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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APEC 2025 정상회의’ 준비 한창

APEC 2025 KOREA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되면서, 2025년 1월에는 각국 대표들의 만찬 장소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선정되었다.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정상들이 모여 환태평양지역의 경제발전과 비전, 그리고 그 실현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국제회의이다. 1989년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12개국이 참여하여 결성되었으며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1993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후 매년 개최된다. 현재 참여국은 21개국이다. 대한민국에는 2005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인 2025년, 경주에서 열린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하여 각국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논의를 하기 위해 경주를 수차례 방문한다. 경상북도에서도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주차장과 숙박 시설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회 성공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경주는 더욱더 분주해졌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만찬장으로 선정되면서 박물관 뜰에 안전가림막이 설치되었다. 만찬장 부지에 매장 유산을 발굴 조사한 후 만찬장으로 활용할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75년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지어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경주시 중앙로 67-12)에 있던 유물을 현재 박물관(경주시 일정로 186)으로 이전을 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5개의 전시실(신라역사관 ‧ 신라미술관 ‧ 월지관 ‧ 신라천년보고 ‧ 특별관)과 어린이박물관이 있으며, 야외에는 성덕대왕신종 ‧ 고선사 삼층석탑 등 다양한 불상과 석조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월지관은 수리 중이다. 올해 9월 전시장 내부 수리를 완료하고 개관할 예정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였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매우 가치가 높고 특별한 도시이다. 경주박물관 또한 신라 왕궁 내 남쪽 일부에 자리한다. 4월부터 박물관에는 관람객들로 붐비는 계절이다. APEC 개최를 위한 주변 주차장과 박물관 내 공사로 다소 어수선해질 것이다. 하지만 2025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개최되는 APEC 성공을 위해서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 대회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며,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 대한민국 국민의 높은 정신문화와 질서의식 수준이 세계만방에 더 널리 알려지게 것이다. 실크로드를 통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 나라, 신라·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경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으뜸 도시로 우뚝해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한다. /이순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7

고정된 관념 허물고 틀을 깨는 것?… 정답도 한계도 없는 ‘예술’

고정된 관념을 허물고 틀을 깨는 것? 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이다. 지금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작년 광주비엔날레 전시 작품인 ‘오를랑 하이브리드: 아티스틱 인텔리전스’ 와 2025 지역원로 작가전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5월 11일까지 전시중이다. 엄마 손을 잡고 전시관을 들어서던 아이가 흠칫 놀라며 엄마를 잡아당긴다. 무서워서 안 들어가겠단다. 전시된 작품들이 얼핏 어른이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작가 오를랑(ORLAN, 1947~).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예술로 오랫동안 관습화된 기존의 전통에 도전한다. 미(美)에 대한 개념에 저항하기 위해 아홉 차례의 성형수술 과정을 TV로 생중계한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외모를 거부하고 괴기스럽게 성형한 작가는 “나는 나의 몸을 예술에게 바쳤다”라고 처절히 외친다. ‘오를랑’이라는 이름 역시 기존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여성형, 남성형이 아닌 작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위해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그녀는 출산 또한 거부한다. 더 많은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오염을 말하며 지구를 과잉으로 채우고 과잉으로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참기 어려운 것 중 하나라며 이제 ‘죽음을 죽일 때’라고 역설한다.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것 또한 더 이상의 성형은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의사 경고 때문이었다. 새 생명은 거부하고 죽음은 맞서야 한다는 그녀의 예술세계가 얼른 공감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이후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신체와 신기술이 융합하면서 다변화 된 주제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허물고 동서양 문화를 해체시키며 미(美)에 대한 개념, 사회적인 기준·규범 등을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킨다. 남성 전용물인 중국의 경극에 여성인 자신이 분장하여 경극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식이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파괴적이고 강압적인 작품들 앞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돼지와의 104시간’이라는 김미루의 행위예술만큼이나 쇼킹하다. 가시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안고 박수철 화가전으로 향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정기적으로 무명의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여 그 작가의 세계와 발자취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지역원로 작가전인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전시중이다. 작가는 정규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미술이 좋아 화업(畵業)을 그만두지 못한다. 인상주의 기법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근현대 미술가 오지호 작가의 작품에 감명 받아 따뜻한 색채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는다. 이 번 전시는 두 개의 주제 전으로, 포항과 고향 풍경을 담은 ‘내 젊은 날의 기억’과 신앙, 정물, 가족을 담은 ‘내 삶의 빛과 그림자’가 전시중이다. 작가는 “나는 한평생 그림의 덫에 빠져 있었다”고 읊조린다. 가난은 화가의 숙명인가? 어려운 형편 탓에 생화를 대신해 아내에게 선물한 단아한 꽃그림 속에는 애틋한 사랑이 배어있다. 그래선지 온화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애잔함이 묻어난다. 미술관을 나서며 ‘예술은 정답도 한계도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 작가와 그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미술관 도슨트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4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3시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17

