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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예 돌풍’이 국민의힘을 건강하게 만든다

6·11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경쟁에서 36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거세다. 경북매일신문이 에브리뉴스와 공동으로 에브리미디어에 의뢰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29.6%로 1위를 차지했다. 당 중진그룹인 나경원 전 의원(19.0%)과 주호영 의원(8.2%)의 지지도를 훨씬 뛰어넘었다. 지역별로도 이 전 최고위원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을 비롯해 대부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과거 보수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젊은 정치인이 당 중진들을 제치고 3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는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 그리고 쇄신·변화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이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한 기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8명이 당대표 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은 오늘(26일)부터 내일까지 예비경선(당원 50%, 일반시민 50% 여론조사)을 통해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 후, 전당대회에서 당원 70%, 일반시민 30%의 여론조사로 대표를 선출한다.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일반국민과 당원들의 지지성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짐작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당원투표에서는 주호영·나경원 후보의 양강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국민은 이 전 최고위원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에서 보수정당의 건강성을 느낀다. 낡은 이미지를 가졌던 보수야당에서 젊은 정치인이 신선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다만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절제되지 않은 언행을 자제하는 일이다. 자칫 조롱이나 상대비하 발언 한 마디가 생동감 넘치는 선거과정을 오염시킬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국정철학 제시로 국민으로 하여금 국민의힘을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여기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 6·11 전당대회가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2021-05-25

노마스크

한미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두 정상의 마스크 벗은 모습이다. 이른바 노마스크 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171분 동안 마주한 노마스크 정상회담을 두고 매우 기분 좋은 일로 소회를 밝혔다.두 정상의 노마스크 회담은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인에게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기도 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자신감을 은연중 드러낸 모습이라 하겠다.얼굴의 3분의 2를 가리는 마스크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자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을 멀게 했다는 지적도 자주 나왔다. 마스크 쓰고 두 눈만 드러낸 채 상대방을 바라보면 상대와 마음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얼굴의 표정은 곧 그 사람의 마음을 뜻하는 일종의 표현이다. 한미 두 정상의 노마스크 회담은 마스크를 벗은 모습 자체로 웃음과 여유를 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미국의 언론들은 최근 백신접종을 맞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미국내 립스틱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립스틱 가운데 마스크를 써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제품과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제품들이 인기라 했다.마스크를 벗는 나라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아직 노마스크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우리의 처지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코로나로 아동들의 마스크 쓰기가 그들의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스크를 쓰다보면 소통 기회가 줄면서 성장기 어린이의 언어발달 능력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노마스크에 대한 염원이 더 커지는 결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5-25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산, 선제 대응으로 맞서야

지난 19일 확진자가 처음 나온 대구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산세가 일주일째 이어져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9일 6명이 처음 확인된 데 이어 20일부터 13명-47명-48명-48명-40명으로 연속 이어지고 25일에도 전체 발생 29명 중 21명이 유흥주점발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179명이다. 특히 지난 23일 대구에서 확인된 57명의 신규 확진자 수는 신천지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해 3월 31일 이후 가장 많았다.대구시는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산세가 퍼지자 시내 3천300여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합동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발생 일주일이 지난 현재도 두 자리 수 발생이 이어져 확산세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금 상태로 가면 멀지 않아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올라갈 것도 예상된다. 대구시는 이에 대비해 생활치료센터 개소도 검토중이라 한다.특히 대구에서 발생한 유흥주점발 코로나19가 아직은 확인 단계이지만 변이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아 걱정을 더 키우고 있다. 기존의 집단감염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초기 확진자들이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지역을 방문한 이력이 있어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구시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질병청에 검사를 의뢰 중이다.그러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확인은 질병관리청에서만 총괄하고 있어 확인까지 소요기일이 5일 정도 걸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즉각적 대응도 쉽지가 않은 상태다.현재 대구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유흥업소 관련자는 기존 확진자와 구분해 치료하고 있으며 자가격리자에 대해서도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알려진대로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진자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층이다. 사회경제적으로 활동이 활발해 당국의 선제적 조치에도 지역사회에 대한 감염 우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대구와 왕래가 잦은 인접 경북지역에 대한 방역 관리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경북은 일부 시군에서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해제한 상태라 더욱 경각심이 요구된다 하겠다.국내적으로 백신접종률이 아직은 부진하다. 대구시를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의 철저한 사전 예방조치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

2021-05-25

집을 수리하면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중량 목구조로 신축한 지 어언 7년. 벽면이 들뜨고, 그 사이로 습기 들어오고, 유리창 없는 베란다에는 비바람으로 물이 고이기도 한다. 손을 볼 때가 온 것이다. 와중에 참새들이 극성하여 지붕 틈새마다 둥지 틀고 새끼 키운다고 야단이다. 수소문한 끝에 정직하고 성실한 시공자를 만나게 됐다.“전체적으로 최소 2천500에서 3천 정도 생각하셔야 합니다.”“네?! 승용차 한 대 값이네요!”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애초 집을 지으면서 신중하게 숙고해야 할 것인데, 워낙 단과반이 체질이라 속도전으로 임한 것이 화근이다. “저는 야맵니다!” 그 말 한마디에 훅 가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다. 시골에 목조주택을 신축하는 일은 적잖은 배포와 과단성이 필요하다. 나는 전광석화처럼 밀고 갔다.짜장과 짬뽕 사이의 선택이 어려운 것처럼 건축업자 선택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단박에 던져버리고 “잘해봅시다!” 한 마디로 일사천리 밀어붙인 것이다. 뭐, 그렇다고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농촌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행복은 빼놓지 않고 향수(享受)한 까닭이다. 하지만 집도 사람처럼 늙는다.늙고 낡아가는 집을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노자는 그것을 가리켜 “합포지목 생어호말(合抱之木 生於毫末) 아름드리나무도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번에 시작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손을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여러 근심 물리치고 “해봅시다!” 하고 수리를 결정했다.꼼꼼하고 매사에 치밀한 성품의 박 대목은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점을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마당의 초목 재배치까지 일러준다. 내가 가꿔온 마당을 보는 관점이 전혀 다른 것이어서 나로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사 와서 심은 여러 나무며 풀이 제멋대로 자라고, 그것을 제때 손보지 않은 탓에 혼란하다는 것이다.집을 손보면서 집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누추해지기 전에 요모조모 뜯어보고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도 누추해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만큼 앞서서 질주하는데, 나만 낡은 것을 고집함도 희극적인 일이다. 수구와 보수가 희화화의 대상이 되는 까닭은 시대착오적인 것을 전통이라고 우기기 때문이다.유연한 자세로 대상을 보고, 변해가는 세태를 주목하면서 나의 삶과 자세를 반추해보는 일은 늦게 늙는 기본이다. 나이 들어서도 천방지축 시대를 앞서가려는 것도 우습지만, 앞장선 사람들을 꽁무니에서 손가락질하는 것도 차마 우스꽝스러운 짓이다. 21세기에 가마나 당나귀 타고 나들이하겠다는 것과 무에 다른가?!집수리가 말끔하게 끝나면 마당 정리는 스스로 감당하려 한다. 방아쇠 손가락만 아니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습하고 더운 주말 오후가 서서히 저문다. 창밖에 새 운다.

