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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의회 복합청사, 도심 새 랜드마크로

문경시는 지난 14일 시청 제2회의실에서 ‘문경시의회 복합청사 실시설계 최종보고회’를 열고 신축 청사 설계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1968년 지어진 현 시의회 청사의 구조적 안전 문제가 2018년 정밀안전진단에서 드러난 이후 본격 추진됐다. 문경시는 2019년 타당성 조사와 국토교통부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 사업’ 선정 과정을 거쳐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신축 복합청사는 공용청사 건립기금 280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434.92㎡ 규모의 최신형 공공건축물로 조성된다. 설계는 올해 12월 완료되며, 내년 3월 착공해 2028년 3월 준공이 목표다. 남명섭 문경시 회계과장은 “시민과 의회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열린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문경 도심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축 예정지 인근 점촌 원도심 상권과 주택가에서는 기대와 현실적 요구가 동시에 나타났다. 점촌중앙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52)는 “건물이 너무 오래돼 걱정하던 곳인데 새로 짓는다니 환영하며, 의회 직원·시민들이 오가면 상권에도 활기가 돌겠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B씨(44)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청사라 접근성은 좋은데, 기존의 주차난은 꼭 해결해야 한다. 보고회에서도 시민 편의시설을 확대한다고 들었는데 실효성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문경대 학생 C씨(22)는 “도서·정책자료 열람이나 세미나 공간 같은 시민용 복합공간이 있으면 젊은 층도 더 찾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설계안에는 주차면수 확충, 시민 커뮤니티 공간, 열린 로비·전시공간, 의회 공개회의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11-17

대구·경북 17일 체감온도 ‘뚝’ 떨어져⋯이번 주 내내 초겨울 날씨

대구·경북은 17일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체로 구름이 많다가 늦은 오후부터 점차 맑아진다고 예보했다. 울릉도·독도는 밤부터 흐려져 늦은 밤부터 비나 눈이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5~10㎜다. 낮 최고기온은 5~11도로, 전날보다 5도 이상 낮겠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 동해안에는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경북 북부 동해안은 오전까지, 북동 산지는 오후까지 순간풍속 시속 70㎞(산지는 90㎞)에 달하는 강풍이 예상된다.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이 겹치면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오전 한때 ‘나쁨’ 수준을 보이다가 오후부터 점차 개선되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에서 0.5~3.5m,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먼바다에서는 1.0~5.0m로 높게 일겠다. 이번 주는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초겨울 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은 아침 최저기온 -5~0도, 낮 최고기온 4~9도, 19일은 -6~0도에서 8~12도로 예상된다. 20일에는 -5~4도, 낮 9~15도 분포를 보이겠고, 주말인 22일은 맑고 23일은 오전 맑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겠다. 기상청은 “오늘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체감 추위가 심해지겠다”며 “일교차도 큰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강풍과 건조로 인한 화재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17

400년전 부용계 ⋯ 영주의 고귀한 정신문화

영주시가 선비정신의 본향으로서 위상을 재확인하는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부용계(芙蓉契, 도유사 금춘) 주관으로 제4회 영주선비정신 확립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영주의 선비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부용계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지역 문화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부용계는 400여 년 전 영주 지역 진사·생원 55명이 사마시 합격을 기념해 결성한 단체로 현재까지 선비정신 계승과 학문적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부용계 55현 중 3명을 중심으로 3개 주제가 발표됐다. 첫 번째 발표에서 송치욱 인제대 연구교수는 녹야당 장진의 시대와 삶을 주제로 단양장씨 감모록을 분석하며 유교 실천정신을 해석했다. 허태용 충북대 교수는 화포 홍익한의 생애와 척화론에서 조선 후기 홍익한의 의리 정신을 재조명하고 김종구 전임연구원은 오수 김강의 춘추대의와 가문의식을 통해 김강의 사상적 기반을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학술대회가 영주의 선비정신을 학문적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지역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인문학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 평가했다. 또, 교육·문화·관광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기대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유사 금춘씨는 “부용계의 정신은 영주의 고귀한 정신문화 유산”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영주가 선비정신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영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선비정신을 현대사회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11-17

상주영천고속도서 차량 13대 연쇄 출돌⋯2명 사망·4명 부상, 인근 농수로 유출 유류에 오염

새벽 시간대 고속도로에서 다량의 기름을 싣고 달리던 유조차와 화물차, 승용차 등 13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사고 당시 일부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2시간 30여분에 모두 진화됐지만, 현장 수습에 시간이 걸리면서 주변 일대 양방향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17일 오전 3시 12분쯤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신녕IC 인근(63.7㎞ 지점)에서 상주 방향으로 1차선을 주행 중이던 26t 탱크로리 차량(벙커C유 2만4천ℓ 적재)이 2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25t 화물차량의 좌측 적재함을 추돌했다. 이어 14t 화물차가 사고 탱크로리 차량 뒷부분을 추돌하는 등 뒤따라 오던 2.5t 화물차와 승용차, 버스 등 차량 8대가 추가로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탱크로리와 14t·2.5t 화물차 2대 등 차량 3대에서 불이 났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20여명은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상주 방면 연쇄 추돌사고 발생 당시 사고 화물차 1대에 실려 있던 H빔 여러 개가 반대 방향인 영천 방면으로 쏟아졌고 이를 피하려던 승용차와 탱크로리, 13t 화물차 등 3대가 옹벽, 가드레일 등을 충돌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및 충돌 사고로 현재까지 상주방면으로 가던 2.5t 화물차 운전사와 반대편으로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 등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탱크로리 등 사고 차량 3대에서 난 불은 오전 5시 40분쯤 모두 진화됐다. 경찰은 사고 이후 동군위IC∼영천 방향(부산 방면) 5㎞ 구간, 부산에서 상주 방향 3.9㎞ 구간에서 차량 정체가 이어지자 후속 차량들을 대상으로 우회 운행토록 조치했다. 한편 이 사고로 유조차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논밭 수로에 흘러들어, 일대 수로는 까만 기름으로 오염됐다. 영천시청 공무원들은 유·흡착지 등을 이용해 수로 방제 작업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탱크로리에 실린 화물은 벙커C유로 폭발 위험은 없는 상태"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부상자 수를 파악중이다"고 밝혔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11-17

OKTA 연계 예천군 고등학생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진행

예천군은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7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원에서 우리 고등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상북도와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OKTA) LA지부와의 굳건한 협력을 통해 더욱 풍성하고 내실 있게 준비됐다. 대창고, 예천여고, 경북일고 등 관내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6명의 청소년들은 설렘과 기대를 안고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에게는 단순히 견학을 넘어 세계의 중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더 큰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다. 7일간 펼쳐진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글로벌 감각과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으로 가득 채워졌다. 미국 현지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방문을 시작으로 실제 운영 현장을 방문하며 선진 행정과 교육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시야를 넓혔다. 명문 UCLA 캠퍼스 투어로 넓고 자유로운 학문의 전당을 거닐며 미래 학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영감을 얻었다. 세계적인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미적 안목을 키우고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꿈과 환상의 공간에서 창의적 사고와 혁신 정신의 중요성을 놀이를 통해 배우며,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렀다. 특히 학생들은 미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출향 기업인 H마트를 방문하여,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해외 기업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직접 듣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학생들이 미래 학업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 부여를 얻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해외 현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며,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지역 학생들이 넓은 세계 속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더 크고 담대한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11-17

