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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0% 포항 영화 ‘2퍼센트’ 아태영화제 감독상

포항 출신 문신구(69) 영화감독이 포항 영화 제1호 ‘2퍼센트’로 ‘2023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10월 28∼11월 4일)’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는 1954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화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가진 경쟁영화제다. 문신구 감독은 지난 2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 시티극장에서 열린‘2023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개막식에서 독립예술영화 ‘2퍼센트’로 감독상을 차지했다.문 감독은 포항 흥해 출신으로서 흥해초등학교, 흥해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이주해 영화연출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전작 ‘원죄’로 ‘2018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아타미 국제영화제 개막작, 춘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작품상·황금촬영상 촬영대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바 있다.이번에 입상한 ‘2퍼센트’(배급 시네마뉴원)는 영일대해수욕장 등 포항 명소를 배경으로 오랜 조감독 생활, 연이은 실패에다가 설상가상 생존확률 2%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영화감독의 첫 장편 영화 입봉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해당 작품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포항지부(지부장 이경식)·문신구 필름이 경북도와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공동 제작한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로 지난 4월 국내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2퍼센트’는 포항 시민 대상의 시나리오·신인배우 공모, 포항 명소를 배경으로 포항 출신 문신구 감독이 연출한 100% ‘메이드 인 포항’ 영화로 주목받았다.문 감독은 29일 경북매일신문에 “‘많은 사람이 절 보고 미친 사람, 제정신이 아니랍니다.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만 만든다고요.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영화 ‘2퍼센트’는 바로 그 인간의 고정관념과 상식의 속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트로피가 말하지요. ‘2퍼센트’는 절망이 아닌 영광의 퍼센트입니다.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혀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영화제 시상식 축하 파티장에서 뉴질랜드 사우스 타라나키 시 관계자가 영화 속의 아름다운 포항을 보고 해당 시와 포항시가 자매결연을 맺었으면 좋겠으니 추진해 달라고 했다. 29일 오후 그 관계자와 미팅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9

50여 년 몸짓 예술과 동행 ‘무용계의 대모’

김동은 김동은무용단 대표. /사진작가 안성용 제공 경북 포항 무용의 토대를 닦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일생을 바친 ‘무용계의 대모’ 김동은(70) 김동은무용단 대표는 아직도 의욕이 넘치는 현역이다.그는 17년 전 포항에서 처음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전국 15개 시도의 대표팀이 참가한 제15회 전국무용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문화 불모지로 여겨지던 포항의 시민들이 가깝게 만나기 어려웠던 창작무용 경연의 향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영천이 고향인 김 대표는 1978년 포항에 정착해 50여 년간 몸짓 예술과 동행했다. 특히 그동안 경북지방의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 전설을 기반으로 지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최근 포항시청 문화복지동 대잠홀에서 창작무용극 ‘충비 단량, 대를 잇다’를 성황리에 공연한 그를 지난 28일 만나 이번 작품과 무용 인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김동은무용단을 소개해 준다면.△김동은무용단은 1987년 창단해 40년 가까이 순수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한 20여 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외에도 시민 대상 무용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특히 경북 지역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포항을 대표하는 한국무용단이다.-여러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창작 한국무용 ‘SunMoon-별이 된 연인’ 외에 많은 작품이 있지만 2019년에 선보였던 창작무용 ‘百年의 꿈’이다. 이육사가 쓴 대표적 시 ‘광야’를 소재로 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불굴의 의지를 통한 현실 극복 의지 및 미래에 대한 각오를 한국무용에 녹여내 호평받았다.-총연출을 맡은 ‘충비 단량, 대를 잇다’는 어떤 작품인가.△‘충비 단량, 대를 잇다’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황보 가문에 전하는 조선 단종 때 영의정이었던 황보인의 충비(忠婢) 단량(丹良)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주인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여종 단량의 희생정신과 생명 사랑 정신을 그린 작품이다. 세조가 파란을 일으키며 집권한 계유정난을 다룬 영화 ‘관상’,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이미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파란의 역사에 삼대가 멸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천한 노비의 손에 명(命)과 대(代)가 이어진 단량의 이야기가 ‘포항시사’, ‘이야기 보고’, 경북의 이야기 정도로 묻혀있는 것이 아쉬웠다. 천한 신분으로 대를 잇게 한 헌신과 충의를 극화한 예는 드물었다. 영의정 황보인의 노비 단량의 삶을 한국창작무용으로 승화시켜 경북의 인물로 발굴하고 희박해져 가는 소중한 전통 충의사상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성동리 뇌성산 기슭에 자리한 광남서원에 있는 단량비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문화답사를 통한 관광객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그동안 포항무용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1988년 포항무용협회를 창립했고 1990년 경북 최초로 포항시립무용단을 창설했다. 2006년에는 포항에서 제15회 전국무용제를 개최했다. 김동은무용학원을 운영하면서 중앙대 대학원에 다녔다. 국내 최초로 석사 논문 ‘월월이청청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고, 제2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폐막공연에서 소리춤 월월이청청을 선보여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Sun Moon’ 등 지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 안무를 맡아 경북 무용의 존재를 알렸다. 제14회 금복문화대상, ‘제5회 포항MBC·삼일문화대상’ 우수상, ‘제44회 경북도문화상’, 제9회 경북예술상, 제4회 전국무용제 장려상, 제14회 전국무용제 은상 등을 받았다.-그동안 무용가, 안무가, 연출·기획자 등 많은 활동을 해왔다. 애로도 있었겠다.△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등에 비해 인지도가 약하고, 제작 여건 역시 열악한 무용 예술은 타 예술 장르에 비해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그만큼 허약할 수밖에 없다. 무용 전문가들에게서조차 무용이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고, 제작 시스템 역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용계가 문화상품의 세계화에 발맞추고 예술경영의 체계화를 도입하여 무용의 부흥에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 무용계의 중요한 현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려고 한다.-지난해 마련한 ‘자명예술촌’의 역할이 궁금하다.△포항시 남구 자명리 272에 자리한 자명초등학교 폐교를 자명예술촌으로 바꿔 지난해 8월 입소했다. 포항교육청에 3년간 대관을 해 마련한 공간이다. 무용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춤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를 배우고 전통문화가 살아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김 대표와 한국무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한국무용은 어떤 것인가.△문화적 발전을 동반하지 않는 경제의 발전은 그 자체로도 한계가 있다. 그 중심에 한국무용이 있어야 한다. 한국이 지닌 민족성과 특수성 등을 배합해 한국 창작무용을 생산하고 대중화해 활성화 되어야 한다.-앞으로 바람이 있다면.△한국창작무용이 문화콘텐츠로써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통해 한국창작무용을 국내와 국제시장에서도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무용을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과의 소통 방안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9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역간 학술대회 열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역 간 학술대회’가 오는 27, 28일 이틀간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열린다.경북도 출자·출연기관인 한국학 전문 연구기관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기록유산 협력문화 육성하기’라는 주제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사무국인 한국국학진흥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위원회(MoWLAC)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프리카 지역위원회(ARCMoW)를 초청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역 목록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사무국을 유치한 한국국학진흥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46개국이 가입된 MOWCAP 운영의 중추기관으로 부상했다.한국국학진흥원은 이 회의에서 안동을 비롯해 경북지역의 중요 기록유산과 기록정신을 이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세계기록유산 도시로 각인시키는 동시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세계기록유산의 핵심 기관으로서 역량을 알린다는 각오다.현재 활동 중인 모든 지역위원회가 참가함으로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관련된 주요 국제 인사들이 안동에 모이게 된다.15개국 세계기록유산 지역위원회 대표자와 함께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18개 소장기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재청, 국제기록유산센터 등의 관련 담당자 등이 참여한다.첫날에는 세계기록유산 사업 홍보와 지역 간 긴밀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세계기록유산 지역위원회 역할과 활동 계획을 발표하고, 지역 간 학술대회를 개최해 세계기록유산 사업 방향과 기록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의 역할 및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둘째날에는 국내외 학술대회 참가자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3개 카테고리를 석권한 안동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문화유산 시너지 효과 창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안동국제컨벤션센터, 병산서원, 하회마을 등에서 스터디 투어를 진행한다.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이번 학술회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협업 방안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로, 이 회의를 통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세계기록유산의 핵심 기관으로 부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6

