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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년의 날’을 맞으며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9월 달력을 보면 붉은 날짜 한 묶음은 추석 연휴 기간이다. 그런데 작은 글씨가 많이 보이기에 살펴보니 4일 ‘지식재산의 날’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날이고, 7일은 ‘푸른하늘의 날’로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공식기념일이며, 또 ‘사회복지의 날’과 ‘곤충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18일은 ‘청년의 날’이다. 2020년 8월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며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9월의 셋째 토요일이 된다. 청년 나이는 기존 만19세부터 29세까지였으나 이 법에는 만19세부터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청년이라는 말은 개화기 시절 가장 인기 있는 유행어였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퇴조되었다가 1920년경 새로움과 신문명의 문화 운동 주역이 되어 다시 부각되었었다. 그때까지는 소년-장년의 구분이었는데 그 사이에 청년이 끼이게 된 것이다.최근 UN은 체질과 평균수명을 고려하여 0~17세를 미성년,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100세 이상을 장수 노인이라는 5단계로 구분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개념으로 청년세대는 20~30대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청년세대를 ‘N포 세대’라 부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넘어 취업, 주택,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세대를 비유한 말이다. 이렇듯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과 장래의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청년부채 증가 및 실업과 해고 등의 문제를 도와주기 위해 복지포인트를 비롯하여 집 마련을 위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제도를 두고 있지만 현재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 정도이고 전세 대출도 급증하는 암울한 현실이다.그리고 가장 문제인 점은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는 청년들의 죽음이다. 특히 고독사(孤獨死)가 2020년 4천200여 건으로 3년 사이 58%나 증가한 것을 보면 사업실패와 경제적 어려움보다 사회의 소외와 단절, 무관심 등 가족의 붕괴,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보여 ‘청년 맞춤 복지정책’과 사회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어느 지자체의 청년창업 지원방안으로 단순히 임대료와 설비지원을 한 청년 몰(Mall) 사업의 실패 소식을 접하고 보면 ‘청년수당’ 등 무조건적인 금전 지원보다는 그들이 진정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심리지원 인프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최저임금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노동계는 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많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늘어나 폐업을 한다면 그나마 자신의 생활 소비방식을 줄인 채 적은 급료나마 받으며 꿈을 키워가고 있을 알바생들은 또 어떻게 될는지…. 임금문제는 청년실업이라는 큰 숲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청년의 날을 맞이하여 국가의 내일을 짊어지고 갈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그들의 고민을 포용하며, 고립되어가고 있는 20~30대 청년세대 문화 해결을 위한 현명한 정책을 생각해 보자.

2021-09-12

보이지 않는 것들

조현태​​​​​​​수필가 전래 민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홀아비가 역시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과부를 맞아들여 새 가정을 이루었다.동갑 나기 두 아들을 키우게 된 이 여인은 마음씨가 착한 부인이었다. 특히 아이들 양육에 있어서 이 부인의 자세는 참으로 만인의 귀감이 될 만 하였다.부인은 전실 소생이나 자기 소생이나 한 결 같이 대하였다. 혹 선후를 가를 일이 생기면 언제나 전실 자식을 앞세웠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전실 자식은 점점 비루먹은 강아지 꼴인데, 그 부인의 친자식은 탐스럽게 잘 자라는 것이다.보기에는 전실 자식에게 더 잘 하는 것 같은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 부인을 의심하기도 했다. 남들 앞에서는 전실 자식을 위하는 척하면서 남이 안 볼 때는 전실 자식을 구박하는 영악한 여인인가 하고. 그러나 부인의 행동을 면밀히 살펴보면 남이 있든지 없든지 부인의 태도는 한결 같았다.어느 날 남편이 우연히 부인이 잠든 방을 보게 되었는데 부인은 전실 자식을 품에 안고, 자기 자식은 건너편에 누인 채 잠자고 있었다. 이를 본 남편은 부인을 의심한 것을 크게 뉘우쳤다. 전실 자식과 부인이 데리고 온 자식에 대한 발육 상태의 차이는 순전히 생리적인 차이라고 믿게 되었다.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집안의 중요한 일로 먼 길을 떠났다가 새벽녘에야 집에 돌아왔다.남편은 집안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방안에서 일어나는 아주 이상한 현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날도 부인은 전실 자식을 자기 품에 안고 자고 있었고, 부인의 친 자식은 건너편에 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부인의 몸에서 이상한 기류가 나와 품에 안은 전실 자식을 건너 뛰어 부인의 친자식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아, 그렇구나,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민담 같은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같은 인간 세상에는 물론이요 식물이나 동물의 세계에도 마찬가지다.특히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양심이나 정신적 측면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윤색되지도 않는다 하겠다. 이 특징은 남에게보다 자신에게 도드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속이지도 못한다.이름하여 ‘자신과의 싸움’ 또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어질고 좋은 마음을 양심(良心)이라 한다면 인간 사회를 이것 하나로 꾸려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하다. 원망도 불평도 없을 것이요, 거짓과 사기로 봉합하는 일이 없이도 남에게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대단히 진부하고 바보스러운 헛소리 같아도 또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초개만큼이라도 양심을 속이지 않으면서 다함께 살아가자.”

2021-09-12

‘산소카페’ 청송

청송(靑松)군의 지명은 푸른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군 면적의 82%가 임야며 그 중 수목의 60%가 소나무다. 청송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주왕산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곳 중 다섯 번째 손꼽히는 명소다. 주왕산에는 왕버들이 물에 잠긴 채 자란다는 주산지가 있다. 물에 잠긴 왕버들과 함께 엮어내는 주산지 주변의 풍광은 신비하고도 아름답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4계절 변화의 아름다운 모습이 소개돼 더 유명해졌다.청송군의 인구는 모두 2만4천여명이다. 면적은 대구와 비슷하나 인구는 대구의 100분의 1정도다. 산지와 임야로 둘러싸여 공기가 맑아 청송을 ‘산소카페’라 부른다. 옛부터 청송은 경북의 오지(奧地)다. 오지란 내륙의 섬이란 뜻으로 두메산골을 이르는 말이다. 교통이 불편해 사람 발길이 잦지 않으나 그만큼 청정지역이란 말이다.청송은 2011년 국내서는 9번째 슬로우시티 지정을 받았다. 슬로우시티는 자연환경을 위협하는 대량 소비와 무분별한 바쁜 생활을 배격하는 친자연적 생각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지역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지키자는 것으로 패스트 푸드 음식의 등장에 자극받아 이탈리아 한 작은마을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동참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현대 문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도시의 전통과 환경을 지키며 삶의 질을 존중하는 성숙된 삶을 꿈꾸는 운동이다. 속도경쟁에 끌리지 않는 인구 5만 이하 도시만이 슬로우시티에 가입할 수 있다.청송군이 국제슬로우시티연맹이 주는 도시정책 분야 2021년 국제슬로우시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 선정 등 ‘산소카페’ 도시 청송군이 가진 친환경적 콘텐츠와 노력이 돋보이는 결과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9-12

카카오의 ‘골목상권 지배’ 위험상황

심충택 논설위원 과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종인 위원장이 음식 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해 “이런 사람도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도 그가 출연하는 TV프로를 자주 보는 편인데,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 활성화와 영세 자영업자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 상인과 젊은 창업자들에게 상권분석과 창업 컨설팅, 신메뉴 솔루션을 제공하며, 가게를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성공적인 성과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소비자들은 동네가게가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그 중요성을 잊고 산다. 사실 동네가게는 공동체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 동네가게들이 장사가 안돼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공동체 경제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그 수입으로 가족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가게주인들의 수입에 따라 공동체 전체가 활력이 넘치기도 하고 생기를 잃기도 한다. 요즘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동네상권이 빈사(瀕死)상태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막힘없이 동네상권 진출을 하고 있으니 자본력이 약한 가게들이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최근에는 수많은 골목가게들이 카카오그룹 때문에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영업제한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와는 달리 미용실 같은 골목가게 영역에도 진출하면서 ‘카카오공화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열고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카카오그룹 계열사는 지난 2015년 45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18개로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대부분 소상공인의 영역에서 낮은 수수료로 경쟁사를 몰아내고,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을 인상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카카오의 영업영역이 갈수록 커지면서 골목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가게들이 하나하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카카오에 종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골목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으로 나가는 광고료,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자영업자들은 카카오그룹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이처럼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사업 확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인 ‘승자독식’ 현상을 정부가 방관할 경우 결국엔 카카오그룹의 영역확장에 골목가게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은 골목상권의 토대인 영세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21-09-12

