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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산사태 등 장마철 재난에 철통 대비해야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진 가운데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도내에서는 안동시 풍천면과 김천시 남면에서 일부 도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포항시 청하면에서는 도로에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예천군 감천면에서는 산사태 위험 등으로 주민 12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지난해 예천, 봉화, 영주, 문경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18명이 숨진 참사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한 가운데 또다시 장마철이 돌아왔다. 지난해 악몽을 떠올리며 행여 우리집 주변에서 산사태가 발생할까 봐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아직 주변에 있다. 최근 일어나는 산사태의 주요 원인은 집중호우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7∼8월 하루 강수량이 100㎜ 이상 기록한 횟수가 경북 북부권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지난해는 무려 13회나 됐다. 최근 33년 중 2002년(22회) 빼고는 가장 많은 횟수다. 집중호우가 산사태 발생과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통계다.또 경북은 산림청이 작성한 산사태 위험지도에 따르면 산사태 가능성이 매우 높은 1등급과 2등급 면적이 강원도 다음으로 많아 전국에서 두번째다. 문제는 지난해 북부권 산사태 사례처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받지 않은 곳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기상이변에 따른 불규칙한 집중호우는 이제 어떤 장소에서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재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산림면적이 넓은 경북도는 여름 장마철과 태풍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2022년 포항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힌남노 사태는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재난은 대비만 잘하면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철통같은 점검과 안전대책 마련만이 인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각 가정도 긴장감을 유지하고 당국이 전하는 폭우관련 소식에 귀 기울이고 집 안팎의 안전을 살펴야 한다. 기상청은 올해는 해수면 고온현상 등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했다. 민관이 합심하여 재난 대응에 나서면 재난극복 못할 것도 없다.

2024-07-01

대통령은 왜 자꾸 적을 만들까

김진국 고문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요지경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대통령 편과 반대 편으로 갈라 싸우니 모두 불안하다. 특정 정당이 누구를 대표로 선택하건, 어떻게 뽑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좌충우돌해 국정이 표류하면 그 피해가 곱다시 국민에게 돌아온다.윤석열 대통령은 왜 번번이 이인자를 칠까. 이인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인가. 아니면 인기가 있다 싶으면 대통령에게 기어오르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문제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2개월가량 흘렀다. 그동안 국민의힘 대표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과 유쾌하지 않게 헤어졌다.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라는 말로 윤 대통령을 띄우며 손을 잡았다. 그러나 윤 후보가 잇단 실수를 하자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가 ‘상왕론’이 불거지며 결별했다.이준석 의원과의 갈등은 요란했다. 이준석 당시 대표는 “8월에는 버스가 떠난다”면서 윤 후보의 입당을 압박했다. 신당까지 고려한 윤 후보는 기분이 상했을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지방에 간 틈을 타 윤 후보가 입당하면서 ‘패싱입당’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 과정에 두 사람은 갈등과 화해를 거듭했다. 결국 선거 이후 ‘윤핵관’들이 ‘내부 총질’한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쫓아냈다.유승민 전 의원과는 후보 경선부터 감정이 많이 상했다. 유 전 의원은 천공문제 등을 제기하며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단일화하고, ‘공동정부’에 합의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은 항상 견제와 배제 대상이었다.이준석 대표가 물러난 뒤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초선의원들까지 동원해 연판장을 돌리고, 나 의원을 ‘이지메(집단 괴롭힘)’해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김기현 의원 손을 들어주게 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총선 불출마 를 요구했지만, 대표직 던지며 겨우 공천을 건진 경우다.그렇게 곡절을 거쳐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했다.그러나 총선이 한창일 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대처 문제를 놓고 또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사퇴를 요구하고, 한 전 위원장은 거부했다. 눈 속에서 화해했다고 하지만 결국 그 앙금이 한동훈 몰아내기 전당대회로 이어졌다. 그 대타가 나경원 의원인가 했더니, 역시 이번에도 아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 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라고 알려져 있다.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걸 굳이 나무랄 생각은 없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견제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걸어온 행적을 보면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을 쳐내면 누가 남을까. 더구나 왜 쳐냈는지, 꼭 쳐내야 했는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대통령의 그동안 선택은 누구를 좋아해서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죽이기 위해 무리하게 나선다. 타깃을 먼저 정하고, 저격수를 찾는 방식이다. 쪼개기 정치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약체 집권당이다. 108명의 의원 가운데 8명만 빠지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 탄핵 저지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걷잡을 수 없이 탄핵 국면으로 밀려간 것을 ‘최순실 사태’로만 설명할 수 없다. ‘레이저’ 쏘기, ‘진박 감별’, ‘배신자 프레임’, ‘옥쇄 들고 나르샤’로 알려진 공천 파동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전혀 예상 못 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무려 집권당 소속 의원 62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윤 대통령 지지도는 20%대 초반이다. 집권당은 물론 지지세를 더 넓히지 못하면 남은 3년도 편하지 않다.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굳이 집권당 대표 경선에 적대적으로 개입하는 이유가 뭘까. 누가 집권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을까. 대통령 가족을 보호하는 일도 꼭두각시 대표가 더 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6-30

코로나19 유행 조짐?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CNN방송은 지난 28일 여름철을 맞아 미국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보도를 했다.이 방송은 미국내 최소 38개 주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료된 이후 더 이상 감염 사례를 집계하지 않고 있으나 병원 응급실 기록에서 감염 증가세가 포착된다는 설명이다.“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이 는다는 외신에 괜스레 걱정이 가슴을 억누른다. 자라는 몸 길이 30㎝로 거북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 육식성으로 이빨이 날카롭고 강해 사람의 손가락을 물면 절대로 놓지 않으며 잘라 버릴 수도 있다. 자라 등처럼 생긴 솥뚜껑을 보고 놀란 가슴이 된다는 말은 어떤 것에 한번 혼이 나면 비슷한 것만 봐도 지레 겁을 먹는다는 뜻이다.코로나19는 2019년 중국의 우한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번진 바이러스성 유행병이다. 발견된 지 두달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고, 3월에는 팬데믹(범유행 전염병)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코로나19 사태는 공식적으로 종식이 선언되기 전까지 전세계 인구의 10%가 넘는 7억9000만명이 감염됐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는 부지기수다. 21세기 이후 전 지구촌을 집어 삼킨 최악의 전염병이라 할 수 있다.미국에서 벌어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증가세가 국제사회가 걱정할 정도의 위험한 수준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가볍게 보아서도 안 될 일이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의 트라우마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6-30

안동·포항, ‘전염병 백신산업’의 메카로 부상

정부는 지난주 안동·포항을 비롯해 인천·시흥(경기), 대전, 춘천·홍천(강원), 화순(전남) 등 5곳을 바이오 특화 단지로 지정했다. 안동·포항과 화순은 백신생산, 인천·시흥은 의약품 제조, 대전은 신약 연구·개발, 춘천·홍천은 AI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가 구축된다. 특화단지로 지정된 곳은 인허가 신속 처리(타임아웃제),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 지원이 이뤄진다.지난해 구미와 포항이 각각 반도체·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도는 앞으로 도내 거점도시 산업구조를 미래동력 산업으로 개편할 수 있게 됐다.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에는 이미 우리나라 백신산업의 선도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국가첨단백신기술센터,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등 백신생산 인프라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으며, 포항의 융합기술산업단지와 지곡연구개발 밸리도 국내 최고 수준의 백신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안동과 포항에는 앞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 등 백신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구·경북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낀 것처럼 백신 개발은 국민생명과 직결된다. 경북도로선 지난주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안동에 분원을 낸 데다, 바이오 특화단지로까지 지정됨으로써 백신산업 발전에 날개를 달았다. 정부 지원에다 IVI의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활용하면, 신흥시장과 기술개발에 앞서갈 수 있다. 한국에 본부를 둔 유엔기구인 IVI는 40여 개국 출신 350여 명의 과학자가 포진해 있다. 현재 백신이 없는 전염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세계 백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바이오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특정 국가나 도시의 성장동력을 견인하고 있다. 안동과 포항이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백신과 면역치료 산업분야에서 선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는 물론, 경북도내 정치권도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

