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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 산란계 농장서 H5형 AI 항원 검출…군, 초동대응 총력전 돌입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확인되면서, 봉화군이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한 강도 높은 방역 대응에 나섰다. 항원 검출 직후 박현국 봉화군수는 긴급 방역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과감하고 신속한 초동 조치를 지시했다. 박 군수는 상황 전반을 직접 점검하며 현장 중심의 방역 지휘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군은 발생 농장 진입로를 전면 통제하고, 거점소독시설을 24시간 가동하는 한편 방역초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방역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현재 발생 농장을 포함해 인근 농가 2곳 등 총 75만 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박 군수는 이날 오후 4시경 발생 농장 인근 방역초소를 방문해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단 한 건의 추가 전파도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며 철저한 방역 관리를 거듭 당부했다. 특히 봉화군은 이번 AI 발생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과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매몰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경상북도에 재정 지원을 공식 건의할 방침이다. 군은 살처분이 완료된 이후 21일이 경과하면 관리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전환하고, 이후 28일간의 정밀 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 이동 제한을 해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소독과 정기 예찰, 관계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해 추가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신속한 초동 대응 덕분에 현재까지 방역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상황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현장을 직접 챙기며 추가 확산을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금 농가와 군민들께서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6-02-11

작년 국내 500대 기업서 일자리 6700개 사라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일자리가 6700개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K-뷰티’ 수혜를 입은 CJ올리브영과 반도체 특수를 누린 SK하이닉스는 2000명 이상 고용을 늘렸다. 이를 감안하면 다른 대부분의 주요 기업군 일자리 감소분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 가운데 분할·합병 등이 있는 기업을 제외한 476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지난 연말 기준 이들 기업의 전체 고용 인원은 162만5526명. 전년 동기(163만2255명)보다 6729명(0.4%) 감소했다. 10대 그룹만 보면 LG(5341명, -4.1%), 롯데(3637명, -6.5%), 현대자동차(1880명, -1.1%), 삼성(1100명, -0.4%), 포스코(963명, -3.2%), GS(564명, -3.3%)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1000명 이상 고용이 줄어든 곳은 LG전자(1687명, -4.7%), 이마트(1340명, -5.7%), 기업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1340명, -6.9%), LG디스플레이(1247명, -4.9%), 롯데쇼핑(1170명, -6.1%), 현대자동차(1073명, -1.5%) 등이었다. 여기에 DL이앤씨(936명, -17.7%), LG화학(839명, -6.0%), LG유플러스(837명, -8.1%), 롯데웰푸드(730명, -11.2%)까지 10개사에서 상당히 많은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에서 고용이 증가한 곳은 SK(773명, 1.1%), 한화(370명, 1.1%), 한진(128명, 0.6%) 등 3개에 그쳤다. 증가 기업별로 보면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CJ올리브영으로 2518명(21.1%)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은 K-뷰티 시장 성장에 따른 브랜드 수요 증가와 점포 확대로 매장과 인력을 크게 늘렸다. 다음은 SK하이닉스로 2188명(6.9%) 늘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요 증가로 신규 설비 투자를 위한 연구개발(R&D), 제조 인력이 크게 증가했다. 이어 코레일(1942명, 8.3%), 삼구INC(1천266명, 10.5%), 쿠팡(1096명, 9.8%)까지 5개사가 1000명 이상 고용을 늘렸다. 비바리퍼블리카(929명, 87.1%), 아성다이소(645명, 5.3%),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638명, 8.7%), LIG넥스원(617명, 13.6%), 삼양식품(432명, 19.1%)은 고용 증가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전체로 보면 고용이 증가한 기업은 249개사(52.3%), 감소한 기업은 22개사(46.6%)였다. 증가한 기업도 대부분(74.3%, 165개사) 100명 미만의 적은 증가 폭을 보였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2-11

내년 의대 정원 490명 증원, 5년간 해마다 평균 668명 더 뽑아

정부가 의대 정원을 향후 5년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다.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은 의정 갈등 이전보다 490명 늘고, 2028학년도부터 2년간은 613명, 2030학년도부터 2년간은 813명 늘린다. 증원 규모는 의대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인 대학별 정원은 교육부 배정위원회 심의 및 정원 조정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등 절차를 거쳐 4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증원되는 의대 정원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에 적용되며 모두 지역의사전형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인력 양성 규모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2031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급자와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정심에선 지난해 12월29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향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필요, 의대 교육 질 확보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보정심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연평균 668명, 총 3342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배정심의위원회를 꾸려 대학별로 제출한 증원 및 교육계획을 평가한 뒤 3월에 배정안을 발표하고, 대학의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4월에 최종 배정 결과를 확정한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은 2024년 정원을 기준으로 2027학년도에는 490명 증원된 3548명, 2028학년도와 2029학년도에는 613명 증원된 3671명 규모다. 2030학년도부터 공공의대와 지역의대가 설립돼 각 100명씩 신입생을 모집하면 2030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은 의정갈등 이전보다 813명 많은 3871명 규모로 늘어난다. 이를 종합하면 향후 5년간 추가로 양성하는 의사인력은 연평균 668명, 총 3342명이다. 정 장관은 의사 증원 규모가 추계 수치에 비해 적다는 지적에 대해 “보는 관점에 따라 많다고 할 수도 있고 굉장히 적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심의기준에 따른 합의를 이뤘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2-10

정청래 대표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혁신당에 연대·통합 준비위 구성 제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일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밤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면서 혁신당에도 이를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준비위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통합에 나설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여러 자리를 만들어 국회의원들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하게 살폈다“면서 ”이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큰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통합을 제안하고 당원에게 길을 묻겠다고 말했으나 전 당원 투표를 하지 못한 아쉬움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통합 논란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10