독도 관련 예산 국비 미편성 유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최근 발표된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독도현지 조사연구 활성화 및 전문화 예산 10억원과 국립 울릉도독도 생태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비 3억원이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재부의 예산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미편성되었다.특히 2개 사업은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독도 지속가능위원회 결정에 의해 2016년 독도 지속가능한 이용 기본계획에도 포함됐지만, 수년째 답보 상태라 매우 아쉽다.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을 계기로 경상북도의 독도 수호 대책 및 해양영토주권 강화 차원에서 2014년 울릉도에 개원한 해양연구기관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위탁운영을 맡고 현재 17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그동안 국비 지원 없이 경북도와 울릉군의 운영비 지원만으로 운영해오면서 개원 이후 지금까지 100여 차례 걸쳐 독도 현장조사를 활발히 수행해왔다. 독도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 확보, 이상고파에 따른 독도 해안선 변동 정밀 모니터링, 독도 수온변동 정밀 모니터링, 독도 아열대화에 따른 신종 해양생물 보고, 실시간 독도해양관측부이 장기 운영 등을 수행했다.특히, 이러한 독도 정밀 조사는 전용 연구선이 없이 낚시선, 어선 등을 임차하여 수행한 연구라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울릉도에 위치한 독도 연구의 지리적 장점과 독도 연구에 대한 연구원들의 열정과 현장 경험을 살려 묵묵히 연구를 수행해 왔다.다행히 2022년에는 45톤급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연안 연구선이 취항 예정이라 독도 해양연구뿐만 아니라 육상 생태 연구 등 독도 연구자들의 획기적 연구 인프라 개선이 기대되지만, 내년 국비 예산 미편성으로 연구선 운영 및 독도 연구 활성화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기지는 또한 2018년부터 해양수산부에 의해 국내 독도 연구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독도특수목적입도객지원센터 운영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비 지원없이 자체 예산으로 시험운영 되다보니 센터 운영에 큰 한계가 있다. 특히, 기지 장기 근무 희망자가 있음에도 기재부의 출연연구기관 인력 관리풀로 인해 인력 충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근무기간 3개월로 한정된 임시직의 순환 채용으로 센터 및 기지 인력을 보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지는 또한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인 울릉도 해양보호구역 지정 관련하여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로 지정받고 2021년말 방문자센터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면 2022년부터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로서 울릉도 및 독도의 해양생태적 가치를 대면 및 온라인 방식으로 널리 홍보할 예정이다.또한 기지에서는 그동안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정점에서 제외되었던 울릉도 모니터링을 울릉도(독도) 해양생태계 보호 관리차원에서 2019년부터 모니터링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내년 독도 연구선이 취항하면 독도까지도 확장할 예정이다.이렇듯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독도 연구 및 교육 부분에서 울릉도에 위치한 유일한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울릉도(독도) 연구 거점 기관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고려할 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울릉군과 경상북도의 지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울릉도와 독도는 한반도 내륙과 각각 최단 130㎞, 217㎞ 떨어진 상태에서 200만년 이상 격리된 지리적 특징과 우리나라 유일의 대양섬으로서 독특한 기후환경 조건으로 인해 전 세계에 울릉도(독도)에만 서식하는 약 40여종의 특산식물이 서식하고 있다.특히, 울릉도(독도)는 전 세계 대양섬 중에서 가장 높은 식물 종분화율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적인 식물 분포는 제주도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지질학적 특징과 함께 2020년 태풍 마이삭때 보여주듯 파고 19.5m의 상상을 초월한 자연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화산이 만들고 바람과 파도가 다듬은 울릉도(독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외 자연사 박물관이며 자연생태 실험실이다. 하지만 그 가치와 위상에 비해 그동안 지리적 접근성과 현장 중심형 연구 인력 한계로 연구가 매우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국립 울릉도독도 생태연구센터가 울릉도에 반드시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이다.울릉도(독도)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강치)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독도는 울릉도와 연계하여 과학으로, 생태적으로 지켜야 할 때이다.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가는 독도 관련 연구기관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기재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해본다.

2021-09-12

선진국 당했다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개도국의 산업화와 국제무역 참여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인 UNCTAD는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리나라의 선진국지위를 인정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바뀐 국가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개방과 자유무역에 기반 한 다자체제에 대한 일관된 정책과 행동이 유엔 회원국들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아,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선진국? 우리가? 왜?”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뭘까? 우리가 의도하여 주도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선진국 당했다!’는 표현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우리가 그동안 먹고 살기위해서 키워온 능력이 ‘따라 하기’가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깃발을 들고 맨 앞에 서야 한다니 그게 가능할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그러던 어느 날 “CJ ENM, ‘인터스텔라’ 프로듀서와 손 잡고 케이팝 영화 제작”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케이팝을 소재로 한 영화 ‘K-Pop: Lost in America’(가제)를 만드는데 연출은 윤제균 감독이, 린다 옵스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는 기사였다. 그 외에도 소니픽처스가 케이팝 걸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 데몬 헌터스’를, 배우 레벨 윌슨이 감독 데뷔작인 할리우드 영화 ‘서울 걸즈’를 제작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문화를 주도하던 미국이 스스로 케이팝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좁은 국내음악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 음악활동의 새로운 영역을 찾기 위해 글로벌시장진출을 시도했던 BTS. 이 한국의 아이돌그룹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만들어진 가수, 립싱크, 음악성보다는 잘생긴 외모와 춤 잘 추는 청년들의 모임정도로만 생각했던 편견을 깼다. 그리고 많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고 열광하는 문화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노래와 춤, 외모와 비주얼, 오디오적인 매력을 두루 갖춘 퍼포밍 아티스트가 만드는 예술로 ‘케이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견고한 자신들만의 기준이 존재하는 음악생태계에 변종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기록소년단’은 각종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큰 흐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케이팝이 어떻게 주류가 될 수 있었는가.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케이팝의 성공요인을 “우리음악이 아니었기에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롭게 멋있고, 트랜디 하고, 힙한 좋은 메시지를 담은 좋은 음악만을 추구한 것, 한계가 존재하지 않아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매력에 빠진 외국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미국대중에게 독특하고 재밌는 새로운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노래를 창작한 것”이라고 말한다.BTS는 한국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많은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만의 정교함’을 완성할 수 있었고 세계시장에 맞는 현지화전략으로 보편적이고 세련된 한국만의 팝음악을 탄생시켰다. 영미권산업이 직접 만들지 않은 최초의 글로벌 팝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독특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동반한 최신의 멋진 음악이라는 기존미국대중음악에는 없던 음악, 케이팝의 매력이 지금 세계대중음악을 선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케이팝의 발전경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이유를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근거 중 하나인 셈이다.백범 김구선생은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전까지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를 시작한 케이팝 보유국은 선진국이다. 선진국 당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노력으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근거 하나를 찾은 셈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이브 스루, 검진키트와 함께 세계의 모범이라는 케이방역, 케이드라마, 많은 영역에서 케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주도하는 것들의 목록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코로나시대를 지나는 지금, 우리가 선진국의 국민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BTS처럼 ‘기존의 시스템에서 일등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류’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일과 소비에 탕진하던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자만으로 가득했던 ‘호모사피엔스’에서 지구의 모든 생물들과 공생하는 ‘호모 심비우스-공생인(共生人)’으로 진화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다가도 “어, 우린 시원한데 저기 밖에 있는 길짐승들은 어쩌지?”라며 에어컨을 끌 수 있을까? 쾌락과 중독에서 지성과 영성으로 우리 ‘욕망의 거리두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불금의 저녁, 치맥 대신 책읽기와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삶의 리듬이 그렇게 바뀌기 전까지는 우리가 ‘선진국 당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2021-09-12

김천 미래 먹거리 3대산업 ‘전기차·자동차튜닝·드론’ 육성

김충섭 김천시장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가솔린, 디젤) 퇴출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가 확대되고 있다.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금지하고, 독일·인도는 2030년, 영국·EU·중국·일본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우리나라 서울도 2035년부터 신규 등록 및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다.세계 주요국 자동차 업계도 제각각 내연기관차 판매규제에 맞춰 판매중단과 전기차 전환 시기를 정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차박 광풍과 캠핑 수요가 늘면서 기존 차량에 캠퍼(취사·취침 시설을 비롯해 캠핑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분리형 부착물)를 설치하는 ‘자동차 튜닝산업’이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드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ICT 등 4차 산업시대 다양한 기술을 합쳐 응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혁신 산업이다.드론 서비스, 첨단 항행시스템, 영상 관제, 부품과 제작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전기 자동차에 캠퍼를 설치해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면서, 드론이 배달하는 택배를 받는 시대의 도래가 머지않았다.김천시는 4차산업 혁명시대를 이끌어갈 ‘첨단교통 특화도시’, ‘스마트물류 거점도시’조성을 기반으로 전기차, 튜닝카, 드론산업-3대 산업을 신성장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물류교통의 허브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2018년 10월 국토교통부는 김천혁신도시를 ‘첨단미래교통안전 클러스터’로 지정했다.이에 따라 김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단지 전체가 ‘국가혁신 융복합단지’로 지정돼 2028년까지 국·도비 약 550억원을 투입해서 전기차 5대 부품 개발 및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2020년 8월 개소한 ‘첨단자동차 검사연구센터’는 8천969㎡ 부지에, 23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으며, 첨단자동차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을 통해 연간 1만명 이상의 교육생이 연구센터를 방문하게 되며, 첨단 안전장치 검사기술연구, 수소버스 검사기술 연구 등의 RD 과제를 수행한다.김천1일반산업단지에 추진되고 있는 40만6천637㎡ 규모에 548억원이 투입되는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는 튜닝 관련 기업이 집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405억원을 투입해 올 하반기 착공 계획인 5만3천㎡ 규모의 ‘튜닝카 성능안전시험센터’는 튜닝 관련 인증과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지역거점 드론실기시험장’은 개령면(덕촌리) 일원에 5만8천㎡ 규모로 297억원이 투입돼 조성될 예정으로, 비가시권 전국최초 드론조종 자격제도 운영을 위한 연구개발, 실기시험 및 관련 교육을 맡게 되며, ‘드론특별자유화구역’선정으로 드론산업의 선도도시로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와 더불어 김천1일반산업단지 내에 총 1만1천㎡ 부지에 총사업비 177억 원을 투입해, 1단계-스마트물류 테스트베드(2023년), 2단계-물류정보센터(2028년), 3단계-지능형 물류센터 구축으로 ‘남부권 스마트물류 거점도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그리고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2025년까지 290억원의 사업비로 ‘도심생활물류 통합플랫폼’,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며 (주)쿠팡, (주)이삼사, (주)메쉬코리아 등 11개의 첨단물류 혁신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김천시는 지난해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와 ‘스마트물류 거점도시’ 육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스마트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지난 5월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김천시는 이러한 제반여건을 활용해서 교통중심도시를 넘어 미래 물류교통의 허브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1-09-12

