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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총리 인준 놓고 與野 대립 격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 인준안을 6월 임기국회 종료 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며, 국민의힘은 이에 강하게 반발해 정국이 냉각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29일 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30일 본회의 소집을 공식 요청했으며 인준안 표결을 오는 7월 3~4일 중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까지가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이었으나, 결국 인사청문특위 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앞서 24일과 25일 양일간 청문회가 진행됐지만 국민의힘 측이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반대했고 청문회는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국회 일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행태는 내란을 비호하고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 김민석 총리 인준과 추경안을 한 치의 지체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의 요청에도 우 의장은 여야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30일 본회의는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여야 협의를 서둘러 달라”면서 여야가 인준안 처리 시한 내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늦어도 이번 주 목요일(3일) 본회의에서는 총리 인준안이 반드시 표결돼야 한다”면서 “오늘이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이지만 여야 협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또한 30일부터 이를 위한 여론전을 집중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의 의혹을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하겠다면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국민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 탈북민, 분야별 전문가 등 국민청문위원들을 모시고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 가겠다”면서 “이틀간의 국회 청문회는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 총리로 인준된다면 그다음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온갖 전과와 의혹을 달고 있는 탁한 윗물인데, 아랫물만 맑길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29

국힘, 내달 1일 새 비대위 출범… 송언석 겸임 유력

국민의힘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종료(30일)에 따라 이번 주 내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당 안팎으로 송언석 원내대표가 신임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7월 1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새로 구성될 비대위는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당을 관리하는 ‘관리형 비대위’ 성격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의 핵심 과제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준비와 함께 내부 혁신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는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할지 혹은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각각 선출해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인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며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를 맡고 나머지 당선자들이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새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당내에서는 혁신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이미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탄핵 반대 당론 철회를 포함한 ‘5대 개혁안’을 발표하며 혁신위 구성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과 위원 인선을 둘러싼 이견으로 구성 작업이 지연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 차원에서 먼저 혁신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29

“이재명 정권 일 잘하면 TK도 민주당 지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29일 대구에 와 “이재명 정권이 일을 잘하면 대구·경북(TK)도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구 중구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이재명 정부와 기본사회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하며,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권의 민심 변화와 민주당의 과제를 놓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대구기본사회위원회(위원장 강민구)와 경북기본사회위원회(위원장 임미애)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박 위원장은 “대구에 오면서 지금 TK 분위기 어떠냐 물었더니 ‘선거 결과로 조금 마음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국민의힘 쪽에 가 계신 분들, 어쩔 수 없어서 국민의 힘을 찍어주셨던 분들이 급속도로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 대구, 울산, 영천, 구미 등지에서 만난 시민들 다수가 민주당이 성실히 하면 언제든 지지를 돌릴 수 있다고 했다”며 “보물을 막 파다가 한 삽만 더 퍼내면 찾을 수 있는데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저출생에 따른 경제 성장률 저하를 언급하며 ‘국가적 위기’ 상태임을 언급했다. 그는 “개인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국가가 제공하는 나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박 위원장은 "최근에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새로운 혁신을 통해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보자고 얘기한다“며 “신기술 국가 주도적 역할 및 대규모 투자(국가의 재정적 투자),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인재 양성,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제시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경제가 활력이 있거나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면 세수 기반이 확대된다. 세율이 똑같아도 걷히는 세금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현명하게 세금을 쓰면 세수 기반을 계속 확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6-29

‘내란 특검’ 尹, 체포 방해·비화폰 등 조사

전날 내란 특검에 출석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마치고 29일 새벽 귀가했다. 지난 28일 오전 9시 55분 내란특검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가 돼서야 나왔다. 청사에 머무른 시간은 15시간 가량이었으나 실제 조사가 이뤄진 건 약 5시간이었다. 청사 밖으로 나온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조사 거부 이유나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했다. 조사 전부터 지하주차장 출입을 요구하며 특검 측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예상과 달리 서울고검 앞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내며 특검 측 요청에 따랐다. 그는 박억수·장우성 특별검사보와 간단한 면담을 마친 후 전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초반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 측 조사에는 기존 수사 담당이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참여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송진호·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상 녹화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약 1시간 동안 조사에 응했다. 그러나 점심시간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은 돌연 박 총경의 조사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사자 교체를 요청했다. 박 총경이 과거 윤 전 대통령 측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경찰관 중 한 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특검은 오후 1시 30분부터 체포 방해 및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조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대기실에서 머물며 조사실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에 특검 측은 변호인단이 허위 주장을 통해 수사를 방해하는 정도가 심각하다며, 변호인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설득은 무산됐고 결국 계획을 변경해 오후 4시 45분부터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국무회의 의결 과정,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및 외환 관련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후 김정국(사법연수원 35기)·조재철(36기) 부장검사가 조사에 나서자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조사에 응했다. 특검은 하루 만에 조사를 마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오후 9시 50분경 조사 종료를 결정했고, 윤 전 대통령은 약 3시간에 걸쳐 조서 내용을 검토한 후 귀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경찰 조사 조서에는 서명과 날인을 하지 않았으나 오후 검찰 조서에는 서명과 날인을 남겼으며, 진술 거부는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 조사할 부분이 상당히 많이 남았다”면서 윤 전 대통령측에 30일 오전 9시에 다시 출석할 것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6-29

포항시, 지역 ESS 설치 사업장 안전 손본다

포항 지역 ESS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본지 6월 18일자 3면 보도> 이후 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동국제강 포항공장 ESS센터 화재와 관련해 지역 내 ESS 설치 사업장에 대한 특별 현장점검을 지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16일 오전 8시 32분쯤 포항 철강산단 제3단지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ESS센터에서 불이 나 18일 오후 5시 40분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소방서 추산 약 127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대량의 연기와 불꽃이 발생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SS 설비는 대부분 밀폐된 컨테이너나 건물 내에 설치돼 있어 소화 용수 공급이 어렵고, 화재 진입이 제한되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시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일자리경제국과 도시안전주택국을 중심으로 내 22개(남구 14, 북구 8) ESS 설치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대상은 대규모 ESS가 설치된 기업체와 관공서로, 화재 예방을 위한 설비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화재 발생 시 대응 요령을 현장에서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대응 강화를 위해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화재 원인 분석과 예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기업체와 소방당국이 참여하는 합동 소방 훈련도 추진해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강덕 시장은 “이번 화재 진압에 애써준 소방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화재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6-29

“모두의 축복 속 건강하게 자라길”