예천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품앗이 전체모임’ 개최

예천군가족센터는 16일 오전 예천국민체육센터에서 공동육아나눔터 2호점을 이용하는 가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품앗이 전체모임’ 가족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용하는 품앗이 그룹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화합의 장이 되도록 마련했으며, 영유아부터 부모·조부모까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됐다. 사랑스러운 영유아부터 든든한 부모님, 그리고 지혜로운 조부모님까지, 세대를 초월한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채로운 활동들로 꼼꼼하고 알차게 구성되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하며 ‘따로 또 같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경쾌한 개회식을 시작으로 드넓은 체육관은 곧장 활기찬 놀이터이자 환호성이 가득한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큰공 굴리기, 타요버스 타요, 무지개사다리, 거대한 공을 힘을 합쳐 굴리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지녔다. 참여한 K씨(42 · 예천읍)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고 경기들로 가족 간 협력과 소통의 시간이 되었고, 어린이들은 활발하게 뛰어놀고 부모와 조부모도 즐거운 여가시간을 가질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예천국민체육센터는 세대가 함께 어울려 웃고 격려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김학동 군수는 “이번 품앗이 전체모임은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용하는 모든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소중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행복한 예천, ‘아이 키우기 좋은 예천’을 만들기 위해 가족 친화적인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11-17

한수원, 경주엑스포 대공원에 미래 에너지 홍보관 SSNC 개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8일 경주엑스포 대공원에서 차세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미래 에너지 전시관 ‘SSNC(SMR Smart Net zero City)’를 개관한다. SSNC는 한수원의 ‘탄소중립 청정에너지 리더’ 비전을 실감형 콘텐츠와 영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소형모듈 원전(SMR)과 신재생에너지 등이 도시 생태계에서 순환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SSNC는 총 5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에너지 루프’에서는 인류의 에너지 역사를 압축적으로 조명하며, ‘에너지 파운데이션’에서는 국내 대형 원전 기술 APR1400을 소개한다. ‘에너지 하모니’에서는 최신 SMR 기술을, ‘에너지 파노라마’에서는 360도 파노라마와 도시 모형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를 구현한다. 마지막 ‘에너지 비욘드’에서는 수소 에너지를 모티브로 한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SSNC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한수원의 노력을 국민과 공유하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미래세대와 함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SSNC 개관은 한수원이 경주시에 추진 중인 ‘탄소중립 도시’ 비전과 연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전시관은 경주엑스포 대공원 내에서 상시 운영될 예정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11-17

경북도, 말레이시아 여행업협회 초청 팸투어 성료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말레이시아 여행업협회(MATTA) 관계자를 초청해 경북 팸투어를 진행했다. 이번 팸투어는 지난 9월 ‘2025 말레이시아 국제관광전(MATTA Fair)’에서 논의된 협력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말레이시아 시장 대상 경북 관광상품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참가단은 안동, 포항, 경주를 연결하는 핵심 관광 코스를 체험했다. 첫날 안동 하회마을과 월영교를 방문한 뒤, 13일 포항에서는 POSCO 역사관·홍보관,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영일대해수욕장 등을 답사했다. 이어 14~15일 경주에서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 불국사, 석굴암, 황리단길 등 주요 명소를 둘러보며 경북 관광 자원을 직접 확인했다.   14일 저녁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는 경북도의회 이춘우 운영위원장, 정경민 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 박규탁 수석대변인 등이 참석해 APEC 이후 글로벌 관광 확대 방안과 관광교류 증진, 상품 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상훈 공사 마케팅사업본부장은 “이번 팸투어를 통해 말레이시아 여행업계가 경북 관광의 매력을 체감했다”라며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남아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 관광객 유치에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팸투어는 말레이시아 시장과의 실질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며, 경북도는 향후 관광 상품화 및 마케팅 협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11-17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AI와 뉴스의 미래’ 세미나 개최20일 프레스센터…AI 기술과 뉴스룸 혁신 실천 전략 모색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회장 신한수 서울경제 부국장)는 오는 20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AI와 뉴스의 미래: AI 기술과 뉴스룸 혁신의 실전 전략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언론사와 AI 기업의 협력 방안과 뉴스룸의 AI 전환 전략을 모색함으로써 언론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마련했다. 세미나는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위원의 ‘국내 뉴스 생태계와 언론사의 AI 거버넌스’ 기조 강연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언론사와 AI 스타트업의 AI 전환 전략 수립 및 개발 담당자들이 현재 뉴스룸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AI툴 개발 사례를 소개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세계신문협회 총회 등을 통해 기자들이 직접 경험한 해외 주요 미디어의 AI 활용 전략이 발표된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뉴스룸 현장에서 AI 기술 도입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기자들과 뉴스룸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CMS 기술 기업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AI가 뉴스룸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 것인가 등 AI와 뉴스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신한수 회장은 “이제 AI는 논의 수준을 넘어 뉴스룸의 실제 저널리즘 수행 과정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생생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촉발한 뉴스룸의 현재와 미래 변화상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李대통령 국정 지지율 54.5%···민주당 46.7%·국힘 34.2%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54.5%로 직전 조사 대비 2.2%포인트(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18세 이상 2천5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54.5%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까지 2주 연속 상승했다가 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정 평가 비율은 41.2%로 직전 조사보다 2.5%p 올랐다. 리얼미터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와 정치 공방이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며 국정수행 평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14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6.7%, 국민의힘이 34.2%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0.2%p 높아졌고 국민의힘은 0.6%p 하락했다. 조국혁신당은 3.2%, 개혁신당은 3.1%, 진보당은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4.6%,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3.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형남기자

2025-11-17

늦가을의 죽단화

헤어짐은 만남을 약속하고도 늘 아프다. 우리 집에서 친구들과 2박3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 공원 산책을 하고 친구들은 역으로 나는 집으로 향했다. 학창 시절에 만나 지속되어온 우정이라도 이별 앞에선 늘 마음이 소란스러워진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거리는 아름다운 색의 전시장이 되었다. 봄의 통통 튀는 화사함 대신 진중하고 깊은 색감을 띈 나무들이 제각각 마지막 발걸음을 하고 있다. 친구를 보낸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아파트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예쁘게 조경이 된 돌 틈 옆 빛바랜 초록의 나무가 서 있다. 평범하고 수수한 잎들이 미처 단풍들지도 못한 채로. 죽단화였다. 일반적으로 겹황매화로 더 불리는 꽃이기도 하다. 무더기로 많이 자라고 관상수로 키우기도 하지만 크게 매력이 있는 나무는 아니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옆에는 아직도 초록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연산홍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장미처럼 화려한 모습도 아니고 백합처럼 은은한 향기로 시선을 끄는 것도 아닌 길 가의 들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나무를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이었지만 지나치면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초록이 짙은 여름에는 죽단화도 옆의 꽃이나 나무와 함께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아도 조화를 이루며 있었던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며 옆의 나무나 꽃들이 겨울 준비로 자신을 치장할 때에 죽단화는 빛바랜 모습의 자신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런 죽단화를 보면서 헤어진 친구들이 떠올랐다. 젊었던 한 시절은 푸른 여름의 초록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화려한 삶을 추구하고 성공을 향해 달려야 했기에 함께 했던 시간들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모두들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만을 보고 달려간 시간들이었다. 전업주부로 살며 자녀 교육에 열중했던 친구. 재력을 키우기 위해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 직장 생활을 오랜 시간 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은 친구들. 때론 보이지 않는 경쟁의 심리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열정에 쌓였던 날들도 있었으니까. 나이가 들면서 각자 사는 장소가 달라졌다. 과거의 크고 잘 되기 위한 일에 대한 관심사에서 벗어나 근래에 들어서는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자주 모였다. 명예나 재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건강에 대한 것, 하루를 보내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우리의 시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옛날 같은 경쟁의식이나 비교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소소한 것을 나누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소용돌이치던 젊음의 그 한 때에서 벗어나 욕심을 조금 내려놓은 지금의 조용해진 삶이 서로 편안하다고 느낀다. 그러다보니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푸른 초록의 시절은 지나갔지만 늘 그 자리에 존재감이 없어도 있었던 죽단화의 시간이 온 것이다. 한 귀퉁이에서 살아온 죽단화를 보며 누구의 눈에 잘 띄지 않아도 피어야 할 때 필 줄 알고 져야할 때 질 줄 알며 스스로의 때를 살아가는 황매화의 삶을 생각해보았다. 잠시의 화려함도 없고 시선을 끄는 향기도 적지만 자신의 자리에 조용히 있는 황매화의 그 모습이 나를 위로한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지금의 작지만 변화없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으로 족하다고 가만히 말해주는 것 같다. 죽단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랜 잎마저 시들 것이다. 그리고 또 꾸준한 인내의 시간을 갖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날을 기다릴 것이다. 자신의 계절을 알고 자신의 온도를 알고 피어날 때를 순수한 마음으로 황매화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우리들은 또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친구를 보낸 허전한 마음과 이제는 조금 작아진 친구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애틋했던 마음이 죽단화를 보며 욕심을 죽이고 현재에 충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다시금 느꼈다. 역으로 향한 친구들의 마음에도 이런 따뜻함이 함께 했으면 한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5-11-16