도동서원의 녹턴

쇼팽의 ‘녹턴’을 들었다. 빗소리클래식이라고 제목을 붙여 비 오는 오후에 친구가 배달한 음악이다. 피아노 소리에 빗소리를 더한 앙상블이 듣기 좋아, 해질무렵부터 틀어놓았더니 두 시간이 후룩 지났다.빗소리 듣기에 좋은 곳을 다녀왔다. 대구의 도동서원이다. 조선의 성리학자 김굉필을 기리는 곳으로 건축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특히 중정당의 기단이 압권이다. 돌의 크기와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이라 마치 몬드리안이 무채색으로 무늬 꾸미기를 기단에 그려 놓은 듯하다. 멋진 그림에 취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우산을 가져간 터라 얼른 폈다.해설사는 비가 흠뻑 내린 날에 기단이 최고로 아름답다며 오늘 잘 왔다고 신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런 무늬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몰려든 학생들이다. 각자의 고향에서부터 돌을 짊어지고 와 스승을 추모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단을 올렸다. 다른 서원이 똑같은 크기로 반듯하게 쌓은 것과 달리 크기가 다른 돌을 깎아 맞추며 빈틈없이 쌓다 보니 최대 12각인 돌도 있다고 해서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았다. 돌을 줄눈을 맞추지 아니하고 불규칙하게 쌓는 허튼층쌓기를 해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 돌에 빗물이 스며들며 색이 더 짙어졌다. 빗소리클래식을 듣기 좋은 날이다.기단에는 용머리 네 개가 있는데 이는 과거에 급제해 등용하라는 의미와 물을 상징해 목조 건물을 화재로부터 지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단 위 강당의 기둥은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둥그렇다. 나무는 금강송으로 배에 싣고 낙동강을 통해 들여왔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 위쪽엔 흰색 띠를 둘렀다. 이것을 상지라고 하는데, 멀리서도 이곳이 성인을 모신 서원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상지를 두른 곳은 전국에서 도동서원이 유일하다. 김굉필이 유학자 중에 젤 위, 조선 5현의 젤 앞자리 ‘수현’이란 뜻이다.수현을 모시는 서원이라서인지 도동서원은 담장도 특별하다. 환주문을 끼고 나지막하게 쌓은 흙담에도 빗발이 서렸다. 여느 담장에는 암기와만 넣어서 쌓는 거랑 다르게 수기와 끝의 수막새를 섞어 음과 양의 기운을 맞추었다. 덕분에 독특한 디자인이 완성됐다. 긴 시간 빗물을 머금었다 말리며 더 단단해져 수백 년의 세월을 몸에 새겨넣었다. 좋은 황토로 쌓아서 비가 오니 붉은색이 더 진해졌다. 전국 담장 중 이곳을 최초로 1963년 보물(제350호)로 지정한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담장 말고도 건물 벽마다 무늬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수월루가 수리 중이라 문간채로 들어가도록 길을 내었는데 흙벽에 숭숭숭 박아넣은 돌의 모양이 정겹다. 전사청과 기숙사 건물인 거인재, 거의재의 벽은 민무늬이다. 다음으로 볼거리는 마당에 서서 보면 중정당 오른쪽이 교장 선생님이 쓰신 방인데 다른 방보다 한 걸음 뒤로 달아내 책을 많이 보관했다고 한다. 뒷벽의 무늬는 마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책장 같다. 학자의 기운을 받으려고 서재 앞에서 찰칵, 기념사진을 남겼다.2019년 7월 유네스코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1543년), 경남 함양 남계서원(1552년), 경북 경주 옥산서원(1572년), 경북 안동 도산서원(1574년), 전남 장성 필암서원(1590년), 대구 도동서원(1605년), 경북 안동 병산서원(1613년), 전북 정읍 무성서원(1615년), 충남 논산 돈암서원(1634년) 이렇게 9곳이다. 이토록 어여쁜 대구 도동서원이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홉 곳 중에 오늘 도동서원을 보았으니 이제 네 곳이 남았다. 남계, 필암, 무성, 돈암서원도 곧 정복해 보고자 한다.건물 구석구석을 돌아 나오니 주차장 마당에 400살의 품이 너른 은행나무 사이로 저녁이 내린다.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살린 서정적인 피아노곡인 쇼팽의 녹턴을 떠올리게 한다.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 나무가 가지를 흔들며 노란 단풍이 들 때 또 오라는 선율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김순희(수필가)

2021-09-12

부모님 집에 안전을 선물하세요

황태연 영주소방서장 때 늦은 가을장마가 지나고 나니 후덥지근 했던 날씨가 꺾이고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다가온 추석이 마냥 기쁘진 않다.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첫 발생자 이후 현재 4차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는 최근까지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예년 같으면 가족 친지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코로나19로 야외가 아닌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어느 때보다 주거공간에서의 안전이 중요해지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주거공간은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소방청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화재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1만9천300건의 화재로 161명이 사망하고, 1천61명이 부상을 입었다. 장소는 25.9%가 주거시설로 나타났다.화재의 원인은 부주의가 50%로 가장 많았으며, 전기적 요인이 23.4%, 기계적 요인이 10.9%순으로 나타났다.우리가 편하게 쉬어야할 공간에서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은 가정의 안전과 화재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 일환으로 소방은 2012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했다.화재 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이 초기진압 및 인명 대피인데 이 역할을 화재초기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담당한다.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2019년 56%에서 2020년 62%로 상승하고, 그 결과로 화재 사망자는 10% 감소했다.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주택화재 사망자 저감에 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 준다.정부 정책에 병행해 영주소방서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 지속적인 홍보와 소방안전교육을 실시중이다.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댁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다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 “안전”을 선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021-09-09

낙하산 인사

11년 전 일이다. 현직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에 특채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자 시중에는 똥돼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똥돼지란 말의 이미지는 복돼지와는 다르게 놀고먹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말이다. 특채직원처럼 외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들어온 사람이 일은 제대로 않고 직장의 밥만 축내는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특채의 의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채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 내 폐쇄적 인사 관행도 경계한다.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스카우트해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수도 있다. 운용하기에 따라 회사도 얻는 이득이 많다.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20조 규모 펀드사 요직에 내정된 것이 알려져 특채 시비로 시끄럽다. 청와대는 아니라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 정부 인사를 ‘캠코드’ 인사라 부르는 이유다. 대선 캠프 출신이나 코드 인사, 더불어 민주당 출신이 낙하산 방식으로 공공기관 요직을 차지한 데서 나온 신조어다.특히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세운 현 정부의 낙하산 특채는 숫자적으로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많아 내로남불의 대표적 케이스로 손꼽힌다.국민의 힘 서일준 의원이 공공기관의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을 통해 취합한 자료에 의하면 정부산하 공공기관 임원 728명의 13.6%인 99명이 문 대통령 대선 캠프 내지 민주당 출신 친여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문 정부의 낙하산 인사 빙산의 일각 아닐까 싶다.코로나 위기와 함께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 마음에 상처를 줄까 두렵다. 반칙과 특혜의 고리를 끊겠다는 대통령의 초심은 어디에 간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09-09

필사즉생의 선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얼마 전 영남지역 일간지 서울취재본부장 몇명이 만난 자리에서 여야 대선 경선과 대선 향방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대체적인 결론은 여당 대선 경선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간 승부가 이 지사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분위기이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간 승부가 남았는 데, 홍 의원의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인지 눈여겨볼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다만 의견이 갈린 대목은 야당 후보로 윤 전 총장이 됐을 경우 대선 본선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일부는 윤 전 총장은 개인적인 약점이 많은데다 평생 검사로서 살아온 이력이 전부여서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경륜을 펼쳐보일 게 별로 없어 이재명 후보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에 코로나 팬데믹에 제대로 대처못해 중·소상공인들을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고,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없는 서민들을 더 서럽게 만든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정권교체론에 공감하고 있어 검찰개혁의 파고에 맞서 홀로 버텨온 윤 전 총장의 뚝심과 결기, 카리스마라면 여당후보와 당당히 겨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아직 오지않은 미래의 정답을 누가 알 것인가. 그날의 토론은 그저 정치부 기자들의 ‘막말 대잔치’로 자리가 파하고 말았지만 입맛은 썼다.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이나 코로나 백신정책에서 실패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차치하고, 일자리정책이나 소주성 경제성장정책 등 정책실패가 적지않은 데도 야당인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휘어잡지 못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저 자리싸움에 연연하고, 내것 챙기기에 바쁜 보수야당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들이 실망한 탓일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세불리를 절감한 이 전 대표가 최후의 충격요법으로 내세운 카드로,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은 필사즉생의 결의로 읽히니 반전의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선언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지사직 사퇴선언과 맞물린다. 원 전 지사의 결연한 행보가 제대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선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국민의힘 대선후보 중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처음으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고도 한다.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선거는 한마디로 하늘과 땅에 운명을 맡기고 겨루는 건곤일척의 승부일 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홍 의원도 정권교체에 온몸 던져 헌신하겠다는 결의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게 옳다.노자는 도덕경에서 “무릇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의 결단을 지켜보자.

