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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간·공간 기억 깨우는 새의 깃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시리즈전인 기억공작소의 올해 첫 초대작가인 박철호 작가의 `순환 - 깃`전`순환 - 깃`전은 오는 3월 13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박철호 작가는 잊히거나 사라져가는 사건 혹은 사물의 기억처럼 선명하지 않고 흐려진 이미지들을 겹치고 쌓고 이어붙이는 신체 행위를 통해 깊이 잠들어있는 감성들의 가녘을 잡아 흔들어 깨우듯이 미술의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또한 작가는 갈기로 찢겨 끊어질 듯 이어진 물결 같은 선 드로잉 속에서 관람자가 말이나 새, 나무, 얼굴, 총, 폭탄, 군함 등의 이미지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설계한다. 작가의 행위는 선으로 무엇인가를 그려 넣고 감광하고 찍는 판화기법과 덧칠하고 지우고 긋는 회화기법, 각각의 드로잉 단위체를 겹치고 배치하는 조형 설치 방식 등의 결합을 통해 마치 기억의 편린을 어루만지고 공작(工作)하고 있다. 세상 곳곳에 정처 없이 흩어져 있는 물질과 비물질적 구성요소들을 불러 모으는 주술사의 주문이나 수많은 사건 사고 소식을 전달하는 전파매체의 파장과 그 켜의 결을 연상시키는 작가의 이번 작업은 세계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시작으로 인간을 향해 소리치는 세계의 근원적 순환 논리를 기억하게 해준다.박 작가의 회화는 `본연` 그대로의 `살아있음`을 드러내려는 리얼리티이고, 일상 세계를 바라보는 현장의 사회성과 결합하는 회화의 신체적 `행위`에 의해 기억, 현실, 상상적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만의 회화로 남게 된다. 또한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다시 기억하게 하는 `깃`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와 행위들을 환기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작품 `Despair Hope`는 뉴욕에서의 기억과 연결된 새의 형상을 통해 인간생명의 위기를 경고하는 작가 의식을 비롯해 동시대 회화의 실험적 해석과 경계를 넘는 재료의 실험 등 자기제안과 수렴의 진정성이 담긴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다. `생성과 소멸의 기록`, `대자연의 신성한 섭리에 대한 교감`으로 읽혀지는 박철호의 작업은 그동안 `찰나와 영원, 절망과 희망 등 반복하는 생명체 존재의 순환`을 다루거나 `자연의 순환에서 자아의 실존을 인식하고 삶의 희노애락을 치유하는 과정`으로도 논의돼 왔다. 특히 그에게 새`깃`은 자연에 내포된 `자유`와 작가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해석된다.이번 전시는 가능성으로서 `깃`에 관한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먼저, 흰빛의 `깃`을 닮은 붓질이 5.2m 높이의 전시장 두 벽면에 가득하고, 반대편 벽면에는 붉은 빛의 `깃`을 연상하는 얼룩이 가득하다. 작가의 `깃`은 자연의 바람결 혹은 파장과 같은 `빛의 흐름`으로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 겹겹이 포개지면서 도드라진 사각형 아마포(亞麻布)의 섬유질 표면은 물론이고 그 위를 자유분방하게 그은 드로잉 선과 획에서 자연 상태의 본연과 긴장, 기억의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9

문화·예술 `새 출발, 새 약속`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새해 첫 공연으로 `RE START DAC`라는 타이틀로 `2016 신년축하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한 해 동안에 선보일 주요 기획공연 프로그램과 사업을 공연과 자막·영상을 통해 함께 선보여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써 `새 출발`, `새 약속`을 갖고 2016년을 다시금 비상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1부 오프닝은 지휘자 이일구 김천시향 지휘자(협성대 교수)와 대구MBC교향악단의 장엄하면서도 역동적인 코플랜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와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음악회를 힘차게 연다.이어 경북예고 3학생이자 오는 3월 서울대 입학예정자인 손지은이 대구의 신예연주자 대표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77번 3악장`을 연주하고 정성복 J발레단이 요한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강`의 곡에 맞춰 우아하면서 화려한 발레왈츠를 선보인다.지역출신의 정상급 성악가 소프라노 이정아(영남대 겸임교수)와 테너 하석배(계명대 교수)는 한국가곡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과 김동진의 `목련화`,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스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선사한다.2부는 대구시립국악단의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한국무용 `오고무`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중 `왈츠` 곡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지역출신의 전문 오페라 전문가수로 이뤄진 여성중창단인 벨레스텔레가 허버트의 `이탈리안 스트릿 송`과 모세다데스의 `그대 있는 곳까지`를 부르며, 남성 성악중창단인 이깐딴띠가 팔보의 `그녀에게 말해다오`, 앙드레아 비크시오의 `맘마`등을 부른다.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은 “한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신년음악회를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융성 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종합문화예술 기관으로써 좀 더 부지런하게, 좀 더 다양하게 우리의 역할과 사명을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8