李 대통령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내란 극복도, 적극 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 조사에 나서는 동시에 공직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직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최근 정부가 공직자들의 12·3 비상계엄 사태 가담 여부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공직 활력 제고에 나서자 공직사회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설마 ‘벌만 주든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시겠지요”라고 반문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공무원을 강력히 처벌하는 것과 정부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1일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고 공무원 상대 직권남용죄 적용을 엄격히 따지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불법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는 “신상 필벌이 아니라 명백한 인권 침해행위이고 반헌법적인 불법사찰”이라며 “대대적인 공무원 사찰은 내란 극복이 아니라 공포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공직사회를 뿌리째 흔드는 공무원 사찰 기도를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경고했다. 나아가 공공기관이 감찰·감사·조사 등의 명목으로 공무원·직원의 휴대전화 제출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6

국회 예결소위 심사 돌입… 여야 줄다리기 본격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이번 주부터 일부 사업은 증액·감액이 이뤄질 전망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예결위 예산안 등 조정소위는 17일부터 상임위별 예비 심사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한다. 예결위는 예산안을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한다는 목표로 소위 심사에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예결위 예결소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결위원장이 맡았다. 소위 위원으로는 대구·경북(TK) 출신인 민주당 임미애 의원,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김기웅(대구 중·남) 의원 등이 참여한다. 다만 대장동 판결 항소 포기 논란, 특검 수사 정국 속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함께 농어촌 기본소득, 관세 대응 목적의 예산까지 여야 간 힘겨루기가 전망되면서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예비심사가 끝나지 않은 운영위나 기재위 등에서는 특수활동비, 예비비 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18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삭감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권력기관 특활비를 ‘쌈짓돈’이라며 전액 삭감했던 만큼, 이 기준을 적용해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심사는 끝났지만 여야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것도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는 검찰의 특활비를 정부안보다 40억5000만원 삭감해 31억 5000만원으로 의결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항명’·‘반란’으로 규정한 민주당이 이른바 검찰 개혁 차원에서 특활비 삭감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 재갈 물리기’라고 반발하고 있어 예결위에서 거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어촌에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표 사업으로 ‘포퓰리즘·현금살포’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관련 후속 조치도 예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성공적 외교”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반면, 국민의힘은 “백지 시트”라고 규정하며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국회 비준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새로 편성한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1조 9000억 원)는 상임위 단계에서 줄줄이 감액 또는 보류됐다. 국민의힘이 ‘깜깜이 예산’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기재위 소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7000억 원)은 소위 심사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보류됐고, 산자위 소관인 한국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5700억 원)은 소위에서 1000억 원 감액됐다. 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을 국회가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예결위에서 정부안대로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6

‘우리가 황교안’으로 지방선거 치를 수 있나

여야 정치권이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매달렸다. 이재명 정부의 전반기를 평가하게 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선거를 독재로 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저지선’이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보수 세력을 끌어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달아 터져나오는 극우 성향의 몸짓들이 선거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좌우 균형을 맞춰가며 원을 넓히는 전략적 행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이다’라는 말은 ○○○에게 완전히 공감하고,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말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다. 장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한 것은 그 음모론에 100% 공감한다는 뜻으로 비친다. 장 대표가 말한 ‘우리’는 누구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의 씨앗이 됐다. 따지고 보면 멀쩡한 정권을 조기에 끝내고, 민주당에 헌납한 원인이다. 비상계엄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개는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비상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부정선거 세력도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라면서 “강력히 대처하시라. 강력히 수사하시라.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시라”라고 촉구했다. 더구나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라고 부추겼다. 황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은 아니다. 내란죄로 수사하려는 특검을 이해할 수 없다. 내란죄에 대한 특검 수사를 이렇게까지 확대해야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황 전 총리의 말은 분명히 반헌법적이다. 전직 국무총리가 한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히틀러의 수권법을 응원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황 전 총리는 “아무리 봐도 내란 자체가 없었다”면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하는 것이 내란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합헌인가. 그렇다면 굳이 탄핵 절차를 왜 만들어놓았나.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헌법의 틀에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서라면, 계엄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헌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계엄령 발동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국회마저 무력화하려 했다. 계엄령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정족수’까지 챙겼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은 견제받는 권력이지, 독재자가 아니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면서 견제 기관을 무력화하고, 헌법이 부여한 이상의 모든 권한을 한 손 에 장악하려 했다. 명백히 친위쿠데타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도 면회했다. 이어지는 언행이 극우편향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자살을 가져온 것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현재 상황의 출발이다.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무리하게 사면·복권해 재공천한 것부터 민심을 거슬렀다. 여론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독단이다. 총선 직전 전공의 파업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담화는 민심을 뒤집었다. 참모들이 말렸지만, 그는 사전 상의도 하지 않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도피시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사건에 사과는커녕 내부 갈등만 일으켰다. 대통령 참모의 회칼 발언은 민심에서 유리된 오만한 대통령실 분위기를 반영했다.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물가고로 서민들이 고통받을 때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국회 다수당 독재를 만들어 준 건 윤 전 대통령이다. 더 큰 문제는 선거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비위를 맞춘 측근들도 문제다. 장 대표의 일련의 행보가 선거 필패의 윤 대통령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극우세력을 끌어안는 게 지지층 확장이 아니다. 극우를 안으면 더 많은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떠나는 걸 각오해야 한다. 정권을 다시 찾을 의지는 있는건가.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1-16