2024-06-30

어느 동승(童僧)의 경우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첫 머리에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깊게 행하실 때 오온(五蘊)이 모두 공함을 밝게 보시고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셨다”는 구절이 나온다.이 구절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반야심경’ 전문의 의미는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오온’이라 함은 인간의 실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일컫는다.수삼 년 전부터 나는 이 문구에 붙들려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여러 해설서와 강의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리하여 대구 도심에 자리한 작은 사찰을 찾아 스님들의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그러던 차에 이탈리아의 양자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의‘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2023)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그때 시작한 불교 공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천수경’ 강연을 청강하고 있다. 사찰 1층에 마련된 제법 큰 강의실 벽면에 인상적인 그림 한 점 걸려 있다.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까, 하는 동자승이 징검다리 위에서 무엇인가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커다란 바위 위에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올린 돌무더기, 아니 돌탑이다.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마주치는 돌무더기로 이뤄진, 소원을 기원하는 고졸한 탑이다. 그림의 동승은 간절한 눈으로 돌탑의 정수리를 쳐다본다.그의 표정과 눈빛은 진지함을 넘어서 무엇인가 깊이 원망하거나 혹은 갈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자승을 휘감고 있는 저녁 햇살이 따사롭지만, 그는 그것을 전연 느끼지 못한다.하얀 고무신에 자주색 바지 그리고 연푸른색 저고리를 입고 파르라니 깎은 작은 머리가 정갈하다. 어떻게 그는 이곳에 흘러들게 되었을까?! 그의 부모는 누구였으며, 왜 어린 그를 절에 맡겨두고 어디로 떠나간 것일까?! 동승이 희구하는 혹은 원망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오래도록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나만 빼놓고 다 이상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 얼마 전이다.왜 그런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기초적인 문제 하나를 두고도 우리 모두는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쳐 각자 고유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을 단출하게 줄이는 방법은 독재와 전체주의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젊었던 시절에도,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나의 생각과 판단과 습속과 행위는 하나의 굳건한 표준이라고 확신했더랬다.그런데 이제는 그런 믿음이 신기루에 지나지 않으며, 설령 누군가 그것을 공인한다 해도 쓸모없음을 깨우치게 되었다.나의 눈에 비친 대상과 그것이 불러오는 느낌과, 그것에 기초한 생각과 행위, 그리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인식작용의 허망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 셈이다.오온의 작용에 담긴 무상과 상호관계, 거기서 파생하는 번뇌 망상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 같은 동승을 보면서 그가 하루속히 평정심과 무아에 도달하여 득도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4-06-30

대구치맥페스티벌, 세계인의 축제로 가자

대구 대표 여름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이 3일부터 5일간 대구 두류공원과 평화시장, 두류 젊음의 거리 일원에서 열린다. 2013년 치킨산업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시작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11번의 축제를 거치면서 이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했다. 외국인을 포함해 축제 기간 동안 국내서는 드물게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형축제로 커졌다.문화관광부가 전국 1200개 축제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2020년부터 연속 5년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문체부 평가에 따르면 축제 재방문 의향과 추천 의향 부문에서 1위로 나타난 축제다. 치킨산업의 본고장과 무더위 때문에 붙여진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절묘하게 조합되면서 대구의 치맥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젊은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유발했다.지역축제란 원래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대변하는 행사다. 6·25전쟁 후 피폐해진 경제환경 속에 국민적 먹거리 발굴에 나설 때 대구에서는 닭고기 산업이 태동하게 된다. 이를 배경으로 대구는 치킨프랜차이즈의 본산으로 떠올랐고 지금도 교촌치킨, 대구통닭, 땅땅치킨 등 전국 유명 브랜드의 다수가 대구에서 성장한 업체들로 꼽힌다.올해로 12번째 맞는 치맥페스벌은 이제는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해야 한다. 치맥페스티벌 조직위도 올해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섰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보자. 축제 슬로건도 ‘It’s summer, Let’s CHIMAC’이다. 축제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도시의 브랜드를 세계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일뿐 아니라 도시의 국제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독일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티벌은 맥주축제를 넘어 독일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알리는 국제축제로 관광객을 부른다.대구치맥페스티벌이 국제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 구성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체부 선정의 국가대표 글로벌 축제에도 뽑혀야 한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역사성과 전통성에서도 우수하다. 세계인이 찾는 축제로 가기 위한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있길 바란다.

2024-06-30

제조 본원경쟁력과 개선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한국철강협회의 최근 철강경기 동향을 보면 중국의 열연코일 유통가격이 2022년 5월 t당 800달러를 기점으로 수요 약세와 경기침체로 지속 하락하여 현재 500달러 대로 떨어진 가운데 수요 회복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엔저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철강재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있어 수입산 철강재의 가격 압력과 내수시장 침체로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하였다.그러다 보니 지난 3월 포스코그룹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장인화 회장도 핵심사업인 철강과 2차전지 소재의 본원경쟁력을 강화하여 그룹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데 가장 역점을 두겠다고 하였다.이를 위해 철강 사업의 초격차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이차전지 소재산업은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경쟁력을 갖춰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는 한편 사업 회사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본원경쟁력은 기업의 본질(本質)에서 출발한다. 본질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도끼(斤) 2자루로 돈(貝)이 되는 근본(本)’으로 풀이된다. 원시시대는 도끼를 사용하여 사냥을 하였고 조개 껍질을 화폐로 사용하였기에 도끼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을 본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기업도 설비라는 도구로 돈을 버는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남보다 싸게 만들어 고객이 필요 한 때 공급’ 하는 것으로 Quality·Cost·Delivery(Q·C·D, 품질·납기·원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본원경쟁력이다.필자가 도요타 자동차 연수를 갔을 때 현지 임원의 첫 질문이 ‘포스코는 Q·C·D 중 세계 일등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있다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었다. 당시 일본 도요타자동차 관동 공장에 LG직원 4명과 포스코 직원 4명이 같이 장기 연수를 받고 있었는데 연수를 받기 시작한지 몇 개월이 지나서 강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왜 LG직원들은 원가 이야기를 하면 금세 몰입이 되는데 포스코 직원들은 안전 환경 등 다른 이야기를 하고 몰입이 잘 안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그 이후 또 몇 달이 지나 본인이 이유를 알았다고 하면서 한 말은 ‘포스코는 한번도 적자를 경험하지 못한 부잣집 막내 아들이라 그렇다’라는 말을 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칠판에 양동이 그림을 그려 하부에 구명을 뚫고 위에서 들어오는 물과 하부로 새는 물이 차있는 그림을 그렸다. 들어오는 물이 많으면 항상 양동이에 물은 줄지 않지만 기업이 어려워지면 들어오는 물이 줄기 때문에 양동이에 물이 줄기 시작하고 기업은 적자가 된다는 것이다.그래서 항상 양동이에 물이 마르지 않게 물이 많이 들어오게 하는 것은 경영진과 마케팅의 역할이지만 나가는 물인 원가를 줄이는 것은 현장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전원이 지혜를 발휘하는 개선이라고 하였다.포스코도 현장 개선 활동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안전 환경 중심으로 붙임이 있기는 하였지만 제조 과정의 낭비를 제거하여 세는 물을 줄이는 것은 늘 기본이었다.앞으로 도 더 격화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원이 참여하는 개선 활동이 절실하다.

2024-06-30

디지털 교과서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유영희 작가 헬렌 켈러의 스승 앤 설리번은 진정한 교사의 표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학습이 문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못 보고 못 듣고 말하지 못하는 헬렌 켈러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도왔다. 물론 현대 사회의 대중 교육 상황에서 개인 교사 설리번의 교육을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지만, 진짜 학습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그런데 내년부터 종이 교과서 대신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한다. 시행 첫해에는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부터 시작하여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등의 과목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작년 8월에 나온 AI 디지털 교과서 가이드라인을 보니, ‘500만 명의 학생에게 500만 개의 교과서’를 제공한다는 구호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500만 개의 교과서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코로나 팬데믹 때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가 낮아졌다는 보고가 많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는 온라인 수업과는 성격이 달라서 섣불리 비교할 수는 없다. 온라인 수업은 종이 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소통 채널만 온라인으로 한 것인데 비해, AI 디지털 교과서는 개인별 맞춤 교과서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자의 수준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제공해주는 교과서 자체는 모두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공급된다. 그러니 개인별 맞춤 수업이라고 해도 일방적인 학습 도구만으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게다가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눈도 나빠진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3시간 18분이라고 한다. 잠자는 시간, 학교에 있는 시간을 빼면 활동 시간 10시간 중 1/3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디지털 기기에 집중하면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서 눈 건강이 나빠진다고 하니,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하면 청소년 눈 건강이 악화될 것은 뻔하다. 게다가 작년에 스웨덴은 디지털 도구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저해한다는 유명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 발표에 힘입어 디지털 교과서에서 종이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뉴스를 보니,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더 염려스럽다.사정이 이러니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우려하는 국민청원이 있었다. 지난 6월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는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 30일 만에 5만6505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전면적인 디지털 교과서 사용이 서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객관적, 과학적으로 더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 맞는지 검증하자고 요구헸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부디 국회 교육위원회는 청원자의 바람대로 디지털 교과서가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엄밀하게 검증해주기 바란다.