류영재 수상자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 최선”

포항지역 복지재단인 애린복지재단이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제정한 ‘제13회 애린문화상’시상식이 24일 포스코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시상식에는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회의장, 최복룡 포항예총 회장 등 지역 인사와 문화예술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올해 수상자인 류영재(64) 서양화가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이 전달됐다.포항 출신의 류 서양화가는 지역의 중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34년간 봉직했고, 특히 교육부가 선정한 미술중점학교(포항항도중) 주무자로 6년간 근무하며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장으로 재임하며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창립,‘겸재, 가을을 보다’행사 주관 등 지역 미술문화 도약의 기반을 조성하고, 중앙화단과의 관계성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또한 7년 간 포항예총회장을 맡아 포항만의 예술창작 콘텐츠 개발과 ‘포항미술사’, ‘포항예술사’정립을 위한 집필활동과 아카이브 발간에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했다.2013년부터 최근까지 포항시 축제위원, 축제기획위원, 문화도시포항 인문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포항국제불빛축제와 포항해병문화축제 등의 축제에서 콘텐츠 개발과 지역의 권역별 문화인자 발굴에 기여했다.지난해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인 ‘한흑구문학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예술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류영재 서양화가는 이날 수상소감을 통해 “문화를 아끼고 예술을 사랑하며, 지역의 예술문화 발전에 노력하시는 분들과 힘들고 어려운 예술의 길을 동행하며 조용히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4