잠들어 있던 주옥같은 작품들, 세상과 만나다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새해를 맞이해 지난 14일부터 소장품전을 열고 있다. 미술관은 지난 2009년 개관 후 지금까지 815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수장고 속에 잠들어있던 작품들이 관람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2015 신(新)소장품전`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해 구입, 기증 등으로 수집된 작품 중에서 선별한 회화 조각 영상 판화 등 총 12점을 선보인다.◇지난해 구입한 작품들지난해 미술관이 구입해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은 배명학, 박상현(서양화), 이태호, 이철량, 신철균(한국화), 조각은 김상일, 이기철, 김영섭, 장준석, 김태인(조각) 등이다. 이이남(영상) 등이다.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작가 배명학의 `전설(傳說)`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수많은 사연을 내포하고 있는`폐선(廢船)`을 통해 어부들의 투박한 삶과 애환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풍경을 표현주의적 감수성으로 그려냈다.신철균의 `산운(山韻)`은 빛이 소멸하면서 점차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지며 때로는 실루엣만, 때로는 평면적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모습을 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2015년 이인성미술상 수상 작가인 이태호의 `물-결`은 일렁이는 물결을 종이 위에 먹의 음영만을 이용해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철량의 `도시(City)`는 동양화 본래의 자연주의적 중심시각을 `자연+인간`이라는 일종의 상호주의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김상일의 `드럼라인(Drum line)`은 악기의 율동적인 모습을 철을 소재로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압축되고 왜곡된 선적인 표현을 통해 유기적인 리듬을 재현하고 있다.이기철의 `위장 시리즈 No.1`은 F.R.P.로 일견 민첩하게 움직이는 각종 동물의 동작을 순간 포착해 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상상 속에서 가공된 허구의 동물상들을 통해 내면세계의`희열과 욕망의 순간`을 가시화하게 한다.김영섭의 `Ruhe Bitte!(루에 비테·조용히 해주세요)`는 검은색 원형 오브제 중앙에 빠르게 상하로 요동치듯 움직이는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 작품으로 무엇인가 자신의 의사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의 느낌과도 유사하다.장준석의 `판타지리스(Fantasiless)`는 한글 `꽃`을 입체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으로 `판타지`가 `없음` 또는 `부재함`을 강조하는 작품제목이다. 꽃은 모양과 색깔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희로애락과 함께해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기호로서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이이남의 `내연삼용추`는 청하 현감(1733~1734)을 지낼 때 보고 그렸던 겸재 정선(1676~1759)의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를 현대적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과 작가의 상상력이 접목해 제작된 움직이는 대형 영상작품이다. ◇하정웅 선생 기증 작품들 동강 하정웅(77) 선생은 재일교포 사업가로서 지난 40년간 수집한 1만여 점을 공공미술관에 기증한 미술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른 인물이다. 포항시립미술관에도 여러 차례 기증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재일 한국인 작가 문승근의 판화 10점을 기증했다.34세로 요절한 문승근(1947~1982)은 타국에 살면서도 70년대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꼽힌다. 구타이미술에 영향을 받은 문승근의 작품에는 반복적인 점과 선, 면을 통해 직조하듯 일정한 규칙을 지닌다. 이러한 반복을 통한 자기 확인은 물론, 단순한 집적에서 깊은 울림과 무한성을 추구한다. 전시회에는 그의 판화 작품 `무제` 시리즈가 선보인다.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포항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은 관람객에게 당대의 미술문화를 누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에 그 정책의 목적이 있다”면서“이런 소장품 수집정책은 수준 높은 상설전시를 기획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미술자료의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지역미술의 발전과 창작의욕을 고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3일까지. 문의 (054)250-6023./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8

문학작품 속 `진짜 사랑` 이야기

휴대전화 액정 뒤에 숨어서 사랑을 고백하고, 또 이별을 고하기도 하는 시대. 오래 인내하며 깊게 배려하고 진정으로 서로의 단점마저 보듬는 참다운 사랑은 이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즘의 사랑은 성급하고 진득하지 못하다. 진짜 사랑인지 의도적 접근인지 의심하기도 하고, 나와 상대의 마음을 견주며 손해보지 않으려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한다.`썸` 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사랑인 듯 사랑 아닌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기도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사랑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송정림 작가의 신간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것`은 그동안 다양한 저작을 통해 생활 속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해 들려주고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게 해줬던 작가가 문학작품 속에서 사랑과 삶의 면면을 포착한 산문집이다.작가가 이 책에서 선정한 문학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작은 물론이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저자는 쉽게 변덕과 싫증을 부리게 되는 팍팍한 세상에 `사랑이 변질됐다 해도 궁극적으로 사랑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책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문학동네 출판그룹 공식 카페에서 주1회 연재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꾸려졌다. 제목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도 당시의 연재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단행본으로 엮는 과정에서 연재 분량 가운데 1/3 정도는 덜어내고, 새로운 작품을 채워넣는 작업이 진행됐다.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그가 와주기만을 기다리는 한 여자의 일기 같은 소설 `단순한 열정`(아니 에르노)을 통해 도덕적 관념도 내다버릴 만큼 뜨겁고 아프지만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무려 51년 9개월 동안 한결같이 기다려온 남자의 순애보를 그린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을 통해 사랑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시대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던진다.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각각 쓰인 `냉정과 열정 사이`(에쿠니 가오리·츠지 히토나리)를 다시 읽으면서는 헤어졌지만 끝내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애잔한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러브 스토리`(에릭 시걸)에서는 현실적인 장벽을 모두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으로 결혼까지 이뤄낸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암에 걸린 남편의 마지막을 보살피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박완서)에서는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권태기가 찾아온 부부가 그것을 벗어나 보려다가 오히려 작은 오해로 위기를 맞는 소설 `낭만파 남편의 편지`(안정효)를 통해 사랑도 화초를 가꾸듯 꾸준히 돌보아 지켜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1-15

애써 외면해 온 세상의 슬픔 엿보다

한국문단의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의 산실`문학동네소설상`의 제21회 수상작`소각의 여왕`(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삼 년 만의 수상작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통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보인 천명관의`고래`, 신선하고도 불온한 상상력을 뿜어냈던 김언수의 `캐비닛`, 그리고 “특촬물”이라는 생소한 제재를 통해 현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이영훈의`체인지킹의 후예`까지, 언제나 문학의 최전선에서 세계와 인간을 향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었던 전통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이유의 `소각의 여왕`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두 부녀의 이야기다. 누군가 쓸모없어 함부로 버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잇는 소중한 수단이 되고 또 그렇게 모여진 것들은 분류작업을 거쳐 쓸모 있는 것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순환과정 안에는 비참한 세계에 기거하는 부녀의 일상, 그들이 꾸는 꿈의 다소 허황된 속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텅 빈 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갈 수밖에 없는 산다는 일의 슬픔이 비친다.재수생인 해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t 포터를 몰고 다니며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지창씨의 일손을 돕는다. 지창씨의 고물상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두 부자는 대를 이어서 반짝이는 보물이라도 되는 양 낡고 쓸모없는 고물을 소중히 다룬다. 해미는 골목마다 자신을 마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와 있는 폐지와 고물들을 수거하고, 그것들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재료로 분해하는 작업을 통과하면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고물상 일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해미는 지창씨가 언제부턴가 자신 몰래 출장을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물상과 관련된 일이라면 도대체 그녀에게 숨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해미는 지창씨가 두고 간 휴대폰 속에서 그 비밀을 찾아낸다. 휴대폰 문자함에는 지창씨에게 유품정리 일을 부탁하는 누군가의 문자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해미는 지창씨가 왜 그토록 수상하게 행동했는지 알게 된다. 죽은 이들이 머문 공간을 새것처럼 정리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지창씨 대신 유품정리 일에 뛰어드는 그녀. 해미는 유품정리가 마치 오랫동안 해온 일인 것처럼, 혈흔과 시취가 짙게 밴 공간을 깨끗이 지워내고, 망자의 물건들을 거침없이 분류하고 소각한다.그사이 지창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정우성이 주고 간 설계도면을 받아들고 새로운 꿈을 꾼다. 고물들로부터 그 어떤 것들보다 값이 비싸게 나가는 희귀 금속 이트륨을 분리해내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꿈 말이다. 그는 설계도면에 따라 기계를 하나 제작해내고, 그 기계를 가동해 고물들로부터 순수한 이트륨을 뽑아내고자 한다.하지만 번번이 그의 손에 쥐여지는 것은 빛나는 이트륨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인 검은 돌덩어리일 뿐이다.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들로 이뤄진 이 세계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숨쉬고 있는 현실세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한쪽밖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한쪽으로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 죽음이 아니면 달리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바로 우리,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곧 그렇게 되고야 말 우리의 비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들의 곁에 머무르고자 한 소설가 이유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애써 외면해온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5