2021-09-09

9월의 기도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수녀(修女)의 신분이기도 한 이해인 시인의 ‘9월의 기도’란 시다. 시인의 감성에 신앙인의 영성이 깃들어 가을 하늘처럼 높고 청명하다. 이 시에서처럼 꿈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여름의 열기가 차츰 가라앉는 9월이면 우리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종교인이 아니라도 저 하늘에다 무언가 빌고 싶어진다. 하늘이 높푸르고 햇볕이 정갈해지고 바람이 상쾌해져서 온 누리가 정복한 은총으로 가득할 때, 문득 인간사를 돌아보게 되고 몇 마디 간절한 기도의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바람이 서늘해진 가을이 오고 있지만 대선정국은 오히려 열기를 더하고 있다. 열기가 증가할수록 혼탁해지는 것이 정치권의 열역학법칙이라고나 할까, 갈수록 온갖 권모술수와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양상이다. 민심도 그에 따라 갈팡질팡 이리저리 휩쓸리고 부화뇌동하여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룬다. 부디 이 뜨거운 혼란과 혼탁의 도가니에서 정의롭고 후덕한 인품의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 서로가 적개심을 버리고 화합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내년 대선에서는 부디 편을 갈라서 내편이 아니면 다 적이고 악이라는 적패몰이로 반목과 증오를 조장하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라면서 자기편 사람들만 먼저인 정권, 인권을 내세우면서 정작 폭정과 기아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세습독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 전전긍긍하는 정권, 탈북한 청년들을 포승으로 묶어 강제로 돌려보내는가 하면 안타깝고 간절한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북전단까지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정권, 언론과 검찰과 법원까지 같은 패거리들로 장악해서 저들의 실정과 비리를 덮으려는 수작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정권, 민심을 현혹하기 위한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는 정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높은 수준의 품격이나 지성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수신제가는 갖춘 인물이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패륜과 비행이 일반화되는 천박하고 패역한 사회로 타락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고 성향이 비뚤어지면 그것에 동조하고 아부하는 세력들이 모여들어 득세를 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혼탁해진 윗물이 아랫물까지 오염시킨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언젠가 방한을 한, 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여배우가 어린 나이에도 참 당찬 말을 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불평할 권리가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불평하는 세상을 바꾸려고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2021-09-09

나이가 어때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미국 직장에서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입사 원서에도 나이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나이가 승진 등에 기준이 되지 않는다.미국대학은 한국대학처럼 65세에 정년 퇴임하지 않는다. 각 교수가 판단하여 자기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스스로 은퇴한다.지난주 한국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너무 오래 살았다. 100세 정도에는 판단이 흐려진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다. 약 80세 정도가 그런 적정 수명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변호사가 있었다. 김 교수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존엄사의 적정 연령이 80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곡기를 끊어 스스로 떠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고 한다.필자는 그의 SNS에 “그 나이에 가보지 않고 그 나이 사람을 평가할 때(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으나) 나이를 언급하여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비판은 아닙니다. 20년쯤 후에 본인이 언급한 나이가 되었을 떄 하신 발언을 되돌아볼 때 아마도 깊이 사과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그의 답은 “내가 무슨 말을 왜 했는지 알고나 아무 소리나 하시오”였다. 그래도 욕설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누구든 비판할 수 있고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개인의 사고가 자유로운 민주국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판을 하면서 상대의 나이를 거론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도 사고가 잘못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도 판단력이 정확할 수 있다. 매주 평균 한 개의 강연을 100세 나이에 전국을 누비면서 소화하고 있는 김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력이 뚜렷하고 사고가 정확했다. 소위 좌측 사람들의 대물림인지 사회의 어른을 공격하는 태도는 오래전에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곰곰 생각해보니 그들이 떠받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해봤던 경험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참 별 꼴 다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05년 모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화를 터뜨리며 터뜨린 발언이다.80대 중반의 고령의 김수환 추기경이 “요즘 나라가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으로 갈라져 있어 너무 걱정스럽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친북 인사들을 싸고도는 데 대해 “우리가 간판만 대한민국이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 다른 생각을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한 발언에 대한 반응이었다.패륜이란 말이 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런 현상. 국어사전은 패륜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패륜적 발언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누구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이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그 나이를 거론하면서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도대체 “나이가 어때서?” 젊은 당신의 사고가 훨씬 위태롭다.

2021-09-09

십리동행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로마가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을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강제 동원되어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일을 하였다. 특히 군인들이 전장으로 이동할 때에 자신의 배낭을 짊어지게 하여 운반하게 했는데 법령으로는 1마일 즉 오리까지만 허용했다. 간간히 이 법을 어긴 병사들이 있었는데 감봉과 명예전역, 매질로 다스렸다는 요세푸스의 기록이 있다. 강제하는 법은 오리까지만 허용하였다. 피 지배계급이 되어 버린 이스라엘 사람들이 억울하게 강제노역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만일 점령군의 한 사람이 그의 배낭을 지고 오리를 가자고 강요하거든 십리를 가 주어라”(성경영역본)고 했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선을 베푸는 행위이지만 한 편으로는 지배자의 정복전쟁을 도우는 악행이기도 하다. 라인홀드 니버는 “불의한 사회 속에서 행한 선한 행위는 불의한 일을 도운 것이 되기에 무효”라고 했다. 에밀 부루너도 “잘못 탄 기차 안에서의 선행은 무효다”라고 했다. 그런데 왜 예수는 십리동행을 하라고 했을까? 예수는 로마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힘으로 강제하여 평화를 이루는 이른바 ‘팍스로마나-로마의 평화’를 추구하였다. 로마는 평화를 이루는 길은 전쟁으로 세상을 정복하여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서 ‘벨룸로마눔-로마의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의 대동아전쟁의 목적을 동북아평화라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예수는 평화는 끝없이 베푸는 선행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로마와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한때 이스라엘도 로마와 같은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평화를 되찾기 위하여 마카비는 창칼을 들고 반란을 일으켜 잠시 독립을 쟁취하고 평화를 얻는다. 그러나 폭력의 힘으로 얻는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기원후 70년 이스라엘은 더 큰 로마의 폭력에 의해 완전 멸망한다. 예수는 이 일을 예견하여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할 것이라고 했다.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한 로마는 세월이 흘러 313년 기독교를 공인하고 이후에 로마의 국교로 선포하게 된다. 나폴레옹의 죽기 전 했던 말로 알려진 “나는 무력으로 세상을 정복하려 했지만 실패하였는데 저 청년 예수는 사랑으로 세계를 정복하였다”는 말과 같이 로마 황제가 사랑의 힘에 굴복한 것이다. 십리동행을 말한 예수의 가르침은 물리적 힘이 강제하려는 세상을 향해 다른 길을 제시한 것이다. 악을 악으로 대항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것이었다. 강제하는 힘과 힘의 대결로 결코 세상의 평화가 오지 않음을 우리는 다 경험하였고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제3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21-09-08

왈츠는 사랑을 싣고

정미영 수필가 사랑은 하나의 점이다. 임계점. 한 물질이 다른 성질의 물질로 변하는 계기를 임계점이라 하는데, 나에게 사랑은 임계점과 같다. 무뚝뚝한 내가 어설픈 애교를 부리며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난다.나는 첫 번째 점을 하나 둘 셋 쿵짝짝, 왈츠를 추며 찍었다. 초등학교 5학년 체육 시간에 세계 민속춤 중의 하나인 왈츠를 배웠다. 선생님은 스텝을 가르쳐 주시며 남학생의 왼손바닥에 여학생의 오른손을 얹고, 여학생의 왼손은 남학생의 오른팔 위에 얹으라고 하셨다.우리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싫다고 소리를 질렀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데 어떻게 손을 잡느냐고 너스레를 떠는 아이도 있었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하자고 타협하는 친구도 있었다. 시끄러운 소동에 선생님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셨다. 체육 실기를 왈츠로 한다며 잘 따라하라는 엄명을 내리신 것이었다.먼저 인사법부터 시작했다. 발의 움직임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멋진 왈츠를 출 수 있겠지만, 그 보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격식이 갖춰진 우아한 춤이 완성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익히기에 바빴다.선생님이 카세트 버튼을 누르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움직였다. 멋쩍은 듯 웃으며 딴청을 피우던 아이들이 서서히 리듬을 탔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혔다고 생각하셨던가 보았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노래의 어린이 왈츠 율동을 가르쳐 주시며 모둠별로 시험을 본다고 하셨다. 마주보는 짝지와 손뼉을 치기도 하고,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짝을 바꾸는 동작을 가르치셨다.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습하던 중이었다. ‘친구를 기다려 한 사람만 나오세요. 나와 함께 춤추세’를 부르며 짝을 바꿨다. 그런데 내 앞의 남학생이 빙글 돌면서 다시 제자리로 왔다. 자기는 짝을 바꾸기 싫다면서. 나는 반 아이들이 보는 앞이라 얼굴을 붉히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친구의 엉뚱함이 싫지 않았다.우리 둘은 소꿉놀이 친구였다. 스스럼없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놀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애를 멀리했다. 어느 날 알게 된 친구 아빠의 대학 교수라는 직업이 부담스러웠다. 두 집안의 생활 형편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졌다. 열등감은 때로는 진실이 아닌 것도 사실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 친구네를 들락거리며 마주쳤던 그 애 어머니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구나, 스스로 단정 짓고는 마음 아파했다.그런 나 자신이 싫어 마음속에 울타리를 쳤다.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려던 친구의 마음이 넘어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사실은 그 애를 바라보는 것마저 설렜던 나 자신을 단속하기 위한 처방이었다.친구의 진심이 나비처럼 춤추듯 날아든 것은 순전히 왈츠 때문이었다. 설레며 두근거리는 내 마음의 박자와 왈츠의 리듬은 기분 좋게 일치했다. 그렇게 첫사랑은 왈츠를 추며 내 마음에 점을 찍었다. 임계점. 열등감이 옅어지며 더 이상 친구 앞에 섰을 때 주눅 들지 않았다. 예전처럼 친구의 집 서재 가득 꽂혀 있던 책을 빌려 읽기도 하고, 마당 한 켠에 붉게 익은 석류를 따다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우리 둘이 만들어 갈 이야기는 석류 알맹이처럼 빼곡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학년이 끝나갈 무렵, 친구네가 멀리 이사를 가면서 끝이 났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쉬운 기억만을 남긴 채로. 그렇게 시나브로 내 기억 속에서 그 아이는 잊혀졌다.아니, 잊힌 줄 알았다. 살면서 문득 나도 모르게 ‘밀과 보리가 자라네~’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고개가 저절로 까닥거려지고 발장단은 신명이 난다. 그러면서 유난히 머루처럼 까맣던 친구의 눈동자를 아스라이 떠올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첫사랑을 만날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일까? 어렸을 때 내 눈빛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리움이라는 또 다른 점 하나를 찍는다.