개망초

참으로 억울한 이름이다. 개망초라니. 이 순한 얼굴에 ‘개’자를 붙인 것도 모자라, ‘망할 망(亡)’ 자까지 덤으로 얹었다. 누가 봐도, 이건 꽃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우리 주변 어디에나 흔히 피어 있는 꽃이다. 도심 화단, 아스팔트 틈새, 고속도로 옆, 밭두렁···. 심지어 버려진 집 마당에서도 활짝 웃고 있다. 귀여운 얼굴에 노란 동그라미 하나 톡 찍힌 모습은 계란프라이를 닮았고, 티 없이 맑은 미소는 동네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고 손 흔드는 듯하다. 이런 꽃을 두고 ‘개망초’라니. 누가 이름 짓다가 술김에 그랬는지, 참 짓궂기도 하다. 그 억울한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철도 침목에 실려 온 이 꽃. 한국 땅에 무단 입국한 건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비운의 이름을 달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철로를 따라 일제히 하얗게 피어나자 일본인들이 잔뜩 겁을 먹었다. “이거 조선이 살아나려고 그러나?”가 아니라, “조선이 망할 조짐이다!”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망초(亡草)’가 되었고, ‘개’까지 덧붙여 ‘개망초’로 진급했다. 꽃으로는 처음일 거다. 무슨 중죄라도 진 양 이름을 달게 된 건. 젊은 시절,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복무를 했다. 낮에는 총 들고 뛰고, 밤엔 보초 서며 졸음을 쫓았다. 그러다 문득 초소 앞 언덕에 핀 개망초를 보곤 했다. 하얀 꽃들이 밤안개 속에 소금 뿌린 듯 깔려 있었다. 혼자 피었을 땐 눈에 띄지 않던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으니 제법 위엄도 있었다. 그 하얀 군락을 보며 가끔 나도 모르게 중얼댔다. “야, 너희도 잠 안 자냐?” 그런데 그런 애잔한 기억의 꽃이 ‘망조’라니. 일제가 이 꽃을 싫어한 이유는 아마도 뭉쳐 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망초처럼 조선 사람들이 똘똘 뭉치면 자기들이 곤란하니까, ‘이 꽃 피면 망조’라고 겁부터 먹은 게 아닐까. 꽃에 주술적 의미를 씌운 것도 모자라, ‘개’ 자까지 붙여 기를 꺾으려 했던 것이다. 도무지 일제는 꽃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집요하고 옹졸했다. 그러나 “이제 이름 좀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 망할 망(亡) 자 대신 바랄 망(望) 자로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그 앞에 ‘기쁠 희(喜)’ 자까지 얹어 ‘희망초(喜望草)’! 듣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어딘가 힘이 솟는 이름이다. 개망초가 아니라 ‘희망초’라면, 길가에 피어 있어도 사람들 눈빛부터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개망초야말로 희망의 꽃이다. 화단에서 사치스럽게 가꿔지지도 않고, 비료 한 톨 못 받아도 꿋꿋하게 자란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서조차 굳센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다. ‘개’ 소리 듣고도 주눅 들지 않고, ‘망조’란 이름 붙여도 매년 잊지 않고 돌아온다. 이런 꽃이야말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 때문에, 환경 때문에 주눅 들고 억울한 삶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름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뿌리를 내린 태도가 진짜 그 사람이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억울해도,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고 곧다. 그래서 올해는 화분 하나에 망초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줄 생각이다. “희망초 – 기쁨을 바라는 꽃.” 보는 이마다 궁금해할 것이다. “이 꽃이 무슨 꽃이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옛날엔 개망초였는데, 요즘은 희망초라고 불러요. 시대도 바뀌었잖아요?”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16

대구 달서은빛합창단, 인생의 선율로 감동을 노래하다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 소속 달서은빛합창단(단장 최윤서)은 지난 13일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에는 450여 명의 주민 등이 참석해 합창단의 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달서은빛합창단은 2024년 5월 창단된 평균 연령 70세의 합창단이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청춘 못지않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단원들은 매주 복지관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김우수 지휘자와 표혜창 부지휘자, 현두환 합창단 대표, 반주자 김효경, 트레이너 이성희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하모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졌다. 작년 11월 달서아트센터에서 첫 정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 5월에는 대구합창연합회가 주관한 ‘광복 80주년 기념 815합창대회’에 참가해 두류공원 팔공기념탑 앞에서 장엄한 합창을 선보였다. 815명의 합창단이 만들어낸 대규모 무대 속에서도 달서은빛합창단의 진심 어린 노랫소리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지난달 3일, 월광수변공원에서 열린 박태준 기념음악회에서는 ‘고향의 봄’과 ‘그리운 금강산’ 등 서정적인 선율을 선보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생의 여정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번 제2회 정기공연에서도 그 감동은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흰 셔츠와 은빛 스카프를 매고, ‘청춘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으로’ 등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각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음악과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세월의 깊이와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분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최윤서 단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무대는 단원 한 분 한 분이 흘린 땀과 미소,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가 모여 이룬 결실이다. 우리의 노래에는 젊은 날의 꿈과 지나온 세월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이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 관장은 “달서은빛합창단이 은빛 세대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며 지역사회에 감동을 전하는 자랑스러운 합창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빛 세대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달서은빛합창단의 무대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래로 이어진 세대의 공감이자,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 노래하는 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에도 청룡홀 안에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관객들은 “은빛의 목소리가 오히려 청춘처럼 빛났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11-16

독용산성, 시간의 벽을 오르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발걸음이 유적지를 향한다. 이런 날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역사의 자취를 더듬어보고 싶다. 성산가야, 혹은 벽진가야라 불리던 고대 왕국의 흔적을 따라, 이름만으로도 여운이 남는 독용산성(禿用山城)을 오른다. 산성은 경북 성주군 가천면 금봉리 산 43번지에 자리한다. 금봉리 숲을 지나 오왕사를 거쳐 오르는 산길은 굽이굽이 이어진다. 어느새 독용산성 안내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의 시간으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독’(禿)은 ‘민둥’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예전에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이었을지 모른다. 숲이 짙고,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웅장한 누각이 눈앞에 나타난다. ‘관성루’라 새겨진 현판이 위엄을 더한다. 이곳이 독용산성의 동문이다. 독용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다. 봉우리를 중심으로 여러 계곡을 따라 성벽이 둘려 있다. 둘레 7.7km, 면적 약 17만㎡로 영남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다. 성안에는 물이 풍부해 장기전에 적합한 요새였으며, 축성 시기는 약 17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성벽은 화강암으로 쌓았다. 아래에는 큰 돌을, 위로 갈수록 작은 돌을 채워 단단히 다졌다. 빈틈없는 구조 속에서 가야인의 노동과 지혜가 느껴진다. 복원된 동문과 일부 성곽 외에는 원형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장엄하다. 성에는 일곱 개의 포루와 아치형 동문, 수구문, 남소문이 있다. 성내에는 연못 네 곳과 우물 두 곳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발굴 당시 군기고에서는 전투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중 쇠 창과 갑옷, 삼지창, 말안장은 당시 치열했던 옛 전장의 기운을 전한다. 임진왜란 때 피란민들이 왜적을 피해 이곳에 숨었다고 전해진다. 숙종 원년(1675년) 경상도 순찰사 정중휘가 4개월 동안 성을 개축했고, 1995년에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해방 전후 성내에는 40여 호의 민가가 있었다. 1960년대 철거되었지만, 한때 이곳에도 삶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재의 관성루는 1997년 성주군이 복원 사업을 추진하며 세운 것이다. 아치형 동문은 옛 돌과 새 돌의 색이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누각에 올라서면 성주의 산세가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뒤편에는 조선시대 선정비와 불망비가 가지런히 서 있다. 세월은 흔적을 지워도 정성은 돌에 남는다. 성곽 오른쪽 길을 따라 걷는다. 복원된 구간은 발걸음이 편하지만, 절벽 끝에 서면 아찔하다. 다리가 후들거려 평탄한 길로 우회한다. 성벽 옆으로 난 길은 돌에 스민 시간이 손끝에 닿는다. 민둥산일 줄 알았던 독용산은 지금 단풍으로 물든 숲이다. 가야의 흔적이 남은 이곳에서 한나절을 보내니 산이 품은 시간이 내 마음에도 내려앉는다. 성산가야의 백성들이 이 산성에 기대어 삶을 지켰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하다. 그들은 이곳에서 삶을 지켰고, 우리는 그 기억을 지켜야 한다.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미래를 그리며 산길을 내려온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11-16

시니어 평생교육 15년 헌신 ‘진정한 교육자’

대구예술대 시니어아카데미 김태호 학장(78)은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2세 교육에 헌신하는 분이다. 늘 인자한 모습에 얼굴에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 학장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대구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를 졸업했다. 교사로 시작해 교감, 교장 등 일선 현장을 거쳤고, 장학사, 장학관, 교육장 등 교육행정 기관에서도 오랫동안 몸담았다. 2009년 고령교육장을 마지막으로 교육계를 떠난 후 그가 찾은 곳은 시니어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사회 교육기관이다. 대구예술대 평생교육원 시니어아카데미 과정을 태동 때부터 참여해 15년째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관여하는 동안 매년 배출한 졸업생 수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이미 지역 내 시니어 교육기관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열정과 왕성한 교육열은 소문나 있다. 그가 야심차게 가꿔온 시니어아카데미는 쾌적한 강의실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매번 새로운 강사들을 초빙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 내 시니어에게 인기가 높다. 매년 수요대학과 목요대학 각각 120명을 정원으로 학생을 모집한다. 교육과정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로 전국 유명 강사들의 교양교육과 신나는 가요 수업으로 진행한다. 특히 매월 1회 실시되는 현장학습은 전국 유명 지역을 답사하여 명승지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하고 그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김 학장은 시니어 과정을 운영하면서 현직에서 교육자로서 체험한 교육적 신념을 교육과정에 많이 쏟아 =붓는다. 시니어 대학에 참가하는 대상이 55세 이상 남녀 시니어인 만큼 축제나 교육과정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한다. 오랜 교육 경험에서 나온 그만의 노하우다. 이 같은 소문으로 대구 지역 많은 시니어들이 찾아 온다. 그는 교육 목표를 ‘건강하며 존경받는 어르신 양성’에 둔다. 그래서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도록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하자는 것을 가르친다. 신외무물(身外無物) 즉, 어떤 것보다 몸이 가장 귀하다는 것을 항상 깨닫게 하고 내 행복을 위해서는 남에게 양보하는 삶을 역설한다. 김 학장은 자신의 인생 교훈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대신했다. “흐르는 물은 이끼가 끼지 않고 최고의 선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고 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1-16

