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서 유 오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시집
“꿀맛이 왜 달콤한 줄 아니?
꾼 맛도 아니고 꾸는 맛도 아니어서 그래.
미래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오은 시인의 말 부분)
젊은 시인 오은(34)의 세번째 시집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전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이후 3년 만의 시집이다. 오은의 시를 `오은의 시`답게 만드는 유쾌한 말놀이와 단어들이 제공하는 재미는 여전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폭로와 상처, 어둠, 쓸쓸함 등의 감정을 기록해내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중첩되는 단어와 시구 들이 밀어붙이는 리듬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놀이”(권혁웅, 문학평론가)이기에 오은, 그의 말놀이는 한가로운 피크닉 장소에 떨어진 폭탄처럼 평온함을 뒤엎고 전에 없던 흥겨움을 터뜨린다. 말놀이로 일궈낸 신나는 한 판이 오은의 시어들 속에서 시작된다.
두번째 시집에서 얼핏얼핏 드러났던 사회와 체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의식은 세번째 시집에 와서 더욱 깊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집 출간 이후 한국은 더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사건이 있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거나 외면하는 사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은은 그사이 세월호에 대해, 헬(hell)조선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어둠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왔고, 그의 이번 시집에는 그의 마음을 반영하는 시가 다수 수록됐다.
“우리 중 하나는 이제 떨어진다는 거죠?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만 중요했다”
―`서바이벌` 부분
오은은 현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쓸쓸함과 불안감의 실체를 `서바이벌`에 빗대어 드러낸다. “살다의 반대말은 죽다가 아니야/떨어지다지”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한국은 살아남거나 혹은 떨어지는 사회로 요약될 수 있다.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떨어졌다는” 뜻과도 연결된다. 오은은 “우리” “너” “나” “하나”와 같이 가볍고도 흔한 단어들로, `내가 살고, 너는 떨어진다`는 사회의 이면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가 사라지고 `하나`만이 남는다는 서바이벌의 규칙을 한국 사회에 접목시킨다.
그가 이 책에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몰두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 시집의 또 다른 측면에 “몰라서 달콤한 말들”을 꿈꾸는 “꿀맛” 같은 달콤함이 살아 있다. 그의 지난 시집들에서 주목받은 `말놀이`의 특징들, 그 유희의 측면이 이번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