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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도 안 팔린다⋯사라진 5월 특수에 화훼업계 ‘한숨’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6-05-13 15:36 게재일 2026-05-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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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꽃시장의 한 상점에 카네이션이 진열된 모습./ 황인무 기자

“예전 같으면 어버이날 지나고도 스승의 날까지 정신없이 바빴는데, 올해는 손님 구경하기도 힘듭니다.”

1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꽃시장은 붉은색과 분홍색 카네이션으로 가득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매대 앞을 오가는 손님보다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5월은 화훼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이어지며 카네이션 판매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예년과 확연히 달랐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꽃값과 포장 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상인들은 “5월 특수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초 졸업식과 입학식 때도 꽃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5월마저 매출 회복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상반기 장사를 망쳤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부 꽃집은 판매 부진을 우려해 예년보다 준비 물량 자체를 줄이며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버이날 이후에도 스승의 날까지 카네이션 수요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관련 주문이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스승의 날 문화가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처럼 학생들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거나 학부모가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은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특히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꽃이나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일부 학교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기념 행사 자체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카네이션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도 화훼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모바일 메시지나 간단한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카네이션 중심의 전통적인 소비 패턴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비닐과 리본, 포장지 등 꽃 포장에 필요한 자재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상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판매는 줄고 원가는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수십 년째 칠성꽃시장에서 장사해 온 한 상인은 “예전 5월이면 카네이션 주문이 몰려 밤늦게까지 작업했는데 이제는 진열한 꽃이 다 팔릴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꽃값보다 포장 재료값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선거철 특수도 실종됐다. 과거 지방선거나 총선 시즌이면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출정식 등에 축하 화환 주문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입후보자들이 축하 화환이나 화분 등을 정중히 사양하면서 관련 주문도 크게 줄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보여주기식 행사와 과도한 축하 문화에 대한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꽃시장 상인들은 “예전에는 선거철만 되면 화환 주문으로 숨통이 트였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졸업·입학 시즌도 조용했고 5월 특수까지 사라지면서 장사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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