2021-09-08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문명의 붕괴’ 표지. 아나바다 운동을 벌인 시절이 있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받아 쓰고 다시 쓰자는 준말인데, 20세기 말,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IMF 구제금융 사태를 이겨내려고 사람들이 펼친 운동이다. 사람들은 쓰지 않는 물건을 서로 바꾸고, 교복이나 교과서를 물려 주고 장난감과 동화책은 서로 나누었다.구두쇠 - 돈이나 재물을 쓰는 데 몹시 인색한 사람.노랑이 - 속이 좁고 인색한 사람을 비유로 일컫는 말.자린고비 - 아니꼬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앝잡아 이르는 말.수전노(守錢奴) - 돈을 모을 줄만 알고 쓰려고는 하지 않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색한(吝嗇漢) - 아까워서 나눔에 인색한 사람.구두쇠는 ‘굳다’와 ‘쇠’가 결합한 말이다. ‘굳다’는 무엇을 헤프게 쓰지 않아 남는다는 뜻이며 ‘쇠’는 돌쇠나 마당쇠처럼 사람 이름에 붙는 접미어다.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는 격언처럼 함부로 돈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는 사람이다. 벽쇠, 벽보 또는 구두배기라고도 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구두 뒤축이 닳을까 봐 쇠를 박아 신었다는 데서 유래하지 않았다.자린(73BC吝) - 고약하고 인색한 마음, ‘절인’이라는 말을 음만 따서 한자로 적은 말이다.고비(考59A3) - 지방을 쓸 때 현고학생(顯考學生)과 현비유인(顯59A3孺人)을 쓰는데, 한 자씩 따서 돌아가신 부모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자린고비의 어원에는 일화가 있다. 옛날 충주 땅에 부자가 살았는데 그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지방(紙榜)을 새로 쓰지 않았다. 한 번 쓴 것을 기름에 절인 뒤 해마다 그것을 다시 썼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지방은 불에 태워 없애는 것이 관례인데, 종이 조각을 아끼려고 기름에 절여 두고두고 쓰니 얼마나 짠돌이겠는가, 그 사람을 일컬어 ‘절인고비’라고 불렀는데, ‘절인’이 변하여 ‘자린’이 되고 사람들은 그를 ‘자린고비’라고 불렀다는 설이 전한다.짠돌이, 짠순이, 짠지, 굳짜, 깍쟁이, 꽁생원, 좀팽이, 수전노(守錢奴), 인색한(吝嗇漢), 알뜰하다, 살뜰하다, 알토란 같다 같은, 아낌에 관한 낱말이 우리네 삶에 녹아 있는다.연산군은 채홍사(採紅使)라는 관리를 두고 조선 팔도의 미녀들을 뽑아 기녀로 삼았다. 이들을 운평(運平)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수가 1천 명이 넘었다. 이들 가운데 인물이 빼어나고, 가무(歌舞)에 능한 운평을 뽑아 궁궐에 살게 했다. 이들이 흥청(興淸)으로, 흥청에게 녹봉과 몸종을 주었고, 그 가족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임금의 총애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천과(天科)흥청, 반천과(半天科)흥청, 지과(地科)흥청으로 서열을 매겼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장녹수이다.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되고 말았는데, 연산군이 쫓겨나며 생긴 말이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고 전한다.지구에 닥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곳곳에 지진, 해일, 폭우, 태풍 등 예전과 그 양상이 다르다. 인류는 그동안 지하에 묻힌 석탄, 가스, 석유 등을 뽑아 물 쓰듯 썼다. 화석연료에 불을 붙여 숱하게 태웠으니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인류의 기술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지구가 뜨거워지면 인류는 멸망한다. 물질문명이 주는 편리에 취해 흥청망청하는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제레드 다이어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문명의 붕괴와 그 원인을 탐색한 책이다. 문명의 붕괴를 초래하는 요인은 환경파괴,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이웃과의 교역, 이런 문제를 대하는 자세이다. 이 다섯 가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명의 붕괴를 가속한다. 저자는 환경 파괴 문제를 가장 위협적으로 보았고, 그중에서 산림 파괴를 가장 중대한 원인으로 꼽았다.지구의 나이는 45.5억년이다. 뜨거운 혼돈의 시간을 지나 대지와 대기가 안정을 찾고 이후 생명이 탄생해 번성과 멸종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구 곳곳에 멸종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로 추리해 보면 그동안 현재의 인류와 비슷한 문명이 번성하다가 붕괴했다고 상상할 수 있다. 문명을 이룬 생명체가 멸종하면 빌딩이나 다리 같은 문명의 흔적은 대략 백만 년이면 완전히 지워진다고 한다.한 번 무너진 지구의 균형이 다시 안정되려면 몇백 또는 몇천 만년이 지나야 한다. 지각이 몇 번 뒤집히고 지구가 리셋(reset)되면 다시 생명체가 태어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인류문명 같은 문명이 몇 회나 흥청(興淸)했다가 망청(亡淸)했을까./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9-08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셜앱인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있다.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된 상태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 1월 발의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중복 규제·규제관할권 다툼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카카오는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포털에 국내 언론 뉴스를 무료 전재하면서 키운 영향력으로 광고 등을 독식하며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상생경제를 도외시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고장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8

위드코로나를 기다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코로나19가 질기다. 인류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지 500일이 다가오는데 도무지 물러설 기색이 없다. ‘뉴노멀’이라지만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고 관계도 조금씩 틀어져간다. 만나고 어울리며 부대끼고 정겹게 돌아가야 할 인간사가 ‘사회적거리두기’로 차단되고 단절되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 길이 있을까 싶다.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는다지만 일터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은 그리 고운 게 아니다. ‘원격진료’가 세심한 의료진의 손길을 대신할 수 있을까. 비대면강의가 넘실거리지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물론, 교우들 간의 정서마저 끊어진다.가을학기 개강을 했지만 교정의 모습도 벌써 을씨년스럽다. 북적이는 강의실과 낭만넘치는 캠퍼스풍경은 오간데가 없다. 학생들이 근처에 있는 듯 하지만 강의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비대면접촉으로 마감할 것인지. 학생들이 학교와 강의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어긋난 나머지 바람직한 모습을 영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공교육의 현장에도 같은 우려가 없지않아 온라인수업의 확대는 물론, 학교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왜 다니는 것이었을까?학교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공부’에만 있을까. 코로나19 와중에 학력저하가 걱정되고 학력격차가 벌어질까 마음이 쓰이지만, 학교의 존재이유가 ‘학력’에만 있었을까. 학교에서 진짜로 배우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만나고 헤어지며 어울리고 나누는 가운데 깊어가는 인간애를 배우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미움과 갈등도 어떻게든 헤쳐가며 애증이 쌓이는 학우들과의 관계형성. 그것 뿐인가. 학생과 선생, 교수와 제자 사이에 무르익는 정서와 관계는 교풍을 만들고 전통을 세워가는 다리가 아니었을까.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신접종과 방역효과와 함께 이제는 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차단과 단절에만 기대는 방역은 인성을 무너뜨릴 위험에 봉착하였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함께 생산성 높은 대면업무도 다시 불러와야 한다.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시들어가는 캠퍼스 분위기도 기운을 다시 차려야 한다. 학업보다 훨씬 중요한 관계형성을 배우도록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썰렁한 여러 마당을 사람들로 새롭게 채워야 한다. 문화가 융성하고 사회가 역동성을 찾도록 방역의 기조를 살폈으면 싶다.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사람이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도록 또다른 판을 짜내야 한다.학교와 일터 그리고 장터는 사람으로 북적여야 제맛이 아닌가. 만나지 못한 사이 혹 상처받은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하고, 포스트코로나의 뉴노멀이 만남을 버거이 여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충격과 두려움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위드코로나로 다가서면서, 뉴노멀이 인간의 본성을 망각하지 않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2021-09-08

청소년 창업 교육이 답이다!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은 모든 것을 비울 준비를 시작했다. 비움으로써 영원한 성장을 이루는 자연! 자연에 없는 단어 중 으뜸은 미련이다. 미련 없이 이륙하는 단풍의 모습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나라에도 비움 현상이 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청년 일자리!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청년 취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을 검색하면 지금 이 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청년 실업률 10.7% 치솟아, 21년 만에 최대치!”행복해야 할 취업이 트라우마가 된 지금,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을까? 그들에게 희망을 줄 모범 답을 어느 기업가가 제시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런데 이 말에 맞장구를 칠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이 나라 교육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대거리를 안 하면 다행이다.청소년 희망 직업 조사 결과만 봐도 교육이 청소년의 꿈을 얼마나 고정관념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청년 실업률은 당장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닌 누적된 문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 취업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많은 청년이 실업의 굴레 속에서 좌절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해결 방법은 뭘까?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의 교육을 비우는 일이다. 이 일에 미련을 두면 안 된다. 미련을 두는 순간 변화의 취지는 변질하고 만다. 입시라는 거대 공룡이 우리 교육을 장악한 지 오래다. 지금부터 그 공룡의 부피를 줄이면서, 그 자리에 진로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을 넣어야 한다. 의자 뺏기 놀이처럼 기존에 있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간에 새로운 의자를 만드는 힘을 청소년들에게 길러줘야 한다.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에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에 있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청소년 때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청소년의 진로 세계관은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 교육을 의무 교과로 편성하여 운영 중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CEO들이 바로 어려서부터 창업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이 될 청소년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한다면, 그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을 절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비즈쿨 프로그램 등 청소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을 정규 교과로 들여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이 마음껏 창업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창업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이 청년 실업을 극복할 답이다.