2024-06-30

길 잃은 저출생의 길을 찾자

김은주 포항시의회 의원 아이들 어렸을 때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금은 고 3인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생방송을 하는 방송작가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빨리 등교해야만 했다.초등학교 입학을 한 3월 모든 게 어색했을 막내에게는 아침 7시 30분 등교가 가장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엄마 늦었다”를 무한 반복하면서 학교를 보내야 했다. 막내는 잠이 덜 깨서 울먹이면서 차에서 내렸고, 날씨가 추우면 차에서 덮고 있던 담요까지 둘둘 말고 차에서 억지로 내려야 했다. 아직도 담요를 덮어쓴 채 어깨를 실룩거리며 내렸던 8살 꼬마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나 울컥하기도 한다.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로 살았던 시간은 내 인생에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었다. “왜 엄마만 맨날 바빠?”라며 목 놓아 울던 아이들은 이제 고3이고, 스무 살을 넘겼다. 가끔 아이들에게 “엄마가 바쁜데 이렇게 잘 커 줘서 고맙다”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었던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육아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출산 파업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2023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를 기록했다. 경북 사정도 비슷하다. 경북의 합계출산율은 0.86(2023년 기준)이며 포항의 사정은 더 심각해 지난해 기준으로 0.65대로 떨어졌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최하위는 물론 세계 최하위다.국가나 지자체에서도 눈에 띄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정책이 장기적인 정책이라기보다 단편적이고 생물학적인 관점에 치우친 정책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서울시의원은 출생률을 높인다며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인 ‘케겔 운동’ 동작을 넣어 만든 댄스 체조를 선보여 논란이 되었다. 여성의 몸을 건강하게 해 출생률을 올리자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여성 1년 조기입학’ 제안을 비롯해 대구시의 정자 분석기 무료 나눔,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팅’ 등 원인 진단이 제대로 안 된 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출생 정책 보니깐 아이를 더 낳기 싫어졌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경북도에서도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저출생 전쟁자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 처음 경북도의 전쟁 선포를 보면서 ‘저 전쟁은 경북도만 하면 되는 전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난 4월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 저출생 극복 관련 예산이 대거 투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경북도에서 22개 시군과 소통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저출생 관련 정책을 하달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정책이 지역민들에게 체감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낳아 잘 키우자는 정책에 굳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전쟁을 명명할 필요가 없다.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상황으로 전투태세로 저출생을 극복하자는 것이 과연 맞는 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출범한 정부다. 경북도는 22년 여가부 폐지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여성정책 관련 국을 과로 축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나 경북도에서 성평등 추진 체계를 폐지에 앞장서면서 역설적으로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저출생의 경우 돌봄에 대한 지원을 넘어 사회적 보육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개인적인 선택이나 문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시와 경북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함께 키우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걱정을 덜어줘야 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가족 제도 안에 출생문제 만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 일자리에 대한 질적 성장을 통해 엄마가 일하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성평등한 임금도 보장되어야 하며 보편적인 아빠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과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적인 부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지금처럼 생물학적 관점에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의 저출생에 대한 해답은 영원히 미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얼마 전 지역에서 엄마를 위한 책과 잡지를 만드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10년 넘게 포항에 살았지만, 지역에 네트워크를 찾지 못해 서울이나 해외에서 주로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제는 포항에서 이 이야기를 함께 할 사람들을 만나 글로컬 하게 저출생 문제에 접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앞으로 나는 엄마 당사자들과 함께 지역의 저출생 문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포항에서 출발해 전 세계 곳곳에 엄마들과 함께 연대하는 그 멋진 길 위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2024-06-30

똑똑한 찜질법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걷기나 등산, 달리기 등 야외운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붓고 멍든 상처가 나거나, 오랜만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실내운동을 하다보면 운동량이 과해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부상이나 운동 상해로 몸이 쑤시고 결릴 때마다 할 수 있는 손쉬운 치료가 찜질이다.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려고 뜨거운 타월이나 온탕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증상에 따라 냉찜질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응급처방에는 온찜질보다 냉찜질이 먼저다. 출혈이나 염증 또는 부종이 있으면 냉찜질을 먼저 하는 게 좋다. 혈액의 흐름을 억제하는 냉찜질로 혈관을 수축시켜야 피도 새나가지 않고 부기도 가라앉게 된다. 냉찜질은 조직 사이의 체액 투과 및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또 마취 효과가 있어 순간적인 충격으로 근육이나 관절, 인대에 손상이 생긴 경우 통증을 덜어 줄 수 있다.간편한 냉찜질은 물을 부어 얼린 종이컵을 통증 부위에 7∼10분 정도 문지르는 것이다. 차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6∼7도가 적당하다. 얼음을 직접 갖다 대면 피부가 상할 수 있고 환부에도 좋지 않다. 온찜질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20∼30분이 적당하다. 누구나 냉찜질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협심증 또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혈관이 수축하며 혈압이 오를 수 있으니 냉찜질을 삼가는 것이 좋다.반면 온찜질은 손상 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손상된 조직에 영양공급이 늘어나 회복이 빨라지는 이치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통증 개선에 좋다. 무릎의 온도가 가장 낮아 통증이 생기는 새벽에 온찜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 보통 3~12살 아이들의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생기는 성장통에도 온찜질이 도움이 된다.온찜질에 적합한 온도는 어떤 종류의 찜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사용하는 핫팩은 대개 75도 정도 가열한 뒤 7겹 가량 수건으로 싸서 아픈 부위에 대는 게 좋다. 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수(水)치료를 할 때는 일부분만 담글 경우 46도, 몸 전체를 담글 경우 39도가 적당하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전기온열 팩은 국소 부위에 사용할 경우 최대 약 50도까지 온도를 올릴 수 있다.그런데 당뇨병 환자나 말초혈관장애, 버거씨병과 같은 혈관질환자는 감각이 둔해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무릎이나 복사뼈 부위에 전기패드나 적외선 램프로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온찜질 역시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혈우병 등 피가 잘 나는 질병이 있거나, 악성 종양의 전이가 가능한 사람, 급성 염증이 있는 경우, 감각이 떨어져 있는 신체부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찜질은 적용 범위가 넓어서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봐도 좋다. 운동 직후 생긴 근육통의 경우 48시간 내의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이후에는 선호도에 따라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하면 된다. 인대가 늘어났을 때도 손상 직후 48시간 내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고, 이후에는 온찜질을 해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치거나 얼굴을 맞아서 멍이 생겼을 때도 냉찜질을 우선 해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온찜질을 하면 효과적이다.골절 후 치료를 받고 나서 부어오를 때나 피부가 찢어지는 출혈로 부어오를 때,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돼 피부가 벌겋게 됐을 때, 수술한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관절염이 악화하여 붓고 관절에 열이 나는 등 급성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냉찜질이 좋다. 코피가 났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서 코 주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대면 코피가 멎는 데 효과적이다.반면 만성적인 허리통증이나 디스크, 관절염, 오십견 등 만성질환의 통증이나 환부의 회복단계에서 온찜질이 필요하다. 경직된 근육 이완이나 통증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환부 조직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영양을 빠르게 공급해 환부의 회복을 돕는다. 따라서 온찜질은 급성 통증과 부기가 가라앉은 후 회복단계에 하는 게 좋다. 여성의 생리통이나 냉증에도 배 부위를 온찜질하는 게 좋다.참고로 시중에서 살 수 있는 파스 종류는 냉온찜질 효과를 통한 혈액순환이나 마취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통 소염 약제를 피부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핫파스나 쿨파스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실제 피부 온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파스의 멘톨 성분이 겉 피부에 닿으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약제에 따라 24시간 또는 48시간 작용하기 때문에 1일 또는 2일에 한 번씩 붙이면 된다.이처럼 찜질은 환부의 위치와 부상 상태,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통증이 찜질로 개선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2024-06-30

인사철만 되면 나타나는 경주시 줄타기 인사

황성호 경북부 ‘경주시 인사는 줄 서기만 잘하면 자동빵’, 삼식이 지나니 ‘순실이(?)’7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경주시청 직원들이 주고받는 줄타기 인사를 비꼬는 말이다. 직원들은 인사철 마다 경주시장 토호세력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인사에 개입(?)해 ‘밖에서 정치를 다한다’는 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시장 때에는 ‘식’자 돌림의 최측근의 인사 전횡을 비유해 ‘삼식이’란 말을 유행시켰다. 현 시장 체제에서는 자칭 힘있는 토호라 불리는 몇몇 ‘순실이’에게 직원들의 인사가 휘둘리고 있다는 불평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다.직원들은 인사가 끝나면 시장실 앞에 불만 가득한 유인물을 뿌며 노골적인 인사불만을 표출한다. 또 승진에 떨어진 직원들은 내부통신망에 인사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는 등 경주시는 인사때마다 인사 후 폭풍으로 몸쌀을 앓고 있다.경주시 4급 서기관 승진과 전보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여전히 원칙 없는 인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현재 경주시 직원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줄서기에 타고난 사람들은 ‘인사는 본인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며 인사철마다 지역 토호세력, 권력자 등을 찾아가 아부하며 승진과 꿀 보직을 등에 업는다.언제부턴가 나이만 먹으면 6개월짜리 4급 서기관(퇴직자 3명), 5급 사무관(퇴직자 포함 2명) 승진이 이어져 왔다. 이번 인사에는 과연 몇명의 6개월 4급 서기관이 탄생할지를 놓고 직원들은 수군거리고 있다.평소 근무는 내팽개치고 근무평정이나 관리하며 ‘줄 서기만 잘하면 자동 빵’이라는 농담 아닌 진담이 나돌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매번 힘이 빠진다.항상 철처하게 배제되는 일 잘하는 직원들은 터무니없는 구설수로 아무리 열심히 근무해도 자칭 시장 최측근들의 말 한마디에 모든 인사 바뀐다고 불만을 토로한다.이번 경주시 인사는 지역 토호세력과의 철저한 단절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이 아닌 근무 성적 등 인사기준 원칙에 따른 공정한 인사가 선행돼야 한다.더욱이 지금의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라는 경주 발전의 역사적인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성공 개최에 최선의 준비를 다 할 수 있도록 일 잘하는 공무원이 대접받는 인사가 단행되길 기대한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6-30