“기억을 건너는 시선” 대구서 시작하는 한·튀르키예·일 순회전

튀르키예 출신 사진가이자 스토리텔러 한데 아탄(Hande Atan)의 개인전 ‘To Remember’가 오는 3월 1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중구 예술상회토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튀르키예, 일본을 잇는 3국 순회전의 출발점으로, 예술상회토마 기획으로 마련됐다. ‘To Remember’는 사진과 회화를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기억’과 ‘집’의 의미를 되묻는 전시다. 작가는 튀르키예 아이발리크, 한국 경주, 일본 야나가와라는 세 도시에서 받은 감각과 체험을 바탕으로, 시간과 삶, 그리고 영혼의 층위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한데 아탄은 터키 자동차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정착해 8년째 생활 중이다. 본국에서 전시를 준비하던 중 코로나19로 귀국이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2022년 방천문화 기획으로 예술상회토마에서 첫 개인전 ‘To Complete’를 열며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그 전시는 타국에서의 삶을 예술로 풀어낸 진솔한 기록이었다. 튀르키예 명문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활동했던 이력을 지닌 그는 이후 예술대학에 다시 진학해 사진을 전공했다. 학문과 예술을 넘나든 그의 이력은, 이번 전시에서도 사진과 회화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작업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아이발리크, 경주, 야나가와에서 공통적으로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낯선 타국이지만 오래 머물며 천천히 관찰하고 기록한 이 공간들은, 물리적 장소를 넘어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내면의 장소로 확장된다. 그의 작업 속 ‘집’은 주소가 아니라, 기억과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경험 그 자체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 작품 12점과 회화 작품 23점, 총 35점이 소개된다. 이미지들은 특정 장소의 풍경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억이 공간을 통해 어떻게 전이되고 시간 속에서 변형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예술상회토마에서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이후 튀르키예 아이발리크의 아르투라 갤러리(8월 1~10일), 일본 후쿠오카 야나가와의 하루 갤러리(10월 5~9일)로 이어질 예정이다. 토마 갤러리 유지숙 관장은 “이 전시회는 세 나라를 잇는 순회전이라는 형식적 의미를 넘어, 떠나온 자리와 머무는 자리 사이에서 예술이 어떻게 기억을 잇는 언어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여정(旅程)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0

봄, 색채로 피어나다!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생명의 리듬

갤러리토마(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446길 18-13)가 봄을 맞아 강주영 작가의 기획초대 개인전 ‘토마의 봄, 색채로 물들다’를 연다. 전시는 3월 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며, 오프닝은 3월 7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강주영의 회화는 꽃과 식물이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화면이 향하는 지점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나 장식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검은 배경 위로 겹겹이 쌓인 강렬한 색채는 어둠을 부정하기보다 하나의 ‘휴식의 공간’으로 삼고, 그 안에서 다시 자라나는 생명의 감각을 불러낸다.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식물들은 실제 자연을 그대로 옮긴 대상이 아니다. 기억과 감정 속에서 천천히 자라난 색과 형태들이며, 각각은 이름을 갖기보다 하나의 기분처럼 화면에 머문다. 잎과 꽃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공존하고, 반복되는 형태와 리듬은 생명이 지닌 부드럽지만 충만한 힘을 드러낸다. 작가는 색을 분위기 연출의 수단이 아니라, 화면의 긴장과 균형을 조율하는 물질로 다룬다. 밝음과 어둠, 평면과 공간, 정지와 움직임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면서, 꽃은 더 이상 ‘보는 대상’이 아니라 감각을 조직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꽃을 알아보는 대신, 색이 만들어내는 시간과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기획을 맡은 유지숙 평론가는 “강주영의 작품은 친숙한 이미지로 관람자를 화면 안으로 이끌지만, 곧 색의 층과 물성(物性)으로 시선을 붙잡아 보고 있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어둠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색채의 정원. 강주영의 이번 개인전은 관람자에게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겹쳐 볼 수 있는 내면의 풍경을 제안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10

국힘, ‘TK 행정통합’ 당론 도출놓고 딜레마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에 대한 찬반 당론도출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긴급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정부의 대규모 특례 불수용 방침과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오후 정점식 정책위의장 주재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긴급 간담회’를 열고 TK 지역구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나, 당 차원의 명확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찬반에 대한 결론이 정리된 것은 없다”며 “이번 특별법이 제대로 된 지방분권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재정 지원 규모보다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TK 특별법 335개 조항 중 다수를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성토가 이어진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특별법 335개 조항 가운데 대다수가 불수용된 상태에서 예산 지원만으로 통합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조세·교육·의료 등 핵심 권한이 빠진 통합은 중앙정부 직할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숙고 요인이다. 한 참석자는 “3개 권역이 통합될 경우 광역단체장 선거 구도가 재편되면서 정치 지형이 불리하게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치적 셈법도 복잡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이날 정부·여당의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속도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요한 국가 중대사인 행정통합을 정부가 2월 내 처리로 정하고 밀어붙이는데 부작용이 없겠느냐”며 “통합 대상 지역에서는 ‘빈껍데기 통합’이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행정통합의 시기보다도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TK 의원은 “행정통합은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돼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실질적으로 이양되지 않는다면 통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정부 및 대구·경북 지자체와 추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권한 이양이 미흡한 상태에서의 통합 추진에 대한 우려와 지역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당내 찬반의견을 모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10