트럼프 관세 공세에 中 “안사고 안팔아” 맞대응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전쟁을 개시한 이래 세율 올리기 경쟁은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서서히 중국이 관세장벽이 아닌 ‘안사고 안팔기’로 대응하면서 미국의 경제·안보 분야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다. 먼저 미국 보잉사의 큰손이었던 중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도입할 예정이었던 항공기 약 180여기의 도입계획이 ‘안사기’의 대응으로 불투명해졌다. 최근 중국 당국은 미국산 항공기와 부품 등의 수입을 중단시켰다. 실제 11일 중국기업의 자산매각정보를 게재하는 플랫폼에서 대형 국유항공사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은 보잉 항공기 10기(B787-8)의 매각 취소를 공시했다. 중국남방항공은 지난해말 보유 여객기가운데 보잉 기체가 50%를 차지하는 보잉사의 큰손이다. 남방항공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보잉 항공기를 90기 조달할 계획이었고, 중국국제항공(air china)은 45기,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은 53기로 중국 항공 3사로만 올해부터 3년간 모두 보잉사의 여객기 신규 조달물량은 188기에 이른다. 관세전쟁의 세율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대응조치는 미국산 항공기를 ‘안산다’고 선언한 셈이다. 보잉의 올해 1분기 중국 납입 기체는 18기로 전 세계의 13.8%에 이른다. 미국의 대표 항공 수출기업인 보잉은 과거 미중 대립이 심화되던 트럼프 정권1기(2017~2021년) 시절 연 100기를 넘던 납입대수는 2019년 이후 격감했다. 이후 2023년 1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6년 만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지면서 지난해부터 다시 수출이 늘어나던 중 트럼프 2기 정권 출범과 관세전쟁 격화로 보잉사는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두번째 중국이 준비한 ‘안팔아’의 한 수는 레어어스(rare earth; 희토류)다. 세계 생산의 70%를 중국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입해 온 미국에 중국 당국은 7종의 희토류를 수출중단하는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의 2024년 레어어스생산량은 약 27만t으로 중국 조사회사인 철합금재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국가별 비중은 일본 28%, 미국 25%, 네덜란드 12%, 대만 11%, 한국 4%, 기타 20%였다. 희토류는 미군 주력전투기 F35나 유도미사일 등의 제조에 불가피한 고성능자석 등의 원료기도 해 미국 군수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미국 민간기업은 그동안 레어어스를 비축해 오기는 했지만 수출 중단조치가 2개월을 넘을 경우 재고량이 고갈돼 군사장비나 전기자동차(EV) 등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기 쉽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내 군수산업의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미국의 억지력도 약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무기로한 무역전쟁에서 세율이 아닌 직접적인 안팔아 전략은 중국이 우위를 지니는 항목의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중요광물의 자국내 생산 확대를 위해 전시법제를 활용한다고 밝혔었다. 연방정부 소유 토지의 활용이나 민관에서의 자금확보 등 긴급대책을 냈지만 신규 채굴장에서 생산을 개시하려면 1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크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4-17

대경권 이랜드 리테일, 22일까지 15주년기념 ‘땡큐 페스티벌’ 진행

대구·경북권 이랜드 리테일(동아백화점·NC)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15주년을 기념하는 ‘THANK YOU FESTIVAL’을 전 지점에서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전국 이랜드 리테일 지점에서 동일하게 실시되는 공동 사은 프로모션과 스페셜 이벤트를 포함해 대경권 각 지점별로 차별화된 브랜드 및 층별 행사로 구성돼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대경권 주요 지점에서는 테마별로 특색 있는 행사가 진행된다. 동아쇼핑점에서는 동아iM뱅크카드로 10만원 이상 구매 시 상품권 5천원 증정, 층별구매 금액에 따라 장바구니와 바비포포 우산 증정행사를 진행한다. 선착순 타임 이벤트로 시간대별 스타벅스 1만원권과 피자몰 이용권을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도 있다. 동아수성점에서는 럭키 쿠폰 이벤트와 함께 다양한 사은품 증정 행사가 준비돼 있으며, 킴스클럽 식품관에서는 보냉백 증정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 기간 동안 쇼핑점과 수성점에서는 유솔, 엘레강스파리 핸드백, 로엠걸즈 등 주요 브랜드가 참여하는 주년 감사제와 토니모리 촉촉탄탄 기초 대전이 펼쳐진다. 쇼핑점에서는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의 명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럭셔리프리모 해외 명품 특가전과 남성·골프·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년 감사 대전이 열린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와 아동·주니어 브랜드들도 특별 할인전을 통해 고객들에게 풍성한 혜택을 제공한다. 수성점에서는 프라다, 버버리 등이 참여하는 해외 명품 초대전과 여성 의류 초대전이 진행되며, 다양한 골프 및 아동 브랜드가 참여하는 특별 할인 행사도 준비돼 있다.  식품 매장에서는 일자별 초특가 행사를 통해 바나나, 한우 등심, 생연어 등 인기 품목을 한정된 가격으로 판매하며, 지정 품목별 한우 슈퍼워크 감사 페스티벌도 함께 진행된다.

