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상수원보호구역에 수소산단…울진군, 진짜 모르고 했나, 알고도 밀어붙였나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6-05-12 19:22 게재일 2026-05-13 2면
스크랩버튼
감사원 감사 통해 정확한 실상 군민들에게 알려야
울진군이 제시한 3가지 대안 실현 자체 미지수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사실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4000억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가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던 울진군이 뒤늦게 큰 난관에 봉착하자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독자제공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사실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4000억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가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던 울진군이 뒤늦게 큰 난관에 봉착하자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 사업을 환영했던 군민들은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켠에서는 진짜 모르고 진행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밀어붙인 것인 것인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상세하게 군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군이 급한 대로 마련한 3가지 대안도 실현 자체가 미지수여서 논란이다.

실제, 울진군이 검토하는 첫 번째 대안인 남대천 취수장에서의 취수 방식 변경 가능 여부도 한계가 있다. 이 방안은 현재 물을 복류수 취수방식에서 표층지하수로 변경하는 것이다. 수도법 시행령에 따라 표층지하수로 취수원을 바꾸면 규제 지역을 반경 1km 이내로 축소할 수 있어 일단은 긍정적으로 들여다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보다 디테일한 면으로 다가가면 달라진다. 취수 방식을 새롭게 하려면 취수정, 집수정, 송수관로, 정수시설 등을 갖추는 데만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울진군이 상수원 보호구역에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조성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 때문에 진짜 모르고 진행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밀어붙인 것인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상세하게 군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독자제공

그러나 현재 울진군에는 이런 비용조차 제대로 추계도 안 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표층지하수는 단기 취수는 가능하지만, 갈수기 염분 침투로 인한 수질 변화 영향이 커 대규모 산업단지 인근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복류수 방식을 채택,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질 안정성 유지가 쉽고 자연적인 여과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표층지하수로 바꾼다면 주민들이 쉽게 동의해 줄지도 의심스럽다.

기존 남대천 취수장을 공업용수로 전환하고 왕피천 취수장을 확장해 군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두 번째 계획도 쉽지는 않다. 이 방안은 공업용수 전용 시설 경우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해제가 가능하다는 법의 원용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새로운 취수장을 만들거나 확장하려면 환경영향평가, 중앙정부와의 협의, 주민설명회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해 착공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원자력수소산업단지를 만든 후 산업시설을 가동시키겠다는 목표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십 년간 주민들의 생명수를 책임져온 멀쩡한 남대천을 공장용수 공급처로 변경하겠다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

세 번째 안은 산단에 대한 계획 변경이다. 이는 46만평을 원 샷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단지를 조성해 나가는 안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에 걸리지 않은 지역부터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세 가지 방안 중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안은 규제에 저촉되는 27.7%의 부지를 제외해야 해 산업단지 전체의 조화로운 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반쪽 개발이라는 악영향이 나타나면 산업단지 특성상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초기 입주율을 끌어올려 산단 전체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애초 복안에도 치명상이다.

계획 변경 시 정부가 예타 면제 부분을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상존한다. 예타 면제는 특혜적 소지가 있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권이 퇴진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LH가 몽니를 부린다면 사정은 더 복잡해진다. 현 정부와 궤도를 같이하는 LH로선 전임 정부에서 한 사안이고 계획이 크게 수정되면서 당기손익이 애초 목표에 미달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탈할 수도 있는 것. 울진군 입장에선 이 경우가 최악이 국면이다. 계약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양이 담보되지 않는, 그것도 울진까지 가서 사업을 할 시공사를 다시 찾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울진군의 생각대로 일처리가 잘 되어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적 피해자는 군민들임은 자명하다. 취수 방식을 변경하거나 취수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추가 예산은 결국 울진군민을 포함한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어야 하며 공기가 상당 기간 연기가 늦춰지면 ‘수소 수도 울진’이라는 원래의 기대 목표 성과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모두가 상수원보호구역 이격거리도 살피지 않고 일 처리를 한 울진군 담당업무 라인과 상급기관, 정부 부처의 소홀함이 빚은 결과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