국회 행안위, 행정통합 특별법 심사 돌입···권한 이양·특례 두고 ‘진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TK) 등 3대 광역단체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여야는 6·3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재정 지원과 권한 이양 범위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간 이견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행안위는 이날부터 이틀간 법안1소위를 열고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한 병합 심사를 진행한다. 소위에는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5건과 충남·대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각각 2건씩 상정됐으며, 행정통합 특례의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함께 논의된다. 소위 심사 이후에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날 심사에서는 지방 권한 이양과 특례 적용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각 지자체는 재정·조직·인허가 권한의 대폭 이양과 폭넓은 특례 반영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중앙부처는 특혜성 논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불수용’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정부는 광주·전남 특별법 특례 조항 110여 건, 대구·경북 특별법 특례 조항 90여 건에 대해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주요 쟁점으로는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지방채 발행 한도 특례 △국가산업단지 지정 권한 이양 등이 꼽힌다. 사실상 통합의 핵심 동력이 될 조항들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당장 국회 안팎에서는 심사 일정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비판도 나온다. 수백 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3개 권역의 특별법을 단 이틀 만에 심사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통과 의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의 과도한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들은 주민 의견 수렴과 제도적 완결성이 우선이라며 ‘속도 조절’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만큼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며 무리한 속도전을 경계했고, 강승규 의원은 제도적 혼선을 막기 위한 ‘행정통합 기본법’ 우선 제정과 재원 검증을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10

초록우산 대구청년CEO후원회장 이·취임식⋯김경민 신임 회장 취임

초록우산 대구청년CEO후원회가 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지역 아동 지원을 위한 나눔 활동 확대에 나섰다.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는 최근 대구 수성구 륜에서 ‘초록우산 대구청년CEO후원회장 이·취임식 및 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제2대 김일환 회장에 이어 제3대 김경민 신임 회장이 취임했다. 행사에는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박재숙 초록우산 그린브릿지클럽 회장, 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 등 후원자와 지역사회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그린리더클럽 ‘후원의 밤’ 형식으로 함께 진행돼 지역 아동 지원을 위한 후원금 모금도 이뤄졌다. 또 후원자 간 교류를 통해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경민 신임 회장은 “대구청년CEO후원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나눔이라는 공통 가치로 연결된 공동체”라며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후원회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대구청년CEO후원회가 아동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이어가며 나눔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활동이 전국적으로도 모범 사례가 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2-10

iM금융지주, 주가 역대 최고치 경신…주주가치 제고 성과

iM금융지주는 10일 한국거래소(KRX) 종가 기준 주가가 1만 8510원을 기록하며 2011년 5월 지주사 창립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12일 종가 1만 8100원을 약 11년 5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시가총액도 2조 9700억 원을 돌파하며 3조 원 수준에 근접, 지주사 출범 이후 가장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국내 주식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개선, 은행권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 강화,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iM금융지주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불확실성 해소로 실적 개선을 이뤄낸 데 이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병우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 취임 전후 8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지난해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올해 들어 최고점에 도달했다. 호실적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iM금융지주의 2025년도 누적 당기순이익은 4439억 원으로, 전년(2149억 원) 대비 106.6% 증가하며 이익 정상화를 실현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추정치도 전년 대비 0.39%p 상승한 12.11%로 개선됐다. 개선된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iM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확대에 나섰다. 2025년 사업연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7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이는 전년(500원) 대비 40% 증가한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25.3%, 총주주환원율은 역대 최대치인 38.8%로 집계됐다. iM금융지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에 더해 감액배당(비과세 배당)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금 부담을 낮춘 감액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병행해 실질적인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오는 6월까지 4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결정했다. 앞서 iM금융지주는 2024년 10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27년까지 약 1500억 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약속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1000억 원을 달성해 목표의 67% 수준에 도달했다. 그룹재무총괄 천병규 부사장(CFO)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사회에서 감액배당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감액배당이 시행되면 세금 절감 효과만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익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2-10

홍의락, 대구시장 불출마 공식 선언···“회피 아닌 판단, 구조적 한계 절감”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이 오는 6월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10일 공식 선언했다. 당내 유력 주자였던 홍 전 의원이 끝내 뜻을 접으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 대구시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홍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구시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저는 대구시장 출마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 선택은 회피가 아니라 판단이며, 포기가 아니라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출마 배경으로 지역 정치의 현실적 어려움과 동력 부족을 꼽았다. 홍 전 의원은 “정치의 변화는 개인의 결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아무리 바른 문제의식과 분명한 방향이 있다고 해도, 그 뜻을 함께 짊어질 중심이 모이지 않는다면 그 도전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선거 준비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구조적 한계’라고 표현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전 의원은 “선의가 오해로 바뀌고, 문제 제기가 분열로 소비되며, 미래를 이야기하려는 목소리가 지금의 질서 앞에서 쉽게 고립되는 현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대구의 변화를 위한 역할은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경쟁에서는 한 발 물러서지만, 책임에서는 물러나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시민의 언어로 이 도시의 미래를 묻고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홍 전 의원은 지난달 2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대구시장 선거 등판을 호소하며 자신의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하는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김 전 총리의 출마가 불투명해지고 당내 결집이 여의치 않자 결국 불출마로 최종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의원의 이탈로 민주당 대구시당은 비상이 걸렸다. 마땅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김 전 총리의 등판론이 유일한 카드로 거론되지만, 김 전 총리가 최근 언론을 통해 “출마 의사가 없다”고 선을 긋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10

“차례는 제사와 달라···구분해 간소화해야”

