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보라(49·포항시 남구 송도동) 의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가 세계 3대 SF(과학소설)상으로 꼽히는 미국 ‘필립 K.딕상(賞)’ 후보에 선정됐다. 한국 작품이 이 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의 문학 브랜드 래빗홀은 “‘너의 유토피아’ 영어 번역본이 필립 K.딕 상 최종 후보 6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고 13일 밝혔다.
미국에 출판된 SF에 주어지는 필립 K.딕상은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SF문학상이다. 20세기 SF 문학을 대표하는 미국 작가 필립 K.딕(1928∼1982)을 기념하기 위해 1983년부터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최우수상 및 특별 언급 수상작은 오는 4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SF판타지 컨벤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윤하가 ‘나인폭스 갬빗’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수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으나 한국인 소설가가 한국어로 쓴 작품이 3대 SF상 후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총 여덟 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유어 유토피아’(Your Utopia)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류가 떠난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 자동차의 이야기다.
정보라는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2017년 출간된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각각 올랐으며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상을 받았다. 2020년부터 남편을 따라 그의 고향인 포항에 이주해 살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