동해 물놀이 즐기던 세 선녀 옥황상제 불벼락에 바위로…

선녀-호위장수의 몰래한 사랑 천계로 승천할 시간 놓쳐 비극 삼선암 옆엔 키작은 장군바위 산 하나가 해상에 솟은 관음도 2012년 본섬과 다리 놓였지만 살던 2가구 떠난 지금은 무인도 △ 깍새섬으로 불렸던 관음도 석포에 들렀으니 내친김에 관음도를 빼놓을 수가 있다. 저동에서 북면으로 향하는 순환 버스가 섬목 터널들을 빠져나오면 바로 관음도 입구다. 이 지역은 울릉도의 목이다. 섬목이란 이름은 목처럼 기다란 섬의 목(모가지)이란 뜻이다. 섬 지역에는 유난히 목이란 지명이 들어간 곳이 많다. 목섬이란 이름의 섬들도 많다. 이곳은 울릉도의 목이니 관음도는 그 머리쯤 되는 걸까? 울릉도의 머리, 관음도. 몸체와 목이 있는데 머리까지 있어야 완전체가 아닌가. 관음도로 인해 울릉도는 비로소 온전한 몸이 된다. 관음도 입도는 유료다. 입장료를 내고 관음도로 들어간다. 어제는 비할 데 없이 잔잔하더니 오늘은 또 파도가 거세다. 늦가을부터 울릉도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 겨우 내내 파도 센 날들의 연속이다. 2021년, 울릉크루즈에서 1만2톤급 전천후 여객선 ‘뉴다시오펄’호를 띄우기 전까지 겨울 울릉도에 입도하는 이는 보름쯤 발이 묶일 각오를 해야 했다. 2017년의 경우 연간 울릉도 여객선 결항 일이 143일이나 됐다. 그러니 겨울이면 한달에 2-3회 배가 뜨는 것이 고작이었다. 크루즈선이 뜨면서 결항일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제는 겨울에도 두려움 없이 울릉도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울릉도의 설경 또한 일본의 북해도 못지않다. 눈 구경하러 북해도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울릉도로 가는 것 또한 좋지 않겠는가? 관음도와 울릉 본섬 사이에 다리가 놓인 것은 2012년이다. 2009년 7월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5월에 끝났으니 작은 다리 하나 만드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울릉도에서는 모든 공사가 더디기만 하다. 지금은 무인도가 됐지만 예전에는 관음도에도 2가구가 살았었다. 죽도만큼이나 가파르고 작은 섬이지만 그래도 죽도와는 달리 관음도에는 먹을 물이 나왔다. 섬은 깍새(슴새)가 많이 살아서 깍새 섬이라고 했다. 울릉도 개척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한 개척민들이 이 섬에서 깍새를 잡아 구워 먹고 주린 배를 채우기도 했다. 매표소에서 다리까지 가는 데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7층 높이의 계단도 있다. 관음도로 건너는 다리에 오르자 동쪽으로는 죽도가 서쪽으로는 삼선암이 관음도를 호위하듯 서 있다. 삼선암은 보는 방향에 따라 하나가 되기도 하고 둘이 되기도, 또 셋이 되기도 한다. 한 방향에서만 보면 그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사물이나 관계나 다르지 않다. 다리를 건너 관음도 초입에서 보니 삼선암은 서로 겹쳐져서 마치 하나의 섬 같다. △ 막내 선녀와 호위무사의 사랑 전설로 남아 아득한 옛날 동해 바다의 경치에 매혹된 세 선녀가 자주 울릉도 부근 바다에 내려와 물놀이를 즐기다 승천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도 선녀들은 옥황상제의 장수와 용의 호위를 받으며 울릉도 앞 바다로 내려와 노닐었다. 물놀이에 열중해 있던 두 언니 선녀는 문득 막내 선녀가 호위 장수와 몰래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목격했다. 언니 선녀는 옥황상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하늘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막내 선녀의 옷이 사라지고 없었다. 막내를 버려두고 둘이만 돌아갈 수가 없어 함께 옷을 찾다가 선녀들은 천계로 승천할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옥황상제가 누군가. 아무리 숨어도 다 알아낼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가. 선녀가 호위무사와 정을 통한 것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옥황상제는 불벼락을 내려 그들을 모두 바위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삼선암 옆에는 키 작은 장군 바위도 있다. 막내 선녀와 사랑을 나누던 호위 무사일 것이다. 질투에 눈먼 옥황상제가 무사라고 봐줬겠는가? 울릉도 삼선암에 깃든 전설이다. 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천상의 주인인 옥화상제마저도 질투심에 눈멀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의 힘은 신보다 강한 것이 아닌가. 두렵고 또 두렵구나. 사랑이여!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울릉도 본섬의 산봉우리들은 이미 안개가 삼켜버렸다. 관음도 다리에서 왼쪽 절벽에 사람의 얼굴 모양이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면 볼 수 없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메부리코와 입, 눈두덩이 그대로 사람 얼굴이다. 저 또한 큰 바위 얼굴인가? 관음도는 그대로 산 하나가 해상에 솟아 오른 모양이다. 높이 106m, 둘레 800m, 깎아지른 절벽의 섬에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죽도처럼 정상부에 평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관음도 북동쪽에는 큰 굴이 2개나 뚫려있다. 울릉도의 3대 해상 비경 중 하나인 관음 쌍굴이다. 이 굴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울릉도 사람들이 받아다 마시곤 했다. △ 편안한 숲과 초원이 펼쳐진 관음도 관음도 초입은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군락이다. 강한 바닷바람에 잎들이 바짝 타버렸다. 관음도는 일부만 숲이 남아 있고 대부분은 초지다. 농사를 짓고 살던 시절의 유산이다. 관음도 전망대에 서니 건너편 절벽 위 건물들이 아찔하다. 안용복 기념관과 석포 마을의 집들이다. 천 길 낭떠러지 위 공중 마을. 어제 저 마을을 지나올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그토록 위태롭고 가파른 절벽 위의 마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역시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 멀리서 위태롭고 아스라이 보이던 관음도에 들어오니 섬은 그저 평안한 숲과 초원이다. 오래 전 다리가 놓이지 않아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을 때 해무에 쌓인 관음도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관음도는 더없이 신비로웠었다. 섬 속에 들어오니 더이상 신비는 없다. 저 건너 삼선암 또한 그러할 것이다. 떨어져 보니 신화 속의 삼선암이지만 다가가면 그저 바위덩어리일 뿐이다. 관음도를 빠져나와 삼선암 방향 도로를 따라 걷는다. 섬목에서 10여분이면 삼선암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멀리서 보던 삼선암을 바로 앞에서 보니 그 풍경이 압도적이다. 멀리서는 삼선암, 세 선녀가 나란히 서 있는 듯 보였는데 가까이 와 보니 막내 선녀 바위만 뚝 떨어져 있다. 가혹하기도 하다. 심술보 가득한 옥황상제. 여기서 천부까지 이르는 해안도로는 울릉도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삼선암, 장군바위, 딴섬, 공암까지 절경의 바위섬들이 이 길에 다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해안도로 변을 따라서 걸어도 더없이 좋다. 죽암 마을 앞의 딴섬은 삼선암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섬인데 아마도 삼선암과 다른 섬이라서 딴섬이란 이름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오래전 울릉도 사람들은 향나무를 베어다 육지에 팔아 소득을 올리곤 했다. 향나무는 조각품 재료나 향을 사르는데 쓰였는데 울릉도 향나무는 육지 나무보다 서너 배는 향이 강해서 인기가 많았다. 그때 사람들은 저 까마득히 높고 가파른 삼선암 꼭대기까지도 밧줄을 타고 올라가 향나무를 베어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담력이요 삶의 무게다.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1-16