포항시는 최근 지역 내에서 태어난 세 쌍둥이 형제의 백일을 맞아 해당 가정을 방문해 축하 인사와 함께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이번에 100일을 맞은 세 쌍둥이는 우현동에 거주하는 김동균·조혜정 부부의 자녀들로, 지난 2월 태어나 가족과 이웃의 축복 속에 건강하게 자라며 최근 백일을 맞았다. 이날 편준 포항시 복지국장, 정명숙 우창동장, 아버지 김 씨의 근무지인 전재업 경북경제진흥원 본부장이 함께 방문해 세 쌍둥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고, 가족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각 기관에서는 기저귀와 육아용품, 유모차 등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공동육아나눔터, 육아용품지원센터, 아이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육아지원 제도도 안내했다. 이 가정에는 세 쌍둥이 출생에 따라 총 800만 원의 ‘첫만남이용권’이 지급됐으며, 향후 2년간 총 5100만 원의 부모 급여와 만 7세까지 2850만 원의 아동수당이 지원된다. 또한 포항에 계속 거주할 경우, 총 150만 원의 첫돌축하금과 24개월간 650만 원의 출산장려금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아버지 김동균 씨는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내고 밤잠을 설쳐가며 세 쌍둥이를 돌보고 있는데, 지역사회의 따뜻한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열심히 잘 키우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편준 시 복지국장은 “아이 셋을 동시에 양육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만큼, 다둥이 가족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따뜻한 출산·양육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세계적인 기후 혁신 리더들 포항의 지속가능 미래 설계

포항시가 다음 달 3일 세계적인 기후 혁신 리더들을 초청해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산업 구조의 전환과 도시 단위 기후 행동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시는 7월 3일부터 4일까지 라한호텔에서 ‘유엔기후변화 글로벌혁신허브(UN GIH) 시스테믹혁신워크숍’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과 혁신 기술 협력을 핵심 주제로 하는 이번 행사에는 세계적 기후학자와 유엔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참가자 중에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지구시스템과학 교수이자 ‘Climate Change: A Very Short Introduction’의 저자인 마크 마슬린과 UN GIH 프로젝트 총괄인 마쌈바 티오예가 포함됐다. 마슬린 교수는 기후변화 및 인류세(Anthropocene)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SCI급 학술지에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의 연구는 3만 9천 건 이상 인용됐다. 또 2023년 글로벌 분석 플랫폼 Onalytica가 선정한 ‘지속가능성 분야 세계 최고의 사상가 및 영향력자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이번 워크숍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도시의 딜레마와 선택’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UN GIH 설계와 운영을 이끈 마쌈바 티오예 총괄은 도시 기후 혁신, 지속가능성 인센티브 설계, 기후 기술 도입 전략 등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Caring, Sharing, Daring(배려, 공유, 담대함)’을 모토로 COP26~28에서 UN 기후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국제적 신뢰를 얻은 그는 이번 워크숍에서도 도시 단위 기후행동 실천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 예정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워크숍은 기후과학과 정책, 기술이 하나로 만나는 장”이라며 “세계적인 기후 혁신가들과의 교류가 포항의 기후정책에 실질적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6일 사전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철강, 이차전지, 에너지, 운송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기후대응 프로젝트를 점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논의 주제와 접근 방식을 구체화해 실질적인 정책 연계와 실행 가능성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6-29

“시민과 함께한 37년, 보람되고 행복”

송영희 포항시 평생학습원장이 30일 37년간의 공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정년퇴임 한다. 1988년 포항시 사서직 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송 원장은, 전국 최초로 사서직 지방사무관에 이어 경북 최초 사서직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하며 공직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송 원장은 포항시민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헌신해왔다. 2015년 포은중앙도서관을 시작으로 연일도서관, 구룡포도서관, 포은오천도서관 등 지역 특성에 맞춘 도서관들을 개관하며 문화와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2025년에는 음악·AI 시스템을 갖춘 포은흥해도서관을 개관해 남북구 거점 도서관 생태계를 완성,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는 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문화와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독서의 달 행사,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했다. 이러한 노력은 포항을 ‘평생학습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2023년 평생학습원장 취임 후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간 1만여 명이 참여하는 500여 개의 강좌와 특화사업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였고, 모든 시민이 평생학습을 누릴 권리를 강조하며 소외계층 지원과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 기반 마련, 2025 경상북도 평생학습 박람회 등 포용적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의 노력은 2024년 대구·경북 최초로 열린 전국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 성공 개최로 이어졌고, 2025년 한국도서관상 개인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겼다. 이는 오랜 기간 지역 독서문화 환경 조성과 도서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불자이기도 한 송 원장은 포항시 공무원불자회 회장을 역임하며 신심과 실천을 겸비한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였다. 송영희 원장은 “공직자로서 시민 곁에서 함께한 37년은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퇴직 후에는 더욱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한다”고 퇴직 소회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타버린 옛날 집 그립지만⋯모듈러 주택서 하루하루 살아가”