2021-05-25

서른 즈음에게

스물 한두 살 때 쯤, 그러니까 일주일에 술을 여덟 번(하루에 두 번 먹던 날 도 있었으니까)쯤 먹던 개망나니 시절, 학교 과방 소파에 누워 노닥거리고 있는데 후배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 자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 무언가 대단한 일을 이루고 난 후, 이전 세상을 살았던 위대한 영혼들처럼 스스로도 가장 빛나는 젊은 시절에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꿈을 꾸는 시절 말이다.“형, 형은 정말 서른까지만 살 것처럼 사는 것 같아요.”“그래? 그럼 그러지 뭐.”이십대 초반이었던 그때의 나는 그랬다. 서른이 아주 많은 나이처럼 생각됐고, 서른 살 이후이 삶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서른은 저만치 멀고 시간은 그토록 느리게 가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는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갈 거라는 건 몰랐다. 지독히 안 가던 하루가 조금씩 조금씩 빠르게 흐르더니 나는 별로 한 것도 없이 서른이 넘어 있었다.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다를 바 없었다. 그걸 어린 시절엔 몰랐다.커트 코베인은 스물일곱에 죽었다. 짐 모리슨,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에이미 와인하우스, 윤동주, 이상. 그들보다 좀 더 산 나는 별다른 업적 없이 팔리지도 않는 것들 몇 개 만들고 허송세월 하고 있었다. 공부는 했으나 당장 아는 게 없고, 사랑은 했으나 당장 아무도 없는 나의 서른. 그래서 그 해에 나온 내 앨범 제목이 ‘설은’이었다. 낯설고, 설익고, 서러운 나이인 것 같아서.시간은 조금 더 흘러 나는 서른다섯이 되었다. 설문조사 같은 걸 할 때 이십대 칸 옆의 삼십대 칸에 체크를 하는 게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어느 날 서른을 앞둔 가까운 동생 하나와 소주를 한 잔했다. 돌아보니 후배의 질문에 답하던 시절로부터 10년이 훌쩍 흘러 있었다.“형, 내가 이제 곧 삼십대야.”“그러네. 좀 조급해지나?”“그런 건 아닌데. 어때? 삼십대는?”나는 갓 서른이 되었던 때었다면 하지 못했을 대답을 했다.“재밌어. 난 이십대보다 더 좋아.”진심이었다. 서러운 마음으로 시작된 나의 삼십대는 의외로 이십대보다 재미있다. 그때처럼 온갖 것들이 신기하지는 않지만, 그대신 안목과 취향이라는 게 희미하게나마 생겼다. 재밌는 것, 좋은 것, 맛있는 것을 알고 찾아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또 생각해보면 이십대 내내 나는 얼마나 궁핍했는가.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주머니에 넣어둔 만 원 짜리 한 장을 술값 계산하는 친구에게 쥐어주고 지하철 개찰구를 몰래 넘어가다 붙잡혀 과태료 통지서를 끊어야 했던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처럼 나와 우리들의 이십대는 곤궁하고 서글펐다.지금이라고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지지리 궁상을 떨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연애는 또 어땠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김광석 노랫말대로라면 나는 이십대 내내 사랑 한 번 못 해본 가련한 인간일 것이다. 안 아픈 사랑이 없었고 그 앞에 안 서툰 순간이 없었다. 삼십대의 그것은 그때처럼 좌충우돌하는 맛은 없지만 그보다는 평화롭고 때때로 못지않게 뜨겁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마냥 슬픈 일은 아닌 모양이다.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서른이 서러웠던 것은 단지 서른쯤에는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른이 스스로 무언가 이룰 수 있기나 한 나이인가. 십대까지의 내 삶을 온전히 나의 인생이었다고 하면 좀 억울할 것 같다.그저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착실하게 십대를 마친 뒤에 맞이한 이십대는 비로소 나의 인생이 시작되는 지점일 뿐이다. 그때 이미 무언가를 이룬 비범한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그들이 별난 것이지, 누구에게나 시작은 넘어지고 깨지는 경험의 순간일 뿐이다.서른을 눈앞에 둔 그 동생 같은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이십대보다 좋은 삼십대를 보내고 있지만 이따금 고개를 드는 내 조급함에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서두를 것 없다고. 지금부터라고.