2025-04-17

성공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때…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저명한 공공보건학자 알린 T. 제로니머스 교수는 신간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돌베개)에서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소외된 집단의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미시간대 공공보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3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차별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생리학적 작용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대도시에서 사는 흑인이 같은 권역에 거주하는 백인에 비해 일찍 만성 질환에 걸리는 현상을 주목했다. 이 현상은 유전적 차이 또는 생활 습관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주류 백인들의 관점에서 설계된 공공 보건 정책과 차별 및 혐오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 구조는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이를 ‘웨더링’(weather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웨더링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세포 수준에서 점차 마모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웨더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경험되는 현상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며, 결국 노화와 만성 질환, 장애, 심지어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차별과 불평등이 신체에 미치는 생리학적 작용을 연구하며, 불공정한 사회가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통계 데이터와 분자 생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불공정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하고 건강과 수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웨더링 개념은 인종, 민족, 종교, 계급, 성별,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에 의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에 점진적으로 끼치는 생리학적 작용과 과정을 의미한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을 때 그 스트레스가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차별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예외로 두지 않으며, 오히려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돼 건강을 잃는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제로니머스 교수는 “사람의 건강은 유전자보다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하며,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기존 인식을 비판한다. 그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변화가 공공 보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웨더링 작용을 중단시키는 것이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불공정한 사회는 몸과 마음을 닳게 하여 소리소문없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다”라고 경고하며 “차가운 과학의 이성과 정의를 향한 따뜻한 희망의 결합을 통해 불공정한 사회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별받는 약자 집단은 편견과 배제의 시스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더 많은 웨더링의 가능성에 노출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불공정한 사회가 성실한 사람들을 조기에 죽음으로 내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종화(인종차별주의만을 말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차별·배제하는 모든 허구적 이데올로기가 인종화이다)에 의한 차별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피해가지 않는다”며 “웨더링 작용을 중단시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된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美 메릴랜드 숲속 신비로운 사계절·식물과의 교감 이야기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 신혜우 작가가 산문집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한겨레출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경험한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과 열두 달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2025년 런던 린네 학회에서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사계절 식물 도안이 눈길을 끈다. 이 상은 식물의 과학적 식별을 돕는 그림을 그린 작가 중 우수성을 인정받은 식물학 예술가에게 주어지며, 신혜우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과거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던 신혜우 작가는 당시 외롭고 힘든 기억이 가득했으나, 4년 만에 다시 찾은 메릴랜드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숲을 만났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숲속을 걸으며 식물들과의 소통을 기록한 내용이 책에 담겼다. 김금희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자연의 조화, 연결, 순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식물들의 다양한 생태적 과정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벚꽃 잎이 떨어질 때 생기는 상처를 식물이 어떻게 회복하는지, 난초의 씨앗이 특정 곰팡이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는 과정 등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또한, 크랜베리의 공기주머니가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이나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방법 등 계절에 따른 자연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메릴랜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식물학자로서의 재능과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성숙한 자아를 발견했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편견 없는 시선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과 인간의 성장을 동시에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글은 단순한 식물학적 지식을 넘어, 삶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는 숲에서 만난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자신이 머문 숲속 시간들을 들려준다. 한겨울 얼어버린 숲속을 걸으며 겨울에 잎을 내는 크레인플라이난초에 관한 에피소드와 겨우내 눈이 쌓이면 식물의 씨앗과 각종 미생물들을 따뜻하게 덮어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신록을 마주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 봄, 선임연구관과 함께 폐쇄된 연구동 건물에 들어갔다가 크로커스꽃으로 뒤덮인 비밀의 화원을 마주한 순간의 경이와 봄에 열리는 오키드쇼(난초 꽃 축제) 이야기를 통해 화려하게 핀 꽃들을 싹 틔운 곰팡이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3월의 어느 날 연구소 한쪽에서 활짝 핀 배나무꽃을 보며 서양배에 관해 ‘오해’했던 재밌는 일화와 5월의 메릴랜드 숲속에서 발견되는 튤립나무 꽃송이와 꽃이 분해되고 흙 속에 스며들어 양분이 되는 과정, 그리고 튤립나무 가지의 가루로 난초의 영양분을 만든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산 모양의 메이애플은 잎 전체에 강한 독성이 있지만,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줄 동물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 노란 열매에는 독성이 없도록 구조화했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어둠 속에도 희망과 연대를 꿈꾸는… 서로 다른 존재들의 연결방법 모색

“시와 물질,/ 또는 시라는 물질에 대해 생각한다//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시 ‘시와 물질’ 부분)   올해로 등단 37년을 맞은 나희덕 시인의 10번째 시집 ‘시와 물질’이 문학동네시인선 229번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은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받은 존재들의 맨얼굴과 목소리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무대와 같다. 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버섯 등 비인간 존재들이 지구와 인간을 지탱해온 주인공이었음이 드러난다.   시인은 인간이 잃어가는 생명과 연대 감각 회복이라는 과제를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시와 시인의 역할을 질답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결되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랫동안 시인들이 자연을 묘사하던 방식과는 달리, 이 시집은 자연을 확언하거나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을 따르지 않고 제3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박동억의 해설에 따르면, 이 시의 ‘사랑’은 인간의 실존을 초월하는 실존적 탐구다. 시인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애쓰며, 사랑을 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피와 같은 성분을 지닌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인간이 피를 흘려야 한다는 모순을 고발하는 ‘피와 석유’, 제빵 공장에서 참담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를 생각하는 ‘샌드위치’, 삶의 막다른 곳에서 자신의 장례 비용을 남겨놓고 스스로 숨을 거둔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야기인 ‘존엄한 퇴거’,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의 여의도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 다룬 ‘광장의 재발견’ 들에선 시대를 향한 시인의 비판 의식이 각고히 벼려져 빛을 발한다.   암담한 현실에서 시는 무엇을 하는가. 표현의 도구로서의 언어를 넘어, 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힘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그렇다면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묻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시대의 목격자이자 참여자이어야 하지만, 대출 담당자 앞의 시인은 무력한 시처럼 자신이 “국경을 넘어/ 돈을 물어 나르는 매개”에 불과함을 절감한다. 김광균의 시를 떠올리며 “은행에 대해서는/ 시 한 편 쓰지 못했다고 중얼거리”(‘시인과 은행’)는 시인의 모습은 드높은 이상을 꿈꿀 순 있지만 현실에서는 갈 곳을 잃은 현대인을 정확히 표상한다. 한편 베트남 사공의 비참한 현실을 “좀 더 리얼하게/ 좀 더 예술적으로” 찍으려다가 핸드폰을 강물에 떨어뜨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음증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감상적인 동일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강물은 배를 흔들어 손에 든 핸드폰을 삼켜버렸다”(‘강물이 요구하는 것’). 이처럼 시와 시인에게조차 성역 없는 묘사와 비판은 ‘시와 물질’ 속 순정한 목소리들을 귀 기울여 듣게 하는 바탕이 된다.   강고한 비판들을 목도하며, 과연 인간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막막해진 독자에게 ‘시와 물질’의 4부는 든든한 손길이 돼 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끝내 희망과 연대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고투가 독자를 맞이한다. “한 술 한 술 누군가 떠 먹이여 살아야겠다고”(‘이 숟가락으로는’) 결심하는 손으로 시인은 시집의 대단원에서 실테를 독자에게 건넨다. “세상에 무엇을 건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나희덕 시인이 그리는 삶의 자세는 인간을 포기하거나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넓히고 인간 그 이상으로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깝다. 시인이 ‘마음 한 조각’을 버리고 얻는 것은 다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림이다. - 박동억 해설, ‘가없는 휴머니즘’ “살아 숨 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시인의 말’에서) 나희덕 시인은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9년 중앙문예에 시 ‘뿌리에게’로 등단한 이후,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가능주의자’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비롯해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삶과 인간,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랑을 받아온 시인은, 세계의 균열을 간명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17