불은 꺼졌지만, 그날의 흔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너무도 길었고 누군가에겐 한순간 같았던 100일. 나무는 다시 잎을 틔웠고 들판엔 풀이 무성하게 자랐지만,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29일 검붉은 화염이 첫 발자국을 찍었던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산자락을 다시 올랐다. 당시엔 적막만이 감돌던 곳, 생명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발화지 초입엔 허리춤까지 자란 풀이 바람에 일렁이며 싱그러운 풀내음을 풍겼다. 풀숲 사이에선 인기척에 놀란 오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발화 지점에는 폴리스라인이 그대로 둘러쳐져 있었다. 무덤은 비바람에 씻겨나간 재 대신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우거져 제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산불 발화지 의성 안평면 괴산리 묘지, 출입통제 속 잡초만 무성 안동·청송·영양·영덕 임야 등 잿빛 흔적… 피해 복구 ‘더딘 걸음’ 문화재 탄 고운사·대출 막막한 공장·농사는 지었지만 생계 위기 타는 냄새만 나도 손 떨림 등 트라우마 심각… 상담 효과도 없어 모듈러 주택 노인들 “여기가 이제 우리집… 이웃과 함께라 위로” 인근에 사는 이숙자(99) 할머니는 그날의 상황을 떠올리며 되새기기 싫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씨가 눈앞에 날아다녔어요. 불이 담장을 넘어오는 게 보이니까, 정신이 아찔하더라고. 손에 뭐 하나 못 챙기고 그냥 뛰었지요. 그날 이후 자꾸 그 장면이 떠올라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할머니는 외지에 사는 딸이 자주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딸 덕에 많이 진정됐어요. 딸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떻게 살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다른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수확 철을 맞은 마늘밭에서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한 농민은 땀에 젖은 셔츠 소매로 이마를 훔치며 말했다. “밭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는데 마늘이 작아요. 물도 부족했고, 연기 탓인지 생육이 영 안 좋았어요. 창고는 홀라당 탔고 지금은 비닐하우스 옆에 임시 건조대를 세워 말리고 있어요. 마늘이 우리 집 수입의 전부인데 이래선 남는 게 없어요.” 고운사로 향하는 숲길. 입구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산불 피해로 치료 중’이란 팻말을 건 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고운사 경내에는 ‘안전제일’이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주저 앉은 처마, 여기저기 흩어진 기왓조각, 종각에서 떨어진 종은 쪼개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보장 스님은 무너진 전각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보물로 지정된 건물도 다 탔어요. 국가유산청에서 다녀갔지만, 복원 일정도 예산도 아직 없습니다. 그저 절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게 위안이에요. 절은 무너졌지만, 마음을 지키는 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안동시 일직면.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모듈러 주택 단지 입구에는 ‘나눔합니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방이 놓여 있었다. 박씨 할머니(90)는 아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 “불에 다 타버렸죠. 집 철거는 끝났는데, 새로 지을 돈이 없어요. 공사는 시작도 못 했고. 그래도 아들이 옆에서 잘 챙겨줘서 살고 있어요. 옛날 집이 그리워도, 여기가 지금 내 집이에요.” 남후농공단지에서는 포크레인과 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안휘철(69) 사장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출이요? 담보물이 다 타버렸는데 뭘로 받겠어요. 도지사, 시장님이 보증해준다고 해도 막상 은행 가면 안 돼요. 사유지라서 규정상 어렵다나 뭐라나. 지금까지 받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공장 운영 재개도 쉽지 않았다. “현행 대출 제도론 엄두가 안 나요. 소상공인 3억 대출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그러는 사이 영업은 못 하고 시간만 흘러가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합니다.” 그는 복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사면 문제’를 꼽았다. “불에 탄 공장 뒤 사면이 위험한데 시는 ‘사유지라 못 해준다’는 말만 해요. 분양받을 땐 몰랐는데 쓰지 못하는 땅이 수백 평이에요. 이제 와서 알아서 하라니 답답하죠.” 청송군 달기약수터 옆 공영주차장 한켠에는 불에 탄 트럭이 녹슨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참혹했던 화재 당시 잔해만 남아있던 식당가는 모두 철거됐고, 일부 터에선 보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잠시 멈췄던 약수터엔 다시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약수를 빈 통에 채우는 동안 사람들 사이엔 짧은 안부와 웃음이 오갔다. 주민 조창재(90)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찾은 약수터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여긴 내가 30년 넘게 다니던 곳이에요. 물맛이 좋아서 한 달에 몇 번씩은 왔지. 불나고 나선 발길을 끊었는데 다시 이렇게 오게 되니 가슴이 좀 풀리네요. 사람도 조금씩 돌아오고, 식당도 다시 짓고.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것 같아요.”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는 눈길이 닿는 산자락마다 아직도 검게 탄 흔적이 선명했다.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대화의 주제는 여전히 산불이었다. 김정자 할머니(70)는 식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불 난 뒤로는 맛을 몰라요. 탕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는데도 도무지 회복이 안 돼요. 음식 타는 냄새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손이 덜덜 떨려요. 트라우마 때문이에요.” 그는 트라우마 상담도 받아봤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몇 달에 한 번 전화 와서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요. 근데 그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사는진 아무도 몰라요. 진짜 필요한 건 옆에 있어 주는 건데, 말뿐이니까요.” 할머니는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지만 뭐, 크게 기대는 안 해요.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요? 없어요. 돈이 없으니까.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죠.” 영덕군 지품면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자 까맣게 탄 나무들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옆에선 벌목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산과 산 사이 도로 갓길에는 ‘산사태 주의’, ‘낙석 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지난봄 산불 피해를 호소했던 문성규씨(67)의 표정은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나무는 일부 죽고, 일부는 살아서 다시 가꾸고 있어요. 사과꽃이 피긴 했는데, 열매가 잘 안 맺혀서 걱정했죠. 그래도 살아있는 나무들이 있어 다행이죠. 도장지도 받고 있어요. 2~3년 더 가꾸면 다시 사과가 열리겠죠. 뭐,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석리 따개비마을에는 예전엔 펜션이 있던 이 자리에 임시 모듈러 주택들이 들어섰다. 볼품없이 탄 주택들은 모두 철거됐고 집터엔 산사태와 낙석을 막기 위해 덮은 방수포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모듈러 주택 앞, 이불 꾸러미를 들고 걸어오는 전춘자 할머니(80)는 집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이 난 날, 딸이 부산에서 전화 왔어요. 엄마 집에 불났대요. 그 소리 듣고 결국 울었어요, 딸도 울고 나도 울고. 다 태워 먹었는데 어쩌겠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이웃들과 함께 견디는 지금의 시간이 위로가 된다고도 했다. “혼자가 아니니까 그나마 나아요. 서로 걱정해주고 음식도 나눠 먹고 같이 회복해가요. 햇반이라는 것도 여기 와서 처음 먹어봤어요. 누가 나눠줘서 먹었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요.” 100일 전 ‘화마’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삼켰다. 산도, 집도, 사람들의 일상도 한 줌 재로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그 잿더미 위에서 다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복구는 단지 건물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다.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견딜 수 있도록 삶을 붙드는 과정이다. 불은 꺼지고 그날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바람결에 실린 새순처럼, 말없이 피어난 능소화처럼, 삶은 그렇게 조금씩 다시 이어지고 있다. /글 단정민, 사진 이용선 기자

2025-06-29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액 국비로 해야”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지자체가 지원금 매칭 예산 확보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열악한 지방 재정 형편을 감안, 전액을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지방비의 매칭 비율은 20%로, 상위 10%를 제외한 가정 하에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각 1300여억원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도 예산부서 관계자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역경제 추락으로 현재 세수가 부족한 상태라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않다“며 이는 다른 지방 정부들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이 더욱 좋지않아 ‘전액 국비’가 아니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당시 긴급행계자금 등에 필요한 재원을 전액 시비로 충당했으나,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부터는 구·군과 5대 5 비율로 지방비 매칭비 재원을 분담하고 있다. 시는 이번에도 구·군과 5대 5 매칭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9개 구·군 중 일부 구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모 구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예비비로 충당했지만, 지금은 예상되는 매칭 규모에 비해 예비비가 한참이나 모자라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시·군 민생지원금 매칭 비율을 5대 5, 6대 4, 7대 3 등의 비율로 검토하고 있으나 일선 시·군에서 의 반발이 거세 곤욕스럽다. 대구·경북에서 빚어지고 있는 지자체들의 민생지원금 애로는 전국에서도 엇비슷하자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나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액 국비로 반영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각자 지방채 등을 발행, 해결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진전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지방채 발행을 위해선 적정 내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소비진작 민생지원금을 주기 위해 지방정부가 빚을 낸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내 한 자치단체장은 “전 국민 지원금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지방정부의 재정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더러 빚을 내면서까지 지원금을 매칭하라는 것은 지방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며 13조2000억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쿠폰은 두 차례로 나눠 지급되며, 1차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 차상위 계층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지급한다. 이어 2차로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등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겐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84개 농어촌 인구소멸지역민에게는 1인당 2만원이 추가된다. /김락현·피현진기자