2021-05-24

소설 쓰기의 즐거움

왜 소설을 쓰는가? 그 질문에 굳이 답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게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였으니까.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도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정말 그럴까? 나는 소설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깜박이는 커서를 앞에 두고 쓴 커피를 연거푸 들이켜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대체 나는 왜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가.’문학을 전공하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어떤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문학작품이 좋아서 글쓰기를 시작했던 아이들은 대학이라는 문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나는 그들을 무사히 졸업시키고 대학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편입되기 위한 글쓰기를 가르친다. 마음 한구석에서 양심이 소리친다. 이게 옳은 것인가? 제멋대로 튀어 나가는 아이들의 문장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것. 다양한 생각을 기성의 틀에 욱여넣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일까? 학생들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따끔하다.나 역시 대학에서 문학을 배웠다.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했고 위대한 작품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그렇다면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독자는 진정 자의적으로 문학 작품을 선택하고 있는가?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가 보인다.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그쪽으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책의 겉표지는 화려한 작가의 약력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이 작가가 어떤 상을 받았는지, 모두가 알 만한 유명인이 이 작품을 얼마나 감명 깊게 읽었는지. 그것은 책을 비호하고 있는 굉장한 껍데기이며 선택을 종용하는 목소리다. 신춘문예 역시 그런 시스템이다. 심사에서 운 좋게 선택받은 사람이 작가라는 칭호를 부여받게 된다. 수많은 문학상은 문단에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세상에 쏟아지고 가지각색의 서사가 범람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오직 글 자체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작가는 과연 몇이나 될까?등단을 하고 몇 년간은 그 사실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나 역시 그러한 시스템의 수혜자였으며 내게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문예지에 글을 발표하고 나면 악몽을 꿨고 작은 지적에도 몸을 움츠렸다. 나는 더욱 자신을 채찍질했다.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해야 해. 적확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써야 해. 독특한 소재를 찾아서 다층의 서사를 구축해야 해. 그래야만 인정받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어.그때의 나는 단조로운 삶과 미진한 재능을 탓했다.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책상 앞에 앉았다. 소설 쓰기의 괴로움은 소설 쓰기만으로 잊을 수 있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예술이라는 가치보다는 내 삶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다니.그러다 한 가지, 너무나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고통의 과정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즐거움이란 단순한 재미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괴물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컴컴한 미로 속으로 기꺼이 발을 내딛는 욕망이나 충동에 가깝다.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내 안에 솟아오르는 호기심을 이리저리 살펴본 뒤에 나름의 답을 내어놓는 것이다. 그러한 사고 과정을 기록하는 지난한 행위가 쓰기다. 글을 쓰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것. 이후에 남는 건 일련의 발자국이다. 작업물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목소리로 박제된다. 시간은 흐르다가 끝나기 마련이지만 소설의 서사는 차원의 벽을 넘어선다. 그러니까 소설을 쓴다는 건 과거의 망령에 조언을 듣고 미래의 인류와 소통하는 일, 상처를 입고 치유 받는 일이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작업에 매료되었고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흔쾌히 선택했다.이것은 비단 소설 쓰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삶의 지점을 향해 간다. 가끔은 이것이 옳은 방향일까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내게 재능이 있을까. 온 힘을 다해 당도한 끝이 허무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에 ‘즐거움’이라고 이름 붙이자. 그 경쾌한 단어를 원동력 삼아서 어리석고 부당한 세계를 향해 기꺼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2021-05-24

자식의 부끄러운 사랑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정철 ‘훈민가’중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에 이어 ‘어버이 날’이다. 3·4대가 한 집에 모여 살던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에 모자가정, 나 홀로 가정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모두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효행이 쉽지 않다.큰아들은 포항에, 작은아들은 서울에, 큰딸은 부산에, 작은딸은 대전에,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도를 해야 한다. 부모님께 한 번 더 찾아뵙고 한 번 더 전화를 해야 한다. 자식들은 알아야 한다. 좋은 옷 사드리고, 용돈 많이 드리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하면 ‘효도를 잘 한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효도를 돈으로 사는 것이다.물론 많은 용돈,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부모님은 자식들의 행복과 편안함 그리고 안위를 더 궁금해 하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바로 전화 한 통을 하자. 퇴근해서 한다고 미루지 말고 바로 전화를 하자.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 오늘도 늙어 가신다.코로나19가 2년째 계속되면서 마스크 시대, 줌의 인터넷 비대면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희귀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렵고 힘겨운 전쟁 상황 속에서 가족이 같은 지역, 같은 나라 안에서 살고 있다면, 수시로 만날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정상이 비정상으로 느끼는 요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또한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종이 한 장도 가져갈 수 없는 삶의 이치 앞에서 그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 최고의 일이다.그러니 이번 가정의 달 5월에는 특별히 부모님께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랴’ 글처럼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섬길 일 하는 효도하고 부모님 가신 후에 눈물을 흘리는 회한의 아픔은 가지지 않게 해야 한다.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10년 만에 배 이상 늘어 점차 줄어드는 세계 추세와는 반대인 실정이다.부모님께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해야 한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 제사상에 과일에, 고기에 평소 즐겨 드시던 것을 차려 놓고 효도라고 생각하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살아계신 부모님께 자식의 도리를 똑바로 해서 후회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부모님께 효보다 크고 값진 것이 없을 것이다. 부모님과 대화가 필요하고 자식과 손자의 얼굴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가장 큰 불효에 해당된다. 부모님께 설과 추석, 생신만 챙기는 현실이 부끄럽다.5월 가정의 달이 다 가기 전에 지금 바로 전화해서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바로 부끄러운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2021-05-24

듣는 책, 읽는 그림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많은 풍경을 접하게 된다. 초록의 잎새가 일제히 손 흔들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오리가 몸짓하며 금계국 노란꽃의 반김이 환호처럼 보인다. 차르륵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두 바퀴가 굴러가는 윙윙거림,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정겹고 시원하기만 하다. 거기에 한 쪽 귀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되면 기분은 때에 따라 날아갈 듯 신나기도 한다.그렇게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져 즐겨 타면서 올해 들어서는 이어폰으로 음악 대신 책을 듣는 쏠쏠함을 누리고 있다.참으로 편리해진 세상이다. 책을 귀로 듣다니?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책 읽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닌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정말 책을 읽듯이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유익할까?이른바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의 등장 덕분이다. 오디오북이란 책을 음성으로 낭독해 눈이 아닌 귀로 듣는 디지털 콘텐츠이다.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비단 책만이 아니라, 방송이나 뉴스, 학습강좌 등의 왠만한 내용도 거의 모두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보거나 들을 수 있다. 기술의 혁신과 문명의 진보가 갈수록 인간생활에 이로움을 더해주고 있다.바쁜 현대생활에 쫒겨 책을 가까이하기 힘들어지면서 독서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에 오디오북 같은 새로운 독서방법이 주목받고 있다.특히 독서시간이 부족한 바쁜 직장인들에게 최적의 독서방법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다.다른 일을 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들을 수는 오디오북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없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등을 적당히 넣어 극적인 효과까지 낼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출퇴근이나 청소, 빨래, 운동, 식사 등을 하면서 청각적인 독서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무한정 펼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필자는 주로 ‘책 읽는 다락방J’가 들려주는 음성을 즐겨 듣는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라든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등의 에세이를 부담 없이 들으며 페달을 밟다 보면, 30여분의 출퇴근 시간이 짧게만 여겨진다. 그래서 간혹 퇴근길에는 연일이나 대송, 강동, 안계 등지로 돌아오곤 하면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담(詩談)을 들으며 들꽃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들판의 정경을 시처럼 읽기도 한다. 또한 102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와 ‘선하고 아름다운 삶’ 등의 인생강연을 들으며 내 삶의 노른자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요즘은 이처럼 보고 읽는 것과 듣고 그리는 감각의 영역이 서로 넘나들면서 융복합적인 콜라보로 다양한 콘텐츠를 연출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다채로운 멀티미디어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취향이나 목적에 맞는 아이템으로 두루 활용하고 접목하면 자신의 삶에 크고 긴요한 도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1-05-24

