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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중학교, 진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빚다

의성군 옥산중학교는 지난 21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1학기 진로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이번 체험학습은 도예체험(경북과학대학교 전통문화체험학교)과 가산수피아 수목원 탐방의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번 도예체험은 학생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흙을 만지고, 빚으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더불어 물레 체험을 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창의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도자기 장인의 직업 세계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예술 관련 직업군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이어서 진행된 가산수피아 수목원 탐방에서는 학생들이 자연 생태환경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다양한 식물과 생태계의 상호작용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은 물론, 자연과 함께하는 직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임동환 교장은 “이번 진로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병길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4-23

새 ‘축제 패스권’으로 즐기는 문경찻사발축제

문경시는 오는 5월 3일부터 시작될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명예문화관광축제인 문경찻사발축제에서 관람객들을 위한 새로운 축제 패스권(1만5000원)을 출시한다. 패스권은 지난 2023년부터 코로나 팬더믹 이후 새로운 축제프로그램으로 도입됐다. 찻사발 빚기 체험과 다례체험, 각종 관광지 할인과 함께 찻잔을 지급하는 가성비 넘치는 구성으로 도입 첫해부터 축제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체험과 할인에 머무르는 패스권 구성이 단조롭고 축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으며 개편 요구가 잇따랐다. 이번 개편된 패스권에는 축제장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전역을 누비는 야외방탈출 미션과 요장투어가 새롭게 도입된다. 역병에 맞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배경으로 한 야외방탈출 미션은 축제장 주요 포인트를 돌며 미션과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장투어는 패스권 뒷면의 지도에 따라 정해진 구역별 요장을 방문해 스탬프를 받는 내용이다. 선택에 맞게 정해진 임무를 완료하면 찻잔을 상품으로 받게 된다. 패스권을 구입하면 축제장을 비롯한 문경시 전역에서 사용 가능한 문경사랑상품권(1000원)이 지급돼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기존과 같이 도자기 빚기체험권과 다례체험권, 관광지 할인(에코월드, 어드벤처파크, 철로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축제 관계자는 “체험과 역할 부여가 중요한 요즘 축제의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패스권 구성을 기획했다”며, “가족·연인 등 다양한 연령대가 축제장을 함께 누비며 참여할 수 있는 이번 패스권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패스권 구입은 문경찻사발축제 홈페이지와 문경관광공사(054-571-7677)를 통해 사전 구입이 가능하다. 축제 기간 중에는 축제장 입구 매표소에서 현장구입만 가능하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4-23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과 기준 확립하라”

문경관광공사(사장 신필균) 혁신을 요구하는 직원 1인 시위가 지난 18일 문경시청 앞에서 벌어졌다. 이날 공개된 피켓에는 불공정한 인사관리, 비효율적인 행정, 지속적인 직원 만족도 하락, 공사 정관 1장 1조도 틀리는 무능한 행정을 지적했다. 공사 공공노동조합은 공정한 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특혜 인사를 근절하고, 직원 간 차별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과 기준을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탁상공론이나 전시성 행정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행정을 펼치라는 것이다. 특히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직원 만족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에서 익명으로 실시한 직원 만족도는 2021년 77.0점이었으나, 2022년 76.0점으로 낮아진 이후 2023년에는 68.3점, 2024년 64.5점으로 지난 3년 동안 무려 10점 이상 낮아졌다. 공사 직원들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문경관광공사의 내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서비스 품질 저하와 기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직원들은 “문경관광공사 감독기관인 문경시가 이런 공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4-23