한국국학진흥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와 제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며 전통과 현실이 조화된 간소화된 차례 문화 보급에 나섰다. 진흥원은 조선 시대부터 축적된 68만여 점의 자료를 분석해 실용적인 제례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차례를 일상 속 예절로 여겼다. 17세기 안동 광산김씨 김령의 일기 ‘계암일록’에는 차례를 “새해 첫 날 조상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는 의식”으로 기록했으며, ‘주자가례’ 역시 차례를 일상적 예법으로 규정했다. 반면 제사는 조상의 기일에 맞춰 밤에 진행되며, 혼령을 모시는 절차가 포함된다. 반면 차례는 조상에게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의식으로, 모든 조상을 대상으로 하기에 저승에서 혼령을 모셔오는 절차 없이 밝은 아침에 지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차례와 제사가 혼재된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설날 제사를 안 지내요”라는 말처럼 용어가 뒤섞여 사용되며, 차례상에 제사 음식(포, 탕류 등)을 과도하게 올려 본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차례상은 소박했다. 19세기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의 기록 ‘가제의’에 따르면 술·떡·국수(만두)·육적·탕 2종·과일 4종이 전부였으며, 안동 진성이씨 퇴계 종가는 더욱 간소화해 술·떡국·명태전·북어, 과일 한 접시로 예법을 지켰다. 그러나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이유로 점차 화려해져 제사상보다 규모가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정종섭 원장은 “설 차례는 새해 첫날 조상께 안부를 전하는 예(禮)”라며 “제사 음식까지 더해 과하게 차리는 것은 예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례상에는 대추, 밤, 탕, 포 등 의례용 제물을 생략하고, 명절 밥상에 어울리는 가족 중심의 요리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차례는 자손들이 명절 음식을 즐기며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라며 ”명절 음식 중심으로 차례상을 재구성해 부담을 줄이자“고 강조했다. 기혼 여성들의 명절 노동 부담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례상 준비로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진흥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은 존중하되 현대 생활방식에 맞는 실용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미래 세대가 지속 가능한 제례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차례의 본질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포항대, 개교 74년 만에 첫 명예졸업장 수여···원로 연극인 김삼일 교수 공로 치하

포항대학교가 개교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거목인 김삼일(84) 전 대경대 석좌교수를 추앙했다. 김 교수는 평생 연극과 교육, 언론 분야에서 헌신하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영예를 안았다. 지난 6일 포항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김 교수는 명예졸업증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964년 포항대에 입학했으나, 같은 해 발생한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 관련 경찰 조사로 학업을 중단하고 제적된 아픈 과거가 있다. 김 교수는 “학업 의욕을 잃었던 시절의 상처가 오늘 완전히 치유된 기분”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대학 측은 “김삼일 동문은 문화예술 발전과 후학 양성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 평가하며, 그의 대통령상과 이해랑연극상 수상으로 입증된 예술적 성취와 지역 사회에 남긴 족적을 기리기 위해 명예졸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예졸업증서에는 “언론·교육·예술 현장에서 대학의 명예를 드높인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1942년생인 김 교수는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성우로 시작해 1964년 극단 ‘은하’를 창단하며 연극계에 입문했다. 그는 ‘대지의 딸들’, ‘별은 밤마다’ 등 총 169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1983년 한국연극예술상, 2004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극단 은하는 1983년 포항시립극단으로 계승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며, 김 교수는 대경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포항연극 100년사’를 집필해 영남지역 연극사 연구에 기여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연출하며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홍해성연극상 등을 수상했고, 지역 연극 활성화 공로로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연극인상’을 받았다. 포항대는 “김 교수의 업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육의 상생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그가 제적된 후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 외길을 걸으며 포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10

두쫀쿠와 ‘청년정치’

친구들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두쫀쿠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재료 담당 친구가 피스타치오는 가격이 올랐어도 구할 수 있었지만 마쉬멜로는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유행하자 재료조차 품절이라니 혀를 차면서도 같이 만들어 먹는 즐거움은 만끽했다. 두쫀쿠는 달콤 쫀득한 식감, 인증샷 부르는 비주얼, 그리고 SNS를 통한 바이럴마케팅 덕에 최신 최고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유행은 빠르게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져 고비용저효율을 초래하는 폐해가 있다. 정치에서도 두쫀쿠의 유행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문제가 있다. ‘청년’이 정치의 화두 앞자리에 오르지만, 그 관심이 두쫀쿠처럼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철만 되면 정당과 정치권은 앞다투어 ‘청년’을 언급한다. 청년 공약, 청년 후보, 청년 캠프 등등···.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 관심은 급격히 식는다. 이는 청년을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선거 전략의 소재로 다루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청년 동원(youth mobilization)’이 선거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강화되지만 제도적 참여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정치적 냉소가 커진다고 분석한 영미권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해외 정당들은 청년 조직을 단순한 홍보 도구가 아니라 인재 파이프라인으로 운영한다.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은 청년당원 교육, 정책연수, 지역 의회 경험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청년이 선거용 얼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구조다.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공천 때만 청년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정책 역량과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청년이 스스로 정치적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야만 소모품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청년이 정치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티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당 차원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 ‘청년정치’가 희망의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금권선거 구조에서는 자본이 없는 청년이 출발선에 서기조차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연구들은 선거비용 상한, 투명한 후원 공개, 공영 선거 지원이 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고 지적한다. 우리 역시 선거비용의 실질적 절감, 정치자금의 투명성 강화, 청년 후보에 대한 공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청년정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경쟁이 된다. ‘청년정치’가 고비용의 두쫀쿠 같은 일시적 유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호떡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는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 선거철에만 꺼내 쓰는 구호 대신 평소에도 작동하는 제도와 문화가 되어야 한다. 청년을 정치의 장식이 아니라 중심으로 세울 때, ‘청년정치’는 비로소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된다. 달콤한 한때의 관심이 아니라, 따뜻하게 오래 남는 호떡처럼 지속되는 정치가 필요하다.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 반복되지만, 실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으면 일시적 유행일 뿐이다. 두쫀쿠가 잠깐의 즐거움을 주고 사라지는 것처럼, ‘청년정치’가 이벤트성으로 소비되는 현실정치가 아쉽다. /이다영 포항시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2026-02-10