양보와 배려가 실종된 사회

홍석봉 언론인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하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했다. 입법 권력을 독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검사를 특검과 탄핵으로 압박하고 있다. 판·검사 법 왜곡죄, 수사기관 무고죄 등을 만들겠다고 엄포 놓는다. 특검과 국정조사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거대 야당은 쪽수를 앞세워 입법권을 전횡하고 사법부를 겁박하며 행정부를 마비시킨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민주당은 이재명 사당이 돼 국회를 쥐고 흔든다. 관례는 무시한다.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지적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언론을 개 취급하고 반 언론적 입법을 쏟아낸다.지금 정치권에는 투쟁과 대립만 있다. 야당 탓이 크다.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만 살겠다고 상대를 배척한다.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이다. 소수당의 입장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협치는 불가능하다.의사 휴진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의정갈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싸늘해져갔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존중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것을 희망했다. 의사는 본분과 사명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 의정 치킨게임에 환자와 가족들은 절망했다. 의사만 바라보는 환자와 가족들을 생각했어야 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가야 했다. 그것이 환자에 대한 배려다.우리 사회에서 배려와 양보가 실종됐다. 얼마 전 한 택배기사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욕설 낙서’ 테러를 당했다.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두는 택배 기사에 앙심을 품고 ‘엘베 적당히 잡아 XXX야’라는 낙서를 했다. 2020년엔 전남 영광의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이 택배 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사용을 아예 금지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택배 기사와 입주민 사이의 분쟁은 종종 있었다. 택배 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민은 택배의 편리함과 엘리베이터 이용의 불편함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택배기사도 주민 불편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층간소음 갈등, 보복 운전,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등 모두 양보와 배려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공동체가 존속할 수 없다. 양보는 타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수단이다. 채근담에는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머물러 남에게 양보하여 먼저 지나가게 하라. 그리고 맛이 좋고 진한 음식은 10분의 3을 덜어 남에게 주어 먹게 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지극히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명심보감’에 ‘남의 흉한 일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좋은 일은 기쁘게 여기며, 남이 위급할 때는 건져주고, 남의 위태함을 구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정의하고 있다.무한경쟁 사회에서 양보와 배려가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으며 밀려나고 있다. 정치실종과 의정갈등, 경제 양극화, 사회 갈등 등 퇴보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나.

2024-06-27

리튬 폭발 참사, 지역기업 안전도 되돌아 볼 때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리튬공장 폭발사고의 후유증이 일파만파다.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뿐 아니라 신증설이 늘고 있는 전지공장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란 점에서 짚고 가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특히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배터리 산업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에서도 관련기업의 공장 신증설이 크게 늘고 있어 화재 등 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포항시가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영일만산단, 블루밸리산단 등에 소재한 이차전지 제조기업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포항은 이차전지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전지산업의 투자가 늘고 급격히 발전하는 곳이다. 사고가 난 일차전지 업체와는 달리 소재인 양. 음극 재를 생산하는 이차전지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화재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하나 사고는 예고가 없는 법이다. 화성시 아리셀공장 화재를 계기로 안전의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포항에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굴지의 이차전지 기업이 있고 대구에도 엘앤에프 등의 대기업이 있어 경각심을 갖고 각종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당국의 일시적 비상 점검으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기업과 당국이 안전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무장하면 어떠한 사고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화성시 리튬공장 사고가 보여주었듯이 리튬공장의 대다수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사고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기본적인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화재에 대비한 건물의 안전도는 어떤지, 직원들의 안전교육은 충분했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우리 사회의 대형사고는 늘 사고원인 등을 조사해 보면 인재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의식의 부재가 대형 참사를 부르는 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고는 이제 끝내야 한다. 지역의 기업과 직원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의기투합해 안전을 생활화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2024-06-27

洪시장, 남은 2년도 대구혁신에 올인해달라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저께(26일) 민선 8기 2년간을 정리하면서, “쇠락한 대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 변화와 혁신의 100+1틀은 모두 완성했다. 대구혁신사례가 대한민국이 도약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00+1틀’은 지금까지의 대구 100대 혁신정책에 TK(대구경북)행정통합 과제까지 성사시키면 대구혁신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TK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도 들린다.TK통합과 관련한 홍 시장의 지론은 TK가 딴살림을 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수도권과 ‘TK특별시’ 양대 축으로 균형발전을 해야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TK가 통합되면 향후 TK신공항과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거대 남부 경제권이 형성돼 수도권과 경쟁하면서 동력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대구시장직 인수 당시부터 대구의 고질적인 카르텔(기득권) 타파와 공공기관 통폐합 등 혁신적인 과제를 추진한 홍 시장은 지난 2년간 전국적인 뉴스메이커가 될 정도로 대구변화를 뚝심있게 이끌어왔다. 취임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대구 미래를 위한 다양한 동력을 만들었으며, 보수적인 도시이미지도 젊고 밝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실 홍 시장 취임 이후 대구 이미지는 많은 변화를 했다. 빈점포가 즐비하던 중구 동성로에 다시 청소년들이 몰려들고 있고, 많은 나무와 스포츠시설, 공연장이 들어선 신천도 ‘젊음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대구산업구조가 첨단화되는 것도 희망적이다. 수성알파시티와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구의 주력 산업을 ABB(AI, 블록체인, 빅데이터)·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으로 바꿔 놓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홍 시장의 업적이다. 시민건강과 직결되는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모습도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홍 시장의 남은 임기 2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앞으로도 대구혁신과 TK미래를 위해 지금처럼 모든 열정을 쏟아주길 바란다.

2024-06-27

식인상어의 동해안 출현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식인상어가 동해안에 자주 출몰할 것이란 예측이 나와 눈길이 간다.여름철 해수욕장 개장을 앞둔 가운데 국립수산과학원이 밝힌 동해안 상어 출현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다. 공격성이 강한 상어의 출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으나 해수욕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찝찝한 소식이다.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면온도가 상승하면서 상어의 주 먹이인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방어 등이 동해로 유입되고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상어들도 동해로 찾아들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작년 6월 28일 경북 울진군 망양정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2m 크기의 청상아리가 자망그물에 산채로 잡혀 화제가 됐다. 지난해 동해안에서는 발견되거나 잡힌 상어가 모두 25건에 이른다. 직전 해인 2022년 1건과 비교하면 폭증한 수준이다.상어 중 백상아리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식성 물고기로 보통 크기가 4.6∼5m에 이른다. 몸무게도 900∼1300kg이다. 암컷 중 가장 큰 상아리는 6.1m에 몸무게가 2t이나 나가는 것도 있다고 한다.국내서는 그동안 많지는 않았지만 상어로 인한 인명피해는 주로 서해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동해에서의 상어 출현이 예고되면서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개인이 해수욕을 하다 상어를 만나면 상어를 자극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용히 밖으로 나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동해안 상어 출현에 대비한 관계당국의 대응책도 있어야겠지만 개인도 상어 공격에 대응할 예방책 정도는 익혀두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6-27

김치를 담그다

피귀자 수필가 ‘쩍’ 배추의 단말마. 배추를 가르던 손이 멈칫한다. 칼날아래 꽉 찬 속살이 환하다. 뽀얀 줄기 끝에 오글오글 노란 잎들이 아기손가락처럼 꼬물거린다.자른 배추를 씻긴다. 갓난아기를 다루듯 연한 잎사귀가 부서지지 않도록 살살 달랜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고 다리와 발가락까지 꼼꼼히 헹군다. 흐르는 수돗물에 샤워를 하듯 여러 번 헹구자 반짝반짝 빛이 난다. 속살이 달작지근한 통배추는 어디에서 자라다가 우리 집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느 하늘 아래의 정겨운 바람과 따뜻한 대지의 숨결을 마셨을까.부모님 보호아래 곱게 자라다가 시집온 새댁처럼 뿌리가 뽑힐 때의 아픔 또한 다르지 않았으리. 옮겨 앉은 자리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살이 찢기는 해산의 고통을 맞이한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땅에서 한번 뽑힐 때 까무러치고 속이 갈라질 때 두 번째 기절한 것까지도.커다란 다라에 물을 받고 굵은 소금을 녹인다. 음식에 간을 맞추듯 조심조심 휘저어 간을 본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배추가 세 번째 기절할 순간이다. 갈라놓은 배추를 소금물에 풍덩 넣었다가 한 잎씩 들춰가며 굵은 소금을 뿌린다. 소금물에 빠져서 재채기에 콧물까지 정신이 없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얀 소금을 뒤집어쓰니 닿는 자리마다 속살이 따끔거린다. 시댁 식구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소금을 뒤집어 쓰 듯 불편했던 새댁처럼. 소금이 들어앉은 켜켜이 퍼덕거리던 교만이 고개를 떨군다.소금 세례를 마친 배추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지그시 누른다. 원망과 불평이 함께 소금물 속에 잠긴다. 절인 배추는 하룻밤을 자고나면 알맞게 숨이 죽을 것이다. 소금을 더 뒤집어쓰기 싫으면 욱하는 성질을 죽이고 외고집도 줄여야하리. 외롭지 않으려면 옆 지기와 살갑게 지내고 내편도 만들어야 할 게다.되직하게 쑨 찹쌀 풀에 멸치액젓과 고추 가루를 함께 섞는다. 걸쭉한 빨간 옷이 마련되었다. 무채를 썰고 갈아놓은 마늘과 생강도 함께 섞어 준다. 바싹 마른 청각은 따뜻한 물에 불려 종종 썰고 싱싱한 보리새우로 옷맵시를 가다듬는다. 매실 액기스로 분단장도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알맞게 숨죽은 배추를 말간 물에 헹구어 엎어 놓는다. 얌전히 엎드려 있어야 물기가 잘 빠진다. 네 번째 기절할 순간을 기다리며 약간의 체념도 배운다. 드디어 뽀얀 속살에 빨간 옷을 입힌다. 고명도 사이사이 배부르게 넣어준다. 빨간 양념이 고루 베지 않으면 김치가 제대로 맛을 낼 수 없으니 새 옷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하리. 화목한 가정을 위하여!개성마저 잃어버리면 고유의 맛이 사라질지니 이성의 눈을 말갛게 뜨고 감성을 다스리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신 줄을 굳게 잡고. 짠 젓갈과 매운 고추 양념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고 터지는 기침에 콧물까지 범벅이 되더라도.양념이 골고루 베인 배추를 사각의 김치 통에 꼭꼭 눌러 담는다. 겉잎으로 치마를 두르듯 감싸 안은 자태가 얌전하다.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거짓 없이 진실 된 마음으로 침묵에 익숙해지면 서서히 성숙해지리라. 자칫 게으름을 피우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되리니 성실하게 기다리면 금상첨화일 터.아버지는 신 김치를 싫어하셨다. 가장의 영향인지 식구모두 신 김치를 꺼려 김치가 시어지면 어머니는 옆집으로 퍼 나르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먹지 않는 걸 남에게 준다고 역정을 내시고 좋아하는 집에 보내는 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며 엷은 다툼을 벌이시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배추 한 쪽으로서는 감칠맛을 낼 수가 없다. 여러 쪽이 함께 손잡고 환경의 변화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김치 냉장고에서 얌전히 기다린다면 숙성된 인격으로 완성되리라. 모두가 입맛 다실 김치로. 제 맛을 내려면 배추는 다섯 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로 태어나는 법. 여러 번 기절했던 새댁도 잘 익은 김치처럼 서서히 동화되어 배추김치처럼 푹 익어 가리라. 우리네 인생처럼 시큼하게!