15대 자동차로 보는 현대문명의 비밀

엔진의 시대 100년의 역사를 15대 자동차로 추적하는 폴 인그래시아의 `엔진의 시대: 15대의 자동차로 보는 현대 문명의 비밀(Engines of Change: A History of the American Dream in Fifteen Cars)`은 자동차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다. 25년 이상 자동차 산업을 전문적으로 취재한 저널리스트로서`월 스트리트 저널`, 다우 존스 뉴스와이어 등을 거쳐 로이터 편집부국장으로 있는 저자는 제너럴 모터스의 경영 위기에 대한 심층 르포로 1993년에 조지프 화이트와 퓰리처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폴 인그래시아는 2007년`엔진의 시대`집필 조사에 착수한다.그는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다시 읽고 1960년대 방영된 TV쇼 `66번 도로`를 찾아보는 한편 모델 T 100주년 기념 행사에 따라가며 관계자 인터뷰를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자동차 여행을 감행한다.저자는 가장 상징적인 차 15대(포드 모델 T, 라살 모델 303, 쉐보레 콜벳, 캐딜락 엘도라도, 폭스바겐 비틀,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쉐보레 콜베어, 포드 머스탱, 폰티액 GTO, 혼다 어코드, 크라이슬러 미니밴, BMW 3 시리즈, 지프, 포드 F-시리즈, 토요타 프리우스)를 선택했다.미국을 무대로 활약한 차들과 자동차 회사들이 중심이지만 자동차와 영향을 주고받아 온 것이 비단 미국 사회와 문화만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엔진의 시대`는 인류를 사로잡은 차 15대를 통해 현대 문명의 변화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이 책을 읽고 나면 자동차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깨닫고 놀라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가 바꿀 세상의 모습에 대한 영감을 얻기에 충분한 책이다.”-류청희(자동차 평론가)/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1-15

자연을 통해 세상 이해하는 삶의 지혜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열림원)은 매화·동백·목련·벚꽃·산수유·소나무 등 우리 가까이 사는 식물들의 생활사를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가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에세이다. 건국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명희 교수, 산림교육전문가인 정영란이 함께한 이 책은 자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실천하게 하는 인생수업을 담고 있다. 저자 이명희와 정영란은 십 대 시절부터 함께해온 단짝 친구다. 서로의 길을 지켜봐주고 지지해준 두 친구가 사십 대 후반이 돼 한 권의 책을 함께 썼다. 시 쓰는 인문학자와 숲 읽는 자연과학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열두 가지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직접 돌아다니며 찍은 80여 컷의 꽃 사진들은 마치 독자들에게 삶을 주제로 말을 거는 듯 다채로운 표정을 지니고 있다.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살아온 두 사람이 가진 것을 공유하면서 누린 배움의 시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이들은 전한다.꽃은 한 생애를 어떻게 살아내는가? 꽃도 나무도 알고 있는 삶의 지혜와 비밀을 사람만 모르는 것이 아닐까?`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의 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은 식물들의 생활사를 읽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가운데 작가들 자신의 생의 경험을 녹여낸 책이다.삶의 다사다난한 길에서 만난 꽃들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음이 진정성 있게 드러난, 자연 공부와 마음공부가 함께하는 책이다.책은 개인의 삶에 배움이 될 지혜를 전하며 나아가 사회 전체의 행복과 지속발전 가능성의 희망을 전한다. 남들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이제까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새롭게 만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것들과 재회해 그들에게서 귀중함을 발견하는 첫 출발을 마련해주는 책이다.책은 식물의 약효나 쓰임새보다는 식물의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저자들은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름 모를 꽃들에게 건넨 독백 때문”이었고, 꽃 중의 꽃은 다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5

“포항 청소년들 다~ 모이세요”

기독교 찬양문화 단체인 두나미스(대표 황한규)는 2월 19일부터 20일까지 포항벧엘수양관에서 `Here I am, Lord`(주님 내가 여기 있나이다)란 주제로 청소년 캠프를 연다.청소년 캠프의 강사는 임은미 선교사, 박요한 전도사로 선정됐다. 찬양콘서트는 장종택 전도사와 주리, 오은, 하다솜이 맡는다.임 선교사는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 코스타 강사, 대학생부흥협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 수많은 청소년들을 말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박 전도사는 파주 세우신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으며, `요한의 고백` 등 다수의 신앙서적을 냈다. 또 남성듀엣 `축복의 사람` CCM 가수로 1천여회 이상 찬양사역을 했다.장 전도사는 장종택 라이브워십 1,2 집을 발매했고, 대표곡으로는 `하나님의 영이` `은혜로다` `우리 주의 성소에 모여` 등이 있다.주리는 트리니티 `주리` `천번을 불러도` `부르심` `예수닮기를` 등 다수 앨범을 발매했고 오은은 가스펠가수로 와우CCM `오직 은혜로`를 진행하고 있으며, CBS 창작복음성가제 작곡상을 받았다.하다솜은 CCM STAR 시즌3 대상을 수상하고 싱글 `나의 고백`을 발표했다. 청소년 캠프는 19일 오후 2시30분 두나미스 워십팀의 오프닝 워십에 이어 여는 예배로 시작된다.캠프는 두나미스 청소년사역자협의회가 주관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포항노회, 남노회 중·고등부연합회가 후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4