땅 속 유적의 씨앗으로 엿보는 신라인의 정신문화

안소현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우리는 반려식물을 가꾸고, 꽃다발을 선물한다. 봄꽃놀이를 즐기며, 숲에서 휴식과 위안을 얻는다.이렇듯 식물은 우리에게 정신적 풍요를 선사한다. 땅 속 유적에서 발견되는 씨앗과 열매를 통해 옛 사람들은 어떤 식물을 자원으로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선조들의 옛 생활상을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불에 탄 쌀이나 도토리를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적에서 발견되는 식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먹거리 혹은 도구로 만들어 쓰는 실용적인 쓰임 외에도 옛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신라의 왕이 대대로 기거했던 왕궁인 월성(月城·사적 제16호). 해자(垓字)는 적의 침입을 방어하고 외부와의 경계로 삼기 위해 성벽 외곽에 땅을 파 만든 도랑이다.월성 해자 발굴조사에서 확인되는 과거의 씨앗 중에, 신라인의 머릿속, 마음속 식물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릴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지금까지 월성 해자가 조사된 구역에서만 2만개가 넘는 가시연꽃의 씨와 다양한 종류의 수생식물 씨가 출토됐다. 약 1600년 전에 가시연꽃을 비롯한 수생식물 군락이 해자에 자랐음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자의 수심과 주변 환경이 어떠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가시연꽃은 오래된 연못이나 저수지에 주로 자라는 한해살이 식물이고, 지름이 1m 이상으로 크게 자라는 가시투성이의 둥근 잎을 수면에 띄우고 생활한다. 식물체 전체가 가시로 덮여 있고, 여름에는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 가시연꽃은 사진 촬영의 소재로도 인기가 높다.가시연꽃의 씨는 검인(芡仁)이라 하여, 왕실 제사를 지낼 때의 제사 음식으로 올려졌다. 가시연꽃은 한 개의 열매 안에 100여개의 많은 씨가 영글어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고도 한다.또한 신령에게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징표로서 땅과 물에서 난 다채로운 식재료를 바치는 의미에서 못(澤)의 산물로서 진헌된 것이라 여겨진다. 옛 문헌에 따르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의 국가제사에 이용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신라시대의 상황은 문헌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필자는 얼마 전 절기 상 춘분(春分)날, 신라의 김(金)씨 임금님께 제를 올리는 행사인 춘향대제를 취재하기 위해, 경주 숭혜전(崇惠殿·경북문화재자료 제256호)을 다녀왔다.전통을 계승하려는 참봉단의 정성과 노력으로 특별히 올해의 제사에는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는 검인(가시연꽃 씨), 능인(마름 열매), 진자(개암나무 열매)를 제사 음식으로 올리는 뜻 깊은 자리였다.월성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씨앗이 1600년 전의 옛날에도 신라 임금의 제사에 이용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해자에 남겨진 씨앗은 왕궁에서 심고 가꾸어 이용되었던 식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아마 신라인들도 가시연꽃의 씨를 정성껏 채집해 선대의 임금을 기리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을까.자(紫)색은 신라인에 있어 특별한 색이었다. 왕족과 신분이 높은 귀족들만이 자색의 관복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고귀한 색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왕궁의 못에서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 가시연꽃에도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또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자료는 의도적으로 구멍을 뚫은 잣이다.보통 우리가 먹는 잣의 부분은 딱딱한 껍질 속의 종자에 해당한다. 먹고 난 후의 남겨진 흔적이라면, 딱딱한 씨껍질을 깨부순 파편의 형태로 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해자에서는 같은 위치에 정교하게 구멍을 뚫은 잣 껍질이 여러 개 확인됐고, 끈 같은 것에 꿰어서 이용한 무엇인가로 추정됐다. 장식용이었을까, 아니면 염주 알처럼 이용된 것일까.귀한 식재료를 먹지 않고, 가공하여 다른 어딘가에 이용했을 신라인의 의도가 궁금한데, 그것을 바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지금도 필자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잣 껍질을 꿰어서 쓰는 풍습이 있을지, 또 옛 문헌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찾아보고 차차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다. 잣은 하나의 솔방울에 수많은 씨를 맺는 식물로, 자손 번창의 의미가 있어 지금도 껍질을 깐 잣은 결혼식 폐백음식에 이용되기도 한다.땅 속 씨앗을 찾아내고 조사하는 일, 식물에 얽힌 전통 풍습에 대한 조사 연구를 통해 옛 사람의 마음 속 식물의 의미를 발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1-05-24