해양 관광휴양지구 ‘코스타밸리’ 속도

포항시가 체류형 해양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민자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서울 용평리조트 사무실을 찾아 임학운 ㈜코스타밸리모나용평 대표이사 및 임직원들과 면담을 갖고,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이하 코스타밸리)’ 조성을 위한 개발 방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코스타밸리’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일원 165만㎡ 부지에 조성되는 고급 관광복합단지로, ㈜모나용평과 ㈜중원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스타밸리모나용평이 사업을 주관한다. 사업계획에는 △200실 규모의 프리미엄 관광호텔 △170실 콘도미니엄 △18홀 대중제 골프장 △국내 최대 규모의 펫파크 △기업 연수원 △스마트레이싱 및 딥다이브 체험시설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강덕 시장은 “2026년 준공 예정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를 중심으로 영일대, 송도, 호미곶 등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벨트 구축이 시급하다”며 “코스타밸리는 포항이 동해안 관광 메가허브로 도약하는 데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는 코스타밸리 사업을 포함한 장기·구룡포·호미곶 일대를 아우르는 ‘호미반도 명품 관광특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임상전문 특화병원’ 및 ‘웰니스 휴양단지’,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한 ‘환호공원·영일대 특급호텔’ 건립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투자 유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다수의 민간 기업과 5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한 실무협의가 진행되면서 지역의 의료·관광·휴양·산업 기능이 연계되는 복합도시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는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의 성공적인 유치로 지역 고용 창출, 관광소득 증대, 산업 다양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포항을 산업 중심 도시에서 복합 해양·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4-17

포항시, ‘풍력발전시설 이익공유조례’ 제정키로

포항시가 풍력발전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개발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풍력발전시설 이익공유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포항시의회에서는 의원발의로 풍력발전 관련 조례안을 여러 차례 상정했으나, 의견 차이와 규제 위주의 조항으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발 이익을 지역과 공유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조례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제4조 ‘개발이익공유’ 조항이다. 시장은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개발 이익을 공유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첫째는 시민 및 지역 기업의 출자, 채권, 펀드 등을 통한 참여이고, 둘째는 산업 발전 및 고용 창출 기여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이며, 셋째는 발전사업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주민 복지, 인재 양성 등)이다. 최대한 사업자와 지역주민과 자치단체가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찿은 모양새다. 현재 포항시에서 파악된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기 사업체는 죽장면, 신광면, 기북면을 중심으로 5개 업체가 개발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총 전력 생산량은 365.9메가와트(MW)이며, 4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92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 19.2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시설과 비교해 1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 사업은 신광면 기일리 에코랜드 풍력발전, 기북면 탑정리 비학풍력발전 청하면 명안리 고주산풍력발전이 총 발전용량 219.6메가와트다. 또한 한국동서발전은 죽장면 두마리 보현산풍력발전,죽장면 가사·석계리 죽장풍력발전, 스마일(죽장 상옥리) 풍력발전, 장기면 두원리 장기곶풍력발전이 총 발전용량 2015메가와트 규모로 사업 추진중이다. 남구 오천읍에서도 갈평리 영일 신재생 에너지(풍력발전기 17기 설치)는 산업부 발전허가를 받은 상태다.진전리 KS파워(시유지 7만 평에 풍력발전기 8기 설치)는 개발행위 신청중이다. 항사리 금양그린파워(풍력발전기 25기 설치) 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발전허가 신청 중이다.이러한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자 포항시는 지역경제와 주민갈등 등 문제 해결을 하고자 풍력발전시설 이익공유에 대한 조례를 2025년 4월 16일부터 5월 7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를 거친 후, 2025년 5월 중 조례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서 6월 중 의안 심사를 마무리한 뒤, 7월 중 조례를 공포할 계획이다. 하지만,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실제적인 방법과 시행 등이 최초의 사례인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또한, 강제 규정이 아닌 권장 사항이므로 실효성 보완이 요구된다. 이번 조례가 확정되면, 풍력발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지역 주민과 기업에 환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와 시의회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4-17