2025-06-29

잘 달릴수록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힘이 세질수록 책임도 커진다. 어린아이가 갑자기 거인의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무심코 흔든 팔에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학교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에서 10대 청소년의 총기 소지 허용 여부가 논란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책임을 크게 진 좋은 사례다. 1년에 1만 섬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고,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말며,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자손들에게 남겼다. 가문에 시집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만 입게 했다. 며느리에게도 가훈을 몸으로 받아들일 시간을 준 것이다. 집안 어른이 잔소리를 한마디 하면, 그것이 전달될 때는 두 마디, 세 마디로 늘어난다. 시장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주무관에게는 엄청난 압력이 될 수 있다. 시장이 의논하려고 한마디 하면 그것을 결정 사항으로 받아들이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자리가 높을수록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하물며 대통령이 하는 말의 무게는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64%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21%에 불과했다. 덩달아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이 43%, 국민의힘은 23%로 절반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만 국민의힘(41%)이 민주당(27%)을 앞섰을 뿐, 나머지 모든 시·도에서는 모두 민주당에 밀렸다. 부산·경남도 민주당이 우위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홈페이지 참조)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눈에 보인다. 그러나 ‘부자 몸조심’이란 말이 있다. ‘잘 나갈 때’, ‘가진 게 많을 때’ 절제해야 한다. 민주당의 기세는 국민의힘 덕분이다.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국민의힘이 잘못한 탓이다. 자만할 때가 아니다. 그걸 알아서인지, 이 대통령은 내년 선거에 전력을 다한다. 그는 부산에 해양수산부를 연내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부산 시장 출마가 유력한 전재수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했다. 추경으로 전국민 소비쿠폰을 뿌린다. 그렇지만 정권을 장악했다는 자만심을 감추지 못한다. 언행이 거칠다. 민주당은 지난주 국회의 핵심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야당과 협의해 온 전례를 무시했다. 국회의장과 나누어 맡던 법사위원장도 일방적으로 차지했다. 예결위원장, 문체위원장, 운영위원장도 선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증인·참고인을 한 명도 부르지 않고 끝냈다. 야당이야 뭐라건 이번 주에 임명할 태세다. 상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포함해 40개 법안을 모두 밀어붙일 예정이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다. 대통령도 같은 당이다. 거칠 것이 없다.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대통령실에 초청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에게 “젊은 비대위원장을 털면 안 나올 것 같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아무리 젊어도 국민의힘의 대표 자격이다. 대통령 말은 야당 의원이 하는 말과 다르다. ‘제왕’이라고까지 불리는 막강한 권력자다. “너도 한번 당해 볼래”라는 위협으로 들 릴 수밖에 없다. 김민석 후보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장관으로 추천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국민 검증 받으실 좋은 기회 얻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 비슷한 뉘앙스다. ‘너도 털릴 각오 해라’라고 주 의원을 위협하는 것으로 비친다. 주 의원도 그렇게 항의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대출 규제 방안을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과 금융위가 별개의 정부인가. 취임하는 순간 대한민국 정부의 조치는 모두 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를 보면 모두 취임 이후 내리막이다. 취임 직후가 가장 인기를 누렸다. 내리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추락 정도를 얼마나 늦추느냐가 관건이다. 원인은 대부분 스스로 만들었다. 실언과 실책으로 점수를 잃었다. 경계할 것은 야당이 아니다. 자신의 오만과 무절제가 적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6-29

삼성 오승환, 최고령 승리·홀드 눈앞 최고령 세이브 이어 3개 부문 꿰차나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끝판 대장'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KBO리그 최고령 승리, 홀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이 투수 3개 부문 최고령 기록을 달성할지 관심이 쏠린다. 1982년 7월 15일생인 오승환은 29일 현재 42세 11개월 14일의 나이로 최고령 승리, 홀드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승리는 송진우(당시 한화 이글스)가 2009년 4월 8일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달성한 43세 1개월 23일로, 오승환은 이 기록에 약 2개월 차이로 다가섰다. 오승환이 9월 중순 승리를 거두면 이 기록을 깬다. 최고령 홀드 기록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기존 기록 역시 송진우가 갖고 있다. 2009년 4월 11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 달성한 43세 1개월 26일이다. 달성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모친상 아픔 속에 스프링캠프 훈련을 모두 마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고전했다. 오랜 기간 회복과 컨디션 회복에 힘쓴 오승환은 지난 4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고, 두 번째 등판 경기인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홈런 포함 3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후 경기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26일 한화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승리, 홀드, 세이브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며 사자 군단의 허리를 책임진다. 역할도 달라졌다. 한동안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서 출전했던 오승환은 이제 접전 상황에서 나서는 핵심 불펜으로 등판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최근 부진한 모습 끝에 2군으로 내려간 김재윤을 언급하면서 "오승환을 이제 조금씩 중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 홀드, 세이브는 물론 승리도 노릴 수 있다. 최고령 세이브 기록은 이미 오승환이 깼다. 지난해 7월 27일 kt wiz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임창용(당시 KIA)이 갖고 있던 42세 3일을 넘어섰다. 아울러 그해 8월 11일 KIA전에서 42세 27일의 나이로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에도 세이브를 기록할 때마다 새 기록을 세운다. 한편 KBO리그 최고령 출장 기록은 2009년 9월 23일 송진우가 LG 트윈스전에서 기록한 43세 7개월 7일이다. 오승환이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선 내년 시즌까지 뛰어야 한다. 2024년 1월 삼성과 계약기간 2년, 총액 22억원에 계약한 오승환은 올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된다. 2026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지만, 최고령 출전 기록은 오승환의 현역 연장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고령 등판 2위 기록은 최영필(당시 KIA)이 2017년 5월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달성한 43세 18일이다. 오승환은 8월 중 이 부문 2위에 오를 수 있다. /연합뉴스