비운의 걸작

“나는 레오나르도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해 이른 아침 작업대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 그는 그곳에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온종일 작업에만 몰두 했다. 그리고는 사나흘은 붓이라고는 손에 잡지 않고 그려 놓은 것을 그저 서너 시간씩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고의 걸작 ‘최후의 만찬’ 제작 과정을 목격했던 도미니크회 수도사 마테오 반델로가 남긴 기록이다. 밀라노의 실권자 로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의 의뢰로 1495년경 시작된 ‘최후의 만찬’은 1497년 거의 마무리 되었다. 레오나르도의 걸작이 그려진 곳은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이다. 이곳은 도미니크회 수도원 교회로 ‘최후의 만찬’은 수도사들의 식사공간인 체나콜로의 한 쪽 벽면에 그려졌다. 청빈한 구도자의 삶을 살던 수도사들이 식사하는 장소에 ‘최후의 만찬’ 장면이 그려진 것은 종교적으로 여러 의미를 지닌다. ‘최후의 만찬’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임 당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 그리고 예수와 제자들이 가진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 수도사들이 매 끼니마다 동참하고 있음을 뜻한다. 반델로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기록되어 있다.“레오나르도는 코르테 베키아의 기마상 작업을 하다가 뭔가 못 마땅한 일이 있으면 작업을 멈추고 ‘최후의 만찬’ 작업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도착한 그는 작업대에 올라가 몇 번의 붓질을 한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레오나르도의 이러한 변덕을 예술가에게 내재된 천재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반델로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원하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 또 순식간에 손을 땐 작업 방식을 통해서 레오나르도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 전통적인 프레스코 기법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프레스코는 물로 섞은 석회 반죽을 벽면에 바르고 그것이 마르기 전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 그림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프레스코는 하루에 작업 할 수 있는 면적이 아주 제한적이다. 그리고 프레스코의 결정적인 단점은 한 번 그리면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프레스코의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기름과 유약을 사용했다. 그런데 물과 기름이 섞일 리가 없다. 결국 레오나르도의 잘못된 재료 선택으로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엎친 데 겹친 격으로 그림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500년 밀라노에 대홍수가 일어났다. 작품이 그려진 공간이 완전히 침수되면서 그림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프란체스코 스카넬리가 남긴 1642년 기록은 작품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후대에 손상된 그림을 구하기 위해 몇 차례 보수 작업이 감행되었다. 그런데 잘못된 복원이 오히려 작품 손상을 악화 시키는 결과를 불러 왔다. 게다가 1800년대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괴테가 남긴 글에 따르면 엄청난 폭우가 몰아닥쳐 최후의 만찬이 또 다시 침수되었다고 한다. 연속된 불운에도 불구하고 30여 년 간 복원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최후의 만찬’이 조금씩 옛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됐는데, 그만 독재자 무솔리니가 나타나 벽화복원 총책임자를 해임해 버리는 바람에 복원 작업은 지연되고 말았다.1908년부터 루이지 가베나기라는 뛰어난 복원가가 투입되었고 그리스도의 왼손 원형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걸작의 불운은 계속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8월 14일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가 폭격을 당하고 말았다. 공습 직전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 덕분에 간신히 ‘최후의 만찬’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걸작을 살리겠다는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1946년부터 1954년까지 복원 전문가 마우로 페치올리의 노력으로 벽화는 옛 색감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작품의 원형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되었던 ‘최후의 만찬’은 1978년에서 1999년까지 첨단장비와 최신 복원 기술을 동원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미술사학자

2021-05-24

인생 그림책에서 배운다면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평균 수명이 늘고 있다. 2011년 남자 76.8세, 여자 83.6세이던 것이 202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는 80.5세, 여자는 86.4세라고 한다. 주위에 90 넘은 어르신들도 눈에 많이 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위기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위기는 자기 삶에 대한 불만족감이 커지는 데서 온다. 경제적 문제나 건강 문제도 삶에 대한 만족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만족감이 크면 경제나 건강 문제도 극복하기 쉬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힘 기르기가 중요해지는 이유다.바로 며칠 전은 우연이 겹친 날이다. 도서관에서 ‘100 인생 그림책’을 빌린 날, 몇 달 전 가입한 북클럽에서 굿즈로 ‘인생 노트’를 보내주었으니 말이다. ‘100 인생 그림책’은 100살까지의 삶을 나이마다 한 장면으로 표현한 책이다. 저자 하이케 팔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아흔 살 할머니, 여러 국적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명망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시리아 난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 나이에 당신이 배운 것은 무엇이냐고. 노후의 삶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60세 이후의 장면에 눈길이 더 간다.68세에 어쩌면 너만의 정원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 70세에도 자신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으며, 생전 처음 해본 일이 마음에 든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발견은 나이듦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준다. 이런 장면들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 크게 공감이 된다.‘인생 노트’는 시기별로 자신의 감정, 행동, 기호 등을 기록하도록 질문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이라지만 내가 칸을 채워야 하기에 노트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 스스로 만드는 인생 그림책이라고나 할까? 그때 나는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등을 채우다 보면, 그때가 또렷이 기억나면서 내가 배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는 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대신 병원비로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잉글리시 그린의 재규어를 샀다고 한다.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 하면서. 그녀가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서 마음에 드는 재규어를 살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에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등의 에세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성찰과 기록을 꾸준히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평소 기록하는 힘을 놓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93세에 쓰신 자서전 제목도 ‘대한인의 방랑과 사랑-공룡 발자국 같은 기억들’이다. 그것을 통해 아버지는 인생의 시기마다 무엇을 배웠는지 발견하셨고, 그 발견을 통해 또 많은 것을 배우셨다.나이가 들수록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더 중요해진다. 지난 시간 배운 것을 떠올려보자. 이런 발견은 동료와 같이 하면 더 좋다. 뜻이 맞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인생 그림책을 같이 읽자고. 인생 노트도 채운다면 금상첨화다.

2021-05-24

대학가 구조조정, 지방대학 존립 가치 살려야

교육부가 또다시 전국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존폐위기에 몰리는 지금의 상황에선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이미 정부는 20년 전부터 인구 예측을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고 실제로 구조조정 방안도 여러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도 구조조정은 대학가의 핵심 의제로 남아 있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와 혁신지원 전략’은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된 점을 고려, 부실대학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을 실시하고 일반대학은 재정지원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교육부에 의하면 올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다. 전국 대학에서 정원 미달된 신입생 수가 4만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저출산 영향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학의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기도 하다. 특히 미충원 인원의 75%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반증한 것이자 지방대학의 우울한 미래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경북대학교 등 국립대학조차 정원 미달을 겪어야 했으니 지방 사립대학의 사정이야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교육부의 구조조정 칼날이란 신입생 미충원 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신입생 부족으로 생기는 재정악화와 교육의 부실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지방소재 대학이 구조조정 우선순위에 놓인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것이란 지방대학의 자조적인 유행어가 실감나는 시절도 멀지 않았다. 지방의 대학 정원미달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에 기인한다. 정부 정책의 수도권 집중이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일어나는 불균형의 문제다. 대학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동일한 문제가 파생하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어젠다가 등장한 지도 오래전 일이다.지방에서 대학은 인재를 머물게 하고 지역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존재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 대학 한 둘이 사라진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과 동일시할 정도의 큰 문제다.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대학의 존립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05-24

