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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넥타이

등록일 2022-05-29 17:56 게재일 2022-05-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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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률시인·국악인
오낙률시인·국악인

어느새 오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렇게도 현란한 꽃 잔치가 끝나고 시골 길가나 한적한 밭둑에서는 찔레꽃이 봄을 마무리하고 있다. 바야흐로 신록의 유월이 싱그럽고도 신선한 호흡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선거가 있는 해이면 동네 담장이며 도롯가 전봇대에도 푸른 잎이 나고 희고 붉고 노란 꽃이 핀다. 평소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얼굴과 이름들이 전봇대며 담장에 꽃처럼 나 붓고 그 꽃들의 당당함에 밀린 탓일까? 찔레꽃이며 아카시아꽃, 층층나무꽃, 인동꽃 등은 봄꽃의 마지막 주자로 피었다가 소문 없이 떠난다. 그리고 오직 신록만이 우리네 산천에 남아 인간의 마음을 희망의 빛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유월의 신록은 애써 가꾸지 않아도 충분하게 싱그럽다. 그러나 자연이 아름다운 시기는 늘 농번기에 해당하는 시기라서, 안타깝게도 농촌에서의 생활은 자연의 풍광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오는 유월은 해마다 특별히 설레며 다가온다. 아마도 농사일의 분주함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서 그런지 그렇게 유월의 신록은 해마다 촌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자연물의 모습은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주역의 오행론으로 생각하면 목, 화, 토, 금, 수, 에 해당하는 청, 홍, 황, 백, 흑의 다섯 가지 기본 색깔이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색깔은 자연이라는 화가가 즐겨 사용하는 기본색이 아닐까 싶다. 그 다섯 가지 색깔 중에서 모든 자연물은 저마다 에게 알맞은 색깔을 골라 입고서 그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색깔이라는 것은, 지상 모든 자연물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갈아입고 그 존재감을 표현하는 대자연의 공유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몸치장에 이용하는 색깔 중에 가장 다양하고 호화로운 색으로 표현되는 부분은 넥타이가 아닌가 싶다. 넥타이의 배색은 가히 수꿩의 모가지에 그려진 깃털처럼 그 색상이 다양하고 호화롭다. 수꿩이란 놈은 그의 볼품없이 밋밋하고 기다란 모가지에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넥타이를 매고서부터 그 조그만 대가리 하며 까만 눈동자가 더욱 빛나고 돋보였을 것이다. 한갓 날짐승도 제 몸치장에 자연이 준 색상을 최대한 이용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넥타이를 정치권에 빼앗겼다. 우리는 그 다섯 가지 색상 중에서 세 가지의 색상을 정치권에 빼앗기고 이웃집 잔치라도 갈라치면 넥타이 색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어느 특정 정당인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흰색이나 검정 넥타이를 매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흰색은 무소속출마자께서 이용하신다.

며칠 전 출범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국민 통합’으로 알고 있다. 넥타이 색깔만으로도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을 뚜렷이 구분할 수 있는 현금의 우리나라 정치사회에서 정치인의 목에 상징물처럼 매고 있는 특정 색깔의 넥타이를 풀게 하는 입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해서, 붉은색, 푸른색 넥타이를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면 그것 또한 국민 통합이라는 국정과제를 완수하는데 한 걸음 다가서는 일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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