2025-06-29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더비 출전 선수 팬 투표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 홈런 더비 참가 선수를 뽑는 팬 투표가 7월 1일 시작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이번 컴투스 프로야구 홈런 더비 참가 선수는 100% 팬 투표로 선정한다"며 "투표는 7월 1일 오전 10시부터 7월 3일 오전 10시까지 KBO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후보는 올스타전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 중 29일 경기까지 1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한 전원이다. 올해 홈런 더비 방식은 소폭 변경됐다. 기존 아웃제 방식에 시간제 방식을 더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한다. 지난해엔 예선 7아웃, 결승 10아웃 기준으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우승했으나 올해부터는 제한 시간 2분이 추가된다. 아웃 카운트 규정은 병행 적용되며 예선과 결승에서 각각 1회씩 최대 30초의 타임을 요청할 수 있다. 홈런 더비는 7월 1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퓨처스(2군) 올스타전 이후 열리고 7월 12일엔 같은 장소에서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KBO는 이번 올스타전의 테마를 '올 포 베이스볼'(All for baseball·야구를 위한 모든 것)로 정했다. 아울러 대전의 명물인 빵과 엑스포, 홈 팀 한화 이글스의 상징인 불꽃놀이 등을 형상화해 올스타전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키 비주얼'을 만들었다. 지난해 신설한 퓨처스 올스타전 베스트 퍼포먼스상은 올해도 시상한다.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펼친 수상자는 상금 100만원과 부상을 받는다. 올스타전에선 공군 군악대의 애국가 연주와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클리닝 타임 특별 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2025-06-29

자그레브 WTT 컨텐더 중국 격파 임종훈·신유빈 2주 연속 혼복 우승

한국 탁구의 '환상 콤비'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가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자그레브 2025'에서 만리장성을 넘어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29일 오전(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대회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황유정-천이 조를 3-0(12-10 11-8 11-9)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임종훈-신유빈 조는 지난주 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에서 우승한 데 이어 WTT 시리즈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3월 첸나이 대회를 포함하면 올해 WTT 시리즈 세 번째 우승이다. 준결승에서 일본의 '오누이 콤비' 하리모토 도모카즈-하리모토 미와 조를 3-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임종훈-신유빈 조는 중국의 황유정-천이 조를 만났다. 작년 파리 올림픽과 올해 5월 도하 세계선수권(개인전)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했던 임종훈-신유빈 조의 찰떡궁합이 돋보인 경기였다. 신유빈의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왼손 임종훈이 날카로운 드라이브 공격을 펼쳐 첫 게임 듀스 대결을 12-10으로 따내며 기선을 잡았다. 10-9 게임 포인트에서 상대 공격에 듀스를 허용했지만,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2연속 득점했다. 2게임 들어서도 6-7 열세를 딛고 강한 공세로 3연속 득점해 9-7로 전세를 뒤집은 뒤 여세를 몰아 11-8로 이겼고, 3게임마저 11-9로 이겨 3-0 승리와 함께 WTT 시리즈 2주 연속 축배를 들었다. 임종훈은 앞서 열린 남자복식 준결승에선 같은 팀 후배인 안재현과 호흡을 맞췄지만, 중국의 황유정-쉬페이 조에 1-3(8-11 9-11 12-10 7-11)으로 져 2주 연속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1, 2게임을 잃은 후 3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따냈지만, 4게임을 7-11로 져 공동 3위에 주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또 여자복식 4강에 올랐던 유한나-김나영(이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조도 일본의 요코이 사쿠라-사토 히토미 조에 0-3으로 완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단식 준결승에 올랐던 안재현은 남자단식 4강에서 중국의 천위안위에게 0-3으로 완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2025-06-29

주역의 나무란

대구시 문화재 지킴이회(명예회장 이종원)는 지난 19일 이정웅 전 대구시 녹지과장을 초청해 ‘주역의 나무’를 주제로 회원 교육을 실시했다. 이정웅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周易)의 나무란 주제가 재미있고 유익해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의 나무란 주역에 등장하는 “지가관자, 막가관어목(地可觀者, 莫可觀於木)”이라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이 말의 뜻은 “지상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나무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군 신화의 신단수(神壇樹)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마을의 당산나무는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다. 나무의 씨앗은 비옥한 곳에 떨어졌든 메마른 땅에 떨어졌든 주어진 환경에서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산다. 온갖 장애물이 있어도 불평 없이 스스로 극복해 낸다. 주변의 사물을 특별히 의식하지 아니하고 과시욕이 없다. 그가 뿌리를 내린 곳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다양성의 아름다운 숲을 만든다, 피어나는 꽃의 색깔도 다양할 뿐 아니라. 항상 다른 나무와 공존하며 살아간다. 지혜롭게 후손을 남긴다. 수양버들은 종자의 솜털을 통해 멀리 날려 보내고, 참나무는 다람쥐나 새들을 도토리로 유혹해 땅속에 묻어 싹이 트게 하여 모수(母樹)와 경쟁을 피하게 한다. 지구상에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생명체다. 모하비 사막의 브리슬콘소나무는 5천 년을 살고 레드우드는 수고가 100m가 넘는다.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해치지 아니하고 공존하며 산다. 물과 태양만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으며,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기록 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후한의 채륜이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불경, 성서 등을 만들 수 있어 인류문명에 큰 변화와 학문의 대중화에도 이바지했다. 팔만대장경도 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강사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땔감이나 산사태 방지, 대기 중의 유해가스 흡수 등 공익적 가치로만 알지만 주역에서는 나무가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6-29

바람과 물길 따라, 청춘을 만난 하루

고산노인복지관(관장 박헌수)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노케어, 도서관 봉사, 스쿨존 교통지원, 보육시설 봉사 등 5개 사업단에 참여하는 373명의 어르신들을 인솔해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를 성공리에 마쳤다. 6월 4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와 울산 울주군의 대운산 치유의 숲을 무대로 했다. 매 여정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통도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적송들이 장관을 이루며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았다. 노송의 향기와 산속의 맑은 바람이 어우러져, 어르신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듯 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 고찰로,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린다. 특히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로, 대웅전에는 불상 대신 금강계단이 자리하며 부처님의 법신을 상징적으로 모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고요함과 신성함은 어르신들에게 평소와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점심은 따끈한 불고기 전골로 위로를 받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운산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울산 온양읍에 위치한 이곳은 온 몸을 감싸는 편백 숲의 향기와 맑은 공기로 유명하다. 어르신들은 해설사의 안내로 아로마테라피 체험에 참여했다.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편백, 라벤더, 유칼립투스의 향기를 조합하여 직접 천연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마음을 달래고, 편백 숲 산책과 체조로 몸과 마음이 한껏 활기를 찾았다. 아로마테라피는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 완화, 수면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은 “맑은 공기와 향긋한 나무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체험을 하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김기향, 정영화, 이성호, 김유나 복지사들이 한 분 한 분을 세심하게 챙겼다. 고산노인복지관은 매년 일자리 및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들이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어르신들이 다시 한 번 청춘을 느끼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람과 물길이 이끄는 대로,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도 푸른 희망이 흘러가길 바란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6-29