붉은 달

붉은 달, 일명 ‘블러드 문(Blood Moon)’이 26일 밤 뜬다. 블러드 문은 태양광이 지구 대기에 굴절돼 달이 붉은빛을 띠게 되는 현상이다. 주로 개기월식 때 볼 수 있다.한때 불길함의 상징이었던 붉은 달은 과학으로 설명 가능해진 이후 ‘신기한 우주쇼’로 여겨진다. 월식은 태양-지구-달 순서로 나열되고,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들어가더라도 지구의 대기를 지나며 굴절된 태양광이 달에 도달할 수 있다. 지구 대기에 태양광이 굴절되는 과정에서 빛의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때 빛의 색을 결정하는 파장에 따라 산란되는 정도가 다르다. 빛의 대기 산란은 파장이 짧은 푸른색 대역에서 많이 일어나고, 붉은색 파장 대역의 빛은 상대적으로 덜 산란돼 투과된다. 결국 산란이 많이 일어나는 푸른 빛은 모두 흩어져 달에 도달하지 못한다. 태양광이 대기에서 굴절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리로 푸른 성분은 산란되고, 평소보다 붉은빛이 달에 도달, 반사 후 우리 눈에 비치게 되는 것이다.빛의 산란 때문에 낮에는 푸른 하늘이 해 질 녘과 해 뜰 녘에는 붉게 물든다. 해 질 녘과 해 뜰 녘에는 빛이 대기에서 더 먼 거리를 이동하며 푸른 파장 대역의 빛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월식은 날씨가 좋더라도 도심에서는 관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국립중앙과학관은 26일 오후 7시30분부터 유튜브 채널 ‘과학관TV’로 개기월식을 생중계하며, 월식 원리와 현상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은 지난 2018년 7월28일에 있고, 다음 개기월식은 2022년 11월 8일에 볼 수 있다. 신비로운 우주쇼는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24

‘무착륙 관광비행’ 항공·여행업계 돌파구되길

대구국제공항에서도 지난 22일 ‘무착륙 관광비행’이 시작됐다. 운항 코스는 대구~일본 오사카 상공~대구 노선이며,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됐다. 대구공항 국제선 운항은 지난해 2월 24일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료는 9만원으로 오사카행 통상요금의 60%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 무착륙 관광비행은 오는 29일 두 번째 운항에 이어 6월부터는 월 1회씩 운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무착륙 관광비행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다른 나라 상공을 날다가 다시 한국 공항에 내리는 관광 상품을 말한다. 착륙 없이 외국 영공에서 회항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비행이지만, 정식 출입국 절차를 거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간 국제선 운항이 중단돼 항공·관광·면세업계가 생존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지난해 11월 허가한 관광상품이다.최근 항공사마다 이 관광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운임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자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광상품의 탑승률이 대부분 9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말에 많은 응답자가 여행이라고 말하는 것만 보아도 해외여행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무착륙 관광비행의 경우 일반 국제선 여행과 동일하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미화 600달러 한도로 술 1병, 담배 200개비, 향수 60mL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기내 면세점은 물론 시내, 출국장, 입국장 면세점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검역·방역 절차를 진행하지만 입국 후 격리 조치, 진단 검사는 면제한다.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주도해서 무착륙 관광비행을 촉진하는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완전히 막힌 후 항공·여행업계가 사실상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다. 해외관광 수요를 위해 기획한 무착륙 관광비행이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위안을 주면서 항공·여행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5-24

국민의힘 당대표 적임자는?

심충택논설위원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주 부처님오신날 동화사 법요식에 참석해 “대구는 우리당의 뿌리다. 당의 뿌리에 계신 분들이 그동안 당을 지켜왔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내년 정권교체에 대한 마음이 모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들로부터 ‘영남당’이니 ‘꼰대당’이니 하는 조롱 섞인 소리를 들으며 서운해 했던 대구·경북 지역민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대구·경북은 보수정당의 각종 선거나 당 혁신 발표 때마다 지금처럼 ‘왕따’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4·15 총선 때도 김형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TK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이 지역 현역 중진들을 대거 물갈이 했다. 총선결과 영남 지역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48.1%)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54명(53.4%)에 이르렀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대부분 기대이하의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승부가 결정난다. 전체 책임당원의 60% 가까이 분포하고 있는 영남지역 여론이 선거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려면 영남 정당으론 어렵다”(홍문표 의원)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부 소장파 주자들은 ‘영남·중진 배제론’을 마치 유행가처럼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국민의힘은 6·11 전당대회가 끝나면 바로 대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권에 욕심을 내 지역감정을 들먹이며 당을 삼삼오오 분열시켜서는 절대 안된다. 그 후유증은 대선 판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영남지역의 적극적인 지지없이는 불가능하다.이런 맥락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영남이 4년간 궤멸 위기였던 당을 지켜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정권 교체의 희망이 보이게 된 것이다. 당의 쇄신과 변화라는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영남과 비영남을 나누고, 선수와 나이로 나누는 프레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오는 28일 예비경선을 앞두고 있는 당권주자 8명의 초반 판세를 보면 정치경륜이 돋보이는 중진들은 당내 지지에서, 개혁을 앞세운 소장파들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자신하는 분위기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진그룹으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소장파 그룹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국민의힘 당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를 성공시켜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고도의 정치력과 지혜가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모든 지역과 세대, 계층이 같이 할 수 있는 외연확장의 무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당 대표도 통합적 리더십을 가지고 내부 갈등 없이 대선을 치를 수 있다.

