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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등록일 2013-06-21 00:03 게재일 2013-06-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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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행복에 대해서 저술된 모든 책에서는 `불행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데서 만들어 진다`고 설명한다. 견주어 보아서 자기가 낮은 위치에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을 말한다. 그러나 가난한 자는 생계를 꾸려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비교할 만한 꺼리마저 없을 정도로 그들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삶이 개선될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듦을 절감한다.

부자 나라의 가난한 사람도 힘들게 살지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은 더 힘들게 산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가난은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서 경제 정책 하나로 해결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장구조는 소비자보다는 투자자, 노동자보다는 고용주, 농업보다는 서비스 산업과 첨단 산업을 우대하고 또 우리의 현실은 세계시장과 관계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자재 공급에서 상품의 생산과 판매까지 지구촌 곳곳의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는 먹고 입는 것 등 살면서 필요한 것 중 대부분을 수입해서 사용한다. 조그마한 매매도 국제적인 거래의 한 부분이 되는 이런 시장에서는 정당치 못한 생산과 거래가 많다.

무역에서는 물품이 공정한 거래와 합당한 생산물인지를 소비자가 밝혀내기가 어렵다. 특히 수입물들 중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서 초과 근무로 가혹하게 일을 시켜서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저임금으로 혹사하여 생산한 물품들이 많다.

결국 다른 사람의 생계와 생존에 폭력적인 영향을 끼쳐서 생산한 결과, 부의 축적을 한 쪽으로 쏠리게 한다. 그러면 가난은 대물림하게 된다. 우리가 이런 물건을 구매한다면 거래에서 평등, 존중, 배려의 평화로운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래서 공정 무역으로 거래되는 상품을 사는 것도 시장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또 하청업체를 통한 대기업의 지나친 이익 챙기기나 문어발식 경영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시장이란 생리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고 정당화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심과 도덕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소비자는 소비에 못지않게 생산을 평화롭게 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인 우리는 매일 소비하는 상품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산과 판매의 전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얻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를 해야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의 욕심 채우기와 정의로운 구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생산되었다면 분명 정당치 않는 상품이다. 물품이 풍족하지 않아서 선택이 힘들다면 여러 번의 구매 중에 한 번 정도는 정의로운 상품을 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횟수를 늘려 나가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는 거래처나 기업, 정부가 좋은 방법으로 일하는지의 여부를 알아내어서, 소비를 통해 지지나 반대를 표할 수도 있다. 좋은 소비 방법을 지지할 때 `윤리적 소비`라 한다.

평화를 이루면 행복하다. 그뿐만 아니라 평화를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당연히 평화로운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구체적으로 삶과 연결시켜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지구를 휩쓸고 있는 기후변화 등의 환경 문제도 대량 생산과 세계시장의 활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올바른 소비를 함으로서 후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구환경을 만들어서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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