2024-06-26

소서(小暑)와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가 소서(小暑)다. 태양의 황경이 105도에 위치하며, 2024년에는 7월 6일(음력 6월 1일)이다. 음력으로는 6월의 절기다. 소서는 하지와 대서(大暑) 사이에 있다.소서(小暑)라는 말은 ‘작은 더위’라는 뜻이다. 태양이 가장 높게 오래 떠 있는 절기는 하지다. 일반적으로 하지가 가장 무더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날씨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는 때는 소서와 대서 사이다.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를 데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소서와 대서에 이르러야 진정한 무더위를 느낄 수 있다.소서는 장마와 관련이 매우 깊다. 소서를 전후해서 우리나라에 장마전선이 머문다. 이 무렵부터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하천이 넘치고 논이 잠수돼 종종 피해가 발생한다. 소서는 밭매기로 분주한 시기다. 하지 때 보리를 수확한 밭에 팥이나 콩, 조와 수수를 심었기 때문에 밭의 김을 매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서 때 논매기를 했지만, 요즘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의 김을 매지 않는다.소서의 속담은 ‘소서가 넘으면서 새 각시도 모 심는다’, ‘소서의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등 모내기와 관련이 많다. 왜냐하면 소서인 7월이 되면 모내기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가 있으면 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 모내기를 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좋은 전통에서 생겨난 관습이다.소서(小暑)는 미월(未月)이 시작되는 절기다. 미월(未月)의 미(未), 한자를 풀이하면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나무의 형상을 본뜬 글자다. 나무가 성장을 다한 상태, 이제 더 이상 자랄 일이 없는 나무이기에 ‘아니다’라는 뜻이 나왔다. 이와 함께 미래, 장래의 뜻도 있다.명리학에서 미(未)는 오행으로 토(土)에 해당하므로 미토(未土)라고 부른다. 미(未)를 어두울 매(昧)로 보기도 한다. 미월(未月)의 양기가 더 자라지 않고, 음의 기운이 자라서 만물이 쇠해 가는 어두운 시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미월(양력 7월)이지만, 계절 순환의 이치로 이미 가을을 맞이할 준비하고 있다. 음양 교차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양은 평화를 상징하고, 무리를 지어서 살고,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다. 양(羊)은 무리지어 살아가기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무리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해심이 많고 마음도 여리다. 우울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한다. 은근히 고집이 있어 한 번 마음먹으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토(土)의 성질로 대인관계가 무난하며, 중재하고 화해모드를 조성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 권5 ‘시칙(時則)’에 보면 계하(季夏)의 달, 즉 6월(음력)에는 초요(招搖·북두칠성 자루 끝에 있는 별)가 미(未) 방향을 가리킨다. 이 달의 방위는 중앙이며, 미(未)는 오행상 토(土)에 해당한다. 색깔은 황색이며, 숫자로는 5다. 맛은 단맛이며, 냄새는 향내다.천자는 누런 옷을 입고, 누런 말을 타며, 누런 옥을 차고, 누런 깃발을 세운다. 천자는 후토(后土) 즉, 토지 신에 제사를 지내며, 제물은 심장(心腸)을 먼저 바친다. 이 달의 오행인 토(土)를 생하는 것은 화(火)다. 화는 심장을 나타내므로 제물로 바치는 이유다.이 달에는 나무가 바야흐로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다. 벌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제후들을 모아 토목공사를 일으켜서도 안 된다. 백성들을 동원하고, 군대를 일으키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는다고 믿었다. 이때는 흙이 축축하고 날씨는 찌는 듯이 더우며 때때로 큰비가 내리니,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화(火) 기운이 성하고, 수(水) 기운이 약해지기에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잦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서와 대서 사이에 삼복더위가 있다. 삼복(三伏)은 초복과 중복, 말복을 말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7월 15일), 네 번째 경일이 중복(7월 25일),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 말복(8월 14일)이다. 삼복은 24절기는 아니지만 오랜 풍습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복날에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사람의 기력이 쇠하기에 보양식으로 주로 삼계탕을 즐겼다.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한 이유는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볼 때 차가운 금(金)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가을이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경일(庚日)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자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음양오행 사상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소서 때는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지는 시기다. 생선 종류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조림, 구이, 찜으로 먹는데 애호박을 넣어 끓여 먹으면 맛이 있다. 애호박에는 단물이 나고, 민어는 기름이 한창 오를 때여서 첫 여름의 입맛을 상금하게 돋워주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또 밀을 수확한 뒤여서 국수와 수제비도 즐겨 먹었다.인간의 생명은 형(形), 기(氣), 신(神)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형(形)은 생명이 머무는 곳이며, 기(氣)는 생명을 채우는 것이며, 신(神)은 생명을 통솔하는 것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제자리를 잃으면 세 가지 모두 손상이 된다. 즉, 몸에서 형기신이 각각 제자리에 머물고 상호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삶이 온전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 여름은 극심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각자 건강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2024-06-26

올 여름은 된더위·폭우와 전쟁 선포라도 해야

기상청은 올여름은 예년보다 덥고 비도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습도와 온도로 인해 찜통더위가 자주 나타날 거라는 뜻이다. 6월 들어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자 지난 19일에는 이상민 행자부 장관이 대구 쪽방촌을 찾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주민의 생활실태를 둘러보고 올여름 더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6월 더위가 예사롭지 않아 걱정이다. 올 6월 1일부터 20일까지 폭염일수가 2.4일로 집계됐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6월 평균 폭염일수 0.6일의 4배 수준이다.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던 2018년보다 더 많다. 대구와 경북은 작년보다 7일 빠른 지난 10일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기상청의 예고대로라면 지금의 더위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이 남의 나랏일이 아니다. 우리도 똑같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긴장감 갖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무더위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대구와 경북에서 20일 현재 4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전년보다 28명이 늘었다 한다. 지난해 전국에는 281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그중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열질환이란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손상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온열질환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각자가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농촌지역이 많은 경북은 농업인의 온열질환 발생도 염려된다. 농사일이 바쁘더라도 낮시간대 활동을 자제하고 챙이 긴 모자나 헐렁한 옷을 입고 질환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폭염 예고에 따라 각 자치단체가 폭염 대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평년수준의 대책으론 재난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올해만큼은 특별하고 더 꼼꼼한 준비로 재난방지에 나서야 한다. 이달 말부터 장마도 시작된다고 하니 폭우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게해야 한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에 대한 당국의 대비는 전쟁선포와 맞먹는 비상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2024-06-26