2021-09-08

우리 산의 생태가 살아나고 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산림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를 산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대구 앞산은 필자의 아파트 코앞에 있다. 50년대 중반 어린 시절 필자의 고향 산은 모두 황폐한 민둥산이 많았다. 우리는 어른들을 대신해 민둥산에 나무 심기 부역을 다녔다. 나무라고는 없는 황토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어딜 가나 산림이 울창하다. 십여 년 전 북한 개성공단 야산에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필자가 본 북한의 산은 대부분 내 어릴 때 보았던 민둥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땔감으로 벌목한 결과이다. 비만 오면 북한의 비 피해가 큰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고향 산의 산림이 너무 우거져 산소 잃은 사람도 상당수다. 대구 앞산에서도 이제 산 짐승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초 어느 따뜻한 봄날 앞산 순환도로에서 멀지 않는 산비탈길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아카시아 고목 위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정겹게 앉아 있었다. 황갈색 줄무늬의 새끼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미를 기다리는지 새끼 고양이는 가까이 가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집 뒷마당에서 밤늦게 울던 도둑 고양이들이 떠올랐다.앞산에는 용두, 고산, 강단, 안지랑, 큰골 등 계곡이 많다. 골골마다 길의 경사가 다르고 풍광 역시 다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단골은 도로만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고라니를 수차례 만났다. 노루나 고라니는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왜 도망치는지를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궁둥이의 흰털이 아름다운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그날 저녁 산을 내려오는데 고라니의 외마디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를 찾는 것인지 배고픔인지 알 길이 없었다.지난달에는 큰 골로 산행을 갔다 멧돼지 무리를 만났다. 덩치가 큰 어미는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필자를 먼저 보았는지 가파른 길로 새끼를 데리고 도망쳤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키웠던 까만 토종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 입구에는 멧돼지를 만나면 조용히 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전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출몰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오늘 본 멧돼지도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내려오다 도망친 것일까.고향집 돼지우리에 키우다 늑대에게 잃어버린 귀여운 돼지가 생각났다.대한민국 산은 이처럼 산림의 생태가 복원 되었다. 우리 산이 살아 있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나라는 넓고 황량한 러시아나 미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어딜 가나 차로 10여분이면 아름다운 강산을 접할 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의 산하는 잘만 가꾸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국토의 삼면이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고 동해와 서해길이 연결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관광국이 될 수도 있다. 산림당국이 일찍부터 우리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로 조림까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21-09-08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요즘 포털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는 것이 없다. 각종 뉴스와 오락을 비롯해 인간이 구하는 온갖 내용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얼마 전부터 ‘책’의 골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어차피 책과 시작한 인생살이, 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에 관심이 가는 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삽화까지 곁들인 소개란이 제법이다.글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사서 읽어야겠군, 하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광고와 비슷하면서도 광고를 넘는 출판사들의 내공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런 글 가운데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네이비실 군사훈련 과정 가운데 침대를 정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이 훈련생들의 첫 번째 과제라고 한다.침대를 정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잠들었던 공간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은 사소하지 않다. 자신이 만들어낸 지난 밤의 흔적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그것을 배제한 채 다른 일과에 착수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우리 일상은 생산공정의 일관작업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인생에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삶은 소소한 일상의 반복에 토대를 두고 조용히 진행된다. 잠자고 밥 먹고 씻고 일하고 사람 만나고 쉬고, 이런 일상의 무수한 순환에 기초하여 인간의 평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일상의 흐름에서 어느 한 가지가 빠지거나 소홀해진다면 그다음 일과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늦잠에서 깨어난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면 자명해진다. 흐트러진 잠자리를 내팽개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서둘러 옷을 걸치고, 일터로 황망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에게 평온하고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하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다. 침대를 잘 정리한다는 것은 그 하루의 일상을 차분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일을 뜻한다.침대 정리라는 사소한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자신의 신변조차 허투루 넘어가는 인간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그깟 일로 사람을 평가하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대범하고 담대하며 그릇이 큰 인간은 그런 시덥잖은 일은 두루뭉수리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일찍이 노자는 “아름드리나무도 작은 싹에서 생겨나고, 구층 누각도 삼태기 하나의 흙에서 비롯되며, 천릿길도 발아래서 시작한다”는 말을 남겼다. 크고 중요한 모든 것의 출발은 하나같이 작고 미소한 것이다. 사소한 일상 혹은 습관 하나 통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위대한 사상가나 정치가 혹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그래서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거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대면하는 아주 작은 일상에서 자기에게 보여주는 성실한 자세는 다가올 먼 미래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일컬어 ‘수적천석(水滴穿石)’ 아니겠는가?!

2021-09-07

이런 공존

강길수 수필가 장마철보다 지루한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출근길이다. 처서 아침이다. 학교 뒤 담장 곁을 지나가는데, 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지막한 작은 나팔꽃 한 송이다.자세히 바라다본다. 나팔꽃 덩굴은 삼사십 센티미터 정도 자란 망초 대를 감고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남보랏빛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나팔꽃 줄기와 망초의 대는 담장 콘크리트 벽과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싹터 올라 자라났다. 둘 다 어려 보인다. 용케도 미화원의 풀 뽑는 손길도 피했다. 그러잖아도 근자에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데, 이 척박한 환경의 틈에 망초와 어우러져 살면서 꽃을 피우다니 반갑고, 기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네댓 해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우리 아파트 낮은 담벼락에 나팔꽃이 많이도 피어났었다. 짙은 핑크빛과 남보랏빛 나팔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침마다 축제를 벌였다. 떠오르는 해님 따라 새로 밝은 아침을 노래하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우리 기쁘게 살아내어요!’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했었다. 그런 날엔, 나팔꽃 생기를 듬뿍 받아 하루가 더 즐거웠었다.기쁜 마음 안고 사무실로 향했다. 여남은 걸음을 가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퇴근길에 찍자’하는 생각이 나자 ‘아침나절이 가면 나팔꽃은 지잖아!’하고 속말이 나왔다. 되돌아가 핸드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별반 변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드는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또, 주어진 메마른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살아내는 망초와 나팔꽃이 사람보다 나아 보였다. 서로 자기만 살려고 한다면, 둘 다 저리 성하게 자라 꽃피우지 못했을 테니까.저녁에 집에서 핸드폰 사진을 열어보았다. 구석구석 새로 살피고 싶어서였다. 망초도 안개꽃보다 작은 흰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나팔꽃 줄기는 망초의 온몸을 휘돌아 감고 올랐다. 처음 볼 때는 나팔꽃과 그 잎 두어 개, 망초 잎과 약간 휘어질 듯 서 있는 망초 대와 그 머리의 흰 꽃들이 전부였다. 열악한 틈에서 움터 자라나고, 꽃피워 열매 맺으려 서로 보듬고 살아내는 나팔꽃과 망초. 그 삶 안에 우리 생태계와 우주가 하나 되어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무한소와 무한대가 하나로 이어 있듯이….이방원의 하여가와 성삼문의 단심가가 떠오른다. 그런 건 인간 욕망덩어리일 뿐, 저 나팔꽃과 망초가 어우러져 사는 삶에는 비교될 수 없다. 모든 존재의 만남은 우연이면서 또, 필연이다. 나팔꽃 씨앗과 망초 씨가 공교롭게 저 담장 밑 틈바구니에 나란히 떨어진 것은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함께 싹트고 자라나는 일은 필연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만일 저 망초가 인간이라면, 자기 몸을 저렇게 칭칭 감아 오르는 나팔꽃 덩굴을 가만히 놔둘까. 적폐로 몰아세우지 않을까.인간은 자연을 배우며 살아야 할 존재다. 지구란 행성의 생태계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내야 할 공동체 일원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나팔꽃과 망초의 공존처럼….우리나라도, 국민도 이렇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2021-09-07

니캅 속 여성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20년 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남성없이 외출도 못하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탈레반 정권은 이와 관련 과거처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들이 속속 발표하는 여성관련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한 여성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져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내 사립대학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니캅(niqab)착용을 강제했다는 외신도 들어오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여대생은 니캅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남녀 간 수업은 분리가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커튼을 쳐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한다.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 카불시내에 4명의 여성이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직은 탈레반이 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없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보장 시위가 더 확산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위 진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마치 가시밭길 같이 험난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7

여태 능소화는 피었는데

김락기시조시인 · 칼럼리스트 능소화는 야릇하다. 재택생활에서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머나 가까우나 강렬한 다홍빛 원색으로 메며든다. 도색적·뇌쇄적 매혹을 풍긴다. 지금 하추교역기 꽃들이 사방에서 피고진다. 나라가 온통 꽃 세상천지다. 세계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는 사계절 내내 꽃들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집 발코니에는 제라늄꽃이 핀다. 몇 달 전 수십 년 만에 한강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강변에 펼쳐지는 야경은 장관이었다. 저녁이 이슥하자 빌딩 숲에 켜지는 청사초롱 꽃들이 뭇별처럼 반짝이며 이내 속가슴을 후벼들었다. 밤낮없이 피는 꽃들 가운데 능소화는 이즈음 어디서나 쉬이 볼 수 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로 읊거나 필묵으로 치는 제재다. 1930년대에는 ‘서울에서 사직동 덕흥대원군 사당 담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꽃이었다.’고 문일평의 ‘화하만필’은 이른다. 꽃말 ‘명예’나 별명 ‘양반꽃’이 어울리는 까닭이다. 나는 한때 이를 문인화로 치면서, 담장을 낀 길녘이 능소화와 잘 어울림을 느꼈다.“능소화 드리우고 호박넝쿨 덮이어도/토석담 그 골목이 왜 그리도 무료한지/담벼락/기대고 서서/꿈 그리던 몽상들∥성벽 담이 높다 해도 단풍 들고 눈 내리면/묻어두던 정감들이 서럽도록 그리워서/예서 또/거닐어보는/그때 여느 발자취.” 내 졸음 ‘돌담길’ 부분이다. 10여 년 전 군위 팔공산 자락 한밤마을을 지날 때 감회다. 어떤 블로그에는 능소화가 피어 있는 고향마을 돌담길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 서럽도록 그리운 한 폭의 풍경화라고 평했다. 담벼락이나 큰키나무 가지들을 된통 휘감고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고 장대하다. 치렁치렁한 원추꽃차례-청록색 이파리와 주황 또는 선홍빛 꽃떨기가 보색 대비되어 인상 깊게 여운이 밴다.지금까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겉쪽 풍경이었다면, 나라 안쪽 모습은 어떤지 보자. 작년 4·15 총선거에 대한 무효소송 재검표 현황을 예로 든다. 인천 연수을·경남 양산을·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등이 진행되었다. 국민이 믿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의 공정한 재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선거소송은 180일 이내에 처리토록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주심 대법관의 얄궂은 행태에 민심의 꽃들이 분노로 시들고 있다. 공병호 박사 같은 분들이 피를 토하듯 부정선거라고 열변한다. 이상하리만큼 주류언론은 침묵한다.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지난 8월 24일 ‘자유민주주의 근간, 헌법의 기초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열망과 각오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민의 3대 주권 중 투표권이 유명무실화된다면 저항권을 넘어 혁명권이 실행될지 모른다. 시들다 지친 꽃들이 태풍처럼 돌변할 수 있다. ‘능소화’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원망만 하랴. 싱싱한 채로 떨어지는 꽃을 문일평은 주목했다. 시조 올린다.‘꽃 같은 세상’꽃네는 애시당초/꽃 세상을 꿈꿨거늘//행여나 아니어라/속내 몰래 저어하면//떨어진/저, 저 꽃잎들/핏빛으로 물들라.

