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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믿고 이사 왔는데”⋯흔들리는 대구·경북 소비지도

김재욱 기자
등록일 2026-05-13 15:36 게재일 2026-05-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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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5개 점포 영업중단·매대 곳곳 텅 비어
상인점 주민 “장보기도 막막”⋯상권 연쇄 타격 우려
“대형마트도 못 버티는 경기” 지역 소비 침체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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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이 잠정 중단한 가운데 13일 오전 홈플러스 대구 상인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과 매장이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김재욱기자

“홈플러스 하나 보고 이사 왔는데, 이제 장보기도 겁납니다.”

12일 오전 찾은 대구 달서구 홈플러스 상인점. 매장 입구에는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주차장 진입로 앞에서 차량 여러 대가 그대로 방향을 돌렸다. 상인동 한 아파트 주민은 “아이 키우는 집은 대형마트 접근성을 중요하게 보는데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하니 동네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홈플러스 상인점에서는 임대매장이 정상 영업 중이었지만, 약국 등 몇몇 점포는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임대 비용을 냈기에 운영은 하고 있지만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홈플러스 구조조정 여파가 대구·경북 소비 지도를 흔들고 있다. 지역 핵심 점포들이 줄줄이 멈춰서면서 주민 불편은 물론 상권 침체와 고용 불안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7월 3일까지 전국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상인점을 비롯해 경산·포항·포항 죽도·구미점 등 5곳이 포함됐다. 지역 점포 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점포 운영이 사실상 멈춘 셈이다.

현장 분위기는 이미 침체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일부 점포에서는 냉장식품 코너가 텅 비어 있었고, 비어 있는 매대에는 주방용품과 캠핑용품 등이 임시 진열돼 있었다. 행사 안내판은 그대로 붙어 있었지만, 상품이 빠진 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계산대 상당수는 불이 꺼져 있었고 카트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10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홈플러스 상인점의 모습. /김재욱기자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사이에서는 “갈 때마다 물건이 줄어든다”, “정상 영업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한 60대 주민은 “온라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대형마트 의존도가 큰데 앞으로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홈플러스 측은 납품 축소와 상품 공급 차질 영향으로 핵심 점포 중심 운영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기업회생 절차 이후 일부 거래업체들이 납품 조건을 강화하거나 공급 물량을 줄이면서 일부 점포 매출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역경제 파급력이다. 대형마트는 단순 쇼핑 시설이 아니라 주변 식당과 카페, 병원, 학원, 생활 서비스 업종 유동 인구를 함께 떠받치는 생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특히 달서구 상인동처럼 대규모 주거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형마트가 생활 인프라 자체로 인식돼 왔다.

상인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 씨(45)는 “마트 손님들이 식사까지 함께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지금도 경기가 어려운데 주변 상권까지 타격을 받으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업 중단 점포 직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희망자는 다른 점포로 전환 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구조조정 전 단계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대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점과 대구스타디움점, 내당점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동촌점도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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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대구 남구 홈플러스 남대구점이 반찬 코너 식품이 진열돼 있어야 할 냉장고에 용기들로 채워져 있다. /황인무기자

지역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 이상의 신호로 보고 있다. 제조업 침체와 인구 감소,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 기반까지 흔들리면 지역 소비가 수도권 온라인 플랫폼으로 더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역에서는 “마트 하나 문 닫는 문제가 아니라 동네 소비 축 자체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형마트가 신도시와 택지지구 성장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유지조차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도 버티지 못하는 경기라면 지역 상권 전체가 위험 신호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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