‘천마총 발굴 50년’ 韓·中·日 고분문화 살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황인호)는 25일과 26일 경주 교원 드림센터에서 천마총 발굴조사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천마총(天馬塚)과 동아시아 고분문화’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이번 학술대회는 천마총으로 대표되는 신라 적석목곽묘와 동아시아 삼국(한국·중국·일본)의 고분문화 흐름을 살펴보는 자리로, 천마총 발굴조사의 의미와 신라 적석목곽묘의 최신 조사·연구성과를 토대로 같은 시기 가야, 고구려, 백제의 고분문화를 함께 비교검토하며 동아시아 고분의 발생과 전개, 고대 국가의 성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첫째 날인 25일은 ‘천마총 발굴조사와 신라 적석목곽묘’라는 주제로 1개의 기조 강연과 5개의 주제발표로 구성된다.당시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천마총 발굴 의미’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조사과정과 신라고분 연구 방향에 대해 살펴보는 △경주 천마총 조사성과와 향후 과제, 천마총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유산 보존 과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천마총과 문화재 보존과학의 성장과 확장, 천마총과 주변에서 조사된 적석목곽묘의 구조를 비교 검토하는 △천마총으로 본 지상식 적석목곽묘의 구조 재검토, 적석목곽묘에서 부곽이 소멸된 이유와 그 변화에 대해 살펴보는 △천마총 부장품의 구성과 특징, 천마총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의례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루는 △천마총 상장의례 과정과 표상 전략 순으로 진행된다.둘째 날인 26일은 ‘동아시아 고분문화 속의 천마총’이라는 주제로 6개의 주제발표로 구성된다. 천마총 발굴조사가 일본 고고학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신라와 왜(倭) 왕묘에 대해 비교 검토하는 △일본 고훈(古墳)시대 조사·연구와 천마총을 시작으로, 천마총 금관에 대해 살펴보는 △선비의 금기(金器)와 천마총의 금관, 신라와 가야지역의 고총 발전에 대해 다루는 △경주 천마총 발굴과 신라 고총 연구, 신라와 가야 고분의 매장주체시설을 복원 비교한 △신라 적석목곽분과 가야 고분의 매장주체시설 구조 비교, 동아시아 장묘제의 흐름을 검토하고, 백제 장묘제의 변천을 살펴보는 △백제 장묘 고고학 연구와 천마총 이해, 고구려 초대형 적석총과 천마총의 축조방법과 구조를 비교해보는 △고구려 고분 조사·연구와 천마총 순으로 진행된다.주제 발표 이후에는 김용성 한빛문화재연구원 원장(25일), 김길식 용인대학교 교수(26일)를 좌장으로 발표자와 토론자 간에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종합토론이 진행된다.행사 당일 현장에서 등록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도 송출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4

“나의 미약한 글, 누군가에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일반부 대상 수상자 서경연 씨 “탄소(C)의 눈부신 도약이 다이아몬드라면 철의 눈부신 도약은 지구의 외핵에서 빠져나와 액체를 이룬 철광석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철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물 공기 햇빛처럼 자본이 없어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먼저 계산해 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집의 단위를 결정짓는 것은 평수가 아니라 소모될 철광석입니다. 철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지난 20일 발표된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의 ‘제7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일반부 대상 수상자인 서경연(56·경남 양산시)씨는 공모전에 세 번째 도전 끝에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에밀레, 에밀레야’는 모두가 말을 잘하고 모두가 듣지는 않으려는 이 시대에 묵묵한 것, 홀로 있는 것, 마지막까지 순수한 것들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에밀레종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엄마의 부재가 가장 큰 동기였을 것이다. 엄마를 일찍 잃었다. 그래서 엄마가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애정 결핍을 거꾸로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 ‘에밀레’를 쓰게 된 동기였고 또한 나의 상처였을 것이다. 결국 문학이라는 것이 ‘아픈 다리 내놓고 장사한다’던 황지우 시인의 말에서 나는 진정 얼마나 자유로울까 가끔 생각한다.-수상작 ‘에밀레, 에밀레야’를 쓰는 과정은 어땠나. 작품을 통해 남기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에밀레종 소리를 다운받아서 수천 번을 들었을 것이다. 나에겐 그 소리가 중요했다. 나중에는 가야금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경주도 두어 번 갔었다. 우륵의 가야금에서 한국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던 젊은 피아니스트가 제1 바이올리니스트와 맥놀이를 주고받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서 보았다, 이 천재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서 행복하다, 나의 미약한 글도 누군가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에밀레, 에밀레야’를 통해 작은 것, 낮은 것, 잘 보이지 않는 것, 약자들에 대한 공감, 끝없는 사랑에 관해 쓰고 싶었다.-철이란 어떤 소재인가? 또 좋은 산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차가움과 뜨거움, 겨울 아침 열차 손잡이의 그 서늘함, 여름 한낮 더위에 늘어진 철로…. 철은 두 극단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글의 구성면에서는 쉬울 것 같다. 그러나 주제에 천착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철이라는 구체적인 소재에 글을 입히는 것이 추상적인 소재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옛날의 대장간에서 지금의 포철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는 철기 문명과 항상 같이 있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딱딱하게만 알고 있는 철이 지구의 내핵 쪽으로 들어가면 용융상태로 있다는 것도 나의 글쓰기를 자극한다. 좋은 글은 문체주의를 넘어서 감동과 울림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잘 바른 갈치 뼈 같은 글을 보고 싶고 또 쓰고 싶다.-문학 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문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그러니까 한 사람을 얼마나 깊은 곳에서 이해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장르는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해리포터와 판타지 소설에 열광하지만, 백 년이 지난 뒤 결국 살아남는 건 변하지 않는 인간 감성일 것이고, 종이책의 부활일 것이다.-정식 등단하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아직은 습작기지만, 소설을 쓰고 있고 습작기가 긴 작가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혼자인 것이 좋아서 내 친구는 까치와 구절초들이다. 가끔 다른 이의 말을 듣고 무엇을 써야겠다는 자극을 받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할 것 같다. 먼 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 너머 가까이에서 부대끼는 아름답지 못한 일도 있을 것이다. 열린 만큼, 자기가 느끼는 만큼의 감수성으로 그것들을 바라볼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2