국힘 대권 경선 ‘4파전’은 세대별 맞춤 공약으로 진검승부

국민의힘 대권 경선 4강 진출자들이 22일 확정된 가운데 후보자들은 2차 경선을 앞두고 정책과 현장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청년주택·지역균형발전·의정갈등 해소 등 정책 이슈를 중심으로 세대별 맞춤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청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정책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대학가 반값월세존 △1인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급 확대 △생활분리 세대공존형 주택 보급 등의 내용이다. 김 후보는 “청년세대의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반값월세존은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정책이다. 또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해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 공급하겠다”며 “오피스텔은 세제상 중과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10년 이상 보유 후 처분 시 매년 5%씩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한 바 있다. 임기 내 기존 계획했던 GTX 노선을 착공하고 이를 전국 5개 광역권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GTX는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정책으로 △부산·울산·경남 GTX △대전·세종·충청 GTX △대구·경북 GTX △광주·전남 GTX 등이다. 이날 한동훈 후보는 ‘성장하는 중산층’에 이어 두 번째 정책비전으로 ‘5대 메가폴리스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5개 서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 후보는 “지금까지의 지방 발전 정책은 나눠주기식 ‘지역균형발전’에 머물러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똑같이 나눠 갖자는 재정적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가 아닌 실용주의적 태도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산업 유치 △정주 환경 조성 △첨단 인재 육성 △국토 인프라 종합개발 2개년 계획이라는 4가지 핵심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제대로 된 산업 유치’를 위해 AI, 바이오, 에너지, 미래차, 반도체 등 국가전략 5대 산업 분야 각각에 대응되는 특구에서 관련 규제를 전면적이고 영구적으로 철폐해 기업의 장기적 투자와 R&D를 유도하는 ‘규제제로특구’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불필요한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22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도입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KWJP)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디지털 서비스나 디지털 금융을 사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갈라파고스’를 혁신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디지털 금융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우리 금융회사의 금융 글로벌화를 유도하고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1만여 가지의 보조금의 누수를 없애고, 전달 정보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 후보는 이날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김택우 의협 회장과 면담을 갖고 의정 갈등을 해결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여야 정치인 중에서 이 문제를 책임지고 조정하고 협의하고 타결시키겠다고 나설 사람이 없다”면서 “대선을 계기로 새 정부가 생기면 바로 의논해서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찾기 위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회장은 “홍 예비후보가 의대 정원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의료 전문가가 정책 파트너로서 함께 논의해야 의료 시스템 정상화와 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전날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로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며 차기 대선 핵심 의제로 ‘5대 초격차 전략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과학기술 패권전쟁의 시대”라며 “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서비스 산업을 5대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세계 3강 진입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 △GDP 대비 R&D 투자 비중 5% 달성 △과학기술 인재 100만 명 양성 △K-스타트업 펀드 20조 조성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4-22

1차 경선 탈락 후보 “보수정당의 중요 자산”

국민의힘 대선 주자 8명중 4명이 22일 1차경선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양향자 전 의원, 나경원 의원등 4명이다. 이들은 이번 대선경선에서 비록 탈락했지만,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면서 보수정당의 주요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박정희 10만불 시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번 대선에 뛰어든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이번 대선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새로운 박정희’를 기치로 내건 이유는 단순히 과거 산업화 모델을 되풀이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낸 박정희의 비전과 실행력을 오늘에 맞게 재설계하자는 의미다. 이 지사는 토론회 직전 열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조회수 2위를 기록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아깝게 4강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선 공약을 평소 경북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핵심정책으로 삼았던 저출생 문제, 지역균형발전, 경주 APEC 프로젝트 성공 등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 지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관·학이 함께하는 ‘K-보듬 6000’ 돌봄 공동체를 조성했다.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일상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거의 소신은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국가 운영 체계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올 가을에 열리는 경주 APEC 성공을 위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일본 총리 등 4개국 정상들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까지 초청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 협력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지사는 이번에 5대 국가 대전환 비전도 제시했다. 산지(山地)의 경제화를 통한 국토 대전환, 전통문화 콘텐츠화를 통한 한류 대전환,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민생 대전환, 인공지능(AI) 등 6대 전략기술 투자를 통한 미래 대전환, 분권형 4년 중임제 등 개헌을 통한 체제 대전환이다. 도민들은 앞으로 경북도로 복귀한 이 지사가 경북을 변방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이끄는 첨단 혁신 거점으로 전환시키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양향자 전 의원은 최근 개혁신당을 탈당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전격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그는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1985년 삼성전자 메모리설계실 연구원 보조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28년 만인 2013년 여상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임원(상무)이 됐다. 그는 “청년들에게 직장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메모리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양 전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도 ‘첨단산업 대통령 양향자’다. 그는 챗GPT에게 물어봐도 양향자는 뉴보수로 첨단 산업을 이끄는 미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1호공약은 대한민국을 3년 만에 세계 1위 AI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율사(律士)들의 시대는 끝났고, ‘기술’을 아는 지도자가 나와야 할 때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집권하면 100조원 이상의 기업을 5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비전 실현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이번 대선 캐치프레이즈를 ‘일하는 사람이 부자되는 나라’로 정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출마일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이제 잊자”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Again)’이라는 말로 자위하며 과거 속에서 살고 있다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앞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후보 중 윤 전 대통령의 당적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유시장이 유일하다. 그는 대선정국의 화두가 된 ‘반명(反明) 빅텐트’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대개혁에 찬성하는 모든 이들이 모이는 빅텐트를 치고,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수도권 광역시장이면서도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나경원 의원은 ‘국익퍼스트 국민퍼스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무너지는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고 그 헌법 가치 속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 하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1차 컷오프를 앞두고 대구일정에 집중하면서 기자들에게 “대구·경북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 낙동강의 기적을 넘어서 대한민국 재도약의 중심인 대구·경북을 다시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TK신공항을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고, 수도권과 영남권을 30분 단위로 연결하는 ‘TK 하이퍼튜브 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장은희 기자 jangeh@kbmaeil.com