만물상으로 시작해 80여 년간 죽도시장과 애환을 함께해

죽도시장이 어디 만만한 시장인가. 대한민국 10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자 시장의 의미를 뛰어넘는 광장이 아닌가.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과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이 모여드는 큰 시장이자 유통의 요충지다. 지금도 그 명성은 여전하지만 다양한 유통구조의 발달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죽도시장에 대한 포항 사람들의 애정과 자부심은 차고 넘친다. 죽도시장 없는 포항은 상상하기 어렵다. 포스코가 힘줄이라면 죽도시장은 실핏줄이다. 김용문 대표의 선친인 김석이 창업자 1925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장사 배워 귀국 후 죽도시장서 만물상으로 시작 “어려울 때 도움 되는 사람이 돼야 ”강조 한국전쟁 땐‘아모레’에 물건값 돌려줘 그 인연으로 1965년 대리점 제의 받아 사훈 “정직하자 친절하자 부지런하자” 변수 난무하는 장터서 평생 지키며 살아 생전 25년간 펼친 장학사업도 연장선 죽도시장은 면적이 14만 8760㎡이고, 점포 수는 2500여 개에 달한다. 좌판 몇 개로 시작한 초창기를 생각한다면 문자 그대로상전벽해다.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거의 모든 사람은 소비자가 된다. 단순히 일회용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구매자의 자격을 스스로 획득한다. 시장 상인들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고 깨끗해야 하며 친절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신성상회 김용문(72) 대표는 말한다. 만물상으로 시작한 신성상회는 속옷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다. 77년의 역사가 고이 간직된 가게로 죽도시장의 역사와 오롯이 그 궤를 같이한다. 창업자 김석이, 일본에서 세탁소 견습생으로 출발 신성상회는 김용문 대표의 선친이 처음 시작했다. 선친의 존함은 김석이(1911∼1996)다. 그는 포항에서 태어나 대송국민학교를 졸었했으며, 일찍 뜻을 세워 1925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장사를 배웠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앞날을 도모하려면 장사를 배우는 것이 최선의 방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족한 언어 실력은 노력으로 때우면서 오기와 끈기 그리고 성실로 버텨냈다. 나가사키 우동을 꽤나 끓여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나가사키 우동은 구룡포의 모리국수와 같은 메뉴로 그날그날 얻은 남루한 재료를 몽땅 집어넣고 끓인 우동이다. 영양보다는 오로지 한 끼를 때우기 위한 최소한의 간편식이다. 그냥 잡탕국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선친이 일본에서 처음 접한 직업은 세탁소 견습생이었다. 보이지 않는 멸시와 견제,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한마디 불평 없이 일에 전념했다. 고국을 등지고 이역만리를 선택한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10년을 그렇게 일했다. 그 시절을 지켜본 일본인 세탁소 주인이 강력하게 추천해 본격적으로 세탁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타고난 성실과 추진력으로 일에 매진한 결과 꽤 많은 돈을 벌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선친은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모나지 않게 어울려 산다는 것의 의미를 선친은 몸소 보여주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때의 경험이 이어져 옷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고 선친은 회상하곤 했다. 그리고 겉옷을 완성하려면 속옷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기본을 익히고 멋과 예절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드러나는 인상은 그 모든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김 대표는 그렇게 미루어 짐작한다. 선친은 사진에서 보더라도 옷을 입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정갈함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움은 그 감각의 내공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좌판 몇 개가 내항(內港)의 늪지대인 뻘밭에 들어서면서 죽도시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사람이 다니기 힘든 뻘밭이다 보니 규모가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시작된 1950년대를 지나 1969년에 죽도시장번영회가 설립되면서 죽도시장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다. 일본에서 귀국한 선친은 죽도시장에서 좌판을 폈다. 좌판에는 비닐 포장지, 빚, 지압기, 옷, 바가지, ‘동동구루무’ 등이 널려 있었다. 이처럼 신성상회는 거래가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취급하는 만물상으로 시작했다. 신성상회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아모레화장품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많은 물건 중에 화장품과 인연이 된 일이 있었다. 지금은 굴지의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이 ABC화장품이었다. 선친은 당시에 ABC화장품의 제품을 팔면서 아모레퍼시픽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다른 사람들은 피난 가기 바쁠 때 선친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큰 회사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라도 받은 물건값을 돌려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과 장사에 대한 예의다.” 그 길로 선친은 외상 잔금을 모두 챙겨 서울에 다녀왔다. 정직하자, 친절하자. 부지런하자! 그 후 1965년쯤 아모레퍼시픽이의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대리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한 직원이 선친을 찾아왔다.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서 회장이 포항에 가서 신성상회 김석이 대표를 만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 직원은 김석이 대표가 아모레화장품 대리점을 할 생각이 있으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서 회장의 뜻을 전했다. 그렇게 아모레화장품 대리점을 지난 4월에 작고한 큰형님(김박문, 1938년생)이 맡아 경영했다고 한다. 큰형님은 그 대리점 외에 청하 조사리에서 친구와 식품업을 동업했는데 갑자기 부도나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되었고, 그 여파로 화장품 대리점을 접었다. 선친은 신성상회 안 정면에 이런 사훈을 걸어두었다. “정직하자, 친절하자. 부지런하자!” 요즘 젊은 사람들이 보면 웃을 수 있는 고색창연한 사훈일 수 있겠지만 그 내용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변수가 난무하는 장터의 장사꾼으로서는 더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선친은 그 사훈에서 벗어나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다. 선친이 살아생전 25년 정도 이어간 장학사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배수강 포항시장 재직(1967. 11. 15.∼1969. 8. 8.) 때 시장 건물을 불하받았다. 여담이지만, 당시 죽도시장에서 있었던 불하는 대검에서 ‘부정 불하’로 판단해 배수강 시장과 포항시 공무원, 은행 지점장 등 7명을 기소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죽도시장 부지 3909평을 감정가보다 낮게 시장번영회에 불하해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여하튼 당시에 번듯한 가게 이름을 내걸고 제법 규모를 갖춘 매장을 내어 한자리에서 77년을 보낸 것이 신성상회의 역사다. 글 : 이우근(시인) 사 진 : 김 훈(작가)