대구시민 향토대학, 새 둥지서 새 출발

대구시민 향토대학(학장 변시우)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대구 중구 명덕로타리 인근 대명빌딩 5층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1995년 출범한 향토대학은 그동안 지역 시민들의 평생학습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이전은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명덕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며, 쾌적한 강의 환경까지 더해져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요 오전반, 수요 오후반, 목요 오후반 등 3개 반으로 운영되며, 반별 주 1회, 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1교시는 인문학, 사회, 건강,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리고, 2교시는 음악 시간으로 꾸며져 흘러간 가요부터 최신 유행가까지 함께 배우고 부르며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배움과 여가가 어우러진 이 프로그램은 특히 중·장년층 수강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립 31주년을 기념한 개관식은 지난 6월 10일, 새 강의장에서 열렸다. 윤용희 원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향토대학을 위해 함께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더욱 활기찬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용원 원장은 “변시우 학장의 열정과 뚝심이 오늘의 새 출발을 가능하게 했다”며 “향토대학의 더 큰 발전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행사에서는 방종현 교수와 전선재 교수가 하모니카 연주와 축가를 선사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박재일(81세, 수성4가동) 씨는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바쁘게 지내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향토대학 덕분에 요즘 책을 읽고 음악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재일(81· 수성4가동) 씨는 “젊었을 땐 늘 생계에 쫓겨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향토대학 덕분에 책도 읽고 음악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김홍열(82) 씨는 “매달 마지막 주에 떠나는 고적지 답사가 마치 수학여행처럼 기다려지며, 이번에 새로 마련된 강의실은 깔끔하고 편리해 마음에 쏙 든다” 고 전했다. 향토대학의 강사진은 전·현직 교수, 지역 문화 인사,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강의 주제는 인문학, 사회복지,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 폭넓게 다루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분야까지 아우르며 수강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재등록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변시우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의 장이 아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1년간 시민들과 함께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왔다”며 “새롭게 마련된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 학장은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배움터를 제공하며, 배움의 즐거움이 삶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토대학이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시로 수강생을 모집 중이며,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10-3501-7027. /방종현 시민기자

2025-06-29

원동해 씨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원동해씨는 국영기업체에서 정년을 마치고 은퇴했다. 퇴직하고 얼마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늦잠을 즐길 수 있고 점심엔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부인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복지관 휴게실에서 신문을 보는데 로또복권을 다루는 심층 기사가 실렸다. 돼지꿈을 꾸고 샀더니 당첨되었다느니 두꺼비 꿈이 좋다느니 조상 꿈이 좋다는 둥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꿈에 나타나서 지난 주에 로또 복권을 한 장 사두었던 것이 생각나 확인도 할 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내 음성이다. “응 나요 책상에 지난주 사둔 복권이 있는데 찾아봐요.” 하니 잠시후 “찾았어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러보세요.” 준비가 된 모양이다. “알았어 그럼 부를 테니 잘 봐요“ 하며 당첨 번호를 부르기 시작한다. “13.14.17.32.41.42” 단숨에 부르자 그렇게 빨리 부르면 어쩌냐며 천천히 부르란다. “알았어 천천히 부를게 13은 있어?”하자 있다고 한다.“ 다음 14. 17은 있어?” 하자 있다고 한다. 원동해 씨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32는 있어?” “예, 그것도 있어요.” 아니 그럼 이거 다 맞는 거 아냐? 원동해 씨의 가슴 뛰는 소리가 자기 귀로 들리는 듯하다. “임자 천천히 잘 봐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마누라의 숨소리도 떨려온다. “사십일 일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41 있어요 그것도 있어요.” 재확인까지 한다. 이제 하나 남은 숫자 42가 문제다. 이것마저 맞는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42 있나 봐 봐 요.” “예 그것도 있어요.” 일순 머리가 하얘진다. “사사십 이 이가 확 확실해?” “예 42 맞아요.”원동해씨 목소리가 떨리다 못해 더듬기까지 한다. 이게 꿈이 아닐까 봐 허벅지를 꼬집어도 보았지만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옥황상제님, 일월성신님, 정녕 제게 이런 복을 주시는군요. 현직 때 눈 한번 딱 감으면 퇴직 후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친 보상을 이렇게 해주시옵니까?. 정녕 제가 814만 분의 1의 행운을 잡았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며 속으로 되뇌어 본다. 신문에는 이번 회 차는 두 사람이 당첨되어 당첨금액이 무려 68억 원이라고 나와 있다. 원동해 씨의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진 게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던 박 영감도 발아래로 보인다. 원동해 씨의 귀에 탄성 소리인 듯 마누라의 소리가 들려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여보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마누라가 진정이 되지 않는 눈치다. “임자! 내가 바로 집에 갈 테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복권 잘 가지고 있어요.”하자 “복권은 당신이 갖고 있잖아요” 한다. 아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두 사람은 지금 신문에 난 복권 일등 번호를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부인은 남편이 복권 가지고 당첨 번호를 부르는 줄 알았고 남편은 집에 두고 온 복권을 부인이 보고 부르는 줄 알았다. 원동해 씨의 꿈이 남가일몽이 되는 순간이다. 잠깐 동안이지만 68억 원을 가져보았다. 그 짧은 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하얘져 혼란을 느꼈다. 일등 당첨이 아니란 걸 알고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원동해 씨의 자조적인 넋두리가 이어진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내 이름을 가지고 ‘원통해’ 라고 놀렸는데 그때 이름을 ‘원일등’ 으로 바꿀 껄 헛! 헛! 헛! 웃음소리가 허공에 맴돈다.