집콕 ‘은둔청년’ 54만명, 정상사회 아니다

청년 취업난 문제가 해당가족 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 자료를 보면, 2024년말 기준 6개월이상 밖에 나오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은둔 청년’이 53만7863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청년(19∼34세)의 5.2%에 해당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에겐 이번 주 시작되는 설연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어 마음이 무겁다. 대기업 직원들이 억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집안에서 은둔의 시간을 보내며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지난주에는 ‘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한국경제인협회)도 나왔다. 주목할 점은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은둔으로 이행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쉬었음 청년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 중 지난주 활동상태를 묻는 말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을 가리킨다. 이들을 만나보면, 쉬는 이유가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 취직할 곳을 찾지 못해 우울한 삶을 사는 청년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은 71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이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이 48%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로인해 청년들 사이에서는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 ‘전업 자녀’(취업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70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급여 양극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억대연봉이나 성과급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청년들이 놀면 놀았지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들이 공채보다 수시·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의 구직 문은 더 좁아지는 추세다. 지금은 더 큰 격차가 나겠지만, 2023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93만원으로 중소기업(298만원)의 2배 정도에 달했다. 식대·교통비·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 부분까지 고려하면 실질 소득 격차는 통계 조사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한국경영자 총협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초임이 일본과 대만보다도 약 40%가량 높다고 한다. 대기업의 고임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데다 강성 노조의 과격한 임금 투쟁으로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 인상이 매년 지속돼 온 결과다. 이재명 정부도 최근 강조하고 있지만, 최고의 청년 대책은 역시 일자리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지역균형발전이나 사회 역동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정부는 어떤 수단을 쓰든 대기업과 중소기업(또는 하청기업)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강성노조가 무서워 임금체계 부조리에 입 다물고 있다가는 급여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유럽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보다 오히려 높은 나라도 있다. 정부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임금체계에 적극 개입하기 때문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2-10

부모세대 보다 못사는 세대

자식 세대가 부모보다 잘사는 것이 정상적 흐름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못산다면 나라의 경제 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고용불안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등장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실제로 2010년 이후 2030세대의 실질소득 성장률이 1~2%에 그쳐 부모세대 성장률 5-10%에 비해 크게 뒤져 이런 우려가 흘러나온 것.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빈부 흐름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젊은세대의 취업난과 고용불안, 물가상승 그리고 집값 폭등을 보면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가 더 살기 어렵다는 느낌을 가질 만하다. 특히 주거문제에서 큰 차가 난다. 부모 세대는 노력만 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몇 달 월급을 모으면 전세도 구할 수 있어 지금처럼 집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PIR을 보면 서울의 경우 13.9배(2024년)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이가 주택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자신을 주거 빈곤층이라 한다. 현재의 MZ세대는 부모보다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외국 경험을 한 세대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평가도 있다. 지금 그들이 직면한 경제적 상황만으로 자식이 부모보다 못 살 거란 단정은 무리일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 경제가 빚 걱정 없는 중간층이 줄고 계층 간의 격차가 심각히 커지는 현상은 기분 좋지 않다. 부모보다 못사는 자식이 등장할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10

행정통합에서 드러난 ‘TK정치의 고립’

속도를 낼 것 같던 대구·경북(TK)행정통합이 난기류에 빠졌다. 정부가 특별법 특례조항에 대해 대거 ‘불수용’ 방침을 밝힌데다, 여야 정치권 움직임도 TK행정통합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행정통합 관련 입법공청회에서는 정부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한 특례조항 검토의견서가 쟁점이 됐다. 정부가 TK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대전·충남 특별법의 특례조항에 대해서도 대거 불수용 입장을 밝힌 탓이다. 국민의힘 이달희(비례대표) 의원은 공청회에서 “TK통합 특별법의 경우 정부로부터 100여 개 특례에 대해 불수용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TK행정통합 특별법 335개 조항 중 불수용 대상은 130개가 넘는다. 대표적인 게 TK신공항 건설이나 항만조성 등에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제학교 및 영재학교 설립, 경북 북부지역 국립의대 및 부속병원 설립, 카지노 개발 등이다. 이런 특례조항이 삭제되면 행정통합 특별법은 그야말로 ‘껍데기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불만은 TK지역 뿐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분출됐다. 정부가 통합특별시에 연간 5조원씩 4년간 20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특별법에 명시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기다려 달라”며 미적대는 데다, 중앙정부 권한 이양에 대한 중앙관료들의 저항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날 공청회 여기저기서 중앙정부가 기존의 통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속셈이 보인다는 비난이 나온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행안위가 12일 전체회의에서 TK행정통합만 본회의 상정을 유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점이다. TK행정통합은 광주·전남, 대전·충남과는 달리 민주당 당론이 아닌데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발도 심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과정에서 TK지역이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얼마나 따돌림당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026-02-10

