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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역할

등록일 2014-06-12 02:01 게재일 2014-0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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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노(老)자는 원래 상대를 존경할 때 사용하는 존칭글자이다. 백전노장은 百戰將으로, 노련은 鍊, 노숙은 熟으로 표시한다. 이렇게 노자(字)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생활태도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질병에 시달리는 등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죽음을 향해 점점 다가간다. 과거부터 현명한 분들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특히 노인들이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어떻게 늙어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를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젊은이에게 `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

이런 노인들은 젊은이에게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해 준다. 인생을 고뇌해 보면서 죽음을 생각해 보는 사람은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의 중요함을 알게 되면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의욕을 갖게 될 것이다.

또 누구든지 이렇게 산다면 삶 속에서 언젠가 마주치게 되는 `늙어 감`, `죽어 감`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이런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때 전력을 다해 살아온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남기면서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노화에 완강히 저항만 하지 말고 변화를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노년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가려면 자신의 노화를 마음으로 인정하여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 한 가지 방법으로는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노인의 역할`중에서 자기 능력에 맞는 한 부문을 맡아서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수행하면 육체는 늙어가더라도 마음만은 젊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은 결심만 한다면 누구든지 어느 나이에서나 살아갈 수 있다. 활동하여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에는 다소간 욕심을 부려도 다른 사람들이 눈감아 준다. 그래서 나는 특히 노인들에게는 매 순간의 삶을 긍정하면서 자신과 사회를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가기를 권한다. 이런 기회가 있다면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냥 단순히 밥만 먹고 숨만 쉬면서 살아가는 인생으로는 끝내고 싶지 않아야 한다.

노인들은 누구나 젊은이에게 `열심히 살아라`고 충고한다. 열심히 살면 부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람들에게 부자 되기에 몰두하라는 것이 아니다. 노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살면 오히려 돈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이 말은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열심히 노력해야 노인이 된 후에 후회할 일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노화현상은 생리적으로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노령에 따라오는 여러 변화는 모두 언제나 누구에게나 뒤따라오는 현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지금 노화의 시간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심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해 보아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긍정적으로 수긍하여 소화하는 자세가 제일 좋은 생활법이다.

살면서 노화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면 그 만큼 긍정의 양은 많아진다. 그런 만큼 필요이상으로 부정적인 느낌에 매몰되지 않게 된다.

준비하기에는 벌써 늙어버려서 후회할 때라고 생각되어도 그래도 아직 늦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루지 못한 과거의 것에 미련을 갖기 보다는 인생을 긍정하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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