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간 지붕 사각파이프 속에 참새가 둥지를 만들더니 어느새 새끼참새가 부화하여 날아 나왔다. 아직 부리 부분이 노란빛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소한 지 얼마지 않아 보였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둥지에서 나온 세상이라 뭐가 위험하고 어떤 것이 안전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마당에는 자전거 튜브를 때우기 위해 마련해 둔 물통이 있었는데 물 깊이가 약 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그 물을 마시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는 중이었다. 혹시 내가 유심히 보면 불안할까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피해 주었다. 잠시 후에는 세 마리나 물통에 앉아 놀기에 그러나보다 하고 내 용무 보러 나갔다.
약 두 시간 가량 용무를 보고 집에 와 보니 물통 주변에는 참새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예닐곱 마리 참새가 가정용 정미기 주변에서 떨어진 곡식들을 주워 먹는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 평소에도 미강이나 왕겨가 나가는 곳에 참새들이 많이 붐볐으므로 흩어진 곡식을 알뜰히 찾아먹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냥 웃어넘기며 아까 그 물통 옆을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 새끼참새 한 마리가 물통에 빠져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얼른 건져보니 이미 죽어 있었다. 새들이 물을 먹기도 하고, 물에 들어앉아 깃털 씻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으니까 얘들도 그런 줄 알았다.
겨우 10cm에 빠져 죽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새끼참새에게는 키 높이에 두 배가 넘을 깊이가 아닌가. 더구나 아무런 경험도 없었으니 누군가 거들어주지 않으면 혼자 해결할 줄 몰랐을 수도 있다. 그저 어미가 물을 먹으니 따라서 먹어 보았고 목욕을 하니 흉내를 냈을 수도 있다. 아차! 싶었으나 새끼참새가 이미 익사하고 말았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나무 밑에 묻어주는 일밖에 없었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어 실수하거나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미리 짐작했어야 했다. 또 다른 새끼들이 물 먹으러 올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될 듯했다. 수면에 닿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안전장치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 물을 먹으러 왔다가 빠져 죽지는 않을 것이다. 얼른 생각나는 것이 석쇠와 같은 철망이었다. 철망에 10cm 정도 되는 다리를 만들어 물에 넣어두면 될 터이다.
사람 사는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사고는 언제나 터진 후에 수습하고 나서 왜 그랬을까 고민하게 된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나 처음 접하는 상황 앞에는 누구나 당황할 수 있다. 혹시 위험에 처하더라도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지 않도록 세상을 먼저 살아 본 사람이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서 교육과 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작게는 어린이를 비롯하여 크게는 정치지도자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부분을 나무라기 전에 알고 있는 사람이 가르쳐주어야 할 일이다. 협력하여 문제를 극복하는 사회구조를 우리 인간이 장악하고 영위해 나가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