“복음의 빚, 저희가 갚을게요”

포항지역 교회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해외단기선교를 잇따라 떠난다. 이들은 현지에서 성경학교와 집회를 열어 복음을 전하거나 현지 주민들을 위해 지은 선교센터 입당식을 갖고 현지인들을 복음으로 돌본다. 머리손질도 해 주고 각종 학용품과 의약품, 생필품도 선물로 전달한다.포항하늘소망교회(담임목사 최해진)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필리핀으로 비전트립을 떠난다.김영미 전도사와 중고등부 26명은 현지 중·고등학교 2곳과 3천여 명이 살고 있는 빈민촌을 찾아 집회를 열고 복음을 전한다. 아이들은 집회에서 워십과 무언극 등을 선보이고 볼펜 3천 자루와 커피, 빵, 생필품 등을 나눠준다.간호사 2명이 포함된 의료팀은 현지인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간단한 치료도 해준다.포항중앙교회(담임목사 손병렬)는 24일 인도네시아 비전센터 개원예배를 드리고 인도네시아 복음화를 가속화한다.손병렬 목사와 김정한 해외선교부장(장로), 이종주 장로(전 KBS 아나운서) 등 10여명은 하루 앞선 23일 현지로 떠난다. 비전센터는 현지교회가 부지를 제공하고 포항중앙교회가 8억 원을 들여 연건평 2천500여m²의 4층 규모로 건립했다.비전센터에는 예배실, 영성훈련원, 병원, 영어유치원, 문화센터, 영화관,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 현지 선교사의 휴식 및 인도네시아 선교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회는 현지인들에게 여름옷과 생필품을 전달한다.포항제일교회(담임목사 이상학)는 2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2016 청년드림 이스라엘 미션트립을 진행한다. 미션트립에는 추명성 청년부 담당목사와 20여명의 청년들이 참여, 유대인 복음화를 위해 예루살렘과 갈릴리, 여리고를 다니며 현지 주민들에게 화해편지를 전달하고 팔레스타인 지방에 살고 있는 아랍계 유목민 베두인에게는 헌옷, 학용품 등을 선물로 전달하며 복음을 전한다. 또 이들의 머리손질도 해주며 친목도 도모한다.한편 포항동부교회(담임목사 김영걸) 중등부는 지난 3일부터 필리핀에서 단기선교활동을 펼쳤다.김영걸 목사와 중등부 학생 41명은 9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지는 단기선교에서 바탕가스 등의 고아원과 교도소들 찾아 스케치북, 크레파스 등 학용품을 나눠주고 복음을 전했다. 노방전도 활동도 이어갔다. 저녁에는 현지교회에서 주민들을 초청해 집회를 열어 예배를 드리며 말씀을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4

천주교, 안동·상주서 잇단 `성경공부`

천주교 안동교구는 새해를 맞아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강좌로`새로 나는 성경공부`(모세오경) 성경 교육을 마련한다. 모세오경을 주제로 하는 이번 성경교육은 안동과 상주 함창에서 열리며 안동은 가톨릭상지대학교 강의실에서 2월 13일부터 6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함창은 함창성당 소성당에서 2월 15일부터 6주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실시한다.강사는 안동교구 성서사도직 담당 홍 조반나 수녀가 맡으며 참가비는 1인 3만원. 참가 신청은 2월 5일까지 안동교구 사목국(054-850-3114)으로 하면 된다.모세오경은 구약성서의 처음 다서권인 창세기·출애급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를 가리킨다.모세오경은 우주와 인간의 창조에서부터 아브라함과 성조들의 역사,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급사건, 광야생활, 모세의 죽음까지를 기술한 책이다.이 책은 선민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형성된 과정을 기술한 역사부분과 그 백성이 지켜야할 법률부분이 밀접하게 짜여져 있다. 따라서 오경의 메시지는 그리스도인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신자로서의 책임감을 불러 일으킨다.천주교 안동교구 관계자는 “그리스도 신자가 모세오경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신앙체험을 자신의 것으로 할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 계약의 백성으로서 구원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4

김혜자가 전하는 詩 같은 마지막 삶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74)씨 주연의 연극 `길 떠나기 좋은날`(하상길 작·연출)이 대구를 찾는다. 사진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23일 오후 3시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열리는 `길 떠나기 좋은날`은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여인의 마지막 삶을 보여주면서 잔잔한 가족애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공연돼 `아름다운 서정시 같은 연극`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많은 대박(?) 레퍼토리를 지닌 극단으로 꼽히는 극단 로뎀의 대표 하상길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하상길은 `셜리 발렌타인`, `나 여자예요`등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화제를 모았다.`길 떠나기 좋은 날`은 연출을 맡은 하상길 대표가 김혜자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하 대표는 4년 전 처음 이 역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수정을 거듭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길 떠나기 좋은 날`에서 김혜자가 맡은 역은 다리 부상으로 삶의 전부였던 축구를 접고 절망에 빠진 남편 서진이 실의를 딛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희망이 돼주는 아내 소정이다. 그리고 불치의 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내몰리기도 하지만 가난한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딸 고은의 든든한 엄마다.이 연극은 소정이 불치병으로 죽은 뒤 가족들이 그녀를 회상하면서 진행된다. 남편 서진(송용태)은 젊은 날을 회상하고, 소정의 딸 고은(임예원)은 엄마의 모습을 회상한다.남편 서진(송용태)이 달리기를 잘해서 축구선수로 뽑혔지만 불의의 사고로 축구를 그만두게 되자 절망에 빠진 서진에게 소정이 카메라를 선물하면서 그가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된다.하상길 대표는 “아내가 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경험을 희곡에 녹여냈다”며 “환상적인 동화같은 연극으로 관객들이 보고나서 아무 말 없이 동행한 사람들과 손을 꼭잡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출연진으로 김혜자 외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 주인공에 빛나는 중견 배우 송용태, 방송과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의 지평을 넓혀가는 임예원, 희곡작가에서 배우로 변신한 류동민, 연극계의 신예 신혜옥 등이 무대에 오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3