2021-05-23

대구 유흥주점發 집단감염, 원천 봉쇄해야

대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내 한 주점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자는 나흘만에 110여명으로 늘어나 보건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대구시는 22일 0시부터 30일 12시까지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노래연습장(동전노래방 제외) 3천300여 곳에 대해서는 집합금지를,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구지역의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산세는 지난 12일 구미, 울산 확진자가 대구 북구 산격동 한 호텔 유흥주점과 남구 이천동 주점 등을 다녀간 후 매일 늘고 있다는 것이다.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는 19일 6명의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0일 13명, 21일 47명 22일 48명 등 나흘만에 100명을 훌쩍 넘었다. 대구시는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철저한 방역이 요망된다 하겠다.대구에서는 지난해 3월 31일 6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무더기 확진자가 쏟아져 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해 대구시민이 겪었던 코로나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 염려하기도 한다.대구는 최근 이슬람 사원 누적 확진자도 45명에 이르는 등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지역 이슬람 사원 신자가 약 1천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은 이슬람 사원 관련자 동향에도 신경을 놓지말아야 겠다.특히 유흥주점발 집단감염 사태는 관련자에 대한 역학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빠르게 원천봉쇄에 나서야 한다. 대구는 지난해 신천지발 코로나 집단감염을 뼈아프게 경험한 도시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과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당국의 철저한 방역조치와 시민의 협조를 통해 지난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하루 500명 이상 유지해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 더 연장키로 한 상태다.어려운 상황이 거듭되고 있으나 대구시 보건당국의 분발을 다시 한 번 독려한다.

2021-05-23

마크롱 모델

2017년 5월 임마뉘엘 마크롱은 당시 39살의 나이로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은 양당체제 중심의 프랑스 정당정치 구조의 대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마크롱이 창당한 중도성향의 앙마르슈는 창당 1년만에 젊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66%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하자 전 세계도 놀랐다.반면 프랑스 우선주의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그리고 외국인과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파의 국민전선은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마크롱이 이끄는 중도신당은 정치사회적으로는 불평등 해소와 온 국민을 위한 기회 진작 등 좌파정치를 표방했다. 또 경제적으로는 우파에 가까운 친기업적 정치를 추구하는 정파 이념을 내세웠다. 집권 이후 그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을 앞세우며 마크롱식 경제개혁을 밀어붙여 갔다. 마크롱 취임 후 2년이 지나면서 프랑스 경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늘고 청년이 창업을 시작하고 프랑스를 떠났던 부자들이 돌아왔다. 강성 노조에 맞선 과감한 노동정책과 부유세 폐지와 같은 경제 유인책으로 프랑스는 마크롱의 구호처럼 “일하는 프랑스”로 바뀌어 갔다.김종인 국민의 힘 전 비대위원장이 자주 거론하는 한국판 마크롱 등장을 두고 정가의 뒷말이 무성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근에는 김동연 전 부총리까지 마크롱 모델에 비유해 또다시 화제를 뿌렸다.마크롱 모델은 앞서 보았듯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제3지대를 통한 정치 등장과 경제의 성공적 부흥 등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에 회자되는 마크롱 모델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23

정부의 ‘해양폐기물 제로화’ 계획 환영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일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2030년까지 6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제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앞으로 10년간 해양폐기물의 발생 예방부터 수거·처리까지 전주기적 관리를 시행하고, 관계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양폐기물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을 제정했으며, 이번 기본계획은 이 법률에 따라 수립된 것이다. 해양폐기물 관련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경북 동해안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반기고 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폐기물과 해양오염퇴적물에 대한 일관된 관리시스템이 없어 해안선을 끼고 있는 모든 지자체들이 쓰레기 처리에 곤욕을 치러왔다.매년 ‘바다환경지킴이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경북도의 경우 지난 한 해 수거한 해양쓰레가 8천155t에 이르고 있다. 이 외에도 조업 중 인양쓰레기 수매사업,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해양쓰레기 수거사업 등을 통해서도 2천300여t을 수거했다.정부가 이번 기본계획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잘한 일이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분포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주요 유입·발생원이나 이동 특성, 국내서식 해양생물에 대한 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거북이가 비닐을 물고 있거나, 갈매기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잔뜩 나온 사진이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곤 했다. 플라스틱 제품에 코팅된 화학첨가물은 독성이 강해 바닷물에 녹으면 해양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준다.해양 생태자원의 보고(寶庫)인 경북 동해안이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생활쓰레기나 어선에서 버려진 쓰레기, 폐어구 등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망가지고 있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해양폐기물 대책을 법률에 의거해 체계적으로 수립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2050년 해양쓰레기 제로’의 날이 꼭 올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2021-05-23