2021-09-07

촉법소년, 우리 모두의 문제

최근 한 동영상을 보았다. 외제차를 훔쳐 달아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차에서 내린 이들은 한 눈에도 앳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들이었다. 차를 왜 훔쳤냐는 기자의 질문엔 손가락 욕설과 입에 담기 힘든 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 중 2명은 촉법 소년으로, 훔친 차로 운전을 했지만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이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촉법소년이란 만 10세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이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 소년은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소년재판을 받게 되지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촉법 소년이라 분류되며 범죄를 저질렀을 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을 받게 될시엔 범죄의 강도에 따라 보호관찰서로 인계되거나 정해진 시설로 넘겨지는 시설위탁처분, 소년원 송치처분등이 내려진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건 어떠한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거다.이러한 너그러운 법안을 악용해 촉법소년들은 더한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 서울에서 차를 훔친 8명의 청소년들은 대구까지 내달렸으며 경찰과의 추격 도중 대학생이던 배달기사의 오토바이를 쳐선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결국 얼마 못 가 붙잡혔으나, 경찰서 안에서 셀카를 올리며 ‘한 달 뒤에 보자’는 글을 sns에 올려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이들은 이전에도 주유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거나, 차량을 절도하는 행위를 반복했음에도 촉법소년이라 매번 풀려났다고 한다. 결국 운전대를 잡은 청소년만 소년원으로 송치되었으며 나머지 소년들은 경찰 조사 후 곧장 훈방되었다.아주 오래 전부터 소년 범죄나 만행은 대두되어왔지만 날이 갈수록 죄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의 성에 대한 관념 또한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최근 CCTV가 없는 지하실에 또래 여학생을 데려가 성추행한다거나, 동영상을 몰래 찍어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례가 또 발생했다. 또래 아이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하는 사건은 십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되곤 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니 안타깝다.N번방 사건의 일부 가담자 중엔 촉법소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깊은 상처를 가슴 속에 묻으며 영원히 사회 복귀에 실패하지만, 가해자는 어린 나이에 잠시 비행을 했단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과 교화를 통해 사회 복귀에 안전하게 성공한다. 깨끗한 전과 기록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법이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이다.촉법소년의 범죄 유형은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의 강력범죄 죄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만 13세부터 꾸준히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검찰청은 3회 이상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현재 여러 나라에서도 소년법을 나이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는데, 검색해본 결과 스코틀랜드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연령을 8세 미만이라 규정했으며 미국의 일부 주에선 7세 미만 정도로 해당 연령이 낮은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촉법소년들의 잇따른 만행에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물론 어느 정도 가이드 기준이 있어야겠지만 단순하게 나이로 죄질을 달리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최선인가 싶다. 나이와 무관하게 죄는 죄고 저지른 건 실수가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 저지른 범죄에 중점을 두어 합당한 처벌과 교육을 받아야 한단 생각이다. 이 문제는 꼭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을 창출해내는 어른의 책임, 법적 교육의 부실 문제나 가해자를 묵인하려는 태도와 가벼운 비행이라 치부하며 넘어가는 어른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영화 ‘시’에 등장하는 양미자는 세상은 아름답고 시는 숭고한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손자가 성폭행으로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걸 안 뒤론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을 알게 된다.대부분의 어른, 특히 가해자의 부모들은 불쾌한 현실에 눈을 돌리거나 상황을 덮기 바쁘지만 양미자는 추악한 현실에 두 눈을 맞추어 고통에 응한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자세히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모두가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2021-09-07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

얼마 전 급하게 돈 들어갈 데가 있어 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승인을 거의 앞두고 급여 소득 증빙 차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서류를 발급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지난 2년간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연구원으로 4대 보험 혜택과 함께 고정 급여를 받았는데, 그게 종료되면서 건강보험 자격에도 변동이 생긴 것이다. 세 곳의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지만,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로 분류되어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까지만 적용이 되고 건강보험은 해당되지 않는다.인문학 연구자들은 대학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그야말로 ‘잉여인간’이 된다. 박사학위까지 받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제 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30대 중후반을 넘긴 나이다.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라고 부르는 것은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이번 학기 세 학교에서 다섯 개 강좌 총 14시간 수업을 한다. 시간당 강의료는 3만5천원에 불과하다. 다 합해봐야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박봉이다.세 시간짜리 수업 하나를 위해 강의록을 만들고, 교재 연구를 하고, 강의 및 평가 계획서를 작성하고, 학생들의 과제물을 읽고 일일이 피드백을 해준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25분짜리 수업 영상 세 개를 촬영하고, 자막을 입히고, 인코딩을 하고, 인터넷 강의실에 업로드하는 데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거기에다 아동학대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청탁금지법 교육, 교수법 특강, 산업안전 교육, 장애 인식 개선교육 등 온갖 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 교강사 업적평가에 포함되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영상 강의를 다 시청해야만 한다. 녹록지 않지만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도 그 노력을 좋게 봐줘서 매번 강의평가 때마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 전체 교강사 중에서 강의평가 3등 했다. 그래도 강의료는 3만5천원이다.박봉보다 더 서글픈 것은 시간강사를 그저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대학과 정부의 인식이다. 며칠 전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수하러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직급명’을 필수 입력해야 해서 직급코드 조회란에 ‘강사’라고 쳤더니 ‘전임강사’는 나오는데 시간강사는 없었다. 전임강사가 아닌 나는 어떤 직급명을 택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직급없음(방과후강사)’을 클릭했다. 교육부의 직급코드 데이터베이스에 시간강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출강하는 한 학교에서는 내게 ‘캡스톤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맡겼다. 학과에도 처음 도입되는 수업 모듈을 시간강사인 내가 잘 알 리 만무하다. 용어조차도 생소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산업체와 협업해서 무언가 실용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산학 협력 프로젝트다. 시를 읽고 쓰는 문예창작과 시 창작 수업을 산업체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담당 강사인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협업할 산업체를 선정하고, 과제 신청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지원받는 과제 경비 정산을 해야 한다. 학과에는 최대 2천만원의 지원금이 나오고, 산업체 담당자와 학과 전임교수에게는 멘토 수당이 지급되지만 정작 교과목 운영 강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강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해 강사 자리는 2만여 개 줄었고, 정부는 사립대 시간강사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개정된 강사법대로라면 대학은 강사에게 1년 이상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면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을 적용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강사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처우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강사에게 수업 외 업무까지 떠맡긴다. 게다가 대학들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강사 수를 줄이고, 초빙교원과 겸임교원을 늘리는 편법으로 강사법을 무색하게 하는 중이다.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당근마켓에서 2006년식 낡은 스쿠터를 40만원 주고 사서는 배달대행 부업을 시작했다. 엄마한테는 괜히 말했다 싶다. 배달 라이더들 사고가 많은 요즘,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 한들 엄마는 걱정하실 것이다. 속이 탄 엄마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할 일이 그것밖에 없어?” 말했고, 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거야” 대답했다.

2021-09-07

몸과 마음 사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근 20일째 가을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우려와 이변도 뒤따르고 있다.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고 태풍이 쏟아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부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또한 일조량이 부족해 곡식과 과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예찰과 더욱이 장기적인 우천과 흐릿한 날씨가 주는 우중충함으로 코로나 블루의 침울함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를 가을의 길목이다.사람이 보고 듣고 맡고 맛보며 느끼는 등의 감각은 순전히 외부적인 현상과 사물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희소식을 듣거나 맛난 것을 먹으면 기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감각기관의 촉수에 따라 인식과 느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달리 여길 수 있음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어떤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몸으로 느끼거나 받아들인 것을 마음이 알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인지과학(認知科學) 측면에서는 인간이나 생물의 인식과정을 대상으로 한 지식의 표현, 추론기구, 학습, 시각·청각 등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몸이 느끼는 것을 마음마저 일치시켜 함께 느끼기란 결코 만만찮고 쉽지 않은 일이다.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직감적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태평이고 무덤덤할 때가 많다. 또한 행실은 바르고 착한데 마음은 악하고 독한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곧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몸은 원하는데 마음이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은 곧 진심과 진솔함이 아닐까 싶다.옛 현인들은 몸과 마음의 일체와 수양을 위해 수신과 도야를 일삼으며 마음의 밭에 진실의 나무를 심고자 노력했다. 진실되고 너그러운 마음의 바탕에서 건실한 나무가 튼실히 자라난다고 굳게 믿었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각적, 감정적 상태와 신체적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다. 이를테면 사랑에 가슴이 뛰고, 슬픔에 창자가 끊어지며, 분노에 피가 치솟는다고 하는 것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몸과 마음 사이에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瞑想)’이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고 번잡함을 가라앉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명상은, 사유와 관조를 통해 성찰하는 일종의 마음수련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듯이, 평온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비추어보면 코로나에 찌든 심약함도, 구름처럼 드리워진 우울감도 말끔히 치유되지 않을까?