차이콥스키와 떠나는 러시아 겨울여행

명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으로 올해 첫 정기연주회인 제421회 정기연주회의 막을 올린다.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이날 공연의 전반부는 클래식 음악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Op.23`을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의 협연으로 들려준다.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Op.23`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점을 찍는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으로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3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청중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러시아풍의 주제를 사용한 슬라브적인 중후함과 관현악의 다양한 색채감 등으로 연주자와 관객들의 사랑 속에 클래식 명곡의 반열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네 대의 호른으로 시작되는 강렬한 도입부를 지닌 제1악장은 피아노의 화음 속에 첼로, 제1바이올린이 펼치는 호탕한 주제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제1악장과는 사뭇 다르게 평화롭고 전원적인 한가로움을 지닌 제2악장, 슬라브 무곡과 같은 선이 두터운 주제와 치솟듯 화려한 절정을 보여주는 제3악장 등 총 3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반클라이번 국제콩쿠르(1997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아비람 라이케르트는 깊이 있고, 지적인 해석력이 돋보이는 연주자라는 평을 듣는다.이스라엘 출신으로 한국과 유달리 인연이 깊다. 제1회 동아음악콩쿠르(1996년)에서 우승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한국 음악도들을 가르치고 있다.휴식 후에는 강렬하고 정열이 넘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바단조, Op.36`을 연주한다.1877년, 차이콥스키는 9세 연하의 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두 달 만에 파경을 맞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때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의 도움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취하며 그는 작곡에 몰두했다.이듬해 1월에 완성한 `교향곡 제4번`은 그의 피폐한 심경을 반영한 듯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외로움, 애상 등이 녹아 있다.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불가리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제자로 활동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3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신예 작가 등용문으로

경주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동문·재학생들이 전국 주요 일간지가 실시한 `2016 신춘문예`에 대거 당선되는 성과를 거둬 예비 작가의 문단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변희수씨는 시 `의자가 있는 골목 - 李箱에게`로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로 선정됐고 , 류현서씨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물미장`을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또 강이라씨는 소설 `쥐`로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이밖에도 재학생 박순태씨가 제6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을 수상했으며, 23명의 동문·재학생이 문학잡지 신인상과 전국문예대전 등에서 수상했다.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동문·재학생들은 지난해에도 2015년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문서정씨가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응모, 당선했으며, 정정화씨가 농민신문과 경남신문에 잇따라 당선했다.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장윤익 학장은 “우수한 교수진과 특강 강사진의 알찬 수업으로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은 이제 한국문예 교육의 산실이 되는 중요 교육기관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수준 높은 문인들을 배출해 한국 문단과 경주시민 및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한편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은 지난 2007년 창작대학 출범 이후 소설과 수필창작을 공부하는 동리 입문반·연구반, 시 창작을 배우는 목월 입문반·연구반 등 현재까지 1천27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오는 2월13일 2016 학년도 개강을 앞두고 있는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은 현재 신입생을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윤희정기자

2016-01-13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H, 두번째 청출어람展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H는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구본창 교수와 제자출신 작가들의 전시회를 연다. 지난해 7월 서양화가 계명대 정미옥 교수를 시작으로 대학의 교수와 제자출신 작가들의 기획전으로 `청출어람`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시리즈 전시다. 전시 주제어인 `청출어람`에서 짐작되듯 이번 전시는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들의 활동력을 기대하며 스승이 젊은 제자들과 함께 만든 의미 있는 전시다.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지역 예술계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가 기획한 이 전시에는 구본창 교수를 비롯 박인락, 이호섭, 박초록, 이혜진, 정성태 등의 제자들의 작품이 나온다.구본창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비누시리즈`를 선보인다. 일상에서 닿고 닿은 비누를 통해 시간의 흔적, 소멸, 간소함 작품화되어 언젠가는 사라지는 작고 초라한 사물에 대한 작가의 연민을 보여준다.박인락, 이호섭은 흑백의 조화와 정적이고 차분하며 때로는 정신적이고 명상적이기까지한 사진들을 선보인다. 박초록은 위트와 유머가 섞인 초현실적인 사진들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이혜진은 동적인 인체와 정적인 공간의 낯설음을 보여준다. 정성태는 체르노빌(Chernobyl)이라는 재난의 기억과 공간에 생채기 난 시간의 흔적을 관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2

산악인 울린 영화 `히말라야`… 관객 700만 돌파

황정민, 정우, 김인권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포스터가 `관객 700만명`(1월 10일 현재)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 산악인들의 기상과 우애에 포커스를 맞춘 `히말라야`는 계명대학교 산악부 선후배인 백준호(영화 속에선 박정복이란 이름으로 출연)와 박무택의 `생명까지 함께 한 우정`을 그려내 대구·경북 산악인들의 눈물샘을 다시 한 번 자극하기도 했다. 현재의 관객동원 속도라면 `천만 영화`가 될 가능성도 어렵지 않게 점쳐진다. 이같은 영화의 유명세로 인해 `히말라야`를 관람한 이들은 `영화 속 현실`과 `실제의 현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해서 궁금증을 표하고 있다.그 첫 번째 의문은 “왜 몇몇을 제외한 영화 속 인물은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등장하는가”다. 이는 영화 제작 초기부터 스태프들이 고민한 문제라고 한다. 계명대 산악부 유족들은 이 비극적 사건이 영화화 되는 것에는 어렵게 찬성했지만 가족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피붙이를 잃은 아픔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 다른 궁금증은 해발 8천m가 넘는 설산 위에서 고글(goggles·먼지나 강한 빛 따위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안경)과 방한용 장갑을 벗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게 가능한 가이다.산악인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영화적 효과를 위한 설정”이라고 한다. 매우 높은 고도에서는 설원에 반사된 자외선이 일시적 시력상실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글은 벗지 않는다는 것이 산악인들의 부연. 또 영하 수십 도 밑으로 떨어지는 기온에서는 단 몇 초만에도 손가락이 얼어버리는 사고가 있을 수 있기에 방한용 장갑을 벗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한다.`히말라야`에선 박무택의 아내(정유미 분)가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향하는 휴먼원정대(대장 엄홍길)와 동행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 장면은 감동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영화적 장치다. 어린 자녀를 돌봐야하는 등의 여건상 어려움으로 박씨의 아내는 원정대를 따라나서지 못했다.반면 영화 속 묘사가 실제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박무택과 엄홍길이 8천500m 높이의 눈 쌓인 절벽에서 비바크(biwak·텐트 없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밤을 새는 것)를 하는 등이 바로 그것이다.영화와 동시에 영화 외적인 궁금증까지 일으키고 있는 `히말라야`가 언제까지 관객들의 관심 속에서 질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6-01-12