역대급 N수생 양산, 교육 근간 흔들려선 안 돼

2026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의 감소와 정시 지원 건수 증가로 올해 정시 탈락자가 42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N수생 양산이 우려된다는 입시계의 분석이 나왔다. 입시계는 정시 탈락자의 상당수가 N수생에 가담할 것으로 보고 2027학년도 수능에서는 그 규모가 16만명 이상 될 것이 예상된다고 했다. 따라서 현역 수험생은 역대급 N수생과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하는 등 N수생 양산에 따른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내년도 예상되는 N수생 규모 16만여 명은 최근 22년 동안 두 번 밖에 없었던 규모여서 현역 고3 수험생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N수생이 늘어나는 것은 상당수 수험생이 불합격 때문이 아니라 합격한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고 상위권 대학이나 의약계열 진학을 희망한 때문이다. 또 작년에는 수능이 어려워 올해는 다소 쉽게 출제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반수에 도전하는 학생과 의대 모집 인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도 N수생 증가의 요인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대입 N수생 증가 실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3년 수능부터 N수생 비율이 30%를 넘어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이 졸업생이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재수생 이상이 57.4%를 차지했고, 의대는 더 심해 정시 합격자의 79.3%가 N수생이라 했다. N수생은 재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에 있어 입시의 본질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 특히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져 부모의 경제력이 대입 성공의 중요 변수로 등장하는 문제가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도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 취업에 유리한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나 삼수를 감수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은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3 수는 줄고 반면 졸업생이나 검정고시생은 증가하는 추세다. 현역 수험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입시의 근간이 N수생으로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과 입시의 바른 방향을 촉구한다.

2026-02-10

기업 미래, 인재육성이 결정한다

기업의 건강한 체질과 미래 경쟁력을 향한 인재육성은 단순히 교육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고, 사람의 사고·역량·행동을 바꾸는 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제조기업에서는 설비나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어, 혁신 성패는 ‘사람이 얼마나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기업경쟁력을 선도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우리는 일하러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러 간다’라는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입사를 하면, 개인의 성장 비전을 직속 상사가 수립하고, 현장 ‘문제를 보는 눈’과 ‘문제 발굴력’을 길러주고,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활동 성과는 인사와 연계하여 동기부여 한다. 기업에서 인재육성의 의미는, 첫째, 변화 대응 능력 확보다. 시장, 기술, 고객 요구는 계속 변하고, 인재육성은 직원이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다. ‘현재 일 잘 하는 사람보다 진화하는 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기업 미래를 가름하게 된다. 둘째, 문제 해결형 조직 전환이다. 지시 중심이 아니라 현장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조직이다. 문제 발견 능력, 데이터 기반 분석 능력, 개선 실행 능력, 협업 능력 등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조직문화 변화 수단이다.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도전 문화, 학습 문화, 개선 문화, 소통 문화를 만드는 도구이다. 기업의 인재육성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직체질개선 활동’이기 때문이다. 혁신 인재 육성의 성패는 경영진의 의지와 참여에 있다. 혁신 인재육성 실패의 대부분은 경영층 관심 부족 때문이다. 성공 기업의 특징을 보면, 솔선 활동 등 CEO의 직접 참여, 교육과 혁신 성과를 승진과 연계한다. 또한, 현장 중심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강의실에서 끝나면 효과는 없다. 현장 문제 해결형으로 교육하고, 개선 과정에서 코칭과 피드백으로 실행에 직접적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모든 교육을 동일하게 하면 실패한다. 경영층은 전략·혁신 리더십, 중간관리자는 실행·코칭 능력, 현장직은 개선 활동 능력 등으로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일관성을 가지고 최소 3~5년 이상 필요하다. 단기 교육으로 끝나면 지식만 남고, 장기 교육은 일하는 사고와 행동을 바꿔 개선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교육과 실행의 결과는 부서 지표와 연계하는 운영시스템이 중요하다. 가령, 설비 장애 문제를 발굴해서 개선하면, 공장 지표 ‘설비장애율’이 줄어들고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필자가 컨설팅 하고 있는 P사는 개선 활동중심 교육과 실행 속의 현장에 강한 인재 양성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일반 직원 ‘즉실천’, 핵심 인재 ‘개선리더’, 중간 관리자, 코칭과 변화 관리의 조력자(Facilitator· FT), 컨설턴트 양성 과정이 있다. 이를 통해, 공정 개선, 안전 역량을 갖추어 지속 가능 경영을 만들어 간다. 결국, 기업 경쟁력은 설비가 아니라 사람에서 나온다. 성공하는 기업은 교육을 비용이 아닌 미래 투자로 바라본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6-02-10

