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자 시사포커스에서 우리나라의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설명을 했었다. NDC는 2018년 기준 7억 2천210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40%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의 37%(2억6천717만 t)를 차지하는 에너지의 경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44.4%까지 줄여 1억 5천여만 t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대체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18일 자 글에서 전기의 경우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에너지 절감사업이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석학들도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고 전기를 아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은 5천만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다. 최첨단 기업에서부터 가장 낙후된 산업분야까지 어디서든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감이 왜 쉽지 않을까?
첫째는 대부분 국민이 전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은 전기에 대해 긍정적인 기능보다 감전, 누전, 사고 위험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전기를 전기 전공자 또는 전기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기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효율성 제고, 다양한 전기 생산 방법 등에 대해 아예 생각하는 것조차 꺼리는 것이다.
둘째는 전기가 가계 생활비, 기업 운영비, 사무실 유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서 ‘건강한 건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조지프 앨런 교수에 따르면, 많은 기업의 운영비에서 전기, 가스, 수도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총소득은 1조 8천200만 달러인데 전기 요금(한전 매출)은 2.7%인 60조 원 정도였다. 이산화탄소 급증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문제에서 보면 에너지 절감, 에너지 전환이 아주 중요한 문제이지만 많은 기업의 지출에서는 에너지 비중이 단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어젠다가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조지프 앨런 교수는 그의 저서 ‘건강한 건물’에서 냉·난방기를 가동하면서, 1시간에 10분씩 환기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 전기세 아끼는 것보다 3배 이상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를 단순히 금전적인 절약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대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 과업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전기절약이라는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가치 부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필자가 경영하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점심 식사 때는 가급적 컴퓨터를 끄고 가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엄청 싫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뒤로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월요일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을 둘러보면 꺼지지 않은 컴퓨터, 복사기, 전열기, 전등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 때문에 퀼컴과 같은 IT 다국적 기업은 본사에 7천500여개의 센서를 설치해서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사무기기(컴퓨터, 전자기기, 전열기)에 대해 자동 차단되도록 했다. 필자는 일반 시민의 전기절약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절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기회가 있어 국방부 기획조정실장과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국방부의 1년 전기 요금이 1조 원 이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도 전기 요금이 한해 1조 원 정도 된다. 고속철도와 모든 도시의 전철(지하철)에 사용되는 전기 요금은 7천억 원 정도 된다.
당시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어느 한 공공기관에서라도 전기 요금 30% 절감된 사례를 가져오면 당장 국방부에서 채택해서 국방부 예산 3천억 원을 절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 지방정부 고위공직자와 도시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전기절약 방안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정비되지 않아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에너지 절감 대책을 추진하기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점을 절감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경우, 에너지 절감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 많다. 이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특정 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해 주면, 그 성과 부분의 일정 비율을 기업에서 가져가는 ‘성과배분 방식’이라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성과배분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공적 영역에서는 에너지 절감 사업이 발붙일 여지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