2025-04-22

오스만제국 치하 그리스 독립

그리스는 1814년에 독립을 위한 비밀결사가 ‘헤타이리아 필리케’가 조직되고 1821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이 펼쳐진다. 그리스 독립은 유럽인들의 관심도 지대했다. 유럽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 압제에 신음하는 그리스는 유럽 역사와 문화, 더 나아가 정신적 뿌리로써 반드시 독립시켜야 할 땅이었다. 그 이면에는 오래전 콘스탄티누스대제가 비잔티움 천도를 계기로 그리스어가 표준어가 되면서 동로마가 오스만제국에 멸망하기까지 1100년 넘게 그리스어를 사용한 것도 한몫했다. 서구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리스를 최초의 유럽으로 여기듯 그리스와 로마는 자신들 문화와 태생적 정신적 뿌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1822년 1월, 그리스는 독립을 선언하고 공화국 헌법을 제정했으나, 오스만제국이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이때 서구사회는 예술과 문학은 물론, 과학기술 발전에 진일보하면서 전쟁 무기까지 상상을 초월했고,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오스트리아와 오스만트루크 두 제국의 넓은 영토가 식욕을 자극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신성 강국으로 떠오르는 프로이센까지 두 제국에 압박을 가해왔다. 기세에 밀린 오스만제국은 점점 쪼그라들었으며, 넓은 영토를 차지한 오스만제국으로서는 서아시아 나라들과 페르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지중해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도 모른척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실신 일보직전에 그리스가 독립을 선언해버린 것이다. 그리스 독립에 더욱 힘이 실린 것은 때마침 18세기 말부터 유럽에는 낭만주의란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고전적 엄격함과 사회 규범을 중시한 신고전주의에 대항해 떠오른 낭만주의였다. 일파만파, 유럽에 미치는 낭만주의 사조는 ‘그리스 사랑 운동’으로 이식되면서 그리스 독립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화두가 됐다. 그리스 독립이라는 이 영웅적인 명제에 자발적으로 전쟁 비용을 쾌척하는가 하면,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등 스스로 전쟁에 참여하려는 젊은이들이 발칸으로 몰려들었다. 독립전쟁의 횃불을 높이 든 그리스는 ‘자유냐 죽음이냐(Eleutheria e Thanatos)’구호 아래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스 독립에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연합했고, 자발적 용사들이 그리스로 몰려들자 탄력을 받으면서 1827년 독립의 꿈을 이룬다. 그해 10월 20일 지중해를 접한 그리스 나바리노(필로스) 전투에서 오스만군대가 궤멸당하다시피 하면서다. 그리고 1829년 그리스가 국제사회에 정식국가로 인정받으면서 여타 민족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안겨준다. 1832년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참석한 런던회의에서 비잔티움제국 핏줄이면서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출신 왕자 오톤(Othon)을 그리스 초대 국왕에 앉혔다. 전제군주국가가 된 그리스로서는 좋다 싫다 할 여유가 없었다. 비잔티움 핏줄로 왕위 계보를 이었으니 정통성을 강조한 진골 중의 진골을 환영했다. 17세 젊은 왕자는 바이에른 출신 조력자와 3천5백여 명 군인을 배에 태워서 그리스에 입성했다. 이후 영국 차관은행의 높은 이자율은 그리스 국민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했다. 더구나 그리스 정교를 믿는 나라 국왕의 종교가 로마 가톨릭이었다. 이렇게 되자 국민들로부터 위엄은커녕 군부 지지도 받지 못했고, 어느 한 구석이라도 존경받을만한 요소라곤 없었다. 덧붙이자면, 1836년 발칸반도에서 민족주의가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던 때 프랑스인이 그리스를 여행한 후에 한 말이다. “투르크족의 노예로 살아가던 그리스 사람들 모습은 실로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독립 후의 그리스는 끔찍하기만 했다. 절도와 폭력, 방화와 암살이 그리스인 삶이자 취미가 되어 있었다.” 한편 오스만터키와 오스트리아 역시 식민국가에서 불길처럼 번지는 독립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와는 반대로 유럽 각국이 두 제국의 기운을 꺾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부동항 확보라는 러시아의 오래된 꿈이 서진으로 이어지며 발칸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러시아가 흑해를 둘러싼 발칸지역을 기습적으로 침략하자 깜짝 놀란 프랑스와 영국이 오스만제국을 돕기 위해 나섰다. 잠시 적의 적은 아군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으로선 인도로 가는 무역길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1853년 러시아가 두 강대국에 의해 주춤주춤 발칸반도에서 후퇴를 거듭하자 이에 만족하지 않은 프랑스와 영국은 크림반도까지 따라가 세바스토폴 해군기지를 점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내 땅에서 남의 군대끼리 치고 박는 모습을 지켜만 보던 오스만제국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허울뿐인 존재로 국제사회에 낙인찍힌다. 조선 구한말 당시 청나라와 일본이,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에서 벌인 두 전쟁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박필우스토리텔링 작가