2025-11-16

‘농촌 화재’로 패러다임 확장… 예방 중심의 다각적 시스템 전환

불이과(不貳過). 같은 잘못을 두 번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같은 마음가짐은 대형 재난 및 사고에 꼭 필요한 태도지만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달랐다. 2017년 백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화재 후 포르투갈은 두팔을 걷어붙였다.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철이 되면 고온 건조해져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포르투갈은 ‘불이 나면 진화한다’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산불’ 개념이 아닌 ‘농촌화재’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역할을 나눠 화재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산불통합지휘기관인 AGIF를 필두로 포르투칼은 화재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본지는 지난 7월 포르투갈 리스본을 찾아 포르투갈이 운영 중인 농촌 화재 통합 관리 기관(AGIF)을 찾아 포르투갈이 대형 화재 후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정책으로 화재와 맞서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농지는 물론 도시 외곽까지 아울러 산림부·농업·환경부·지자체 이어 토지소유자까지 책임·역할 부여 전국적 위험도 지도화 작업 실시 한국 현장대응 체계 잘돼있지만 재발방지 위한 방법은 부재 상태 티아고 올리베이라 AGIF 의장 “소나무 중심 식생 빠른 확산 요인 수종 다양화 등 구조적 관리 필요”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산불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고온, 강풍, 낮은 습도 등 극단적인 포르투갈 기후와 산림과 주거지역이 혼재된 지역적 구조는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에 더해 농촌인구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AGIF 이사회 의장인 티아고 올리베이라(Tiago Oliveira)는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토지 이용에 변화가 많았고, 방치되는 농림 지역도 늘어나면서 산림관리 및 화재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민간 화재 대응과 달리 미흡했던 산림 화재 시스템까지 더해지며, 결국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AGIF는 2017년을 ‘비극의 해’로 기억한다. 당시 산불은 포르투갈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포르투갈 당국은 전국적으로 1700명 이상의 소방관을 파견했지만 페드로강그란드 도로를 덮친 화마를 막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차량 안에서 화염에 휩싸여 숨졌다. 사망자는 무려 120여 명. 이 사건에 대해 AGIF 측은 “사건 이전까지는 다들 진화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고를 기점으로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고를 계기로 들여다 본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AGIF 측은 “과거 20년동안 포르투갈 소방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시작했다. 소방대, 감독관 등의 전문지식이 부족했고 화재 전술이 미흡했으며 컨트롤타워 부재도 심각했다. 천연자원 관리부터 화재발생시 지원체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왔고, 산불예측서비스 또한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AGIF 측은 “미흡한 점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는 수년간 존재해 왔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미미했다”면서 “2017년 실태조사 후 발화방지, 화재의 재료가 되는 연료감소방법, 산불화재 경계 통제 전술과 전문지식 탑재 등을 중점에 둔 새로운 정부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AGIF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AGIF는 단순히 화재 진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 특히 AGIF는 산불 뿐만이 아니라 농촌 화재까지 개념을 확장했다. 포르투갈 내에서 실제 발생하는 화재의 대다수는 ‘산림 내부’가 아닌 ‘농촌 지역’ 또는 ‘산림과 인접한 비산림 지역’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 근처에서 일어난 화재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히 ‘산불’ 개념만으로는 실제 화재 발생시 대응 전략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AGIF는 개념전환을 시도해 산림뿐 아니라, 목초지, 방치된 농지, 도시 외곽까지 아우르는 다각도의 예방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정책 프레임도 전환시켰다. ‘산불’은 산림부 문제로 치부됐지만 ‘농촌화재’는 농업부, 환경부, 지자체, 민간토지소유자까지 다양한 다수의 주체에게 책임과 역할을 부여했다. AGIF는 “개념 전환이 처음부터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화재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농촌화재’ 개념의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EU 및 OECD와의 정책 공유를 통해 ‘다른 선진국들도 이 용어를 채택하고 있다’는 공감대와 정책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포르투갈 내에서 정착된 ‘농촌화재’는 단순한 표현 변경을 넘어 위험도에 대한 인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시작점이 됐다. 통합 농촌 화재 관리 시스템을 국가 전략 전반에 체계적으로 반영했고 위험이 도사리는 모든 농촌공간을 관리 대상으로 확장했다. 전국단위로 위험도 지도화 작업을 실시해 ‘어디에 사람이 거주하며, 더 위험한 곳은 어디인가’를 찾고 위험 구역을 재설계했다. 또 화재 대응과 예방을 위한 활동에는 산림청, 농림부, 환경부 외에도 내무부(공공안전, GNR(국가헌병), 지방경찰), 교육부, 언론, 지자체, 민간 소유주 등 다양한 주체가 조직적으로 참여하도록 재구성했다. 내무부와의 협업을 통해 경찰 등 공공안전 조직도 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했으며, 교육 및 언론과 협력해 화재 인식 전환 캠페인도 병행했다. 무엇보다 농촌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대해 인력, 장비, 훈련, 보조금 등 각종 공공자원을 차등 배분했고 ‘정책적 긍정차별’을 활용, 물리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역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배정했다. 실질적인 안전 확보와 구조, 사후 복원 등 모든 관점에서 자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포르투갈 산림의 97%가 민간 소유라는 점을 감안한 정책을 추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숲정비 비용 등 관리 실적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하고, 에너지 작물, 방재용 수액채취, 특용작물 도입 등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재가 발생할 요인을 줄이고 화재 시 대형화 방지에도 힘썼다. AGIF는 “O proprietário para limpar tem que receber dinheiro, tem que ter um investimento.(소유자가 정비하려면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로 적재적소 보상이 적극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방적 관점에서는 진화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했다. 2017년 화재 당시 당시 소방력, 장비 등 진화 자원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기상조건, 인적자원 소진 등으로 대형 산불 확산을 막지 못했던 경험을 발판삼아 산불이 퍼지지 않게 만드는 구조적·생태적·사회적 조건 자체를 바꾸는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방이 진화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는 경제적 설득과 “불을 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게 목적”이라는 목표의식도 함께였다. 이같은 모든 변화는 데이터와 기술 전문성, 중립성에 기반한 신뢰와 객관성, 국제사회의 기준과 외부 평가를 활용한 설득력 있는 접근 방식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화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부터 대대적인 시스템 전환, 적절한 지원정책 등 구체적 시행까지 포르투갈은 AGIF를 주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시스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재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의 시스템은 현장 진화와 대응에 집중하는 체계는 잘 구축돼 있지만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은 부재한 상태다. 단순히 화재 발생 시 진화하는 방법론을 넘어서 ‘화재를 막는 법,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AGIF 이사회 의장인 티아고 올리베이라는 국내 화재 시스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기자에게 “한국처럼 소나무 중심의 단일 수종 식생 구조는 화재 확산을 빠르게 만드는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면서 “특히 단일수종의 밀식림에서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산림 구조의 다양화, 방화대 조성, 사전 연료 제거 등의 ‘구조적 관리’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순히 진화 자원을 증강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불이 나기 전에 어떻게 막을 것인가’ 라는 시각으로 대응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1-16

‘英 명문교 포항분교 설립’ 합의각서 체결만 남았다

포항시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내국인 학생 비율 50%의 외국인교육기관 설립(본지 9월 10일 자 1면 등 보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일 이강덕 포항시장, 영국 왕립 명문 학교인 크라이스트 칼리지 브레콘(CCB)의 가레스 피어슨 교장은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CCB 포항 분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당사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각서(MOA) 체결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포항시는 이와 관련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1541년 헨리 8세가 설립하고 왕실이 후원한 CCB는 4~18세에 이르는 초·중·고생 400여 명이 재학 중이며, 창작예술과 영어, 인문학, 과학, 현대언어, 수학, 컴퓨터 과학 등을 주로 가르친다. 올해 유럽 100위권 대학 3년 연속 입학률 70~75%를 달성하고, 물리학 분야 영국 전체 1위를 기록할 정도여서 ‘명문’으로 통한다. 김신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장은 “포항에 문을 열 CCB 분교는 영국 본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적용해 직접 운영하는 형태”라면서 “합의각서 체결 이후 커리큘럼과 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6만6116㎡(약 2만 평) 부지에 연 면적 3만1252㎡ (약 9453평),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학교를 지어 2029년 초·중·고생 1500명 정원 규모로 개교할 예정이다. 건축비 1600억 원을 포함해 1800억 원 정도의 사업비로 교육시설과 실험실, 실내체육관 수영장, 기숙사, 도서관도 갖출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비영리 외국학교법인만 설립이 가능한 외국인교육기관은 입학 자격에 제한이 없는 데다 30%인 내국인 입학 비율을 시도 교육 규칙을 통해 50%까지 조정할 수 있다. 포항시는 내국인 비율 50% 가운데 10%를 포항시민 자녀로 할당할 방침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16