“무의미한 존재의 가능성 새롭게 그려내고 싶었죠”

청소년부 금상 수상자 권도훈 군 “사람들은 고철이 가진 끝없는 가능성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의미의 부산물들일지라도 유의미로 변모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글에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한편의 글로 고철과 같이 산화가 되어 부스러져가는 이들에겐 환원이라는 삶의 희망을, 또 이들의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시각들을 주기 위해 저만의 생각을 글로써 묘사했습니다.”지난 20일 발표된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의 ‘제7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에서 신설된 청소년부에서 권도훈(포항제철공업고 1년·자동화기계과) 학생은 1등인 금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자가 된 권도훈의 작품 ‘고철’은 기성작가들 못지않은 풍부한 감상을 자아내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수상작인 ‘고철’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아무런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 이들이 언제나 그 모양일 거라며 비판하는 모습은 어릴 적부터 신물이 나도록 보고 들어왔다. 그러나 아주 우연히 겪게 된 고물상과의 모험으로 인해 무의미함의 상징인 고철 역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되었다. 그들 역시, 마치 고철처럼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그려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편의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제 작은 마음이 계기였지 않을까 생각한다.-작품 ‘고철’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뭘까 궁금했다.△‘고철’은 무의미한 존재들과 그들의 변모할 가능성은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망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픈 나의 심정을 경험 이야기로 알리고 싶었다.-‘고철’ 창작은 어떤 과정과 순간의 반복이었을까.△깊이 있는 글을 쓴 경험이 전무해서인지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랜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 유독 고되었다. 마치 자욱한 안개 속 기억과의 술래잡기로 비유하고 싶다. 그러나 과거의 음영들을 붙잡을 때마다 흘러 들어오는 기억들과 새로운 깨달음들은 제 자아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또 고철에 대한 고찰을 글에 녹여내는 과정에 미처 느끼지 못한 은은한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고 생각한다.-권도훈 학생에게 철이란 어떤 소재인가.△저에게 철이란 인간을 빗대는 일종의 거울이다.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생기는 철들의 붉은 녹과 인간들의 나태함이, 또 서로의 열정과 의지가 뒷받침해준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까지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권도훈 학생이 생각하는 좋은 수필이란 무엇인가.△한눈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글의 분위기, 시작부터 마음속 깊이 주는 작가만의 뛰어난 울림과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좋은 수필이라고 느낀다. 울림은 작품을 좀 더 몰입하여 보게끔 하며, 같은 수필이어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 다채로움이 제겐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문학 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문학 작품의 장점은 자신만의 모든 것들을 녹여낼 수 있음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 상상하고 경험한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문학 작품은 자기만의 깊이 있는 고찰과 자신만의 감정선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싶다. 요즈음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서 저의 시간이 남들과 달리 가속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렇게 하나뿐인 나의 청춘과 젊음이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순 없기에 한정적인 이 시간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을 따름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22

포항문화재단 ‘안전운동회’개최 초등생들 놀면서 생존기술 배워

(재)포항문화재단은 최근 포항송도초등학교에서 놀면서 생존 기술을 배우는 ‘안전운동회’를 개최했다.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담론 중 하나인 ‘안전도시 포항’을 지향점으로 지역이 가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번 안전운동회는 포항문화재단, 포항송도초등학교, 경북시민재단이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역 자원 연결을 시도한 사례다.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아동기 때부터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의식을 확보하도록 놀이와 연계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초등학교 운동회 형식을 차용해 ‘안전, 놀이, 문화’를 주제로 안전 문화 콘텐츠에 기반한 체험형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행사에서는 포항문화재단, 포항시, 협업그룹 문화재생활동가 F5, 예술놀이 전문가, 경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 교육기관의 연계를 통해 재해·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놀이 프로그램 6개와 안전 체험이 가능한 포항남부소방서, 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 등 유관기관의 안전박람회 부스 4개가 운영됐다.한편 안전운동회 실행 주체인 문화재생활동가 F5는 문화도시 포항의 협업 워킹그룹으로 지진과 코로나 등의 재난 상황을 겪으며 시민의 일상적 삶을 문화적 요소로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활동가 그룹이다. 문화도시 포항의 시민 활동부터 시작해 타 사업, 기관 등과 협업·확장되는 시민의 문화적 성장 주체로서 상징적 사례를 만들어 가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8

한국국학진흥원, 2023 경영실적평가 ‘S 등급’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경북도가 시행한 ‘2023년도(2022년 실적) 경영실적평가’에서 ‘S 등급’을 받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경북도 산하 23개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경영실적평가는 지속가능경영, 경영성과, 사회적 가치 등 3개 부문 15개 세부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2022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최우수 등급을 받아 2년 만에 ‘최우수기관’으로 다시 선정됐다. 또한 기관장의 책임경영과 중장기 전략과제 및 혁신과제를 평가하는 기관장 평가에서도 평가 대상 기관장 중 최고등급을 획득했다.이번 경영평가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은 도정 정책 방향에 맞는 사업 대응 및 협력을 통해 다방면에서 이뤄낸 성과를 크게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및 유네스코 행사 유치, 국학자료의 디지털·스마트화 추진 등을 통해 국학진흥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지방출자출연기관 경영개선 기여를 인정받아 지난달 22일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선제적인 기관 혁신 도모,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 획득, 인문정신연수원의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공공기관으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한 실적을 인정받은 것이다.정종섭 원장은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와 경영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직원 모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이룬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국학 진흥을 선도하며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7