2025-04-22

네온사인

아파트 앞 상가 간판의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붉고 푸른 빛깔이 번갈아가며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꺼져버리기도 한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언뜻언뜻 다시 살아나는 그 빛은 마치 잃어버린 기억을 애써 떠올리려는 사람처럼 애달프다. 마치 마음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서서히 꺼져간다. 몇 년 전 해프닝으로 넘겼던 일들이 실상은 엄마의 기억의 편린들을 갉아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고 엄마는 감정의 기복이 조금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점점 불안정해졌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내 통장에서 돈이 자꾸 없어져. 그 은행 아가씨가 훔쳐 갔어.” 그냥 노인성 불안감쯤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엄마의 확신이 너무 집요했다. 네온사인이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 것처럼 엄마의 기억도 나날이 깜빡이며 흐려져 갔다. 엄마는 날마다 불편한 걸음으로 은행을 찾아가 한 명의 직원을 붙잡고 내 돈을 돌려 달라고 채근했다. 혼자의 힘으로 역부족이라 느낄 땐 경찰서를 찾아가 엄마의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와 적금을 어떤 돈으로 모아 왔고, 이 돈은 앞으로 우리 손주들 등록금 줘야 하는 용도인데 은행 직원이 엄마를 무시해서 다 가져갔고 거짓말을 한다고 신고까지 했다. 그 때까지도 우리는 엄마가 착각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분명하고 마치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엄마는 자식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가 은행을 찾아가 엄마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엄마의 설움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엄마의 소중한 돈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자매는 은행을 찾았고 전산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은행 직원의 부도덕함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엄마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날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우리가 염려했던 진단을 받고 눈물이 났다. 젊은 시절 가난에도 가족을 지켜냈던 엄마였다. 남편의 깊은 병환과 무너진 집더미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엄마였다. 날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 앞에서도 우리들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다려 주었고 단정히 머리를 빗겨주었던 엄마였다. “내가 뭘 놓친 걸까... 내가 잘못한 걸까...” 허공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던 엄마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아무도 답을 줄 수 없는 물음이었다. 그저 그 말의 무게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시간의 깊이가, 가슴을 짓눌렀다. 돌이킬 수 없는 시작이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엄마가 엄마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가 자식이기를 놓지 않는 것.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고, 말은 잊혀져도 사랑은 흐를 것이기에 꺼져가는 불씨 속에서도 따스함은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이름으로, 말투로, 추억의 향기로. 엄마는 기억의 끈을 놓아가면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무언가는 끝끝내 붙들고 있었다. 그것은 돈이 아니었고 엄마로서의 자리였다. 여전히 바쁜 딸들의 삼시세끼를 챙겼다. 손끝으로 반찬을 무치고 밥을 안치고 간을 보며 흘리는 그 작은 한숨 속에 엄마의 하루가 반짝였다. 잊어가는 와중에도 끝내 잊지 않으려 했던 그것, 그것은 우리가 아니었을까. 나는 엄마의 그 손길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꺼져가는 불빛 아래에서도 선명히 빛나는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문득 거리의 네온사인을 바라본다. 때로는 현란하고, 때로는 반짝이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는 그 빛들 속에서 사람들의 하루와 사랑을 본다. 누구나 삶의 한구석에서 저마다의 빛을 간직하고 산다. 언젠가 흐려지더라도 그 빛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 남는다. 오늘도 그 작은 빛 하나하나에 마음을 기울인다. 그것은 누구의 전부일지 모르니까. 엄마는 계절을 놓쳐도 여전히 밥은 거르지 않는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모든 잎을 다 내려놓고 가지 하나 붙들고 있는 겨울나무처럼 기억의 옷을 벗어낸다. 진짜 사랑은 기억이 아니라 손끝에 남는 것이라는 걸 말하듯 오늘 저녁에도 반찬을 쓱쓱 무친다. /김경아작가

2025-04-22

국민의힘 ‘2차 경선’…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22일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를 발표했다. 이날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순)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나머지 나경원·양향자·유정복·이철우 후보는 탈락했다. 앞서 당 선관위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2차 경선 진출자 4명을 가리기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5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각 800명씩 총 4,000명의 일반 국민 대상 표본조사(100%) 를 실시해 평균치를 집계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만 조사가 이뤄졌으며,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후보별 순위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공개하지 않고 후보의 이름만 가나다순으로 호명했다. 황우여 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순위와 수치를 유포해 당내 경선을 혼탁하게 하는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공언한다"라고 경고했다. 호준석 당 선관위 대변인도 “방금 집계할때 후보자들의 수치와 순위까지 본 사람이 없다”면서 “후보 참관인들은 앞에서 과정이 공정히 진행되는지만 봤고 극소수 실무진이 합산하고, 그 결과를 위원장에게 전달해서 발표했기때문에 유출되서 돌아다니는 게 있으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며 2차 경선 과정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한 2차 경선 결과를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2차 경선에서는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를 적용해 2인을 선출한다. 만약 2차 경선에서 후보 4인 중 한 명이 50% 이상 지지율이 나오면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과반이 넘는 후보가 없으면 2인으로 추려 30일 양자 토론회를 진행하고 다음 달 1~2일 선거인단과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 50% 비율로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이 경우 최종 후보자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4-22