포항 신흥동 철길숲서 도시재생 실험···‘청년 백신’ 한동대 ‘선로마루’ 주목

지난 14일 오후 한동대 학생인 김예송·김태빈·손예은·이건욱·주치언씨는 포항시 북구 신흥동 철길숲에 모였다. ‘철길에서 가장 평평하고 중심이 되는 지점’을 뜻하는 ‘선로마루’ 팀원들이다. 지난 9월부터 준비한 노후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빈집을 지역의 창작자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로 만들거나 도심형 수박이 가능한 ‘촌캉스’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학생들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여기에 머물면서 일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집이 즐비한 포항의 노후한 도심에 ‘청년 백신’을 주입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 중에서도 목적 없이도 산책하는 시민이 끊이지 않는 선형 공간으로서 작은 점포를 두어도 자연스러운 방문이 가능한 구조를 지닌 ‘철길숲’을 무대로 삼았다. 북쪽엔 빈집이 밀집해 초기 시도에 대한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학생들은 새로운 역할을 기다리는 공간으로 빈집을 바라보고 있어서 프로젝트의 성과가 더 주목된다. ‘선로마루’ 팀이 주목한 주택은 1980년대 전방·뒤채 구조로 앞쪽은 좁고 긴 상업 공간, 뒤쪽은 마당과 연결된 단층 주택이다. 공사를 앞두고 활용 방향을 세밀하게 잡아가고 있다. 전방은 지역 창작자·N잡러가 한 달 단위로 운영하는 팝업존, 뒤채는 오래된 구조를 살린 소규모 숙박으로 설계했다. 디데이는 12월 크리스마스 팝업이다. 신흥동에는 숙박 공급이 거의 없어 새로운 형태의 1박이 주변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선로마루’는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반도 이미 마련됐다. 신흥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후 남은 재원으로 약 5000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한다. 학생들은 한동대 글로컬 사업을 통해 활동비와 교통비를 지원받으며 1년간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조합 예산 확정 즉시 공사에 돌입하고, 공정이 마무리되면 ‘선로마루’가 직접 운영한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문제의 본질을 ‘주거 기능의 붕괴’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포항시는 중앙상가 공실 해소나 행사 중심 재생을 반복했지만, 정작 도심에 머물 사람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고령화된 도심과 외지 거주 집주인 구조를 그대로 두면 쇠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고 머무르는 생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도심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신흥동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철길숲 남쪽,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주변, 송도 등 다른 쇠퇴 지역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변화가 인근 골목으로 번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16

아, 1970년 11월 13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지난 11월 13일 오전 10시 30분, 내 입에서 갑자기 55년 전에 일어난 한국 노동 운동사의 대사건이 튀어나온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절규와 함께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라이터로 분신-자살한 전태일(1948~1970) 열사 이야기가 부지불식간에 강의실에서 발화(發話)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다. 전태일은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처절을 극한 노동조건을 동대문구청과 서울시 그리고 노동청에 알리면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한다. 당시 전태일이 노동청에 제출한 진정서를 바탕으로 어느 일간지가 1970년 10월 7일 보도한 내용을 인용한다. “노동자들은 하루 13~16시간의 고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적은 보수에 직업병까지 얻으며 근로기준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첫째 주와 셋째 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휴일에도 나와 일을 하고, 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생리휴가 등 특별휴가는 생각도 하지 못할 형편이다. 이미 4~5년 전부터 받는 월급을 현재까지 그대로 받고 있다.” 동대문구청과 서울시, 노동청 어디서도 전태일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을 불살라버린 전태일은 끝내 자신의 몸마저도 불태워버린 것이다. 그가 세상을 버린 30년 후인 2005년 서울시는 청계천 평화시장 인근에 전태일 거리를 조성하고, 청계천 버들다리 안에 전태일 기념 동상과 동판을 설치하여 그를 추모하고 있다. 전태일은 온몸을 불살라 한국의 극악무도한 노동실태를 나라 전역에 알렸고, 그 결과 ‘청계천 피복 노조’가 탄생한다. 황석영은 중편소설 ‘객지’(1971)를 발표하여 노동 문학의 효시를 쏘아 올린다. 이것은 1983년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과 이어진다. 인권 변호사 조영래는 ‘전태일 평전’(1983)으로 전태일 열사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기폭제 구실을 한다. 전태일이 세상을 버린 지 어언 55년, 그러니까 두 세대가 흘렀건만 이 나라의 노동실태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울산 화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노동자 7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이상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오늘의 수많은 전태일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잘 먹고, 잘 살자 주의’ 이른바 ‘먹사니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름없다. 위험의 외주화는 원청에서 시작하여 3~4차 하청(下請)에 이르러야 비로소 막을 내린다. 시간과 비용의 감축에 바탕을 둔 돈의 논리가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판국에도 대기업들은 여전히 ‘노란 봉투법’에 고개를 흔들어댄다. 비정규직-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 바깥에서 최소한의 임금과 사회보험보장,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55년 전 산화한 전태일의 피맺힌 외침과 분신이 그저 고요한 메아리로 남은 셈이다. 기업의 이윤과 성장에 매몰된 경제 제일 논리를 주장하는 대기업 집단과 새로 출범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각별한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11-16

경북 사상 최대 내년 예산, 지역경제 마중물로

경북도의 내년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14조원을 넘어섰다. 경북도의 2026년도 예산안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감소 등 자체수입이 4.1%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비보조금 등 이전수입이 7.8% 늘어 전체 예산규모는 14조363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보다 7745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경북도 예산은 2021년 첫 10조원을 돌파한 이래 매년 증가세다. 2022년 11조2527억원, 2023년 12조821억원, 2024년 12조6078억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13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이후 6년 만에 45.6%나 성장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용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재원을 확보해 주민의 복리를 증진할 수 있게 하고, 경비지출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높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어진 예산을 적재적소에 잘 쓰느냐 하는 문제는 지자체 역량에 달렸다.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찾아 재정을 적절히 투입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민의 생활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내년도 예산을 5개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민생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 △산불피해지역 재창조와 농정, 산림, 해양 대전환 확산 △저출생 대응과 인구정책 강화 △포스트 APEC 및 K-한류 선도전략 △복지와 안전중심의 공동체 등이다. 22개 시군을 둔 경북도는 예산의 배분과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지원 등 예산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유독 많다. 특히 올 초 경북 북부권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에 대한 피해 지원사업과 경주 APEC 성공 개최에 따른 후속사업 준비 등에도 많은 예산을 들어가야 할 판이다. 비록 사업비가 늘었다 하지만 신규 사업 수요도 적지 않게 증가했다. 재정의 효율성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내수부진이라는 경기흐름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도 많다. 적재적소 투자와 집중과 선택 등 재정 운용의 지혜를 잘 짜내 지방재정이 지역경제 활력의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25-11-16

‘항소포기사태’에도 민심 얻지 못하는 야당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이 42%인 반면, 국민의힘은 24%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8월 중순 이후 여당 지지도 40% 내외, 국민의힘 지지도 20% 중반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권이 주도하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와 관련해서 부적절하다는 응답(48%)이 유권자 절반에 육박하는 데도 여전히 여야 지지율 차이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항소포기 사태에 대해서는 무당층에서도 ‘부적절‘ 응답이 3배가 넘었다. 지역별로는 호남을 제외하고 집계 가능한 모든 지역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이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국민여론이 싸늘하지만, 이러한 민심이 야당 지지도로는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의 절반 수준이다. 민주당에 거부감을 가진 중도층도 국민의힘 지지는 꺼리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수치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민심 이반 현상을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대처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산, 경남, 충청, 강원까지 민주당에 넘겨줄 수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세로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완승을 의심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필패한다. 수도권의 ‘부동산 민심’으로 서울시장 선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및 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개혁신당과의 연대 분위기를 이제부터 미리 만들어 놔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후보군이 뜨고 나면 그때는 너무 늦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이라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초조감이 읽힌다. 민주당의 잇따른 악수(惡手)에도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국민의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