포항 장성동 미군반환공여구역,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미군기지 반환 이후 지역 발전과 주민 보상을 위해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미군공여구역법)’이 시행된 지 18년이 지났다. 그러나 포항 장성동(약 12만평) 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은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왜 이럴까. 이는 행정 절차의 지연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구조적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먼저, 미군이 사용하던 부지가 반환되면 곧바로 지자체가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반환된 땅은 여전히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고, 지자체가 이 땅을 사들여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토지 매입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국방부와의 협의도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행정 절차도 복잡해서, 실제로 개발이 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포항의 장성동 반환공여구역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곳은 1960년대 미군 저유소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오랜 기간 재산권을 침해당했고, 도시 발전에서도 소외되어 왔다. 미군이 떠난 뒤에도 국방부와 지자체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이 부지를 어린이테마공원, 상업시설, 주거단지 등으로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답보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에는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도 한몫을 한다.‘미군공여구역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실제 토지 매입비는 일부만 지원될 뿐, 개발에 필요한 공사비나 조성비는 지자체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도 미군이 사용하다 떠난 곳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면 신속하게 후속 개발이 된다는 점이다. 독일이나 일본 오키나와가 그 단적인 예다. 두 나라는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를 만들어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했었다. 질질 끌고 있는 우리와 너무나 대비된다. 우리는 국방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연 사태가 빚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국방부가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포항 시민들이 개발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장성동 구 미군저유소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국방부가 소유한 반환공여지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넘기거나, 아니면 반환 당시 가격으로도 매각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가 토지 매입비뿐 아니라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더 넉넉하게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체계적인 사업이 추진되도록 국방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나 국무총리실 등에서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총괄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와 국방부 간의 협의 절차를 더 간소화해야 하며, 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줘야 할 것이다. 과거 미군기지 등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만큼 반환공여구역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각종 규제 완화 조치가 뒤따라야함은 당연지사다. 이는 2024년 12월‘한국지방행정학보’제21권 제3호에 필자가 게재한‘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관련 현황 및 이슈 연구’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포항을 위해서도 장성동 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는 한 지역의 개발을 넘어, 오랜 기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권리 회복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와 지자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포항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25-04-17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 남산선비마을 마을기업 최종 선정

영주시 남산선비마을 마을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2025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남산선비마을은 영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은 지역 고유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약 1300여 팀이 참여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남산선비마을 마을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선정된 사업안은 디지털 디톡스와 슬로라이프를 주제로 한 힐링, 요가, 명상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여행 콘텐츠로 영주와 봉화의 선비·유교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남산선비마을은 다양한 연령층과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예인 대표는 “지난해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을 통해 영주의 지역 자원이 지닌 시장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올해는 선비 유교문화를 키치(Kitsch)하고 힙(Hip)하게 풀어낸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산선비마을 마을기업은 2017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기반으로 구성된 청년 및 지역 주민 공동체로 2023년 3월부터 남선 프리미엄스테이, 남선식당, 카페남선, 청년주택 등을 운영하며 지역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모델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4-17

예천군, 디지털혁신 농업타운 설계용역 통합보고회 개최

예천군은 16일 디지털혁신 농업타운 조성사업 설계용역 통합보고회를 개최하고,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보고회에는 김학동 예천군수와 강영구 예천군의장을 비롯해 경북도 농축산유통국 스마트농업혁신과 관계자, 한국농어촌공사 예천지사, ㈜범씨엔시 건축사사무소 등 건축·내부시설 등 설계관계자 등 29명이 참석해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보고회는 지보면 매창리에 추진될 디지털혁신 농업타운 조성사업의 핵심 사업인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임대형 수직농장, 곤충·양잠산업거점단지 등 3개의 세부 사업의 실시설계 최종보고 및 중간보고를 통해 설계 결과를 공유하고, 관계부서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세부실시설계(안)에 대한 질의응답 및 의견수렴 시간을 통해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사업계획에 반영해 수정·보완하고, 실제 사업추진에 필요한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김학동 군수는 “이번 보고회를 통해 사업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었으며, 디지털혁신 농업타운이 농업 혁신을 이끌고, 농업인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모델로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4-17

경산 송화럭비구장, 12일간 2025년 전국 럭비 대회 개최

2025년도 전국 춘계 럭비 리그전이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 경산 송화럭비구장에서 개최된다. 대한럭비협회가 주최하고, 경북럭비협회와 경산시럭비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선수들이 15세 이하부 12개 팀과 18세 이하부 12개 팀, 대학부 4개 팀 등 28개 팀이 각 부문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1971년 처음 개최된 춘계 럭비 리그전은 전국 최대규모의 권위 있는 럭비대회로, 선수들은 경기력을 점검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되는 동시에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유소년 한국 대표선수를 선발해 한국 럭비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해오고 있다. 16일, 대한럭비협회 유문선 감사를 비롯한 럭비 관계자 5명이 조현일 경산시장을 접견하고 대회 유치와 지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대한럭비협회장 감사패를 전달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럭비 종목의 전국대회를 경산에서 유치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장 환경 조성과 안전한 대회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산 송화럭비구장은 쾌적한 환경과 최적의 경기 여건을 갖추고 있어 전국 단위 럭비대회 장소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4-17