2021-09-06

1인가구, 그리고 가족의 재구성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5년마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제1차 (2006∼2010)와 제2차(2011∼2015), 그리고 제3차(2016∼2020) 가족정책 성과를 기반으로 한 가족 환경변화에 따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기존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구체적으로 첫째,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했다.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 가족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않으며, 비혼 및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좀 더 유연한 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둘째,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보장이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나 사각지대 없이 가족에 대한 지속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셋째,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존중한다.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1인가구가 30.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1인가구 정책지원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그 간 세대별 1인가구에서 제안한 정책 이슈로 20~30대는 주거지원 및 주택정책, 지역사회 안전, 결혼 진입 장벽 해소와 결혼문화 개선이었다. 40~50대는 준고령자 취업훈련 및 직업알선 연계 활성화, 지역사회 다양한 자녀돌봄 인프라의 구축 및 정보제공, 긴급 위기지원서비스 확대 및 지역사회안전망 구축, 가부장적 성 역할 및 가족문화의 전환 캠페인 확산, 다양한 가족의 삶을 수용하는 성숙한 사회문화 조성이었다. 70대 이상 노년세대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빈곤문제 해결, 고령 1인가구의 가족유대감 유지 강화 및 사회적 통합 제고 노력 등을 필요로 하였다. 때문에 1인가구 주요정책은 크게 주거지원과 (특히 여성 거주자를 위한) 생활안전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었다. 1인가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로 생활안전이 대두됨에 따라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생활안전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금까지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이 대부분 주택구입 등을 위한 자금지원 및 주택공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입주민을 위한 적절한 주거환경의 유지·관리 및 이에 대한 정기적 점검 등을 다루는 주택정책은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여성 안심택배서비스 등도 무인 택배함의 설치·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택배함의 유지·관리 및 택배함 이용 등과 관련된 개선점·한계점에 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족이 과거와 달리 질적으로 변화했지만 사회적 지원체계는 가족 기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젠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1-09-06

8만 원짜리 그림 5천억 원에 팔리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미술품들 중 가장 비싼 것은 어떤 작품일까?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이다.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 작품은 한 번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알 수 없다. 그런데 ‘모나리자’가 얼마인지 대략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작품의 보험가를 살펴보면 된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하는 작품들은 만에 하나 발생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추정가격이 산정되는데 이것을 보험가라고 한다. ‘모나리자’의 보험가는 1962년 기준 1억 달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지난 60여 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하면 무려 8억6천만 달러가 넘는다.그렇다면 지금까지 미술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팔린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일까?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다. 2017년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서 레오나르도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1500년경)가 4억5천3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사우디 왕자 바드르 빈 압둘라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이미 몇 차례 경매에서 거래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인 프란시스 쿡은 1900년 이 작품을 구입했다. 그림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레오나르도의 작품이 아니라 그의 제자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월이 흘러 1958년 쿡의 손자가 이 그림을 45파운드, 약 8만원에 팔아 버렸다.같은 그림은 2005년 다시 경매를 통해 1만 달러에 판매됐다. 대대적인 복원과정을 거친 후 ‘살바도르 문디’는 레오나르도의 작품으로 감정됐고, 그림은 이후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작품의 가격이 치솟게 된다. 2013년 스위스인 아트딜러 이브 보비에가 8천만 달러에 그림을 구입했고 같은 해 러시아 사업가가 1억2천750만 달러를 지불해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천33억 원에 낙찰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해 어느 투자회사가 그림을 매입했고, 한참동안 행방이 묘연해진 그림은 2019년 6월 사우디 왕세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4월 1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왕자의 호화 요트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작품 가격이 치솟은 시점과 요인은 분명하다. 2005년 이뤄진 복원과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라는 감정 결과가 작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와 전문가들이 감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적 분석도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조금의 오류 가능성도 없이 완벽하게 진품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이전의 모든 측정치와 감정은 추정일 뿐이다. 최고의 권위자들이 잘못 판정해 위작을 진품으로 거래된 경우도 다수 있다. 국내에서는 어느 작품을 두고 미술가는 위작이라 주장하고 소장 미술관은 진품이라 주장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반대로 위작범이 체포돼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이라 주장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이 모든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돈, 욕망, 허영이다. ‘살바로드 문디’가 정말 레오나르도의 작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다만 돈에 대한 욕망이 미술을 통해 허영을 일깨우면 8만 원에 팔렸던 그림이 5천억 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진작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욕망에 비례해 그림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5억원에 낙찰됐다. 판매가가 결정되는 순간 액자 안 캔버스가 아래로 밀리면서 그림이 잘게 절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일이 벌어진 이후 작품의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뱅크시의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올 10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고 한다. 추정가는 64억에서 96억 원 사이라고 한다./미술사학자

2021-09-06

월성 동쪽에 황룡사는 어떻게 지어졌나?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시 ‘황룡사(皇龍寺)’에 ‘층층이 사다리 휘감아 하늘로 오르려하니 주변의 온갖 산수들 한눈에 들어오네...(생략)... 동도를 굽어보니 수많은 집들 벌집이나 개미구멍인양 더욱 아득하네’라고 표현하였다. 선덕여왕 때 세워진 황룡사 구층목탑을 의미할텐데 구층목탑을 올라갈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고 얼마나 높았으면 집이 벌집이나 개미구멍처럼 보였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신라 경문왕 12년(872년)에 황룡사 목탑을 중수하면서 심초석 사리공 사리내함에 새긴 기록 찰주본기(刹柱本記)에는 ‘(탑의) 철반 이상은 높이가 7보이고 그 이하는 높이가 30보 3자이다’라고 하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약 80m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니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구층목탑의 규모만 보더라도 황룡사는 신라사찰의 가장 큰 규모의 국가사찰이자, 호국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553년부터 고려 고종 1238년 폐사되기 전까지 약 680년 동안 이어진 호국사찰이었다. 단일 사찰이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몇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져오기란 쉽지 않다. 황룡사가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비결의 실마리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닐까? 고려시대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그 어떤 사찰보다 황룡사에 대한 창건부터 중수, 폐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국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리라.창건과 관련된 기록에는 “553년 2월 진흥왕이 월성 동쪽에 궁궐을 짓고자 했으나 황룡(黃龍)이 나타나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사찰을 짓고 황룡사(皇龍寺)로 했다”는 것이다. 즉, 원래 황룡사가 자리한 곳은 궁궐을 짓기 위함이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찰로 사업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다.황룡사는 국가의 계획하에 국가 주도로 건립된 국찰이었고, 당시 불교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사찰로 백고좌회(百高座會·국가적 행사로 개최된 큰 법회), 연등회 등 중요한 국가행사를 담당한 곳이기도 했다. 진흥왕의 염원을 품고 건립된 이후 안타까운 폐사를 맞이하기까지 신라인의 마음속에 황룡사는 단순히 종교적 의미의 사찰뿐 아니라 신라인들의 정신이 투영된 곳으로 고려시대로 왕조가 바뀌었어도 사찰이 갖는 의미는 쉽사리 사라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황룡사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탔을 때 당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그렇다면 황룡사는 지금의 자리에 어떻게 건립되었을까? 지금의 황룡사는 위엄 있었을 건물지와 함께 금당에 자리 잡고 있었을 장육존상 그리고 구층목탑의 웅장함은 볼 수 없지만 큰 주춧돌과 대석을 통해 옛 황룡사의 전성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황룡사의 면적은 약 8만㎡ 이상으로 확인되었는데 면적만 보더라도 당시 황룡사가 얼마나 거대했을지는 상상이상일 것 같다. 그런 황룡사가 세워지기까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해서만 많은 공력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즉, 황룡사가 들어서기 위한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재료 그리고 시간을 쏟아낸 대공사는 불가피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1976~1983년 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황룡사가 들어선 일대는 본래 저습지였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즉, 군데군데 늪지처럼 물이 고여 있어 사람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버리진 땅을 당시 사람들은 흙과 돌을 날라 채워가며 지금의 황룡사 부지를 조성하였다. 이를 황룡사 ‘대지조성층’이라 부르는데 성토된 깊이가 2m가 넘는 곳도 있다. 조성방법 또한 주목 할 만하다. 건물을 세울 때는 건물지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데 주변의 흙을 깎아 평탄화 시키거나 부족한 흙은 가져와 기초를 다진다. 황룡사는 습지였기 때문에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모여있는 물 위로 돌과 흙을 부어 성토하였다. 성토 방법은 다양하지만 황룡사는 주로 비스듬하게 경사지도록 흙을 부어 점차적으로 대지를 넓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굴조사 결과를 보면 본존불을 모시는 금당의 경우 경사성토된 곳을 다시 굴착한 후 수평으로 다시 흙을 반복하여 판축하여 건물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정여선 학예연구사 이런 방식으로 황룡사는 건물지의 중요성과 규모에 따라 성토된 흙을 되파기 하여 다시 채우거나 경사로 성토된 위에 건물을 건립하였다. 또한, 회색니질의 습지층 위에는 솟아올라오는 물을 다스리기 위함인지 자갈이나 사람 머리만한 돌을 깔거나 채운양상이 확인되기도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당시 기계의 힘을 빌려 대지를 조성한것도 아니었을텐데 그 거대한 면적을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지금도 황룡사를 가보면 금당지, 목탑지, 중문지 등 주요 건물지는 주변보다 높게 주춧돌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큰 주춧돌을 통해 그 위에 기둥과 지붕의 규모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아래 습지를 메우고 건물을 세운 많은 신라시대 사람들의 노력이 스며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