위기관리는 아무 일도 없을 때 해야 한다

장규열 고문 비행기를 타면 예외없이 이륙과 함께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안내한다. 멀쩡하게 비행할 터이지만,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르는 위급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위기를 만나 급하게 대처하려면 이미 늦는다. 위기를 관리한다지만, 위기를 정작 만나면 모든 상황이 헝클어져 그 무엇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위기는 평소에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에 맞닥뜨려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재난의 규모나 강도가 점증하고 있어 적절한 위기관리의 필요가 심대하게 증대되었다.화성에서 또 큰 사고가 있었다. 정부는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였다. 고용부는 사고 인지 후 범부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하고 범정부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중앙산업대책본부(중산본)와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지산본)를 두고 대응한다고 한다. 늘 이런 모습이다. 사고가 터져야 대책본부를 꾸리고 회의를 한다. 미리미리 해당 업계의 안전설비 규정과 사고예방 대책 등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했다면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사람들도 사고에 대비한 주변정리와 대피요령 등을 세심하게 살펴 대비했다면 아까운 인명손실은 없지도 않았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만 고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미국은 지난 2001년의 9·11 테러사태와 2005년 뉴올리언즈 대홍수사건을 겪으면서 전 국민의 각성이 일어나 정부 독립조직인 연방재단관리기구(FEMA·Federal Em ergency Management Agency)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였다. FEMA는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상황과 대비태세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이 일어났을 적에 대국민 경보시스템을 관리하고 재난의 형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며 피해국민 보호와 현장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확립한다. 또한 재난발생 이후에 회복과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닥은 재난방지를 위한 조직을 상시적으로 설치하여 발생가능한 모든 환경에 미리 예방하고 대책을 준비한다는 점이다.발생한 위기상황에는 즉각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발생하기 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확보하여 단단하게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위기예방과 재난대비를 소관업무로 하는 정부조직을 상설화하기를 제안한다. 지진과 산불 등 자연재해와 화재와 홍수 등 안전사고, 테러와 강력범죄는 예고없이 발생한다. 발생한 즉시 대응한다고 해도 일반인이 예고없이 위기상황을 만나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각급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각종 안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다양한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하여 상설 정부조직이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극심한 인명손상 등 안타까운 재난을 당하고 나서 안전불감증 등을 되뇌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는 재난예방대책기구를 상설화하여야 한다.재난은 평소에 대비해야 한다. 위기는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2024-06-26

애플에 이어 구글도 경북에 둥지 틀었다

경북도가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전문인재를 양성한다. 경북도는 그저께 안동대에서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구글 클라우드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애플이 지난 2022년 포스텍과 함께 앱 개발자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대학안에 개설한 이후, 빅테크 기업이 경북에 둥지를 튼 것은 두 번째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애플이 앱 개발자, 디자이너, IT기업가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다. 전 세계 17곳에 아카데미가 있는데, 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와 포항에만 있다.구글의 AI교육프로그램 내용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활용방법을 비롯해 인공지능 모델 구축, 인공지능 처리, 실습 프로젝트 수행, 기업 프로젝트 맨토링 과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지역 IT기업과의 멘토링 교육과정은 교육생들에게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를 줄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취업연계도 가능하다.이정우 메타버스과학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AI인재 확보가 지역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개발하는 빅테크들이 대규모 인력을 흡수하면서 한국에서 AI전문 교육과정을 마친 인재의 40%(2022년 기준)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뉴스도 보도됐다.정부가 올 들어 태스크포스까지 가동하면서 이공계 인재 양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경북도처럼 지방자치단체도 첨단산업인 AI와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4월 구글 클라우드와 아카데미 개설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2018년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변해야 산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 관련 직업은 AI개발자뿐만 아니라 AI의료영상 전문가, AI교육컨설턴트, AI콘텐츠 전략가 등 의료·교육 분야로까지 업무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행정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TK지역의 미래동력을 확보하려면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유치가 필수적이며, 이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2024-06-26

위기에 빠진 해병정신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국민에겐 봉사하는 양이 되고, 적과 맞설 때는 사나운 사자가 돼라.” 해병대 초대 사령관 신현준의 말이다. 이게 바로 세칭 ‘해병정신’의 골자.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해병대가 보여준 용맹과 견인불발(堅忍不拔)은 여타 군(軍)을 압도했다. 오죽하면 미군 정보장교가 “한국 해병대는 귀신도 잡아낼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까.전투에서 보여준 ‘사나운 사자’와 같은 해병정신은 창설 직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발군(拔群)이었다. 이에 이견을 낼 이들은 많지 않다.지난해 물난리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을 때 갓 스물을 넘긴 어린 해병 한 명이 75년 전 자신이 몸담은 부대를 만든 최고 지휘관의 슬로건 중 또 다른 하나를 실천하다 숨졌다.2023년 7월 19일. 수해가 난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찾던 해병1사단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작스레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양’이 되고자 했던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전쟁 때는 사나운 사자로, 수난을 겪는 국민을 위해선 봉사하는 양으로 위국헌신을 몸과 마음에 새겼던 해병대원들. ‘해병정신’을 실천하다 숨진 이들 모두는 귀하디귀한 우리 아들들이다. 전투 중에 산화했건, 대민봉사 현장에서 생명을 잃었건.그런데 이상하다. 군대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 그럼에도 숨진 채수근 해병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양이 되라’고 명령한 사람이 불분명하다.임성근 해병1사단장은 “지휘가 아닌 지도를 했다”하고, 그 아래 여단장은 “임 사단장이 지시했다”고 말한다. 유치한 말장난 같다. 묻고 싶다. 어린 해병의 죽음 앞에 고위급 장교가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해병정신 중 하나인가?/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6-26

달리기와 뇌건강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3가지를 꼽으라면 첫째 식이조절, 둘째 적절한 운동, 셋째 충분한 수면이다. 식이조절과 운동은 내가 능동적으로 개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수면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수면 조절과 이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는 운동을 통해서 개선 시킬 수가 있다. 내가 직접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건강의 조건 중 운동은 제일 하기 싫고 힘들기도 하다. 특히 달리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매일 조금씩 달리기를 하다보면 늘게 되고 달리기를 하면 심폐 지구력과 혈액순환 뿐 아니라 뇌건강과 정신과적 부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달릴 때 우리 몸의 심장과 폐 뇌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한다. 뇌는 뛰는 것 때문에 바빠지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가 없다. 즉 뛰는 것에만 집중을 하게 되고 많은 잡생각이 사라진다. 현대인들은 쉴 때도 뇌가 쉬지를 못하고 그날 있었던 일이나 미래의 일을 생각하느라 단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기를 할 때 우리 뇌는 달리기에만 집중하여 일처리를 하게 되고 그동안 복잡했던 머리에 머물던 생각들은 가라앉게 된다. 평소에 받던 스트레스가 뛰는 순간에는 모두 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스트레스 지수가 감소하고 이에 우울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적 문제도 많이 개선이 된다. 잡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주의 집중력이 높아지게 된다. 당연히 학생들은 공부가, 직장인은 업무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줄어들기 때문에 효율적인 일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그리고 달리게 되면 새로운 뇌신경 세포들의 생성이 촉진된다. 성인이 되고 나선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죽는 뇌세포가 조금 많아지는데 이것이 방지 된다. 새로운 신경세포가 조금이라도 더 생기면 뇌세포간의 연결이 더 다양해지고 견고해진다. 주의력 집중력 학습력이 올라가고 인지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학습이 어렵고 깜빡하는 것이 많아진다면 밖에 나가서 조금씩이라도 뛰는 것은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러닝머신을 해도 좋지만 당연히 야외에서 뛰는 것이 다양한 환경을 접하기 때문에 더 좋다. 10분 정도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뛰어 주면 되고 이보다 더 뛰다 보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가 된다. 엔돌핀이 분비 되면 행복감이 충만해지고 자신감이 상승한다. 우울과 불안 등의 정신과적 문제가 개선이 된다. 엔도르핀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고 안정감과 진통효과를 주는 물질들도 분비가 된다. 즉 달리면서 일정한계를 넘게 되면 행복감과 안정감, 몸의 통증도 개선이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흔히 달리기는 심폐기능 위주로 좋아진다고 생각을 하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신에 관련된 부분도 많이 좋아진다. 육체와 정신이 같이 좋아지는 전신 운동이다. 달리기가 힘들면 나가서 걸어도 된다. 걷다가 1분 달리고 다시 걷고 1분 달리고 힘들면 중단한다. 이것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10분을 뛰게 되고 20분을 뛸 수 있게 된다. 건강을 위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걷고 뛰어 보자. 그곳에서 내가 뛰면 자연이 주는 전신 치료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