법률의 언어, 법률가의 언어

25년 전 법대에 입학해 첫 수업으로 민법총칙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해당 수업의 교과서는 민법서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곽윤직 교수의 “민법총칙”이었다. 법대생이 되었다는 부푼 마음으로 교과서를 펼쳤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교과서의 대부분이 한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법전을 펼쳐 보았으나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한자였다. 시간은 흘러 시험기간이 되었지만, 교과서를 이해하기는커녕 제대로 읽을 수조차 없으니 큰일이었다. 옥편을 들고 고군분투하다가 급한 마음에 포항 집에 SOS를 쳤다. 성경도 한자 성경만 보시던 아버지가 법대 간 딸이 혹시 시험을 망칠까 봐 걱정하시며 “민법총칙” 교과서의 시험 범위 부분을 복사해 한자 밑에다 색깔 볼펜으로 한글을 써 보내주셨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고 칠판에 크게 적혀있던 시험문제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法源. 이 한자 두 글자가 법대에서의 첫 시험 문제였다. 그렇게 그때는 교과서도 법전도, 법대의 수업과 시험문제도 한자가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법전의 한글화 작업이 진행되어 지금은 법학 교과서도 법전도 모두 한글로 쓰여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률용어 중엔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 단어가 많다. 문장 면에서도 법원의 판결문들을 가만히 보면 부정문의 부정문 같은 어려운 문장이 많다. 변호사들이 쓰는 서면도 마찬가지다. 15년째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니 몸에 베인 것인지, 내 입장에선 평범하게 쓴 서면이라 생각했는데도 나중에 의뢰인으로부터 이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여전히 법률가들의 말은 일상에서 쓰는 말과 괴리가 있는가보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있었다. 이 때 헌법재판소가 낭독한 결정문에 대해 “쉬운 말로 간결하게” 쓴 “논리정연한” 명문이라는 평이 많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법원 판결문을 많이 들어봤는데 중간에 휴대폰을 한 번도 안 쳐다보고 들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또 요즘 필자는 처음으로 지인들로부터 “나도 법대 갈걸 그랬다” “자녀에게 법 공부해 보는건 어떻겠냐 제안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늘 판사, 변호사하면 AI 시대에 제일 먼저 없어질 직업 아니냐는 소리만 듣다가 이런 긍정적 이야기들을 들으니 신기하다. 며칠 전 이국종 교수의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다. 떠나라”라는 신랄한 비판에 마음이 아팠던 터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헌재 결정이 그나마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 논리가 쉽고 편안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 헌재는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결과물을 쉽고 간결한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내어주었고, 이에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받아들였다. 20년 전 한문에서 벗어나는 한 단계를 넘은 법률, 법률가의 언어는 쉽고 간결한 말과 문장으로 나아갈 두 번째 단계를 넘을 시기에 다다른 것 같다.   △포항여자고등학교 고려대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현재)한동대 겸임교수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5-04-17

TK의원들의 대선 캠프선택, 잣대는 뭘까

국민의힘 1차 경선 진출자 8명이 확정되면서 대구·경북(TK) 의원들이 어느 캠프에 몰리느냐가 관심사다. 경선 선거인단이 서울 다음으로 TK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어, 이 지역 의원들의 특정 캠프 선택이 경선판을 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TK 지역구 의원(25명) 대부분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수(選數)가 높은 중견 의원들은 각 후보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의원만 인연이 있는 후보 캠프에 몸담은 상태다. 영천·청도 출신 3선 이만희 의원과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출신 초선 임종득(영주·영양·봉화) 의원은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 각각 정책총괄본부장, 국방안보위원장 직책을 맡았다. 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 의원은 나 후보가 원내대표를 할 당시 대변인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홍준표 후보 캠프에는 비례대표 출신 김위상 의원(고용노동정책본부장)이 합류했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 출신이다. 한동훈 후보 캠프에는 초선인 우재준(대구 북갑) 의원이 가세했다. 친한계인 우 의원은 30대 변호사로 TK 의원 중 가장 젊다. 비례대표인 이달희 의원은 이철우 후보 캠프를 지원하고 있고, 김문수 후보 캠프에는 TK 출신 김재원 전 의원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 관망세를 보이는 TK 지역 의원 대부분은 최종 후보가 선출될 때까지 특정 캠프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경선판을 뒤흔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윤심(尹心)’에 민감한 TK지역 민심과 한덕수 대행의 출마 가능성, 범 보수·진보 진영의 빅텐트론 등은 TK출신 의원들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조기대선에서 이 지역민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표류하고 있는 지역 현안이다. 어느 후보가 TK신공항과 행정통합, 군부대 이전 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역 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이번 대선 기간 중 유력후보의 공약과 정책에 TK 지역 현안이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처신을 하는 것이다.

2025-04-17

또 포퓰리즘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포퓰리즘. 6·3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주 4.5일제 근무 도입을 두고 여야가 경쟁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주 4일제를 제안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주 4.5일제 근무를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 형편에 주 4.5일제가 적합한지 여부는 깊이 더 살펴볼 문제다. 국민 여론도 참작돼야 할 문제다. 역사학자 가운데는 로마멸망 원인의 하나로 포퓰리즘을 꼽는 이도 있다. 로마제국의 귀족들이 시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일을 안해도 빵을 주고 원형 경기장에서는 검투사 대결과 같은 축제를 연일 열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재정 낭비가 결국 로마멸망의 원인이 됐다는 이론이다. 남미의 쿠웨이트로 불리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하나였던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것도 포퓰리즘 때문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국가 재정의 73%를 무상복지에 쏟아부어 2017년 이 나라는 국가부도를 맞는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옳고 그름을 외면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는 앞의 사례처럼 국가부도로 종결된다. 무상급식과 같은 정당한 일부 정책이 정치 다툼으로 포퓰리즘으로 매도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등장하는 포퓰리즘, 국민적 경계가 필요하다. 3년 걸렸던 군 복무 기간이 선거 몇 번 거치는 동안 18개월로 줄었다. 병장 월급 200만원 역시 포퓰리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가 미래의 불행을 막는다. 국가부채 1200조 원 만해도 감당하기 힘든 우리나라 아닌가. /우정구(논설위원)

