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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가진다는 것

등록일 2013-07-18 00:15 게재일 2013-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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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홍 신부·포항죽도성당 부주임 다문화가정 가톨릭 지원 센터 담당

한국에는 종교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많은 종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종교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밤하늘의 붉은 십자가라고 한다. 해가 지고 높은 빌딩이나 산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 사실에 동의 할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의 붉은 십자가를 두고, 일부의 사람들은 공해라고 비난도 하고, 에너지 낭비라고도 한다. 실재로 서울의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십자가에 붉은 불끄기 운동을 전개했다고도 한다.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교회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지판에 불과한가? 그리스도교에서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의 고통과 죽음과 희생, 그리고 부활을 의미한다. 그리고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십자가를 보면서, 예수처럼 희생하는 삶, 내어 놓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십자가를 보면서 끊임없이 다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은 드러나는데, 외적인 면에 치중하다보면, 쉽게 내적인 면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누구나 내적인 면이, 마음이 외적인 면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내가 예수라는 존재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십자가를 내 가슴에 품고, 예수처럼 살아가야 할 것이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기업화되고 대형화되면, 그 순수성을 상실하게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는 박해라는 것이 존재했다.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쳐야 했고, 다락방과 같이 작고 누추한 곳에서 기도를 하며 자신의 신앙을 지켜왔다. 오히려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신앙이 더 순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7일 죽도성당에서는 50여명의 신자들이 세례를 받았다. 천주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입교 절차가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적어도 3개월 이상, 기본적인 교리를 공부해야한다. 그리고 세례를 받기 전, 주임신부와 면담을 통해서 교리를 충실히 공부했는지, 세례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본인 역시도 30여 명의 세례 대상자들에 교리를 가르쳤다. 교리를 가르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삶의 변화`이다.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에게도 `삶의 변화`에 대해서 자주 강조하는 편이다. 종교를 가지고 그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신앙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으로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던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욕심을 버리고 나눌 줄 아는 삶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이 가진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더욱 더 철저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변화되기 보다는 자신의 주변사람들이 자신에게 맞게 변화되기를 원한다. 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자신이 변화되고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막연하게 자신이 처한 환경이 변화되기만을 기대한다. 타인이 변화되기를 원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이 변화되기만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분열과 갈등, 불평과 불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이다. 종교의 힘은 우리 자신이 먼저 변화됨으로서, 이웃들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조금씩 서서히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경의 가르침에서 말하고 있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인도의 두 성인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첫 번째 성인은 `간디`이다. 간디는 “나는 예수는 좋아하지만, 예수를 닮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성인은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이다. 마더 데레사는 “힌두교인은 더 나은 힌두교도가 돼야 하고, 무슬림은 더 나은 무슬림이 돼야 하고, 그리스도인은 더 나은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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