찬탄-반탄 ‘2대2’… 탄핵 공방 더 후끈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1차 예비경선을 통해 4명으로 압축되면서 경선 레이스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일찌감치 3강 구도를 형성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에 안철수 후보가 2차 진출 티켓을 거머쥐면서 최종 경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2차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반대파 2명(김문수·홍준표)과 찬성파(안철수·한동훈) 2명인 2대 2 구도로 팽팽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제 당내 보수층과 중도층의 표심이 어떻게 분화될지가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단순한 당내 계파 경쟁을 넘어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당내 노선 갈등이 2차 경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탄핵) 찬성파’ 후보가 2차 경선 진출자 절반을 차지하면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주장도 힘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안 후보는 전날에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제발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면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당내 일부 후보들을 비판했다. 다만, 찬성파의 중도 확장 경쟁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대표주자로 꼽히며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 후보와의 표심 중첩도 불가피해 찬성파를 지지하는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4강에 진출한 만큼 한 후보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가 올라가는 결과가 나오면 한동훈 후보가 조금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희망을 가져볼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진행자가 “안 후보가 올라가면 오히려 찬탄, 탄핵 찬성했던 표가 분산이 돼서 한 후보한테 불리한 것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천 대행은 “안 후보가 (4강에) 올라갈 수 있다라고 하면 어쨌든 그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가 적용됐다고 해도 탄핵 찬성 여론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탄핵 반대파인 김 후보와 홍 후보는 각각 보수색을 더욱 강화하며 결집력을 다질 예정이다. 찬성파와 2대2 구도로 접전이 벌어지면 지지자 중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결집하면서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선두를 줄곧 기록했던 김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국 탄핵 찬·반을 놓고 4명의 후보 중 어느 후보가 대표성을 획득해 지지층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2차 경선 통과의 키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경선후보는 오는 29일 2차 컷오프를 거쳐 2명으로 압축된다. 국민의힘은 과반 득표자가 나올 시 결선은 치르지 않기로 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4-22

이재명 선거법 사건, 대법원 신속 심리 개시

대법원이 1심 유죄, 2심에선 무죄로 뒤집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바로 첫 심리에 나섰다. 22일 오전 대법원은 이 전 대표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소재판부)인 2부에 배당했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이날 오후 2시부터 바로 첫 합의기일을 열어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참여해 선고하는 재판이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듣고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사건의 쟁점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하나는,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씨와의 교유 행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부분과 국토부 협박 등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여부다. 또 해당 발언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통상 대법원 사건이 소부에 배당되면 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경우는 없다. 소부에 배당되면 재판연구관이 검토하고 대법관들에게 보고서를 올리면, 주심 대법관이 이를 토대로 검토 후 대법관 사이 합의에 나선다. 이때 합의가 안 되면 주심 대법관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게 일반적인 사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이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주요 사건이자 사회 파급효과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노태악 대법관이 해당 사건을 회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법관이 유력 대선 주자의 선거법 사건을 심리할 경우, 이해충돌 우려가 있어 사건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 사건은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우선 심리하게 되고, 노 대법관의 회피가 인용되면 12명이 판단할 전망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4-22

韓대행 “한미, 경제·통상 윈윈으로 물꼬 틀 것”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는 24일 밤 시작되는 ‘한미 2+2 통상 협의’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win-win)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이번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우리와의 통상 관계 중요성을 고려한 미국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 한 대행은 지난주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 원자력 연구로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이 그간 우려를 불식하며 굳건히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올렸지만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 대행은 “한미 간 상호이익이 되는 통상 협의 및 과학기술 협력 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맹으로 발전해 온 한미동맹은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더욱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특별법을 언급하면서 “유가족분께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함께 영남권 산불 피해 지원 대책의 신속한 집행과 산불 피해지역의 산사태·토사유출·수질 오염 등 2차 피해 방지도 당부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4-22