6년의 여명

수줍게 건네준 노란 봉투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그 위를 조심스럽게 지키고 있는 사과 모양의 캐릭터 스티커는 아이의 취향과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작고 귀여운 인장이 오늘따라 유독 묵직한 작별의 무게로 다가온다. 6년이라는 시간, 한 아이의 유년이 저물고 청소년기라는 찬란한 여명이 밝아오기까지 우리는 이 좁은 방에서 서로의 세계를 공유해 왔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때 아이는 낯선 세상을 경계하는 어린 짐승처럼 눈의 초점이 흔들렸다. 스승과 제자라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 지식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어느덧 서로의 사소한 일상과 깊숙한 사생활의 편린까지 공유하는 해후로 변모해 갔다. 아이는 성적표의 숫자로 고민했고 그 숫자보다 더 치열했던 사춘기의 고민을 내어 놓았다. 나는 어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둔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고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 기대어 위로받곤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훈습(薰習)되어 갔다. 향기가 옷에 배어들 듯, 아이의 싱그러운 에너지는 나의 무채색 일상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나의 신중한 언어들은 아이의 거친 감정들을 다듬어주는 정원이 되었다.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누군가와 이토록 순수하게 마음을 겹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축복이었다. 때로는 작은 초콜릿 하나로, 때로는 아이의 어머니가 구운 정성스러운 빵으로, 작은 소품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그 시간들은 단순한 물질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편이라는 이심전심의 의식 같은 거였다.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좀 더 큰 도시로 이사를 갔다. 현실적 이별을 앞두고 내 손에 이 편지를 쥐어주었다. 6년의 세월을 종이 한 장에 가두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터다. 하지만 봉투를 열기 전에 전해오는 아이의 감정은 우리가 함께 건너온 시간이 값지고 소중했음을 증명했다. 누군가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영혼의 문턱을 함께 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숭고했다. 나도 아이를 위해 손글씨로 편지를 적었다. 지난 6년, 아이의 키가 한 뼘씩 자랄 때마다 내 마음의 부피도 함께 커졌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작은 선물과 함께 나의 진심을 담은 문장들을 봉투에 담았다. 수필의 행간마다 아이의 이름을 새기듯, 그동안 갈피에 숨겨두었던 문장과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많은 길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건넸다. 아이가 나를 통해 세상이 조금 따뜻하다고 느꼈으면 좋겠고 각박한 세상의 파고를 견뎌낼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방패를 만들었기를 기대했다. 마지막 수업이 마쳐야 할 시계의 숫자가 바뀌며 우리는 책을 덮었다. 방문을 나서는 아이를 불러 세워 가만히 안아 주었다. 여리던 어깨가 어느덧 듬직해졌다. 나는 이 아이의 청소년기라는 거대한 숲을 함께 산책했음을 깨달았다. “잘 지내, 언제든 전화하고, 샘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 ‘울지 말고’라고 말했지만 정작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은 건 나였다. 아이 앞에서 주책맞게 자꾸 눈물이 나왔다. 다시 가다듬고 아이를 보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아이의 잔상을 바라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긴 시간을 공유한 우리가 나눌 수 있었던 정직한 인사였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수많은 아이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물처럼 떠나가는 이 학습 공간에서 왜 유독 이 아이에게 나의 마음은 정박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 아이가 나에게 내비친 영혼의 투명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지식을 전달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일상에서 굽은 이야기까지 나누며 서로의 고독을 어루만지고 인간적인 온기를 수혈받았던 평등한 교감이 있었기에 이 아이의 부재가 그토록 아쉬웠음을 확신했다. 이제 아이는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어지겠지만 우리가 나눈 애틋하고 비밀스러운 대화들은 아이의 마음 속에 단단한 뿌리가 되어 줄 것이다. 아이와 내가 교환했던 이 편지는 안녕의 종착역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삶에 심어둔 다정한 씨앗이 어디서든 꽃 피울 것임을 약속하는 쉼표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내 책상 위에는 아이가 남기고 간 노란 봉투만이 윤슬처럼 남아있다. 돌아보면 6년은 시험의 터널이나 막막한 사춘기의 방황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서로의 앞날을 비추어주던 여명의 시간이었다. 물리적 동행은 이제 멈췄지만 우리의 여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찬란한 아침을 향해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을 것이기에 나는 또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김경아 작가

2026-02-10

피의 평원과 크로아티아 민족주의 태동 ②서유럽 문화권으로 흡수

13세기 중반, 헝가리는 몽골의 침략에 노출되면서, 크로아티아 영주들은 기세를 올렸다. 반대로 억압이 가중된 계층도 있었다. 봉건왕조 압제가 농민을 괴롭혔고, 설상가상 전염병이 돌면서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자 농민항쟁을 불러왔다. 교회 개혁을 약속했던 프라하 카를대학 학장 얀 후스가 오히려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화형을 당하고 만다. 권력에서 한 발자국도 내려오지 않으려는 봉건영주 반들의 승리였다. 교회가 부패하면서 수도원은 물론 수사들까지 탐욕에 물들자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취급했던 보고밀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설상가상, ‘검은새의 들녘’ 코소보에서 승리한 오스만트루크제국은 비잔티움제국을 점령하면서 파죽지세로 서진을 이어갔다. 1463년 보스니아 점령에 이어 세르비아 마지막 수도 스메데레보를 차지하고 크로아티아를 넘보았다. 헝가리와 함께 힘을 합친 크로아티아의 귀족들은 요새를 만들어 최후의 방어막을 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으나, 오스만제국은 마을을 약탈하는 등 주변을 공격하면서 이들의 힘을 소진시켰다. 1493년부터 대치상태로 수십 년간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크로아티아는 그야말로 황폐해져갔다. 주민이 떠난 자리엔 잡풀만 무성하게 자랐고, 일부 수비병력 역시 의욕을 상실했다. 결국 미르코 데렌친을 중심으로 한 크로아티아방위군은 ‘피의 평원’, 즉 크르바브스코평원(지금의 우드비나Udbina) 전투에서 8천 여 오스만제국의 기병들에 의해 도륙 당한다. 훗날 세르비아에 코소보 ‘검은 새의 들녘’이 있다면, 크로아티아 사람들 가슴에 ‘피의 평원’이 대크로아티아 민족주의로 살아나 가슴을 쿵쿵 두드리게 된 것이다. 뒤이어 1526년 8월 29일 헝가리 러요시 2세가 오스만제국 쉴레이만 대제와 ‘모하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헝가리 왕조 대가 끊어지자 러요시 2세의 여동생(신성로마제국으로 시집간)을 빌미로 신성로마제국황제이자 합스부르크왕가 카를 5세에게 흡수된다. 이는 헝가리로서는 불감청고소원이었다.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위협을 합스부르크왕가 우산 속에 몸을 숨기며 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크로아티아 역시 합스부르크왕가에 편입되면서 카를 5세의 동생인 페르디난드 1세가 헝가리 왕과 크로아티아 왕으로 추대된다. 헝가리가 합스부르크제국에 들어가면서 크로아티아도 따라들어 갈 수밖에 없었지만, 세르비아나 보스니아처럼 오스만트루크제국 하에서 암울한 세기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유럽의 르네상스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할 수 있을 법하다. 이로써 합스부르크왕가는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신성로마제국과 헝가리, 보헤미아, 북이탈리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내륙까지 지배하면서 거대제국을 형성했다. 이때부터 서방정벌을 이어가던 오스만트루크제국과 본격적인 양대 산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발칸반도 지도를 펼쳐놓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대각선 그으면, 위로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제국, 아래는 오스만트루크제국에 편입이 되면서 앞서 거듭 언급한 것처럼 20세기 폭력의 경계가 그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크로아티아는 점차 합스부르크왕가 아래에 놓이게 되고, 가톨릭문화권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크로아티아 땅을 지배하던 합스부르크왕가는 오스만트루크제국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지금의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사이에 최전방 방어선을 구축한다. 이때 이슬람제국을 피해 북쪽으로 이동한 세르비아인을 강제로 이주시켜 ‘남슬라브민족정착촌’을 형성하면서 국경 수비대를 만들어 실전에 배치했다. 세르비아인들은 일거리를 찾아 방황하던 중이라 몸 바쳐 충성을 다했다. 오스트리아제국이 오스만트루크와의 잦은 충돌 속에 세르비아인은 최전선에서 인간방어벽이 되어주었다. 또한 헝가리 봉건 영주에게 반기를 드는 토착세력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이들 세르비아인들을 ‘하이두끄(Hajduk)’라고 불렀는데 이를 직역하면 ‘산적’, 좋은 말로는 ‘의적’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합스부르크제국은 세르비아 용병들이 승리를 거두면 토지로 보상해 주었다. 세르비아인들은 크로아티아 영주 반들이 토지를 빼앗을까 오스트리아에 충성해야 했다. 이 일로 인해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 세르비아인들이 크로아티아 국경에 몰려 살게 된 것이다. 중간 방어선은 18세기까지 이어지면서 대략 10만 여명의 군인들이 주둔했던 적도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가톨릭 열기가 급격히 퍼지면서 정교회 세르비아인에 대해 반감이 고조됐고, 정교도 세르비아인을 개종키 위한 정책을 폈다. 따라서 세르비아 용병들 지위가 하락하고,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도 세르비아인은 낙후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훗날 이들의 후손들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대부분 크로아티아 괴뢰정부 우스타샤에게 학살을 당하는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게 된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6-02-10

