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지원 삭감·후원사업 탈락<br/>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포항의 대표적인 구도심 북구 중앙로 298번길 14-4 일대에 위치한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가 조성 8년 차를 맞이하며 입주작가들이 시름에 빠졌다. 2017년 6월 조성 이후 포항시가 매년 제공하던 임대료 지원이 올해 크게 줄어들면서, 입주작가들은 창작촌 잔류 여부를 고민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앙상가 소상공인들의 빈 점포 임대료 지원 예산이 늘어나면서, 꿈틀로 작가들에 대한 예산 지원이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꿈틀로작가연합회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공모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에는 포스코1%나눔재단 후원금 사업에서도 탈락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월 35만원가량 지원받던 작업실 임대료를 올해부터 연합회 소속 작가 32명 중 8명의 작가만 지원받게 되면서 75%의 작가들이 지원 없이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가들은 예술인들의 존엄을 확보할 다양한 지원책들이 공언되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예술적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조속하고 현실적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고 강조한다.
시가 지급하던 월 35만원 임대비
올해 작가 32명중 8명 혜택받아
포스코1%나눔재단 후원사업 등
자생 위해 도전한 공모서도 고배
대부분이 생계 연계된 전업작가
운영 벅차 창작촌 잔류 여부 고심
공익법인 사회적협동조합 출범
체험마켓 298놀장·꿈틀상회 등
다양한 판매망 기획에도 역부족
현실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절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시도한 창작지구 조성은 침체된 원도심을 문화예술을 통해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빈 점포에 작가들이 입주하면서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고, 황량했던 거리에 행인이 늘어나며 꿈틀로에 생기가 돌았다. 2017년 6월 8일 정식 개장한 이후 중앙파출소는 대한민국 제1호 부엉이 파출소로 거듭났으며, 버려진 벽면은 독특한 발상의 조형작품이 설치됐다. 조악한 간판은 아름다운 글판으로 대체됐고, 9월 꿈틀로 아트페스티벌, 12월 꿈틀로 작은 축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텅 비었던 도심 곳곳에 틈새 갤러리가 들어서고 길바닥에 바닥화를 그려 넣는 등 문화적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포항시의 꿈틀로 조성 초기에는 중앙동 일원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구조적인 뒷받침도 든든하게 이뤄졌다. 중앙동 일원을 청년창업 허브·문화예술 허브·스마트 시티로 조성하고, 시정 핵심사업 간 네트워크화를 통해 원도심 전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장은 “포항시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출발한 꿈틀로 활성화 사업이 포항시의 취지대로 진행될지 우려가 된다. 사업이 뿌리를 잘 내려 원도심을 살리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포항시와 여러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포항문화재단의 임대료 지원이 줄어들면서 자생하기 위해 작년부터 작가들은 공모사업에 도전해서 실행해왔다”면서 “전업 작가가 대부분인 작가들의 생계를 위해 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있지만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꿈틀로는 조성 이후 21개 팀의 입주작가가 공모 선정되면서 회화, 공예, 음악, 조각 등 포항 지역 예술인들이 꿈틀로 내 유휴공간에 입주해 현재는 32명의 작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원들이 생산한 회화와 도예, 액세서리 등 작품들은 기성품 대비 가격이 높아 일반 시장에서 쉽게 거래되지 않으며, 대량 생산도 어려워 거래처 납품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20년 공익법인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을 출범했다. 조합원들은 지역 문화 관광 기념품을 판매 돌파구로 고안해 냈으며, 공동으로 ‘체험마켓 298 놀장’ 등을 개최하고 예술 상품 판매 가게 ‘꿈틀 상회’를 오픈해 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통해 판매하고, 납품처를 발굴하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문화재단과 함께 창작 공간과 임대료 지원을 비롯해 꿈틀 갤러리, 운영지원센터, 문화 공판장, 방문객 쉼터 청포도 공원 등을 조성해 꿈틀로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문화 사업을 운영했다. 현재 꿈틀로작가연합회 창작 공간과 대안공간 스페이스 298, 문화경작소 청포도 다방, 청포도 공원 등이 들어서 있는 꿈틀로는 포항지역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예술의 거리에 걸맞은 창작지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주작가들에 대한 혜택과 지원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의 한 예술경영자는 “지역예술인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다른, 지역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청포도 다방 임시 운영 기간을 거쳐 2차 심의에 통과돼 2026년까지 2년간 운영단체로 선정돼 꿈틀로 주민의 작은 쉼터로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4월부터는 꿈틀로298놀장을 시작해 11월까지 총 6회를 포항문화재단과 함께 운영해 시민에게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포항시립미술관 원로작가전 박수철 ‘오래된 꿈’ 전시에 이어 꿈틀로입주작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이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다.
꿈틀로작가연합회 작가들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고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꿈틀로작가연합회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