2025-06-29

도립예술단, 도청 신도시 시대 ‘새 도약’

경북 도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경북도립예술단의 도청 신도시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도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간 내부 문제로 인해 도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예술단은 최근 경북도의 결정으로 2027년 8월에 도청 신도시로 이전한다.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시 도청 신도시로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립예술단은 여전히 대구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도립예술단은 국악단(창단 1992년)과 교향악단(1997년)으로 구성돼 총 149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교향악단은 대구 북구에, 국악단은 경북 고령군에 각각의 연습실을 두고 운영되고 있으며, 통합사무국은 대구 북구에 각각 위치해 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6년 9월에 도립예술단의 도청 신도시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17년 6월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건축비 등 253억 원의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전 작업이 지연돼왔다. 이전 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경북도는 도립예술단의 복무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도의회로부터 도립예술단 운영과 예산 낭비 문제를 강하게 지적받았다. 2018년에는 경북도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원들의 무단 외부 활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도의 부실한 복무 관리 실태가 지적됐다. 그동안 도립예술단 단원들이 언론과 각 기관에 제기한 민원 및 제보는 50건을 넘었다. 2019년에는 내부 갈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교향악단과 국악단 단원들 간의 합주 방해 등의 이유로 동료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과 진정이 이어졌고, 사무직 직원과 관련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형사 고발이 발생하며 예술단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도청 안팎에서는 도청과 예술단의 근거지 분산에 대한 문제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경북도는 총사업비 425억 원을 투입해 2027년 8월까지 도립예술단을 예천군 호명읍으로 통합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설계 공모를 진행한 결과, 올해 5월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발표됐다. 내년 4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같은 해 6월부터 건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립예술단은 예천군 호명읍 금능리 734-1에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약 6804㎡)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경북도는 고령군과 대구시에 분산된 시설과 기능을 통합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전문가는 “이번 이전 계획을 통해 도립예술단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경북도립예술단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민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마무리된 조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신임 사무국장 선임 등 조직을 재편하고, 단원들의 역량을 저하하는 운영 방식을 개선해 도립예술단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도립예술단이 제 역할을 다할 때 도민들은 더 많은 문화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립예술단이 이전할 도청 신도시에는 도립미술관, 유교경전각, 종가음식 체험관, 경북종합예술센터 등이 집중 배치되어 문화예술 벨트가 형성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도민들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한국 클래식 공연 문화, 서양처럼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서양권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면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클래식은 단순히 소비하는 고급 예술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클래식 음악은 자연스럽고 열린 문화로 뿌리내려 있으며, 예술을 지켜 나가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후원 문화도 활발하다. 개인, 가족,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후원이 일반화돼 있으며, 1달러 소액 기부부터 수십만 달러 고액 후원까지 누구나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후원자는 단순히 기부자가 아니라 공연의 공동 제작자로 여겨지며, 많은 공연장은 후원자 전용 좌석, 연주자와의 만남, 리허설 참관, 후원자 디너 같은 기회를 제공해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도록 한다. 클래식은 서양에서 하우스 콘서트, 요양원, 실버아파트 같은 생활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음악이다. 미국의 “Groupmuse”처럼 거실에서 옹기종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살롱 콘서트 플랫폼도 활성화돼 있다. 장애 접근성, 음료 지참 가능 여부, 입장료 같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며 누구나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게 한다. 독일은 요양원에 이동형 클래식 팀이 찾아가 연주와 해설을 들려주고 환자의 정서 안정과 사회성 회복, 인지력 자극까지 돕는다. 이런 프로그램은 문화부와 지방정부 지원으로 매년 수백 회 이상 운영된다. 반면 한국에서 클래식은 오랫동안 배워야 하는 예술, 정제된 공간에서 감상하는 고급 경험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아직 접근성, 교육, 감상 태도에서 구조적 차이가 뚜렷하다. 공연장은 수도권에 집중돼 서울·경기·인천이 전체 공연의 73%를 차지하며, 영남권은 14%, 호남권은 7%, 충청·강원·제주를 모두 합쳐도 6%에 불과하다. 지방에서는 기획 공연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관객들은 누가 연주하는지, 프로그램이 얼마나 친숙한지에 따라 공연장을 찾게 된다. 클래식은 여전히 전공자나 엘리트의 예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박수 타이밍, 드레스 코드, 예절에 대한 부담이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어렵고 딱딱한 장르라는 고정관념도 관객층을 좁히는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뿌리와 교육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서양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애초에 자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귀족과 시민 사회의 일상에서 출발해 대중화되었다. 반면 한국은 20세기 이후 서양 교육과 함께 클래식이 소개되며 배워야 하는 예술, 지적 훈련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교육 역시 서양은 학교 안에서 악기 수업과 오케스트라 활동 기회가 풍부해 음악이 생활 속 활동으로 스며들었다. 한국도 최근 학교 프로그램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 연마와 평가 중심의 구조가 강하고, 고가의 레슨비는 클래식을 일반 대중과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히 시작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가정형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고, 예술의전당은 야외 무대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을 열어 우연히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음악을 선사한다. 지역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 소규모 클래식 공연이 마련되며 새로운 관객층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공공기관과 예술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역 기반의 생활형 공연과 학교 감상 교육 강화, 소액 후원 문화 활성화 같은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클래식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삶 속 예술로 뿌리내릴 수 있다. 예술은 연주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시민이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2025-06-29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명품 중심 ‘2025 신라학 강좌’ 운영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심도있게 조명하는 ‘2025 신라학 강좌’를 운영한다. 이번 강좌는 박물관이 소장한 명품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해설을 제공해 신라 문화유산의 진수를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9월에 재개관하는 월지관과 11월에 열리는 ‘금관 특별전’을 기념해 월지 출토 문화유산과 신라의 황금 문화유산에 대한 특별 강의도 마련됐다. 신라학 강좌는 7월 2일, 월지관 재개관을 담당한 이현태 학예연구사의 ‘안압지에서 동궁과 월지로’라는 주제로 시작해, 12월 17일까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총 9회에 걸쳐 진행된다. 단순한 문화유산 소개를 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독자적인 연구 성과와 차별화된 시각으로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함께 조망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국립경주박물관의 명품 문화유산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강의 당일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강당에서 현장 접수(선착순 100명)가 가능하다. 강의 자료는 매 회 무료로 배포되며, 국립경주박물관 블로그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올해 신라학 강좌를 통해 신라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재개관하는 월지관과 금관 특별전과 연계된 강의를 통해 새로운 전시를 미리 경험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강좌 일부를 토대로 내년에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로 발간할 계획이며, 이는 경주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전시물을 더욱 자세하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훌륭한 노인 되기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다. 프로듀싱 하고 있는 음원이 있어서 처음 가 보는 스튜디오에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사장님께 주차를 문의드렸고, 사장님은 건물 앞에 공간이 비어있다면 주차를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건물 앞에는 내 차가 겨우 들어갈 만 한 협소한 공간이 있었고 나는 여러 번 차를 왔다 갔다 하며 힘겹게 주차를 마쳤다. 그런데 내 차가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노인이 한 명 있었다. 차에서 내리려고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노인은 다가와 짜증스럽게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왜 여기다가 차를 대, 차 빼(요).” 내가 ‘요’라는 글자를 괄호 안에 넣은 이유는 그 ‘요’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반말과 존댓말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 퉁명스러운 말에 나도 기분이 상했다. 스튜디오 사장님이 여기 대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거기는 세입자고, 내가 건물주요. 빨리 차 빼(요).” 건물주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짜증났고 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를 명령조의 말도 짜증났는데 거기에 노인은 다시 왔다 갔다 하며 차를 빼고 있는 내게 혼잣말을 가장한 훈계와 재촉을 뱉어대고 있었다. 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고 돌아와 여전히 거기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선생님께서 건물주건 하느님이건 내가 반말과 명령을 들을 이유는 없으니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을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내 뒤통수를 향해 노인은 뭐라 뭐라 소리를 질러 댔는데 굳이 귀기울여 듣지는 않았고, 해프닝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아마 그 노인은 내가 스튜디오를 떠난 뒤 스튜디오 사장님을 찾아가 내 이야기를 하며 버르장머리니 싹수니 하는 말을 꺼내며 욕을 해댔을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장유유서’라는 말이 존재하고 연장자에 대한 공경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많은 연장자들이 공경을 복종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공경이라 함은 존경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공손한 태도일 것이다. 연장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존경하기 힘든 언행 앞에서마저 깍듯이 대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공경이라는 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좀 더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면 상대의 무례마저 너그러이 품어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 정도의 인간은 되지 못한다. 내가 갖고 있는 아량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에게 베풀 것들을 아끼고 아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게 중요한 사람들을 좀 더 너그럽고 따뜻하게 대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처지이다. 하필 그런 내가 예의 없는 노인을 만났고, 노인 입장에서는 하필 간장종지 정도의 그릇을 가진 나를 만나는 바람에 서로가 그 날의 상당부분을 불쾌한 마음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여러모로 못난 구석이 많은 나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 먼저 와서 나보다 먼저 삶을 일구고 산 사람들을 공경하고 싶은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일군 세상이 비록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더라도 어쨌거나 그곳에서 내가 자랐고 그들의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 속에서 가르침을 얻으며 부족하게나마 성장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를 차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가급적이면 앞선 세대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그런 마음들이 가치 있는 것이라 가르치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태도를 받아내기가 비교적 쉬운 나라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전쟁영웅이 되어야 하고 산업역군이 되어야 하며 거기다 고매한 인품과 현재의 훌륭한 사회적 지위까지 갖추어야 받아낼 수 있는 것들을 이 나라에서는 아주 약간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 아니 그저 무례하지 않게 대하는 것 정도로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만 배웠지, 어른이 된 다음에도 훌륭한 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은 배워본 적이 없었다.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말은 있는데 착하고 건강하게 잘 늙으라는 말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대를 상향시키는 논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어쨌거나 사회는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평균수명은 늘어나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아마 인생의 순간순간 좋은 인간인 상태를 유지해내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지 않을까. /강백수(시인)