한덕수 국민후보 추대에 비판론 쇄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6·3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통령 국민후보 추대위원회’가 22일 출범했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고 한 대행에 힘을 싣는 조직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추대위는 한 대행의 의사와 관계가 없는 민간 차원이라는 한계는 있다. 한 대행은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하며 출마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필요성을 가장 강조했던 박수영 의원은 이날 “확실한 답은 아직 안 주고 있다. 아직이긴 한데 90% 정도의 확률로 출마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컷오프 당일 추대위가 출범하자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과의 단일화 추진이냐. 추대위 구성원을 보니 전부 민주당 인사들”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앞서 “한 대행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않다. 정말 대선에 나서고 싶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 정식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덕수 대행은 계엄사태의 한복판에 있는 장본인”이라며 “통상적인 상식으로 생각할 것 같으면 한 총리는 대통령 후보가 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총리는 사람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로 나갈 결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본인이 지금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주변에서 자꾸 부추기는 사람이 있으니까 ‘행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2일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최고 책임자가 엉뚱하게 출마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한덕수를 바로 직무 정지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당 차원에서 탄핵을 즉각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진 의장은 이날 “한덕수는 파면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과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했다”며 “그의 행태는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4-22

해수부, 어업인 주도 폐어구 수거사업 본격 추진

해양수산부가 23일부터 어업인 참여형 공모사업을 실시한다. 지난 22일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하 공단)과 연근해 어장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업인 직접 참여형 폐어구 수거 사업’을 23일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조업이 제한되는 금어기·휴어기 기간 등을 활용해 평소 어업활동을 하는 조업 어장에서 어업인이 직접 폐어구를 수거하는 직접 참여형 어장 정화 사업이다. 어업인 스스로 어장을 주도적으로 정화하도록 유도해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해양환경을 개선하는 책임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도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공모는 23일부터 5월 9일까지 접수하며 참여를 희망하는 연근해 어업인 단체는 관할 광역시·도 또는 시·군·구를 통해 신청서를 내면 된다. 공모를 신청해 선정되는 어업인 단체에는 폐어구 수거 활동 실적에 따라 수거비용을 지원하며 수거된 폐어구의 처리 비용은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오는 5월 9일까지 접수된 공모사업은 5월 말까지 참여할 어업인 단체를 선정한 후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추진되는 사업비용 등을 지원하게 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어업인 참여형 폐어구 수거 사업은 어업인이 스스로 자신의 어장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첫걸음이자, 어업인 주도의 해양환경 개선 정책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사업시행의 의의를 설명했따. 이어 강 장관은 “어업인의 작은 실천이 바다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해양수산부는 앞으로도 어업인과 함께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4-22

현대자동차노조, 안동으로 가족여행 “힘내세요”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최근 대형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안동지역을 찾는 ‘기부여행’에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참여했다. 22일 안동시에 따르며 현대자동차노조는 1차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2차로 26일부터 27일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 가족 약 200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가족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소비를 통한 기부로 지역을 돕는 ‘착한 여행’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울산 지역 사회적기업 ‘착한여행 52블루’와 협력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부여행은 안동시가 추진 중인 ‘여행이 곧 기부다’ 캠페인에 대기업이 참여한 첫 사례로, 관광객 급감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노조의 참여는 대규모 단체가 지역사회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문용문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산불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안동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기부여행’을 실천하게 됐다”며 “산불 피해를 입었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일상 회복에 함께하는 착한 여행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안동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정 관광정책과장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처럼 영향력 있는 단체에서 캠페인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참여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사회 연대와 회복을 이끄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과 단체가 안동을 ‘함께 회복하는 여행지’로 찾아주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4-22

경일대-직스테크놀로지 산학협약 “실무 역량 배양 현장 밀착형 학습”

경일대학교는 지난 21일 대학 본관 접견실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설계 플랫폼 기업 ㈜직스테크놀로지(대표 최종복, 엄신조)와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경일대는 ㈜직스테크놀로지로부터 국산 CAD 소프트웨어 ‘직스캐드(ZYXCAD)’를 기증받고 공학, 디자인, IT 전공 학생들에게 차세대 설계 플랫폼 학습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직스테크놀로지는 CAD 응용 프로그램 ‘웍스(Works)’가 포함된 직스캐드 Professional 버전 교육용 라이선스를 3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며, 경일대는 이를 실습과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양 기관은 AI 기반 설계 기술 공동 연구와 실무형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등 다양한 협력 과제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직스캐드는 오토캐드와 높은 호환성을 갖추고 있어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고성능 설계 기능과 450여 개 유틸리티 기능이 탑재돼 있어 실무에 최적화된 학습이 가능하다. 정현태 총장은 “현장 밀착형 실무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산업체 현장에서 바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과 산학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4-22

