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규정했듯이 역사란 항상 과거와의 연결점에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시간 만나는 역사의 현장이 신비롭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근대골목은 대구시 중구 일대에 조성된 테마 골목길이자 관광코스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대구시내에 세워졌던 건물과 흔적 등을 관광 상품화한 것이다. 서문시장과 약전골목, 계산성당, 제일교회, 3·1 만세운동길, 대구 최초의 근대백화점인 무영당 등을 중심으로 골목골목마다 숨겨져 있던 당시의 모습과 이야기들을 들춰내 재미있게 엮은 관광코스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2008년부터 시작해 지금은 다섯가지 코스로 역사 탐방길을 만들었다. 한국관광 100선에도 여러 번 선정됐다.
특히 투어 길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거쳐갔던 장소와 그들의 정신과 흔적을 볼 수 있게 꾸민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그리고 국채보상운동의 주역 서상돈 선생의 고택도 만날 수 있다.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이 계산성당을 배경으로 그린 100년 된 이인성 나무(감나무)도 현장에서 마주한다.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청라언덕과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이 살던 고택과 그가 설립한 삼성상회의 옛터도 관광 중에 만난다.
‘세계가스총회’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일정에 없던 대구근대골목길을 찾았다. 옛 추억이 있던 대구에서의 향수를 느끼며 다녀간 그 길은 현직 대통령의 발길이 닿음으로써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가 더해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