2025-06-29

좋은 사람들

당신은 당신을 기꺼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흔한 수사적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은 것. 그것으로 충분할까? 더 적극적인 선의는 대체 무엇일까? 이렇듯 막상 좋은 사람의 기준을 정하려면 막막해진다. ‘좋음’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해 보려는 순간, 자신을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이 어쩐지 민망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쁜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당신은 머리에 뿔이 돋았거나 사악한 웃음을 짓는 만화 속 악당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혹은 등 뒤로 욕망을 감춘 음흉한 얼굴, 삐딱하게 구부러진 자세 같은 것들을 조합하며 어디서 본 듯한 악인의 상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이것은 꽤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 매일 마주치는 동료 모습 속에서 그 단서를 발견하는 날이 생긴다. 점심 메뉴를 독단적으로 정하는 직장 상사에게서 ‘사실은 이 사람이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찾아온다. 재밌는 것은 자기 자신이 ‘좋은 사람’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일도 꽤 어렵다는 점이다. 타인을 선악의 기준에 두는 것보다 나 자신을 그 안에 놓는 것이 훨씬 더 껄끄럽다. 선과 악의 경계는 언제나 흐릿하고 상황과 입장에 따라 흔들리기 마련이다. 나는 나의 서사와 당위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므로, 나 자신을 정의하는 일은 언제나 유보되고 만다. 미국 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는 이러한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 ‘로드’는 문명이 붕괴한 세계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남쪽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을 그린다. 실제로 매카시에게는 늦은 나이에 낳은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아홉 살이던 해 그는 아들과 여행을 떠났다. 호텔 방에서 아이는 곁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고 그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 순간 그가 본 세계는 폐허였다. 치솟는 불길에 모든 것이 전소된 세상과 자신의 옆에서 잠든 아들. 소설 ‘로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설 내부에서 중요한 상징 가운데 하나는 ‘불’이다. 그들이 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지점으로 작동한다. 추위와 어둠 속을 걷는 이들에게 불은 실제로도 생존의 수단이다. 동시에 이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라는 남자의 말은 단순한 생존 의지를 넘어서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어떠한 신념에 가깝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약탈하며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그들을 마주할 때면 남자는 망설이지 않는다. “내 일은 널 지키는 거야. 하나님이 나한테 시킨 일이야. 너한테 손을 대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죽일 거야.” 그러자 소년은 묻는다. “우리는 지금도 좋은 사람들인가요?” 그러한 질문에 남자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그래. 우린 지금도 좋은 사람들이야.” 소년에게 남자가 반복해서 들려주는 말은 실제로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보증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소년은 계속 질문한다. 이유는 하나다. 그 말이 진실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다. 선함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어야만 하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끔찍한 소식이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선언은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게 어디 있어, 하고 냉소하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먹구름에 가려져 앞을 가늠할 수 없을 때에도,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건 각자의 마음속에 남은 작은 불이다. 그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야. 그것은 불을 최초로 발견한 인간이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을지도 모를, 인류가 끝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최후의 주문인지도 모른다. 분노와 단죄가 팽팽하게 맞서며 서로를 잠식하는 시대에 그 말은 더 이상 증명되지 않는 가치이며 동시에 증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제 당신은 기꺼이 당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 머뭇거림이야말로 당신을 선함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만든다. 어렵지만 간절히 바라는 일이지 않은가.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안희연, ‘불이 있었다’)”라는 시인의 문장처럼. /문은강(소설가)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