2025-04-17

포항시 배터리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서길

배터리 분야 선도도시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포항시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배터리 산업도시 부문에서 4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대표브랜드 대상은 지역과 산업 문화 분야에서 특화된 인지도를 소비자가 직접 평가하는 것으로 포항시의 대표브랜드로 배터리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알다시피 포항은 철강 도시로 국제적 명성을 가진 도시다. 반세기동안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고,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17년 에코프로의 포항 투자를 시작으로 포항은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에 새로운 개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가 처음 지정되고, 2023년 이차전지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2024년 이차전지 기회 발전 특구로 지정되면서 배터리분야 전국 최고 도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단 등에는 에코프로와 포스코 퓨처엠 등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짧은 기간 포항에는 수조원의 배터리 산업 투자가 이뤄졌다. 오는 2027년까지 에코프로 등 선도기업과 중소기업이 14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배터리산업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포항시는 현재까지 진행된 대기업 등의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에는 배터리 양극재 100만t 양산, 매출 70조 원 달성, 1만명 신규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수요 정체로 일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수요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차전지 산업을 미래산업의 쌀로 부르는 것은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철강산업이라는 뿌리 깊은 산업구조에 배터리 산업을 장착함으로써 도시산업의 근간이 매우 튼튼해졌다. 포항을 배터리 산업 선도도시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산업의 확장성에 긍정적이다. 포항이 배터리 산업 중심도시로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5-04-17

문학과 법: 헌재 판결을 보고

문학의 언어와 법의 언어는 조금 다르다. 문학이 사건이나 현상, 개인의 마음 따위를 반영하거나 재현할 수 있다는 신뢰에 기초한 언어의 투명성에 의존한다면, 법은 발화되는 순간 관철되는 언어의 수행적 힘에 입각해 있다. 문학의 언어가 허구와 모방, 내면성을 특질로 한다면 법의 언어는 사실과 실현, 공공성이란 축을 통해 구성된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한 이번의 헌재 판결문은 나에겐 문학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 있다.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입니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이 해제된 건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군경이 소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들이 성숙한 ‘시민다움’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헌재는 역사의 주체로 시민을 인준했으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권리가 헌법 정신의 기초라는 사실을 다시금 판결했다.   법질서란 사람들이 그것을 준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거해서만 성립한다. 대통령의 권한도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단순히 대통령 권한의 남용이 아니라 법에 대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탄핵에 찬성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는 법을 어긴 통치권자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게 아니라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실력 행사라 할 수 있다.   법의 언어가 아무리 수행적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러한 힘이 법의 어떠한 정신과 내면에 기초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항구적인 심문이 필요하다. 법이 법으로 존재하거나 기능할 수 있는 내력을 살피는 작업은 분명 문학적인 관점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학은 국가의 공식적인 기록보다는 역사의 심연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인용한 헌재 판결의 취지는 헌법 정신의 발현은 시민들의 저항권에 기초해있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근래 뜯어고치자고 제안되는 87년 체제 헌법조차 시민들이 6월 항쟁을 통해 가까스로 쟁취한 결실 아니었나. 개헌을 겨우 내란 정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처럼 운위하는 행위 그 자체야말로 헌정질서 문란에 해당한다.   우리는 법기술자들의 법리 운용만이 아니라 그들이 법의 정신을 어떻게 표상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의 이름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시해야 한다. 법을 문학적으로 파악한다는 건 정확히 이런 의미다.

2025-04-17

도박의 무서움

누군가가 나에게 ‘훌라’를 할 줄 모른다고 놀려댄다. 난 훌라를 할 줄도 모르고 배울 마음도 별로 없다. 승부 근성은 있어 돈 따먹기라면 뭐든 하는데 이상하게 훌라는 흥미가 별로 없다. 같은 모양이 나오면 그냥 먹어 점수 나는 게 아니라 빼고 더하고 하는 게 복잡한 것 같아서다. 워낙 단순 무식형 인간이라서 그런지 깊이 생각하기 싫은 성격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밤새도록 훌라를 치고 있기에 개평이라도 뜯어 맥주 마시러 나갈까 싶어 기웃 되다가 웃음이 피식 나왔다. 이건 내 어릴 때 치는 ‘나이롱 뻥’과 똑 같지 않은가. 카드로 하면 ‘훌라’이고 화투로 하면 ‘나이롱뻥’이다. 난 또 마작같이 아주 고급스러운 노름인 줄 알았더니 한낱 나이롱뻥인 것을 알았으면 나도 익혀 놓을 걸 그랬다. 나는 지금도 친구들이랑 모임에서 화투도 치고 포커게임도 한다. 물론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따면 개평도 주고 기분이 즐겁다. 명절 때도 꽤나 오랫동안 친척들 간에 화투를 치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들 바쁜지 제사만 지내고 뿔뿔이 흩어지는 통에 그 흔한 윷놀이 한판 할 시간도 없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어릴 적 농한기 때 화투판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민화투와 육백 같은 화투 놀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다들 즐겼던 놀이였다. 조선 시대 때부터 투전이란 놀음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가만히 보면 오늘날 ‘짓고땡’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노름이다. ‘구구이’ ‘사륙장’이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을 정도로 숫자계산에 능해야 하는데 다섯 장 화투 들고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는 데 세월 다 보내고 있으면 욕이란 욕은 다 먹게 된다. 그래서 머리 나쁜 인간은 절대 못 하는 짓고땡은 별로였다. 그래서 나와 많은 돈이 오가는 도박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소득을 올리려는 인간의 속성이 도박 속에 찌릿한 맛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그 맛에 한 번 길들여지면 사람이 정신 줄을 놓는다. 돈 잃고 인간성 다 보여주는 게 바로 노름이다. 중독 또한 심각하다. 국내 도박 시장 규모가 GDP의 9%에 달하고 국내 성인의 10%가 도박중독자이고,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80조 원으로 추정된단다. 도박이 주(酒)·색(色)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남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첫 번째는 여자이고 두 번째는 술이고 세 번째는 도박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어머니는 우리 자식들이 성직자가 되기를 바라시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당시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어머니의 걱정은 여자, 술 그리고 도박 순인데 도박의 무서움을 간과하신 것 같다. 봄맞이 집 청소를 하는데 장롱 속에서 난데없는 화투 한모가 툭 떨어진다. 몇 번 치지 않은 듯 제법 깨끗한 화투였다. 집사람의 눈빛이 심상찮게 변한다. 어머니도 안 계시는데 한판 치자는 신호를 보낸다. 내 주머니에 돈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몇 시간 안 가서 다 털렸다. 그날 뉴스에 대규모 도박단이 검거됐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중 40명이 주부란다. 집사람과 내 눈이 마주쳤다. 씩 웃는 그 모습에 오줌 지릴 뻔했다.