오정해·윤수영과 함께하는 신년음악회

병신년 새해를 활기차게 열어줄 `2016 경북도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가 21일 오후 7시 고령군 대가야문화누리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동신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이번 공연은 경북도향의 올해 첫 무대로 정상급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윤수영 경북대 교수와 국악인 오정해씨의 협연으로 펼쳐진다.이날 공연은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무소르그스키의 유일한 오페라인 `보리스 고두노프` 중 `Introduction polonaise`를 시작으로 모차르트에 비견되는 천재라고 불리는 후기 낭만주의 최고의 작곡가 생상스의 스페인 무곡 `하바네이즈 마장조 Op. 83`, 헝가리 국민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을 선보인다.서사적·민족적·영웅적 색채를 띤 루마니아 출신의 작곡가 제오르제 에네스쿠의 대표작 `루마니아 광시곡 제1번`을 끝 곡으로 감상할 수 있다.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수영 경북대 교수는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Op.20`을 연주하며 인기 국악인 오정해씨는 `배 띄워라` 등 흥겨운 국악가요를 들려줄 예정이다.바이올리니스트 윤수영은 로마 린다 음악제, 스위스 크레트바라트 음악제 등에 초청받은 바 있고,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화 `서편제`로 잘 알려진 국악인 오정해씨는 흥과 멋이 있는 전통국악 무대를 선보이며 전국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러시아판이라 부를 만큼 권력의 비극을 비판한 오페라로 대문호 푸슈킨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쓰여졌다. 순한 척, 어수룩한 척 고개를 숙이지만 기회가 오면 잔인한 심리에 휘둘리는 민중과 언제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개인으로는 고통스러운 인간 차르의 갈등을 다룬다.생상스의 `하바네이즈 마장조 Op. 83`은 무곡의 격정적이고 구슬픈 감성과 선율이 서정적인 멜로디와 대담하고 화성적인 감각으로 잘 드러난 곡이며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은 한국에서 연주가 거의 되지 않을 만큼 난해하고 일반 청중이 듣기 어려운 곡으로 소박하고 밝으며 친근하고 색채적인 관현악법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인상적인 도입부와 애잔한 분위기, 빠르고 긴박감 넘치는 결말까지 바이올린의 서정적 특성과 화려한 기교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곡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2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맥35집 출간

민족의 전통 시 시조를 맥(脈)으로 이어가고 있는 맥시조문학회(회장 이경옥)는 동인지 맥35 `가득한 기억의 곳간`을 출간, 최근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에 위치한 아랑식당에서 출판기념회 겸 2016년 정기총회를 가졌다. 사진 1부 출판기념회는 맥35집 발간 경과보고, 회장 인사, 시평 등으로 열렸고, 2부 정기총회에서는 2016년 맥시조문학회 위상 정립과 발전방향에 대한 토의, 신입회원 입회 등이 진행됐다. 이번 맥35 `가득한 기억의 곳간`은 이경옥(회장), 김우연(부회장), 김제흥(사무국장), 강성태, 김일용, 김진혁, 박광훈, 서석찬, 예병태, 원정호, 이문균, 손수성, 조순호, 조영두, 황무굉씨 등 16명의 회원 신작 시조 71편과 연간 활동화보, 맥시조문학회 35년사 등으로 엮었다.김우연 부회장은 맥35에 실린 회원들의 작품을 분석한 해설집에서 주제별로 크게 인간관계, 현대 사회의식, 역사의식, 죽음, 삶의 성찰, 동심 여섯 가지로 나타난다고 했으며, 그에 따른 회원들의 대표작 소개와 따스한 시각으로 시평을 해 눈길을 끌었다.2부 정기총회에서는 지난 2년의 임기를 마친 회장 후임에 김우연 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서석찬 부회장, 김제흥 사무국장 등이 각각 임명됐다.이어 신입회원 소개를 끝으로 회의를 마친 회원들은 기계장터 인근의 `박목월 시비(기계장날)` 탐방을 하고, 새해를 맞아 연하장과 덕담을 주고 받으며 건승과 건필을 기원했다.맥시조문학회는 1979년 창립, 36년 전통을 자랑하면서 매년 동인지를 내는 등 회원 모두가 치열한 시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문학적 소신을 갖고 시조의 발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시조문학단체다. 회원들은 신춘문예, 월간문학, 시조문학, 현대시조 등을 통해 전원 중앙 문단에 등단했으며, 매년 여름 세미나를 통해 회원들의 교류와 시조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해마다 주옥 같은 작품을 발표해 중앙시조대상, 경상북도문학상, 월간문학상 등의 수상과 함께 각자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지역 시조단을 이끌어가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2

“사랑스러운 행운의 원숭이 KiKi 만나요”

병신년 새해를 맞이해 희망의 원숭이 조각 작품전 `조각가 노준 특별전`이 오는 17일까지 대구백화점 대백프라자점 북문 로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귀엽고 앙증스러운 동물 캐릭터를 조각하는 노준(47) 작가의 귀엽고 앙증맞은 원숭이 조각 `멍키 키키`(monkey kiki)와 판다, 펭귄 등 다양한 형상의 동물 조각 작품 20여 점이 선보인다.발리산 목재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브론즈, 돌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해학적이고 풍자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시각 미학의 자연스로움을 파괴해 조형예술에 대한 친근함을 더해준다.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우연히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깜찍이 소다`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코너를 맡기도 했다. “제 자신이 많이 투영된 작업이어서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그는 “이 행복을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노준 작가는 그동안 15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19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제6회 송은미술대상전 대상을 수상했다.현재 서울조각회, 낙우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는 “사람과 가장 가까우며 지혜로운 동물로 알려진 원숭이를 통해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작품전이 관람객들에게 입가에 미소가 감돌게 하는 유쾌하고 사랑스런 이미지를 전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윤희정기자