대구미술관 “지속가능한 미래 모델 모색”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관장 노중기)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대구미술관은 23일 오후 2시 대구미술관 교육실에서 ‘미술관의 미래(The Future of Museums)‘를 주제로 ’2025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 미술관들의 실천적 사례를 중심으로, 각 미술관의 공동체 및 지역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글로벌 관점에서의 문화 교류와 협력 등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 국공립미술관 관계자 및 일반인 40여 명이 참석하며,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초청 연사로는 카타르 마타프 아랍 현대미술관의 가다 엘하파르 사업 기획 담당자, 일본 모리미술관의 츠바키 레이코 큐레이터, 싱가포르 미술관의 킴 옹 소장품·공공미술·프로그램 디렉터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이정민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의 발표 ‘동시대의 대화들: 공동체와 세계를 잇다‘로 시작되며, 이어서 제이나 아리다 관장의 ’글로벌 사우스에서 다시 상상하는 미술관: 현대 아랍미술 속 마타프의 역할‘, 츠바키 레이코 큐레이터의 ’도시를 이끄는 현대미술관의 역할: 예술의 대중화를 향한 실천‘, 킴 옹 디렉터의 ’구성원으로서의 미술관: 관계성을 중심에 두다‘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 패널 토론에서는 권미옥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이 진행자를 맡아 발표자들과 함께 심포지엄 주제를 논의하고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활발한 대화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심포지엄은 아시아 각국 미술관들의 생생한 실천 사례를 통해 미술관이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나아가 미술관이 도시와 공동체를 잇는 역할을 강화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변하는 시대, 미술관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동시대 미술관의 사명을 되짚고,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2

나를 마주하다, 내 안의 숲-사유원

산 정상에 카페가 있다. 오르막길을 한참 걸었더니 땀이 나고 목이 말라 시원한 모과에이드를 주문했다. 멀리 팔공산이 눈에 들어오는 뷰가 포함된 가격이라 비싸도 이곳에서 재배한 모과라 향이 더 좋았다. 카페 건물의 이름은 가가빈빈이다. 풍류의 산수 사유원, 팔공산 지맥 70만㎡에 사람이 만든 자연의 정수가 펼쳐졌다. TC태창을 이끌었던 설립자가 평생 아꼈던 바위, 세월을 견딘 소사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를 한자리에 옮겨왔다.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 조경가, 예술가들도 불러 모아 생각하며 거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산책했다. 홈페이지에는 목련길, 백일홍길, 모과길, 고송길의 네 개의 코스를 마련해 뒀다. 오전 9시 문을 열어서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고요한 숲의 느낌을 오롯이 느끼고자 일찍 집을 나섰던 것이다. 예약자 이름을 말하니 목에 걸고 다니라며 일행 중 한 사람에게 GPS목걸이를 건넸다. 숲이 방대하니 혹시 길이라도 잃을까 배려하는 것이라 짐작했다. 한 손엔 지도를 받아 들고 치허문을 향해 올랐다. 목련길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치허문을 출발, 호젓한 비나리길을 따라 오르자 참꽃이 전성기를 지났는지 꽃잎을 떨구었다. 어린 시절 그 맛을 기억하려 친정엄마가 입에 넣고 씹는다. 쌉싸름하다고 웃으셨다. 제비꽃이 산길에 보라색 카펫을 깔았다. 울창한 리기다소나무숲으로 행했다. 자그마한 벽돌 건물이 있어서 뭐 하는 곳일까, 달팽이 모양을 빙글 돌아 들어가니 샤워기가 있었다. 산책 도중에 사용하라고 한다. 조금 걷다 보면 알바로 시자의 대표적 건축물인 소대가 비스듬히 섰다. 노출 콘크리트로 계단을 따라 오르니 머리 위 구석에 제비집이 보였다. 집 입구가 굴처럼 좁은 걸 보니 굴제비의 집이라고 친정엄마가 알려주었다. 산 아래 가정집에 세를 든 제비집과 달랐다. 소대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제비들도 그걸 알고 코너마다 몇 채나 자리 잡았다. 바로 근처에 소요헌이 보였다. 입구가 어디인지 가까이 갈 때까지 알기 어려웠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려는지 아니 오르려는지 헷갈린다. 조용한 숲에 우리 소리만 두런두런 조명도 과하지 않게 드리워 말소리도 저절로 소근거리게 했다. 알바로 시자가 쓰던 가구와 그림이 있는 방에서 통창으로 들어오는 소나무를 보며 잠시 땀을 식혔다. 가져온 물로 목도 축였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냥 마음이 좋았다. 소요헌에서 내려가는 길은 시자가 좋아하는 나무로 잘 알려진 목련이 일렬로 도열해 관람객을 반갑게 맞는다. 자목련은 아직 자태를 뽐낸다. 라일락도 향을 보탰다. 사유원이 만들어진 시초는 모과나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300년 넘은 고목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던 것을 웃돈을 주고 붙잡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600살이 넘는다니 조선시대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을 저장한 역사다. ‘풍설기천년’이란 제목의 정원에 아름드리 모과나무가 가득하다. 수줍은 분홍빛 꽃이 피기 직전이었다. 산책로에 가끔 한자 문패가 달린 작은 건물이 있어 궁금해 들어갔다. ‘다불유시’와 ‘독락사’ 같은 한자였다. 화장실을 여러 표현으로 산책하는 이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그렇게 오르니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정향대가 주위 나무들과 어우러지는 중이었다. 우리는 모든 건물 중에 이곳이 제일 좋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연둣빛의 봄이 제일 잘 내려다보이고, 솔솔 바람이 기둥과 기둥 사이로 지나다녔다. 그러고는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인 명정에서 물소리 들으며 마음을 씻고, 물을 저장한 첨단에서 우리 집 방향이 어딘가 굽어보았다. 반가사유상처럼 숲을 향해 저절로 몸이 기울어졌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22

