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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욕망

등록일 2022-05-25 19:03 게재일 2022-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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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경상국립대 교수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패배한 야당은 칼날을 갈며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 지방 선거에 임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열을 올린 민주당과 대한민국에서 특권 계급 세습의 도구로 전락한 교육 시스템의 모습을 확인시켜 준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현실 정치가 과연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와 닿을 수 있을지 의구심만 가득하다.

우리는 누구나 정치를 하며 살고 있다. 어느 집단에나 정치를 잘해서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정치를 못해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보통의 사람은 처세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나의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치가 아니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는 욕망도 현실 정치와 경제로부터 형성된다는 점에서, 삶 자체가 정치·경제적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어떤 정치·경제적 욕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는 특권 계급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비판은 일견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 정치는 대중들의 욕망을 대리한다. 더 높은 계급을 향한 대중들의 공통된 욕망을 현실 정치는 외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양당 정치 체제에서 두 정당이 품고 있는 전략과 시각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다. 올해 5월을 계기로 광주는 더이상 이른바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으며, 자기 계급의 영속성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는 두 정당이 공유하는 욕망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히 알고 있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비난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존재하지 않나? 바로 이런 양가성은 특권 계급만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도 21세기 신 계급사회의 출현에 연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현실 정치가 우리 삶을 변화시켜줄 수 있을까? 대중들의 욕망이 변해야 현실 정치도 변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자식 사랑을 비난하면서 나는 그런 욕망과 거리가 먼 사람이란 인식을 하고 있지는 않나? 나의 양가성을 직시하고 응시할 때 변화를 만들 가능성이 생겨난다. 나아가 익숙한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의 파업에 재학생이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노동자를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의 외침을 수업권 침해로 사고할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이 고통 받는 이유를 질문하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지방 선거에서는 당이나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익숙한 생각의 패턴을 낯설게 만드는 후보에 투표하려고 한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생각의 패턴이 양가적 현실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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