류영재 서양화가, 제13회 애린문화상 수상

‘제13회 애린문화상’수상자로 류영재사진 서양화가가 선정됐다.(재)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은 24일 오후 2시 포스코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시상식을 갖고 류씨에게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을 수여한다.애린문화상은 포항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씨를 뿌려 착근시키고,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故) 재생 이명석(1904∼1979) 선생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토양을 가꾸고 정신적 토대를 다지는데 기여한 이들을 찾아내 조명하고 격려하고자 지난 2011년 제정됐다.올해 제13회 애린문화상을 받는 류영재씨는 1959년 포항에서 출생해 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봉직하며,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교육부가 선정한 예술(미술)중점학교 주무자로 초빙돼 포항항도중 미술중점 학교에서 창의인성부장으로 근무하며, 성공적으로 운영해 교육부장관의 기관 표창 실적을 거뒀고, 미술 실기교재인 ‘기초에서 창작으로’를 발간해 지역 청소년들의 미술실기 교육을 체계화했으며, 지역 미술인들을 실기강사로 채용함으로써 예술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장으로 재임하며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을 창립해 지역 미술문화 도약의 기반을 조성하고, ‘포항시립미술관 건립추진 세미나’를 주관하는 등 미술관 건립 운동을 주도했으며, ‘겸재, 가을을 보다’ 행사를 주관해 포항 지역과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와의 관계성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또한 포항예총회장을 맡아 포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며, 포항의 8개 예술문화단체를 아우르는 ‘포항예술인한마당’ 행사를 기획해 예술인들의 단합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포항문화재단과 협업해 ‘포항형 예술지원사업’ 시스템의 구축과 공공예술프로젝트 ‘포항예술 한걸음 더’를 주관하고, 청소년공연예술축제인 ‘틴틴스타페스티벌’을 기획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무용과 음악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제60회 경북도민체전을 기념하는 문화예술행사를 기획, 주관해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경북도지사로부터 기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포항영화인협회의 출범을 지원해 경북 최초로 영화협회의 지부승인을 이끌었고, 단편과 장편영화 제작에 성공해 지역 소재 영화제작의 모델을 제시했다.지역 정체성을 담은 예술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운영위원장, 포항시 축제위원 및 축제 기획위원,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 ‘포항문화사’ 집필위원, ‘포항미술사’ 정립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 책임연구원,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회원 등을 역임하고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 문학기념 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예술문화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그 외 개인작품전을 비롯해 7회의 개인전, 500여 회의 단체전에 출품하며 미술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애린문화상 역대 수상자로는 제1회 고 손춘익(문학인)·박이득(문학인·전 포항예총 회장), 제2회 김삼일(연극인·대경대 석좌교수), 제3회 고 이영희(문학인·한·일 고대사 연구가), 제4회 신상률(문학인·전 경북예총 회장), 제5회 권순남(전 한국자원봉사문화 포항지부장), 제6회 김두호(화가·제7대 포항미술협회 지부장), 제7회 이낙성(음악인·포항시립교향악단 초대 상임지휘자), 제8회 김일광(동화작가·전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장), 제9회 이상준(향토사학자), 제10회 김갑수(화가·포항시립미술관장)씨, 제11회 이대환(소설가), 제12회 황인(향토사학자)씨가 있다.한편, 애린복지재단은 보건복지부 인가 재단으로 1998년 6월 1일 설립돼 애린문화상은 제12회 애린문화상 시상, 제24회 재생백일장을 가졌으며 사회복지·장학·복지선교·문화예술지원 사업 등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매년 약 4억원을 지원해 현재까지 약 70억여 원을 집행하면서 애린·선린(愛隣·善隣)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7

포항서 한흑구의 문학세계 집중 조명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1909~1979) 선생의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오는 20일 오후 1시 30분 포은중앙도서관 어울마루에서 열린다. 포항시가 주최하고 한흑구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일제강점기 한국 영문학과 한국 수필 문학의 개척자 한흑구’를 주제로 열리며,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등 5명의 문학 이론가들이 논문을 발표한다.이날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국 영문학의 네 가지 형식과 한흑구’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흑인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 한흑구의 번역 및 비평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는 한흑구 영문학의 특징은 한반도와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작가나 시인, 비평가들과 달리 영문학에 스며들어 있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바탕 위에서 전개한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또한 박진임 평택대 교수는 ‘한흑구 창작시와 월트 휘트먼’, 서주희 서울대 박사는 ‘한흑구의 미국 흑인 시 번역’, 신재기 문학평론가는 ‘한흑구 수필론 연구’, 김미영 홍익대 교수는 ‘한흑구 문학에 나타난 평양, 미국, 포항의 장소감’을 주제로 발표한다.이어 이대환 소설가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민충환 문학평론가, 박현수 경북대 교수, 서숙희 시인이 참여해 한흑구의 문학세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오늘날 포항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데는 흑구 한세광 선생을 비롯한 많은 문인이 지역 정신문화를 이끌어 준 덕분”이라며 “보다 많은 시민이 한흑구 선생의 작품을 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데 이번 학술대회가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한흑구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 개최와 한흑구문학관 건립 등 선생의 문학적 위상을 널리 알리고 정립하는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7