2016-01-11

“기품있는 문화·예술로 시민에 다가갈 것”

▲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새해를 맞아 펼쳐질 기획공연과 다양한 역점사업들을 공개했다. 새로운 대표 체제 아래 재정비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수준 높은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물론, 가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며 공연문화중심도시 대구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구축할 각오다.시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한편 세계적인 오페라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신인 발굴 프로그램과 해외진출 사업 또한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특히 `모두를 위한 오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규모 야외 오페라 공연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국외진출 사업 등도 할 예정이다. 올해 첫 오페라 공연은 오는 29~30일로 예정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다.중국 지휘자 리 신차오가 지휘봉을 잡고 유철우 연출가가 참여해 사실주의를 지향한 19세기 베리스모 오페라 대표작 2편을 한 무대에서 소개한다.3월 17~19일 `오페라 유니버시아드`를 열어 국내외 대학생 4개 팀별 공연으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린다.4월 29~30일에는 푸치니의 `나비부인`, 5월에는 콘서트와 발레가 있다. 나비부인은 6월 독일 본 극장에도 진출한다.7월에는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야외 공연으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회당 최대 2만2천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린다.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하는 푸치니의 `라 보엠`, 성남아트센터와 합작품인 비제의 `카르멘`, 국립오페라단이 만드는 푸치니의 `토스카`가 주요 오페라다. 또 독일 본 극장과 합작으로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대구에서 초연할 예정이다.이 밖에도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우리 가곡 부르기` 운동을 펼치고 시민이 일상 속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찾아가는 음악회`와 `게릴라 콘서트`를 연중 펼친다.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올해 수준 높은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재원 확보를 위한 메세나 운동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1

아름다운 블랙, 그 따뜻한 어두움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새해를 맞이해 한국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양화가 김길후 작가의 기획전시를 마련했다.오는 14일부터 4월3일까지 미술관 1, 3, 4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기념비적 인상, 김길후`전은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의 주조로 직감적이고 울림이 있는 작업으로 주목 받는 김길후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대구출신 서양화가그리운 어머니 품 속불안한 존재감 등날것의 감정·표현 중점14일부터 4월3일까지 김길후 작가는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대구 출신으로 지난 2010년부터 작업실을 중국 베이징에 옮겨 국제적인 감성을 키우고 있다. 2014년 3월엔 서울과 중국 베이징에서 뉴욕 페이스 갤러리 전속 작가인 중국의 송동 화백과 2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고 뉴욕 드로잉센터에서 김길후의 드로잉을 연구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김 작가는 문명의 발전이 낳은 각박한 경쟁사회 속에서 예술적 고민의 돌파구를 일상 속 평범한 민중의 모습에서 찾고 있다. 그는 유구한 역사 속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현자(賢者)`, 즉 중국 `성인(聖人)`의 이미지를 평범한 민중들에서 발견하고 이들의 진실함에서 오늘날 진정한 현자(賢者)임을 깨닫게 됐다.이번 전시에서는 이름 없는 인물들의 기념비적인 삶에서 진실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중후하고 비장한 회화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거침없고 직감적인 붓질로 표현주의적(表現主義的)인 회화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길후의 그림을 특징짓는 것은 내용적인 특질보다는 형식적인 측면이다. 단순하면서도 직감적으로 형상을 만들어 내는 그의 작품은 자유와 무의식을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작품은 대상의 테두리 선과 어두운 면 위의 인물들을 휘감는 굵고 풍부한 블랙의 화필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가장 본질적인 상태의 이미지를 추출하기 위해 단순화시킴으로써 감정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으며, 작품 속의 형상들은 연속적으로 속도감 있게 변주되며, 선들은 작품을 개성과 활력으로 가득 채운다. 밑그림 없이 단 한 번에 그어 내린 필력은 이야기 전달을 위한 절제된 표현으로 세련됨을 더한다. 붓과 못, 조각칼로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검은색 안에 많은 다른 색상을 만들어 내는데 거대한 획이 지나간 자리에 쌓이고 있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그가 단순히 리얼리티를 재현하고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작품들은 표면에 가해진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표현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에너지가 더해짐으로써 더 많은 우연적인 회화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낸다.▲ 김길후 서양화가그의 블랙 페인팅은 우울한 어둠을 벗어 던지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건져 올린다. 통용되는 부정의 어둠이 아닌, `따뜻한` 어둠에 깔린 한국적인 정서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어머니 품 속 같은 어둠`은 도시 속의 수많은 군중 안에 갇힌 외로운 인간들의 불안한 존재감, 고독, 그리고 소외를 대변하는 오브제가 된다. 짙은 블랙으로 채운 종이 위를 못으로 긁고 망치로 두들겨 바늘처럼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선을 만들고 검게 칠한 종이의 표면을 찢고 벗겨 내, 그 밑에 꼭꼭 숨겨져 있던 어둠의 하얀 속살과 못 자국의 `상흔(傷痕)`을 드러낸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 판화에서나 볼 듯한 날카롭고 세밀한 선, 2차원적인 평면성의 강조 등의 작품들은 정형화된 인물이나 배경이 아닌 날것의 감정, 느낌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역량 있는 영남작가를 발굴해 조명하는 전시회로써 공립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그 의미가 클 것이며, 아울러 21세기 동아시아 회화에 대해 사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11