2024-06-26

“만져봐야 알지” 독일여행기(中)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외사촌이 사는 튀빙겐에 거처를 정해두고 인근 도시를 다니면서 늘 기차를 탔다. 낮의 기찻길 차창 밖은 전형적인 독일 시골 풍경이었다. 멀리 비스듬하게 야트막한 언덕은 모두 포도밭이라고 동생이 얘기해 주었다. 가까운 둔덕도 온통 푸르렀다. 남편이 저기 있는 건 무엇이냐고 물었고 동생은 들판, 초원, 평원이라고 대답했다. 남편의 물음은 거기 푸른 들판에 심은 작물을 묻는 것이었고, 동생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남편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다. 슈트트가르트에서 튀빙겐으로 오는 길이었다. 셋이 서로 마주앉아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느 역에선가 웬 남성이 양해를 구하더니 남편 옆 빈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가 어디서 왔느냐며 불쑥 영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이라고 하자 그럴 줄 알았단다. 놀라는 우리에게 남편의 휴대폰을 슬쩍 봤더니 한글이 보여서였다며 웃었다.이참에 남편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던지 차창 밖의 푸른 들판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고, 동생이 유창한 독일어로 묻고 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주먹 진 왼손의 새끼손가락부터 차례로 펼쳐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동생은 들으면서 크게 웃었다. 아마도 몇 가지의 작물 후보를 꼽는가보다 생각하며 동생의 통역을 기다렸다. “밀인지, 보리인지, 귀리인지 모른다. 만져보면 알 수 있는데…. 잘 모르겠다.” 맞는 말이긴 하다. 가까이 가서 보거나 직접 만져봐 알 수 있다는 그의 대답은 지극히 정확했다. 우리는 그의 말에 크게 동의하면서도 그 말이 왠지 몹시도 우스웠다. 그렇게 얘기의 물꼬를 튼 김에 우리는 튀빙겐에 도착할 때까지 유쾌한 수다를 나눴다. 그와 헤어진 후에도 우리는 그의 대답을 곱씹고 흉내내며 웃고 또 웃었다.며칠 후 비오는 저녁이었다. 동생이 평소 자주 가는 산책길 옆에 저런 밭이 있다며 가서 직접 만져보자고 했다. 엄청나게 크게 펼쳐져 있는 밭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두 가지 작물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만져 봐도 별무소득이었다. 농촌에 산 적이 없는 우리였다. 네이버 렌즈로 사진을 찍어 검색했더니 보리라고 했다. 그 옆 밭도 보리란다. 아직도 정확한 답을 못 찾은 우리는, 만져봐도 모르겠다며 깔깔댔다. 마침 거대한 트랙터를 몰고 오는 농부가 있었다. 동생은 손짓으로 차를 세웠다. 트랙터의 굉음까지 멈추고 얘기를 나누는 동생을 지켜보면서 나는 궁금증에 조바심이 났다. 그와 헤어진 후 동생은 나를 밭 가까이 데려갔다. 이건 밀이고 저건 보리래. 그런데 왜 웃었느냐는 내 물음에 동생은 대답했다. “밀은 빵을 만드는 거고, 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거래. 저기 보리밭은 자기 건데, 맥주를 만드는 게 아니고, 소를 먹이는 거래. 그렇다고 소가 취하지는 않는대. 아마도 우리가 밀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봐.” 드디어 농부를 만나 우리의 의문을 풀었고, 남편에게 밀과 보리라는 명쾌한 답을 전했다. 독일에서 만난 두 명의 남성은 독일인답게 진지해서 유쾌했다.그 후 여행 내내 셋 중 누군가가 무엇에 대해 물으면 먼저 이렇게 대답했다. “만져봐야 알지….”

2024-06-26

기억해야 할 다부동 전투

우정구 논설위원 다부동 전투는 1950년 8월 3일부터 29일까지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군과 북한군과 사이에 벌어진 전투다.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로 손꼽히며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격렬하게 싸웠던 베르됭 전투와 비교된다 하여 동양의 베르됭 전투라고도 부른다.6월 25일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은 무기와 훈련이 부족했던 국군을 연이어 물리치고 전쟁 발발 사흘만인 28일 서울을 함락한다. 7월 20일 대전을, 7월말 목포와 진주를, 8월초 김천과 포항까지 함락시킨다. 북한군은 그 기세를 몰아 8월 15일까지 부산 점령을 목표로 낙동강 방어선에 가용 병력의 절반을 배치했다.그러나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국군 1사단 병력과 미군 2개 여단의 강력한 저항으로 북한군 일방의 전투가 낙동강 전선에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밤사이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로 다부동 골짜기는 능선마다 고지마다 시체가 쌓이고 핏물이 마르지 않았다.다부동 전투에서 희생된 우리쪽 병사만 1만명이 넘는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 학도병과 군복도 없이 포탄과 부상병을 지게로 날랐던 칠곡군 주민의 희생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이들의 희생으로 백척간두에 처했던 나라의 운명을 건질 수 있었으니 다부동 전투의 기억을 누가 잊을 수 잊겠는가.어제는 6·25전쟁 발발 74주년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한 가운데 국제정세마저도 날로 험악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 고장에서 벌어진 구국의 전투, 다부동 전투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6-25

푸틴의 협박, ‘양치기소년’ 보듯 해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야당 단독으로 연 국회법사위 청문회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증인으로 불려나온 전직 국방장관과 현역 해병대 장성을 상대로, 보기가 민망할 정도의 인격모독을 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언행은 많은 시청자를 분노케 했다. 박지원 의원은 정 위원장이 ‘10분간 증인 퇴장’ 명령을 반복하자 “한발 들고 두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되지 않느냐”며 조롱하기도 했다. 당장 전쟁이 나면 부하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야 할 현역 군인을 앉혀놓고 모욕과 협박을 하는 국회의원의 거친 태도는 충격적이었다.법사위 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했다. ‘북·러간 파트너십 조약’체결에 대해 우리정부가 대응조치를 취하자, 즉각 “보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푸틴의 거침없는 협박을 듣는 우리 국민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참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이 무차별 살육되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당하는 외신뉴스는 지구촌 전체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라고 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나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한국의 안보위기를 우려하는데도, 우리정치권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22대 국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오히려 러시아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친다. 대통령실이 북·러 군사조약에 항의하며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한·러 관계를 파탄 내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푸틴입장을 두둔했다.박찬대 원내대표는 과거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과 관련해 우리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휴전선에서 고사포탄 날아가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거냐”며 빈정대기도 했다.국가안보마저 정쟁으로 몰아가는 민주당 행태를 보면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 정치상황이 오버랩된다. 조선은 연산군 이후 임란 직전까지 4대사화와 훈구·사림 세력간 당쟁, 관료들의 부정부패, 여진족과 왜구의 약탈사건 등으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백성들은 당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관료들은 당쟁으로 날을 지새웠다. 그러다가 1592년 4월 임란이 발생하자 관료와 정규군은 대부분 도망가고, 의병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조선을 유린한 임진왜란의 참혹함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다.러시아는 6·25전쟁 당시 북한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해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제 군사원조를 핵심으로 하는 북·러간의 조약체결로,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정치권은 푸틴의 협박을 ‘양치기 소년’ 보듯 해선 안 된다.국가 안보는 절대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정치인들이 현역 해병대 장성을 국회에 불러 모욕을 주고, 북한과 러시아의 도발을 정쟁용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임진왜란 전의 조선 정치상황과 흡사하다.

2024-06-25

與, 야당이 폭주하더라도 협상포기는 안 돼

국민의힘이 결국 야당이 남겨놓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하기로 했다. ‘국회 보이콧’ 상태에서는 더는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당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상임위는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정무·여성가족·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위원회다. 국민의힘은 3선 의원을 중심으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고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당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입법청문회 등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해병대원 특검법, 방송 4법 등 쟁점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이 때문에 여당내에서 ‘민주당의 국회폭주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돼 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난주 단독 개의한 법사위 광경은 마치 왕따를 만들고 집단 폭행을 가하는 학폭 같았다. 국회를 ‘이재명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2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될 가능성이 크다.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야당이 단독 국회를 소집해 첨예한 쟁점이 돼 온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청문회까지 연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다. 특히 지난 21일 법사위에서 열린 야당 단독 ‘해병대원 특검 청문회’에서 정청래 위원장과 야당위원들이 현역장성이 포함된 증인들을 불러놓고 조롱과 모욕을 주는 모습은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여당이 민주당의 입법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등원을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거대야당과 피곤한 싸움을 하더라도 협상테이블마저 걷어차선 안 된다. 국회는 여야가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수렴해서 정부를 견제하고 협상을 통해 법률을 제정하는 곳이다. 지금과 같은 여야의 ‘벼랑끝 대치’ 모습은 22대 의원들의 정치력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여야 의원 모두 장외가 아니라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장에 앉아서 민생현안 해결과 안보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2024-06-25

미분양 무덤 대구, 지역 맞춤형 주택정책 필요

대구지역의 주택분양 시장을 두고 미분양 무덤으로 부른지가 꽤 오래됐다. 수년째 전국 최고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올 4월 기준으로 대구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9667가구다. 1만가구가 넘던 미분양 주택이 14개월째 연속 감소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7개월 연속 상승해 1548가구에 이른다. 미분양 물량이 준공후 미분양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택건설업계의 신규 분양사업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대구시도 미분양 물량이 안정화될 때까지 신규 사업승인을 보류하겠다고 했다.일부 주택건설업체들은 준공후 분양으로 분양 방식을 바꾸어도 보았지만 이 역시 분양이 어려워 일부는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궁여지책을 찾고 있다.주택건설사업과 연관된 광고기획사, 분양업체 등은 사업을 접거나 일부는 부도도 났다. 신규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면서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도 한산하다. 거래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기존 집을 팔아 새아파트로 입주하려던 수요자들은 입주금을 맞추지 못해 낭패를 겪고 있다.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은 정상적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는 동면 상태다. 주택건설 시장의 장기침체로 지역경제도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대구시가 이런 제반 문제점을 감안해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총력 대응책을 발표했다. 그 중 주목을 끄는 것은 중앙정부 주택정책 권한의 지방 이양이다.현재 정부가 쥐고 있는 주택정책 권한은 지역마다 사정이 다름에도 일률적 조치에 그친다. 효과가 미미해 지방 실정을 잘 아는 지방으로 정책권한을 넘겨달라는 뜻이다.수도권 중심으로 흐르는 주택정책을 세분화하자는 뜻이다. 지방자치 정신에도 맞고 정책의 효과성으로 볼 때도 바람직하다. 지방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콘트롤타워가 돼야 주택 수요와 공급에 맞는 정책을 펼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권한 이양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

