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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고통과 회복의 피아노 교향곡)

등록일 2025-01-08 19:51 게재일 2025-01-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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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객원기자의 '클래식 노트'

예술은 시간과 역사를 초월하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몇몇 곡들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다. 이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치 있는 문화적, 감동적인 작품들을 모아 정리하고자 한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하는 클래식 명곡’을 검색하면 다양한 카테고리별 대표작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 중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하는 피아노 협주곡’으로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그리고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등이 있다.

그 중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 태생인 그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북구의 로맨티스트로 불린다. 오늘 소개할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가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을 극복하며 작곡한 곡으로, 듣는 이들에게 특별한 위로와 울림을 전해준다.

러시아 제국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yevich Rachmaninoff·1873∼1943)는 육군 장교이자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남다른 초견력과 음악적 재능을 길렀다. 이후 1885년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문 음악학교인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해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한 후인 1892년,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첫 교향곡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 충격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3년간이나 작곡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1890년에 만난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의 도움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고 다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니콜라이 달과 ‘자기암시 기법’으로 마음의 병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데, 방법은 이러하다. 최면을 건 후 반복되는 말을 무의식에 심어주는 것이다. 라흐마니노프가 누워 있으면 달이 “당신은 곧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할 것이며, 그 곡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라고 암시해주는 최면 기법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를 3개월간 진행했다고 한다. 최면치료법이 통해서인지,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큰 호평을 받으며 라흐마니노프는 재기에 성공한다. 그는 이 곡을 주치의 달 박사에게 헌정했으며 자신의 연주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1901년 초연하게 된다.

이 곡은 전반적으로 라흐마니노프가 겪었던 고통의 몸부림, 그리고 마침내 일어서게 되는 환희의 기쁨이 담겨있다. 고뇌와 절절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1악장, 눈물 날 듯 아름다운 멜로디로 진행되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2악장, 그리고 눈부시게 기쁜 마음의 순간을 담은 3악장으로 구성돼있다.

그가 작곡한 곡들에는 반복적인 특징이 있는데 성당의 종소리에 영감을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그가 가장 아름답게 기억했던 러시아 정교회의 종소리를 여러 작품에 담아냈다.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음들로 곡이 시작된다. 그는 종을 치는 사람들은 예술가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능숙한 몸짓으로 화려하고 리듬감 있는 종을 치는 모습이 마치 악기 연주자처럼 느껴졌나보다.

세기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는 198cm라는 큰 키와 30cm를 넘는 긴 손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작은 손을 가진 피아니스트들은 그의 거대한 손의 영향이 반영된 작품들을 연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는 과시하기 위해 그렇게 작곡하지는 않았고 타고난 천재성이 반영된 결과물로 보면 될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그의 시대에 다소 비판과 저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음악은 충분히 음악사에서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라흐마니노프를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라고 평가했으며,‘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연주가 녹음되어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다. 아직 그의 연주를 듣지 못한 분들께, 그의 연주를 통해 음악적 전율과 감동을 느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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