일월정신의 계승과 발전 ‘시민 화합’

포항시가 주최하고 (재)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해 ‘일월의 빛, 포항의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개최된 ‘제15회 일월문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일월문화제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기반이자, 포항의 정체성인 일월정신을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승화해 시민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기획된 종합문화예술제다.올해는 일월문화를 현대적 문화콘텐츠로 승화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학습과 체험 중심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특히 심용환 소장, 서경덕 교수의 ‘일월 역사 토크콘서트’는 지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과 수준 높은 강연으로 일월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관객들에게 유익한 시간을 제공했다.이외에도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인터랙티브형 연극 ‘해와 달 마주보고 활짝’과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일월문화 관련 명소를 답사하는 ‘일월 문화재 탐방대’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13일 개막행사에서는 포항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는 전통문화 이수자들과 포항시민 취타대가 ‘일월 : 다시 떠오르는 찬란한 빛’ 공연을 선보였고, 일월의 빛을 형상화한 상징물을 참가자들이 함께 완성하는 기념 퍼포먼스도 펼쳐졌다.민속촌 배우들의 코믹한 전통문화 체험존 ‘어서온나 일월村’, 지역 예술인들에게 배우는 체험형 프로그램 ‘일월村 예술장터’, 풍성한 공연 한마당 ‘햇살 가득 연오의 야외 극장’, 해도 도시숲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전시 ‘세오와 비단의 숲’이 진행되었고, 이는 관람객들이 일월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포항의 문화적 기반인 일월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현대와 전통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일월정신에 대해 학습한 미래세대가 만들어 나갈 새로운 문화의 장을 위해, 포항의 대표적 문화예술제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6

“호기심에 시작한 사진… 내면의 나 만나”

임지연(52) 사진작가는 2018년 사진에 본격 입문한 새내기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대상에 숨을 불어넣는 심미안적 사진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특히 그는 3년 전부터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리의 작은 어촌마을인 다무포 마을을 찾아 이곳의 정겨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주목받고 있다. 다무포 마을은 2006년 인근 해안에서 2천 마리가 넘는 고래가 목격될 만큼 국내 대표 고래 서식지로 손꼽혔었다.20∼22일 포항 송도 코모도호텔에서 개최되는 ‘2023 제7회 사진의 섬 송도’ 사진아트페어에 ‘안녕, 다무포’를 주제로 참여하는 그를 지난 14일 만나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이번 ‘사진의 섬 송도’ 부스 전이 첫 포트폴리오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감을 듣고 싶다.△다무포 마을은 1970년대까지 고래잡이가 성행했었던 곳이다. 2008년에 고래생태마을로 지정되었지만 고래가 떠나고 없는 지금, 포항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하얀 벽과 파란색 지붕으로 채색하고 고래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고래 이미지 몇 가지로 지금의 다무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광마을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고자 많은 분이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사진작가가 된 지 5년째다. 사진을 하게 된 동기는.△사진은 소통이다. 촬영하는 대상과의 소통이기도 하고 결과물과 관객들과의 소통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의 소통이라는 점이다. 2013년 포스코한마당 사진 강좌를 통해 사진을 접했다.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사진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면의 나를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대상과의 소통을 통해 나를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작품 발표는 주로 어디에 어떻게 하나.△작품 발표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내 작품의 첫 번째 관객이자 중요한 관객은 나 자신이라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2017년 ‘퍼스널다큐전-사진상회’(포항 모네갤러리), 2018년 ‘꽃피는 봄날에는’(포항시립 중앙아트홀)과 ‘포항산책(포항문화예술회관)’에 참여했고, 2019년 충북문화관에서 열린 ‘집으로 가는 길’ 기획전에 참여했다. 2021년에는 ‘다각적 시선’(포항문화예술회관) 기획전시에 참여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참여했다.-사진의 섬 송도에 출품하는 ‘안녕 다무포’전을 소개해 준다면.△‘안녕 다무포’는 30여 점 작품 중 15점 정도가 20일부터 22일까지 송도 코모도 호텔 224호에서 전시된다. 다무포는 사라진 고래를 기다리는 의미보다 공동화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어촌마을의 현실이 먼저 다가왔었다. 공동화현상은 소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수많은 어촌이나 농촌 마을의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해답이 묘연한 다무포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고자 적지 않은 발걸음을 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임 작가에게 사진의 의미는.△나에게 사진은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모든 것들과 조우하는 수단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의미를 둔다. 그 대상들과의 조우를 통해 나를 투영하는 것이 매력적이다.-사진을 하면서 좋은 점은.△재현과 표현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 중 나는 표현이라는 부분에서 사진의 묘미를 찾고 있다. 스치는 대상일지라도 프레임에 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심적 물적 필요 요소들이 있다. 짧은 순간에 그 필요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신중함과 진중함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진 작업은 내 삶에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주었고 현재도 주고 있다.-임 작가가 지향하는 사진 작업은.△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실성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사진 만의 장점이고 위대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요소다. 따라서 나의 사진 작업에는 그 사실성을 담보로 한 표현 형식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심미안적 접근과 사실성은 내 작업의 기준이 된다.-앞으로의 계획은.△지치지 않고 싫증 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진 작업을 위해 다급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소소하지만 알찬 사진 작업을 위해 작업 순간순간을 즐기고자 하면서, 작업 자체에 내가 매몰되지 않도록 최대한 걸음을 느리게 하려고 한다. 많은 관객에게 인정받기보다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를 우선적으로 원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3-10-15