산불, 그 후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대형 산불이었다.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돼 역대 최악의 피해의 낸 경북 북부지역의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에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번져 일주일간 시·군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3월 25일, 불은 안동시 길안면과 풍천면으로 향했고 오후부터 안동 시내는 시커먼 연기로 자욱했다. 시민들은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를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위험지역의 주민들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거나 안동 시내로 이동해 체육관, 학교 등지로 대피하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불길과 함께 급히 차를 몰고 대피한 주민들도 있었다. 일단 대피했다가 다시 집으로 가 막 지붕으로 옮겨붙은 불길을 잡거나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호스로 물을 뿌리며 불과 맞서기도 했다. 절박했으나 집을 지키고자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불은 그 규모를 확장하면서 급기야 고속도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안동은 고립된 도시가 되어버렸다. 안동 시내에까지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 시민들은 믿기 어려운 현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도로까지 이어진 차량 행렬은 전쟁을 피해 달아나는 피난 행렬과 같았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직장인은 단축 근무를 하기도 했다. 자욱한 연기에 눈물이 났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나쁜 연기를 흡입했다.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매장마다 품절사태가 빚어지고 급한 마음에 진열된 공기청정기를 사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을 보고 눈물을 짓고 타버린 농작물 앞에서, 사라진 조상의 산소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소를 두고 올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는 아내와 키우는 강아지만이라도 대피하라고 목줄을 풀어준 몸이 불편한 촌로의 사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급박한 사연들이 불길 속에 묻혔다. 안타깝게도 이번 산불로 5개 시군에서 2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긴박한 와중에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이들이 숨지기도 하고 불길을 잡기 위해 애쓰던 소방헬기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특히나 이번 산불은 산림당국의 합동 감식 결과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공분을 자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SNS나 지역 커뮤니티의 발 빠른 소식이 때론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동요하는 주민들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비상대기하고 있으며 위험이 있으면 즉시 알릴테니 집안에서 안전하게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낼 정도였다. 3월 27일 오후 늦게 의성에 비가 내릴 때에도 안동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AI가 등장하는 최첨단 시대에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언제나 힘이 셌다. 앞으로 절대로 생기지 말아야 할 재난이지만 언제 또 생길 수 있을 재난인지 모른다. 건조한 계절 입산자들에 대한 경계, 불이 났을 때 고령자들은 디지털 격차가 해소돼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에게는 지역별로 어디로 대피하라는 안내를 해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위험에 대비해 비상용 가방을 준비해두고 밤새 잠 한숨 못 잔 그 시간 동안, 이러한 거대한 재난에 개인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재난에 대한 시스템 체계화, 소방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소방 장비 충원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이재민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과 더불어 화재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 대한 심리 치유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 어려움을 하루빨리 이겨내 지역민의 일상이 되찾아지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4-22

24일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프라노 김은혜 리사이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는 수성아트피아가 대구음악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25 수성르네상스 프로젝트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의 첫 공연으로 ‘소프라노 김은혜 리사이틀’이 열린다.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는 수성아트피아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수성르네상스프로젝트’ 사업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차세대 지역 예술가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감성과 음악적 깊이를 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올해 시리즈의 첫 주자는 소프라노 김은혜다. 김은혜는 계명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시립음악원과 파르마 국립음악원 비엔뇨(최고연주자과정)를 수료했다. 또한 아다츠 아카데미의 오페라 코스를 비롯한 여러 국제 아카데미에서 성악과 음악 코치 과정 디플로마를 취득하며 전문성을 다진 실력파 성악가다. 이탈리아 밀라노 로제툼 극장 데뷔를 시작으로 부세토 베르디 극장, 불가리아 소피아 오페라 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계명대와 경북예고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페르골레지의 ‘슬픔의 성모’, 브람스의 ‘나의 잠은 점점 더 깊어지네’, ‘흐르는 멜로디처럼’, ‘내 사랑은 초록빛’ 등 다양한 가곡과 푸치니 오페라 ‘마농 레스코’ 중 ‘저 부드러운 레이스 안에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세상의 허무함을 아는 신이여’ 등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피아니스트 남자은과 함께 선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