “빗님이 오신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지금까지 신이 창조한 이 땅에서 인간은 자연을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는 존재로 배워왔다.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하고, 동물과 식물은 대상이 될 뿐 주체가 아니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연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스스로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종족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이후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인정해 부단하게 개간과 개발에 노력을 쏟아 부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의 섭리로 자연 속의 동물은 인간이 사용하도록 만들어 졌다”고 했고, 임마누엘 칸트는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간접적인 의무”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이제까지 우리는 녹색 환경과 녹색 경제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아껴 쓰기`와 같은 절약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량소비를 강조하는 산업경제활동에 발목을 잡거나 환경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환경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지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성가시게 들리기도 했다.

현재 인간은 넉넉하게 살기 위해 땅 속에 묻혀 있는 석탄 등 탄소를 지구 곳곳에서 파내어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4월 말에도 경북지방에 눈이 오고, 가뭄과 홍수 지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등 기상이변이 계속 된다. 이제 한반도는 아열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만 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지구마저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근해에서 상어가 해수욕객을 물었다고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자연보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벗어나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막에서 물을 모을 수 있는 벌레에게서 사막을 푸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단다. 열대 지방의 흰 개미 200만 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진흙덩이의 서늘한 내부에서 공기 정화 방법을 모방하면, 좋은 건축물이 가능하단다.

이제는 공학, 로봇 공학, 인공 장기 등에서 생물 몸체로부터 구조를 모방해서 본뜨는 연구가 환경운동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때가 됐다. 자연을 선생으로 삼아 지혜를 모아서, 지구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아서 환경보호가 가능하다.

이 방면의 과학자들은 생물에서 모방해 응용하거나 해법을 발견하는 것을 `과학기술이 한 단계 상승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자연 생태계가 안전하면서도 발전할 수 있는 `생태시대(Ecological Age)`를 활짝 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자연을 이용하는 기술이 산업활동에 적극 활용돼 사회 발전과 환경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려면 `자연 중심의 세계관`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 2008년에 세계자연 보존연맹은 생물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모방한 `기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환경의 재생마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환경파괴 없이 자연을 이용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이러한 경제정책을 `청색 경제`라고 했다. 이는 발전을 다소 늦추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이제까지의 `녹색경제`의 주장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환경위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일어났다. 해결점을 생물이 살아가는 방법에서 찾으려면 `자연과 함께`라는 보호정신으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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