“한국미술 정체성 깊은 이야기 나눈다”

경주박물관대학이 박물관대학 수강생과 시민들에게 고고·역사·미술 분야의 향유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 초청 강연을 진행한다.(사)경주박물관대학(이사장 이광오)은 오는 28일 오후 3시30분 국립경주박물관 강당에서 인문학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사진 전 문화재청장 초청 특강을 개최한다.이번 특강에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유행시키며, 인문교양서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동시에 고고·역사·미술 분야 강의로 정평이 나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강연자로 나와 ‘한국 문화의 아이덴티티:국토박물관 순례’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미술작품, 조형물, 문화재 등을 통해 명작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우리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우리나라 국민을 역사와 인문학에 새롭게 눈뜨게 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으로 활동했다. 또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그의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인문학 서적 중에서 첫 손에 꼽히는 밀리언셀러로, 쉽고 재미있는 해설을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며 유적답사 대중화를 이끈 책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로 현재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경주박물관대학 특강은 현장에서 접수 확인 후 수강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2023-10-15

포항문화원 ‘연오랑 세오녀 부부선발대회’ 성료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지난 12일 오후 2시 문화예술회관앞 광장에서 제22대 연오랑 세오녀 부부선발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이번 대회는 13일 개막하는 ‘제15회 일월문화제’의 사전행사로 식전행사인 버꾸춤 공연을 시작으로 참가부부 행진 및 소개, 인터뷰와 부채춤, 민요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이번 제22대 연오랑세오녀 부부선발대회에는 읍면동의 추천을 받은 16쌍의 부부가 출전해 제22대 연오랑 세오녀에 진대용·김효은(남구 대이동) 부부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인기상에는 동해면의 김선용·정숙인(남구 동해면) 부부와 강성태·김일란(남구 효곡동) 부부가 선정됐으며, 은실상은 강석구·유진(북구 두호동) 부부, 금실상에는 남병철·서현지(북구 장량동) 부부가 차지했다.이날 선정된 제22대 연오랑세오녀 부부의 첫 일정은 일월문화제 개막일인 13일 오전 동해면 일월사당에서 개최되는 일월신제 헌관으로 참여한다.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연오랑세오녀 부부선발대회는 예로부터 우리고장에서 신화적 의미를 갖고 전해오는 연오랑 세오녀부부 설화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일월문화제의 개막을 알리는 중심 행사”라며 “오늘 선발된 연오랑 세오녀부부는 포항을 대표하는 부부라는 자긍심을 갖고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2

신화로 풀어낸 ‘연오랑세오녀와 귀비고’

우리나라 문헌 최초의 일월신화인 ‘연오랑 세오녀’ 신화를 소개하는 강연회가 열린다. (재)포항문화재단은 재단이 운영 중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 아트라운지에서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를 개최한다.이번 아카데미는 ‘신화로 풀어내는 연오랑세오녀와 귀비고’를 주제로 연오랑세오녀의 설화 속 신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비단과 세오녀의 여성성, 서양과 동양의 신화 속 직물, 조형예술, 축제 등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동양신화학 전공자, 서양신화학 전공 교수, 시인,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초빙 인사가 21일부터 매주 토요일 동서양 신화 속 여성성과 축제, 예술 작품 속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현재적 가치로 재해석 해보는 강의를 펼친다.첫 번째 강연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석사 과정과 인도 뿌나 대학에서 수료한 김영 연구원(주식회사 아트앤스터디)이 ‘사라진 여신, 위대한 어머니’라는 주제로 신화 속 여성성(세오녀)에 대한 내용과 신화 속 여성성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를 강의와 토크 형식으로 함께 나눠 볼 예정이다.두 번째 강연은 ‘여신과 축제’라는 주제로 축제의 기원이 되는 신화와 여신과 관련한 축제에 대해서 장시은 교수(안양대 HK+연구교수)가 강연한다. 서양 신화의 소개와 축제의 기원과 상징성을 통해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축제와 놀이들의 연행 방법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세 번째 강연은 ‘신라의 여신들, 동양 신화 속의 여신들’이라는주제로 시인이며 백년어서원(百年魚書院) 대표인 김수우 작가가 강연한다. 동서양 신화를 설명하고, 신화 속 여성성의 사례와 유사성과 차이를 살펴본다. 또한 지역의 신화와 설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성을 지닌 존재들과 함께 세오녀의 연관성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인문적 상상을 통해 현재적 의미를 돌아본다.네 번째 강연은 ‘예술 창작으로 들어온 신화와 여성’으로 김해자 시인이 강연에 나선다.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의 관점으로 창작의 원천으로서의 신화와 여성, 작품 속 신화와 여성은 어떻게 활용되고 녹아드는가에 대해서 개인의 창작 사례와 작품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이번 강연은 사전 신청제로 운영되며 전화 신청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문화공간운영팀(054-289-7951)으로 문의하면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1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위안이 되길”