‘지구·해양’ 망라한 국립포항 전문과학관, 2029년 포항 운하서 문 연다

포항이 가진 지구(지질·기후), 해양 분야 콘텐츠를 망라한 ‘국립포항 전문과학관’이 2029년 포항 운하가 있는 남구 해도동 일대에 들어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북도, 포항시는 지역 간 과학문화 격차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포항의 지리적 환경·과학기술·산업을 연계한 전문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면적 4960㎡, 건축연면적 6000㎡, 전시면적 205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이며, 사업비는 국비 182억 원과 시비 128억 원, 도비 55억 원 등 365억 원이다. 운영비는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충당하는 구조다. 국립포항 전문과학관의 주제는 ‘지오 사이언스’(Geo Science)다. 포항이 지구(지질·기후), 해양 콘텐츠를 박물관 전시실에 담을 예정이다. 포항은 한반도 지질 자원의 보고다. 가장 젊은 신생대 제3기 퇴적층이 발달했고, 한반도 지각·진화를 연구할 수 있는 암석과 광물이 풍부하다. 2023년에는 동해면 금광리 나무화석, 흥해읍 오도리 주상절리,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 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신규 지정됐다. 또, 포항의 바다는 최대 2㎞가 넘는 심해환경을 보유하고 있고, 블루카본 해양보호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하이드레이트, 무연탄, 망간단괴, 텅스텐 등 미래 첨단소재 광물과 화석연료 대체가 가능한 천연가스도 풍부하다. 지구와 인간을 잇는 지구해양과학관, AI(인공지능) 기반 기술 향유 과학관, 지역 기반 커뮤니티 과학관 등으로 꾸밀 전시공간에서는 땅(지질)과 바다(해양)의 중간에 위치한 콘셉트로 지구·지질 탐험과 심해로 빠지는 여행을 주제로 지구 지질 생성에서부터 한반도 지질 형성의 역사, 중생대~신생대~마이오세~현재까지의 포항의 지질 변화와 지구 과학 탐구,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의 미래 등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립포항 전문과학관 전시 면적을 중형 전문과학관(2350㎡) 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전시 면적 확장과 그에 따른 예산 증액이 확정되면 과학관을 지을 포항시 소유 부지 매매계약 체결과 건축설계 용역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엽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국립포항 전문과학관은 과학 문화 대중화와 한반도 지질 자원의 보고로서의 포항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과학과 관광을 접목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2-10

영주시선관위 제3자 기부행위 혐의 등으로 2명 고발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영주시장선거’ 입후보예정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식사 모임을 개최하고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A씨(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와 공모자 B씨(장애인 관련 지역단체 대표)를 10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영주시건관위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달 입후보예정자와 다수의 지역단체 대표들이 함께하는 식사모임을 개최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입후보예정자의 선거운동에 이르는 발언을 하면서 참석자들의 식사대금 18만 원을 결제한 혐의다. ‘공직선거법’제115조(제삼자의 기부행위제한)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를 위한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 제257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 등 위반죄)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처해진다. 또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는 경우 법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영주시선관위는 이날 음식을 제공받은 식사모임 참석자들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