2025-04-17

정현, 부산오픈 챌린저 8강 진출

정현(478위)이 남자프로테니스(ATP) 부산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20만달러) 단식 8강에 올랐다. 정현은 17일 부산 스포원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단식 본선 2회전에서 리 투(172위·호주)에게 2-1(3-6 6-3 6-4) 역전승을 거뒀다. 2018년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정현은 이후 부상 등의 이유로 내리막을 걸었다. 2023년 6월 윔블던 예선 탈락 이후 1년 넘게 부상 때문에 대회에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챌린저보다 한 등급 낮은 국제테니스연맹(ITF) 투어 대회를 통해 코트에 돌아왔다. 올해 ITF 투어 대회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하며 재기 가능성을 부풀린 정현은 챌린저급인 이번 대회 8강에 오르며 세계 랭킹도 435위 안팎으로 상승하게 됐다. 챌린저는 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대회로 단식의 경우 주로 세계 랭킹 100위∼300위 선수들이 본선에 나온다. 정현의 3회전 상대는 이어 열리는 헤라르드 캄파냐 리(404위)-제이슨 쿠블러(372위·호주) 경기 승자가 된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권순우(534위·국군체육부대)가 우치야마 야스타카(224위·일본)에게 1-2(1-6 6-1 6-7<1-7>)로 져 탈락했다. 신산희(653위·경산시청) 역시 쉬위셔우(237위·대만)에게 0-2(2-6 2-6)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2025-04-17

U-18 아이스하키팀, 일본에 짜릿한 승리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18세 이하 대표팀이 숙적 일본에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심의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린 2025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8세 이하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3-2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6으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대회 첫 경기인 에스토니아전에서 7-0으로 완승했던 한국은 리투아니아에 4-7로 패했다. 이날 일본을 제압한 한국은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 승격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국은 프랑스(18일)와 폴란드(19일)를 상대하면 이번 대회를 마감한다. 프랑스와 폴란드를 모두 잡으면 승격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한국은 1피리어드 4분 30초에 터진 김범수(경기고)의 선제골로 앞서가다가 10분 뒤 미우라 휴가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곧바로 터진 권률(경복고)의 골로 다시 앞서갔지만, 2피리어드 7분 19초에 다시 미우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승패는 3피리어드에서 갈렸다. 김치우(경기고)는 3피리어드 12분 16초에 함가빈(경기고)과 노의준(경복고)의 어시스트를 골로 연결했다. 전체 슈팅 숫자는 일본이 33개로 25개를 때린 한국보다 많았지만, 결정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골리 박정수(경기고)는 상대의 33개 슈팅 가운데 31번을 막아내며 골문을 지켰다. /연합뉴스

2025-04-17

이정후, 2루타 10개 고지 가장 먼저 올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26)가 MLB 전체를 통틀어 2025시즌 가장 먼저 2루타 10개를 때린 선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11-4로 크게 이겼다.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중심 타선 역할을 톡톡히 하며 경기 종료 후 MLB 사무국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이틀 연속 멀티 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기록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전날 0.333에서 0.338로 올랐다. 시즌 멀티 히트 경기 수는 7경기로 늘었다. 17일 현재 이정후는 타율 8위, 장타율 6위(0.647)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1.042로 8위다. 또 2루타 1개를 추가하며 이번 시즌 2루타 10개를 기록, 최다 2루타 부문 1위도 지켰다. 이 부문 2위는 9개를 친 카일 파머(콜로라도 로키스)다. 이정후는 1회 1사 2루에서 우전 안타로 타점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선발 에런 놀라의 3구째 시속 133.4㎞ 체인지업을 가볍게 받아쳐 1, 2루 사이를 열었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잡힌 이정후는 4-4 동점이 된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날아가는 2루타를 때렸다. 놀라의 2구째 시속 136㎞ 컷 패스트볼을 잡아당긴 공을 필라델피아 우익수 닉 카스테야노스가 담까지 굴러가기 전에 잡아 빠르게 2루로 송구했지만, 이정후 역시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전력 질주해 2루에서 살았다. 1회 안타를 치고 나간 이후 밀어내기 득점을 올렸던 이정후는 5회에도 다음 타자 맷 채프먼의 안타로 홈을 밟았다. 팀이 6-4로 앞선 6회 1사 만루 네 번째 타석에 등장한 이정후는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7회는 중견수 뜬공,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2루 땅볼로 각각 아웃됐다. 13승 5패를 올린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5승 4패), 3위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13승 6패)다. 샌프란시스코는 18일 필라델피아와 4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연합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