2024-06-25

나라경영과 성장하는 베트남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나라경영은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을 관리하고 자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민 복지와 나라의 발전을 이루는 과정을 의미한다. 정부의 지도력, 정책 결정, 자원 분배, 외교 관계, 법과 질서유지, 공공 서비스 제공 등이 포함된다. 나라경영을 잘 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후퇴한 국가들이 많고 역사적 결과를 볼 때 나라님의 능력과 리더십이 국민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 높은 부패 수준, 외채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때 장충체육관을 지어줄 정도로 잘 살았던 필리핀은 마르코스 나라님을 만나 장기 독재와 부정부패로 1인당 GDP가 반으로 감소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반면,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1986년 ‘새롭게 바꾸다’라는 뜻의 도이머이 정책을 도입, 시장경제로 전환하며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 역동적인 성장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필자는 코로나 이후 모처럼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다낭을 갔다. 월남전쟁의 아픔도 있지만 베트남은 한국을 사돈의 나라로 인식하고 호의적이라고 한다. 1226년 베트남 리 왕조의 마지막 왕자가 고려로 망명하여 숙종이 성을 하사한 화산 이씨 후손이 3만명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은 불교 국가고 한국보다 유교가 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초기 한자를 사용했고 아직도 한자 문화가 남아 있다. 17세기 프랑스 선교사인 알렉상드르가 라틴 알파벳 기반으로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체계화시킨 것이 오늘날 베트남 언어라고 한다.베트남은 85% 비엣족을 중심으로 다민족 국가로 구성되어 있고 소수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여 다양성의 사회 문화를 이루고 있다. 평균 34.4세 젊은 나라로 활력이 넘친다. 국민성이 부지런하고 값싼 노동력과 손재주가 좋아 다낭중심으로 세계 전자 부품의 생산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와 무역규모가 큰 한국과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2021년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되어 중등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열린 사고와 정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중국 장자의 ‘추수’ 편에 나오는 정중지와(井中之蛙)는 좁은 시야와 한정된 경험에 의존하여 넓은 세상을 알지 못하는 공간의 우물 안 개구리를 말한다. 요즘은 시간의 우물 안 개구리가 더 중요해졌다.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거나 현재의 시간에 갇혀 있으면 미래로 못 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우울 안 개구리다.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내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나라경영은 지도자의 자국에 대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보는 안목과 국가 비전, 이를 실현시킬 바른 정책으로 리딩 해나가야 한다. 베트남처럼 공간, 시간, 지식을 넘어서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자국에 맞는 정책으로 건강한 국가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우리의 모습을 보면 한 국가의 나라경영은 지도자의 리더십이 근간이 됨을 새삼 느낀다.

2024-06-25

비 오는 날의 문학기행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유월의 푸르름을 짙게 하는 비가 하루 건너씩 내리고 있다. 새소리나 빗소리에 기분이 맑게 깨이는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면 왠지 설레는 하루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계절은 어김없이 초목을 무성하게 하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를 지나면서 바야흐로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날을 열어가고 있다.때이른 무더위가 벌써부터 시작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여름의 기온이 전례 없이 높을 것이라고 예보하지만, 날씨와 기상은 변수가 있으니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때이른 무더위도, 줄기찬 빗줄기도 무색하게 하며 뜨겁고 거침없는 마음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어떤 인연과 유대가 있었기에 친소여부에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결같이 어울리며 친근한 동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그들은 이른바 전국을 캠퍼스로 여기고 있는 한국방송대학의 졸업생이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젊은 시절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주경야독(晝耕夜讀) 또는 새로운 배움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만학도의 꿈을 다시 펼치면서 동문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이색적이고 독특한 방송대 동문문화를 조성해가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일반적인 동문회의 인적구성과는 달리 나이와 성별, 직급 등 배경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그들은 언제 어느 때 만나고 어울리더라도 한결같으며, 친화력과 포용성이 큰 동문사회를 이루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동문회의 일원이 모처럼 만나 강원도 동해안으로 소풍 가듯이 문학기행을 떠난 것이다. 잔뜩 찌푸리던 날씨가 오전부터 비를 뿌렸지만, 오히려 빗소리의 낭만과 운치가 여행의 맛을 더하는 듯했다. 그렇게 설레는(?) 가슴으로 다다른 곳은 삼척시 신기면에 위치한 강원종합박물관.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2만 여 점의 자연사 및 도자기·금속공예·민속·종교·목공예·석공예 등의 다양한 유물과 예술품들은 기존 박물관의 개념을 깬 듯한 엄청난 규모로 ‘평생문화교육의 배움터’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빗길을 한참 치닫아 강릉시 운정동 한 켠의 고가(古家)로 국가민속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선교장(船橋莊)에 이르러서는,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정취 속에 조선시대의 숨결이 빗소리의 여운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이어 인근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의 저자이자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 기념관엘 들러 매월당(梅月堂)의 고매한 얼을 기리기도 했다. 또한 초당동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을 찾아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개혁정신을 짐작해보고, 그의 누이인 유명 여류시인 난설헌의 문학적 업적과 생가터 유적을 둘러볼 때는 낙숫물 소리가 더없이 정겹게 들리는 듯했다.비오는 날의 문학기행은 또다른 묘미를 안겨준 것 같았다. 아담한 정원의 나무와 연못, 고즈넉한 정자며 고택의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수천수만의 음률처럼 들리기도 하고, 먼 옛날의 자취가 아련한 속삭임으로 여울지는 것 같았다. 길 떠나고 주변을 살펴보면 미처 몰랐거나 색다른 느낌을 주는 명소가 많다. 옛적의 학우들과 교유하며 소통과 교감하는 시간 속에는 새로운 추억과 감흥이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2024-06-25

그렇게, 전쟁의 풍경이 된 여성들

잔뜩 비를 머금어 당장이라도 비를 쏟을 것 같은 어두텁텁한 구름 속에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전쟁의 기운은 그 속에 들어 있는 모두를 풍경으로 만든다. 전쟁의 중심에서 누구와 싸우는지 알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도, 그 어두운 구름의 가장 가장자리에서 삶만은 여느 때나 다름없어 보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시선이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전쟁의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시선은 존재하지 않고, 누구와 왜 싸우고, 지금 어떤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전쟁이 일으키는 찜찜한 분위기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계속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작가 박경리(1926~2008)가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기 전에 썼던 ‘김약국의 딸들’(1962)이나 ‘파시(波市)’(1964)는 모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한국의 가장 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과 통영에서 이어지고 있던 삶을 그린 작품이다.전쟁이 남긴 상처가 그토록 깊고도 깊었기 때문인지, 막상 닥쳤을 때는 무언가 콱 막혀 전혀 명료한 언어로 표현되지 않던 상처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나서야 터져 나오기 때문인지,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작가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전쟁의 가장자리이자, 작가의 고향이었던 통영의 바닷가에서.이 중에서도 소설 ‘파시’는 1964년 7월에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당시 화단의 중진으로 성장하고 있던 화가 천경자(1924~2015)가 삽화를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고흥 출신인 화가 천경자와 통영 출신의 작가 박경리가 만나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국면인 한국전쟁을 겪는 여성들의 내밀한 역사를 그려냈던 것이다.이 작품은 부산의 대청동에서 조만섭이라는 나이 든 남자와 수옥이라는 젊은 여자가 통영으로 들어가는 연락선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전쟁 이전에는 부유하게 살았지만, 전쟁 중에 월남하면서 가족을 모두 잃고 조만섭 손에 맡겨진 수옥의 안타까운 사연은 나중에서야 알려지지만, 박경리 작가의 필체로부터 수옥이 가지고 있는 불안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다. 스물한 살이나 되었지만 무엇을 물어보아도 시원한 답이 오지 않는 수옥의 태도는 분명 말 한 마디를 잘못해서 죽어버리고 만 부모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까닭이리라. 그처럼 말 한 마디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수옥을 눈여겨 보고 있던 남자는 그녀를 노리고 접근한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수옥이 겪는 고난과, 조만섭의 딸 명화가 겪는 꿈의 좌절과 관계의 상실이다. 그런 이야기야 전쟁과 상관없이 인간 세계에서 늘 일어나는 것이다.이 소설에서 여성들은 종종 소설의 프레임 바깥으로 벗어난다. 이 작품에서 전쟁의 공포를 유일하게 목격했던 수옥은 한 마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내 수동적인 태도를 버릴 수 없다. 명화는 결혼이냐 유학이냐 하는 문제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끝내 좌중우돌하기만 한다. 그 때문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이 두 여성 주인공은 종종 독자들의 바람을 벗어나 시선의 바깥으로 사라져 풍경이 된다. 그들의 존재가 풍경이 되는 것은 단지 그 존재가 미미해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는 박경리가 아닌가.어쩌면 그들이 풍경이 되는 것은 소설이라는 글쓰기를 통해서는 그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욕망어린 시선으로는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이다.전쟁을 다룬 소설이라는 제대로 볼 수 없는 도구로 그들을 보려고 하니, 그들은 풍경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과연 그렇게, 풍경이 된 여성들은 어떻게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