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나침의 폐해(弊害)

등록일 2022-05-30 18:07 게재일 2022-05-31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강둑 언저리에 줄지어 핀 금계국이 노란 웃음으로 손 흔들어 반기고, 듬성듬성 키 자랑하듯 빨간 나팔처럼 흔들리는 접시꽃의 환호를 받으며 강변을 달리다 보면, 바람마저 등 뒤에서 불어와 정말 자전거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는 듯하다. 윤슬로 얼비치는 잔잔한 수면엔 오리떼가 한가로이 유영하고, 간간이 왜가리가 끼룩대며 날아오르는 풍경을 접하는 자전거 출퇴근길은 언제나 가뿐하고 넉넉하기만 하다.

그렇게 8km 정도를 달리다가 나머지 2.3km 구간은 최소한 도보나 뜀박질로 사무실 위치까지 가야 하다 보니 거의 ‘철인 2종’이나 다름없는 출퇴근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몇 달간 자전거를 타다가 걷거나 뛰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동료들은 필자더러 아예 형산강까지 헤엄쳐서 건너 ‘철인3종 출퇴근’을 하는게 어떻겠냐며 부러움반 시기 반(?)으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전혀 그에 개의치 않고 나름의 보법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적당히 생활 속의 운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생겼다. 자전거 통행이 안되는 구간을 걷거나 뛰어서 가다가 하루는 몸의 컨디션이 마냥 좋은 듯해 퇴근길에 거의 단번에 주파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왼쪽 무릎부위가 통통 붓고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병원의 진찰은 좌슬부의 좌상, 염좌 증상으로 5주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함을 짐짓 깨달으며 치료와 안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부상상태로 근 2개월간 가료하면서 새삼 깨우친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아침의 출근길부터 무리하지 않고 살살 걸어서 간다거나 퇴근길의 여유로움으로 무한질주(?)를 피했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넘치는 자신감과 과도한 움직임으로 몸이 여지없이 반응한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익히 알고 들었지만, 실천하기가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사소한 일에서부터 공인이나 위정자의 언행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지나침의 폐단이 빚은 피해와 망신은 부지기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개인의 욕심이나 욕망에서 비롯되는 욕구의 과잉현상은 적당한 제어나 조절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자연의 이치나 순리가 당연하면서도 철저하게 적용되게 마련이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는 말처럼, 높이 올라갈수록 내려올 것을 생각하고(居高思墜), 가득 찰수록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持滿戒溢)는 구절도 있다. 높은 곳에 있을 때 더욱 겸손하고 조심하라는 가르침으로, 무엇이든지 지나치거나 가득 차서 넘치게 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40여년 전 필자의 서예 입문시절에 당(唐) 해서의 전범으로 즐겨 쓰던 구성궁예천명의 글귀가 마침 전국지방동시선거에 즈음해서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지나친 과욕으로 마음이 동요되어 정신마저 피곤하게 되는(心動神疲)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