삶과 연결된 사계절의 신비

지난 5일 열림원에서 낸 `영혼의 정원`은 아일랜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존경받는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수녀가 가려 뽑은 짧은 명언에 그가 자신의 생각이나 소감을 주석처럼 달아놓은 책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일 날짜별로 하루 한편의 어록을 소개해 마치 일기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4계절과 정원의 신비를 우리의 삶과 연결시킨 명상록이랄 수 있다. 책은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현대인의 지친 몸과 마음에 처방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아일랜드의 전원 마을에서 자연의 고요함과 에너지,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을 느끼며 자란 스탠 수녀의 일기에는 다채로운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1월의 정원에는 고요한 영혼이, 3월의 정원에는 새로운 생명력이, 8월의 정원에는 풍요로운 충만함이, 10월의 정원에는 열매를 가꾼 우주의 조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세심하고 따뜻한 눈길로 살펴본다면 우리는 삶의 시련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케네디 수녀에게 영감을 준 글은 성서, 시편, 성인의 어록부터 동서고금의 작가, 사상가, 정치가의 글까지 다양하다. 베트남 승려인 틱낫한의 글을 여러 차례 소개하는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종교인의 글을 소개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어록의 주인공은 각기 다르지만 1월의 글에선 고요한 영혼이, 3월은 새로운 생명력이, 8월은 풍요로운 충만함이, 10월은 열매를 가꾼 우주의 조화로움이 깃들어 있다.케네디 수녀가 어록 밑에 단 소감문은 그 길이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꽃은 열매를 위해 만개하지만, 열매가 열리면 꽃은 시든다`(10월 20일)는 철학자 카비르의 글을 소개한 뒤 `꿈을 내일로 미루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우리는 아이들이 자라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 대출금을 다 갚고 난 뒤에, 은퇴한 뒤에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을 즐기기에 적절한 때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때입니다`라고 설명을 더하는 식이다.`영혼의 정원`은 케네디 수녀처럼 국내에서 종교인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는 친조카와 함께 번역해 눈길을 끈다.아일랜드에서 `스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수녀는 1958년 아일랜드 자선수녀회에 입회한 이래 포커스 아일랜드`(Focus Ireland)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해 집없는 이들이`진정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다.또한 2000년부터는 더블린 중심가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한 쉼터`를 열어 많은 이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아일랜드와 유럽 등지에서 사회문제와 정책에 관한 강연과 연설을 하고 있으며 다수의 책과 기사를 쓰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08

평범한 기억서 빚은 아름다운 순간들

슬픔과 외로움에 지친 사람에게는 요란스러운 응원보다는 작지만 진심 어린 친절이, 많은 말보다 작은 미소가 더 큰 위로를 주는 때가 있다.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관심에서, 뜻밖에 찾아온 우연한 만남에서, 스치듯 지나갔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기억에서, 그러한 순간들을 만난다. 신간 `뜻밖의 위로`(이봄)는 아련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박정은이 그 순간의 기억들을 다양한 그림과 감각적인 글로 포착한 책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법한, 하지만 남들은 흔히 지나쳐버리기 쉬운 평범한 기억들에서 빛나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을 길어냈다.이 책은 한 장의 그림과 짧은 글로 이뤄진 다른 책들과는 달리 여러 장의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그림과 그림을 순서대로 따라가면 그 사이에 시간이 생겨나고, 그 시간이 또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림 자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창작자들의 놀이터인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작품들에 글을 입히고 새로운 그림들을 추가해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사람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모두 혼자이고 결국 혼자이고 그래서 언제나 외롭다고 말하는 저자는 스스로를 직시하는 일로부터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어디에서 외로움이 비롯되고,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결국 무엇이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지를 오롯이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에게 누군가의 작은 다가섬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며 번져가고, 작지만 빛나는 그 위로의 순간들이 애틋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빈 커피잔을 남몰래 채워주는 카페 직원의 작은 친절에서, 때로는 함께 비를 맞아주는 상대의 배려에서, 때로는 작은 몸을 기대어오는 동물의 온기에서 우리는 마음의 벽이 허물어짐을 경험한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관계를 통해 치유되어야 하고, 그것은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자신과 타인, 가족과 연인, 동물과 사물, 공간과 자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의 편린들을 기록한 이 책은, 사랑이야말로 모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녔음을 다시금 증언한다.눈물이 멈추는 이유들, 마음을 여는 국면들, 사랑이 전해지는 순간들, 다시 시작하는 관계들 등 절망의 시기에 한줄기 희망을 선사하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떨림의 순간들을 묘사한다. 정답이 없어서 두려운 건 당신만이 아니다. 모두가 그러하다. 혼자라는 것은 두렵고 막막하며, 여전히 이별이라는 것에는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기억들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어떤 음악, 냄새, 장소 등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들로 인해 지금으로 소환되고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울림을 주고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저자는 말한다./윤희정기자

2016-01-08

소수자 삶의 문제 정면으로 마주하다

`젠더 트러블`로 철학과 페미니즘 학계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주디스 버틀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가 이번에는 `젠더 허물기(Undoing Gender)`로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버틀러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정치 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퀴어 이론을 창시했다고 이야기되며, 2015년 파리 테러를 비롯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다양한 현실 영역에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하는 진보적 지식인으로도 자리매김했다.버틀러는 이 책에서 자신의 대표작이자 페미니즘 이론의 고전인 `젠더 트러블`을 통해 보여준 `젠더 수행성`이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면서 정체성과 보편성, 사회 소수자들의 공동체 등에 관한 정치윤리적 사유를 보여준다. `젠더`가 어떻게 구성되고 수행되는지 이론적으로 고찰하던 버틀러는 이제 남자와 여자라는 규범적 젠더 개념을 허물고, 개별적이고 단독적 주체인 `나` 대신 `우리`라는 주체를 호명해낸다. 무엇보다 `젠더 허물기`는 이론적 정교함에서 현실적 정치성으로 선회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살 만한 삶`이란 누구에게 가능한지와 같은 삶의 문제에 관한 성찰을 풀어낸다.또한 차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끊임없이 `문화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의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슬픔, 애도의 정치학 을 구사하는 버틀러의 날카롭고 급진적인 논제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대화, 비평과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젠더 허물기`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스스로를 유대인, 여성, 비학제적 교육을 받은 철학자, 젠더 동일시의 문제를 겪는 퀴어로 정체화하고 개인적 삶의 역사를 드러낸다.청소년기에는 지하실에 처박히거나 술집을 전전하던 문제아였고, 대학 시절에는 니체와 셸러를 경멸하며 완벽한 철학이라는 것에 환상을 품었다가 깨져버리기도 했으며,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시작할 때 있었던 일화 등을 언급하면서 제도 철학 학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배제됐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버틀러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어떻게 해서 좋은 삶은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개념화되었는가? 여성에게 좋은 삶은 무엇인가? 또한 이런 페미니즘적 사유는 일련의 다른 질문으로 연결된다.`올바른` 것과 `좋은` 것은 가장 근본적인 범주를 괴롭히는 긴장에 대해 열려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버틀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