“이 글들은 ‘돌봄’이라는 말에서 출발 되었다. 치료나 간호라는 말보다 나는 돌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모래 한 알의 크기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이 된다면 내가 글을 쓰는 보람이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썼다. 사소한 일상에서 끌어올린 사유들이므로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고개 끄덕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몇 년 전 첫 시집을 냈던 최라라 시인이 산문집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도서출판 득수)을 냈다. 소소한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끌어와 사유를 유도하는 글이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최라라 시인은 현재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본명 최영미)로 재직 중이며 이번 산문집에는 문학과 간호학이 조화롭게 접목돼 있다.최라라 시인은 2011 ‘시인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가 있다.최 시인을 지난 9일 만나 이번 산문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시인으로서 산문집을 냈다. 2017년 첫 시집이 출간되었으니 두 번째 시집이 나와야 하는데 산문집이 나왔다.△첫 시집을 낸 즈음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하던 강의가 간호학과 강의로 바뀌고 그러면서 글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름 조바심도 생기고 안절부절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문학 쪽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은 초조함 때문에 신문에 산문 연재를 시작했다. 시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말을 줄이는 과정들에서 산문과는 다른 밀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문은 내 일상에서 오는 사유를 진솔하게 옮겨놓는 것이라서 마음이 조금 편했다. 그리고 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들어서 4년여를 연재했고 이번 산문집은 그 결과물이다.-제목이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인데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이 글은 ‘긍정적인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느 날부턴가 친구들의 부고가 날아오기 시작했고 어쩌다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아픈 것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결론은 소위 스트레스라는 것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내가 쓰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그것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독자도 그런 사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글이다. 산문을 연재할 때의 타이틀이 ‘돌봄의 인문학’이었다.-산문 중 특별한 애착이 가는 글이 있다면?△‘스승의 은혜’라는 글인데…. 나는 내 마음에 스승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마음의 스승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다르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게는 자랑할 만한 스승이 계시고 나는 그분으로 인하여 지금의 나날을 영위하고 있고 그 에너지를 나의 후학들에게도 나누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스승이 현존하든 아니든 가령 신이라 하더라도 제 마음에 스승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막연한 미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밝혀주는 등불을 보고 따라가므로 안전한 미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삽화가 추상적이면서도 입체적이라 독특하던데?△삽화는 내 딸이 그린 것이다. 한국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데 이번 산문을 내면서 콜라보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콘셉트를 잡느라고 오래 고민하다가 그린 그림이다. 나는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는데 본인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표지도 다른 그림으로 하고 싶어 했는데…. 내가 그 의도를 살리지 못했다. 나는 글보다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고 딸은 글이 좋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1호정도 크기의 그림인데 출판사에서 경매에 부치겠다고 했다.-시인으로서 간호학과 교수로 있다. 간호학도들에게 인문학을 전달하기도 하는가?△간호 학생들에게도 인문학은 무척 필요한 과목이다. 필수 교과목으로 학점을 취득해야 하는 과목도 있어서 문학을 공부한 나는 스스로 최적화된 간호학과 교수라고 자부해 보곤 한다. 간호학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학문인데 그것은 육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어떤 환자가 인터뷰에서 ‘간호사는 자신의 신’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의미 때문일 것이다.-앞으로의 계획은?△시인이므로 언제나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글이 있으니 계획대로만 된다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마무리하여 시집을 내고 싶다. 마침 다음 학기부터는 인문학 강의를 주로 할 것이라서 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시인 최라라로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10

이산하의 40년 ‘시와 삶’ 이야기속으로

한국 문단에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저명한 시인인 이산하(63) 시인이 고향인 포항에서 독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포항 문학전문 서점 책방 수북(포항 북구 장량로 174번길 6-15)은 오는 13일 오후 7시 문인 초청 강연회 ‘작가와 함께 수북수북’행사의 하나로 이산하 시인을 초청해 문학과 삶에 관해 시인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이산하 시인은 포항시 죽장면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 1982년 ‘시운동’에 ‘존재의 놀이’로 등단했으며, 1987년 군부독재 시기에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필화를 겪고 1년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던 대표적인 운동권 시인이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절필을 하고 시민단체와 문학지 편집자로 일하며 사회 운동가로서 활동을 했다. 시인은 절필 11년 만인 1998년 문예지 문학동네에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서 활동을 재개했으며 지난 2021년 시집 ‘악의 평범성’을 출간해 시인으로서 그만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에서 투병생활 중 포항을 찾는다.홍성식 시인(경북매일신문 기획특집부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이산하 40년 시와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시인의 삶과 시, 현시대에 대한 조망에 대해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책방 수북의 김강 대표는 “이산하 시인의 문학 강연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문학의 의미와 위상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강연회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한편, 책방 수북에서는 매달 소설가와 시인을 초빙해 작가와 문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북콘서트와 강연회 ‘작가와 함께 수북수북’을 열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