울릉도-독도간 최단거리 바위에 명칭 부여 필요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독도에 관해 가장 익숙한 숫자 중의 하나가 울릉도와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간의 최단거리 일 것이다.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에 관해 정부부처 기관마다 측정 기준점 및 측정 방법이 달라 독도의 지리적 위치 홍보에 혼란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2005년 6월 28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울릉도와 독도간 거리 등 독도 현황을 고시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간 거리는 87.4km(47.2해리, 1해리=1.852km), 한반도 본토에서 독도간 거리는 216.8km(117.1해리), 독도와 오키섬간 거리는 157.5km(85.0해리)이다. 이러한 거리는 썰물에 의한 간조시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한 최단거리로 정의했다.육지에서는 미터법 단위를 사용하지만, 바다에서 거리는 흔히 해리(nautical mile)라는 단위를 쓴다.1해리는 1.852km로 위도(latitude) 1분의 거리와 같다. 흔히 배의 속도는 노트(knot)를 쓴다.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위도 1분)가는 속도에 해당한다.독도는 일본의 오키섬 보다 울릉도에서 70.1 km 더 가깝다. 이러한 울릉도와 오키섬에서 독도까지의 거리 차이는 단순히 울릉도가 독도에서 더 가깝다라는 단순한 비교에 그치지 않고, 울릉도에서는 맑은 날 독도를 볼 수 있지만, 오키섬에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독도를 결코 볼 수 없다는 명백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그러면 울릉도와 독도사이의 최단거리인 87.4km(47.2해리)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결론적으로 울릉도에서 독도 방향의 혹은 독도에서 울릉도 방향의 가장 바깥쪽 무인도서간 거리이다. 울릉도의 경우 저동항 인근의 도동항로표지관리소(행남등대) 주변의 무인도서(북위 37도 29분 6.012초, 동경 130도 55분 16.243초)가 최단거리의 기점이다. 독도의 경우 독도 서도 북서쪽의 무인도서(북위 37도 14분 36.832초, 동경 131도 51분 40.991초)가 기점이 된다.그러나 이러한 바위들은 아쉽게도 공식명칭이 없다. 울릉도 기점바위의 경우, 울릉도에서는 이 지역을 살구나무에서 유래한 행남(杏南)이라 부르고 있어 울릉도 민간단체인 울릉문화유산지킴이에서는 이 바위를 살구바위라 부르자고 제안한바 있다. 독도 기점 바위의 경우, 독도를 연구하는 해양학자들에 의해 이 바위를 흔히 똥여라고 부르고 있다.아직까지 이러한 바위들에 공식명칭조차 없는 것이 아쉽다. 특히, 살구바위는 저동항 인근에 위치해 어선 왕래가 매우 빈번하고 선박 항해시 좌초 우려가 매우 크다. 이 바위에 독도 최단거리 기점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멋진 디자인으로 무인등표를 설치, 상징성과 함께 항해의 안전을 도모하면 어떨까?한반도 본토와 독도간 최단거리인 216.8km(117.1해리)는 경북 울진군 죽변등대 부근의 가장 바깥쪽 독도 방향 바위(북위 37도 3분 27.343초, 동경 129도 25분 52.188초)에서 독도 서도 남서쪽의 보찰바위(북위 37도 14분 22.982초, 동경 131도 51분 41.637초)까지의 거리이다. 보찰바위라는 지명은 거북손이라고도 불리는 해산물인 보찰을 닮았다는데서 유래한다.울진 죽변등대 인근의 기점바위는 독도간 최단거리의 기점이 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본토와 울릉도간 최단거리의 기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반도 본토와 울릉도 및 독도간 최단거리의 죽변등대 인근에 위치한 한반도 본토 기점 바위에도 아직 바위의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았다.최단거리의 기점 바위들은 무인도서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무인도서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무인도서에는 통상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 어류의 산란장 및 서식장으로서 해양생태계의 보고를 이룬다.또한 최외곽 무인도서는 해양영토의 경계를 결정하고 해양영토 주권을 지키는 근거가 된다. 아직 울릉도와 독도에는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수십개의 무인도서가 있다. 바위에 애정을 듬뿍 담아 멋진 이름을 지어 생명을 불어넣어보자.그것이 울릉도와 독도가 탄생할 때부터 수백만년동안 숱한 파도에 맞서 지탱해 온 무인도서 혹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이 아닐까?독도의 여러 바위에도 명칭 부여가 필요하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와 함께 89개의 크고 작은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이 4천285㎡로 가장 넓은 군함바위로부터, 면적이 불과 4㎡로 가장 작은 삼형제굴 인근의 이름 없는 바위까지 89개의 바위들이 있다. 이들 89개의 부속도서의 면적을 합하면 2만5천517㎡로, 전체 면적이 18만7천554㎡인 독도의 13.6%에 해당한다. 89개의 부속도서 중에 14개 정도만이 그나마 공식 명칭을 부여받고 있다.일본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전자국토Web(https://maps.gsi.go.jp)에서는 독도 동도를 여도(女島)로, 서도를 남도(男島)로 표기하고 있으며, 보찰바위를 남서암(南西岩), 지네바위를 평도(平島), 삼형제굴을 오덕도(五德島)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2021-05-23

‘K-바이오 랩허브’ 최적지 포항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의 구축 후보지 선정을 위한 사업공모가 지난 5월 12일 발표되었다.K-바이오 랩허브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기관인 ‘랩센트럴(Lab-Central)’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여 국내에서도 바이오분야 핵심시설과 장비를 집적화하고,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와 투자 시스템 등이 통합된 한국형 랩센트럴(이하 랩허브)을 구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국의 랩센트럴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에게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공간과 사무공간 지원, 대학병원 임상 연계, 법률·특허·운영 자문과 투자를 비롯해 보안, 청소, 냉난방, 생물안전, 공동 물품구매, 쓰레기 처리 등의 거의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126개의 기업지원과 약 6.7조원의 투자유치 그리고 2천395개의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고되었다.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K-바이오 랩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후보지를 공모하는 사업으로 국비 지원 예산 규모가 2천500억 원이며, 지자체가 부담하는 최소 제안 요건(850억원)을 포함하면 총사업비가 3천300억 원 이상되는 사업이다. 치료제와 백신 등 신약개발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선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이 집적화(바이오 클러스터)되고 이를 통해 바이오 산업 도시라는 브랜드 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어 많은 지자체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K-바이오 랩허브 사업에 선정되는 지자체는 주요 시설과 전문 서비스(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필요한 분석·검사·제조 등 일괄 지원), 협업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 등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주요 시설로는 창업기업 입주 및 커뮤니티 공간, 핵심 연구 공용장비(300여종), 동물실험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BL-3, ABL-3), 의약품 품질관리생산시설(GMP), 생화학 폐기물 처리시설 등의 창업기업 입주 공간과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 등이다. 또한 전문 서비스 지원을 위한 구조분석 장비, 약효 효능평가장비, 단백질 분리정제 장비, 약물 동태분석 장비 등을 구축해야 하며 국내외 제약사와 병원 등과 임상 단계 협업 지원 등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중기부는 지난 25일까지 유치의향서를 받고, 6월 14일까지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접수받아 서류평가와 현장평가를 거친 뒤 7월까지 후보지 1곳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면 2023~2024년 공간 조성을 마친 후, 2025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최근까지 포항(경북)을 비롯해 대전, 인천, 충북 오송, 대구 등지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은 바이오 벤처 입주시설, 최첨단 연구장비와 연구기관, 우수한 바이오분야 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으며 40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집적화되어 있어 이를 기반으로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에 나섰다. 그동안 ‘K-바이오 랩센트럴 유치위원회’(공동위원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장순흥 한동대학교 총장) 출범,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또 랩센트럴의 본고장인 미국 보스턴대 김종성 교수를 초빙하여 ‘보스턴 바이오혁신 생태계; 알려진 비밀과 숨겨진 비밀’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했다. 포스텍, 네오이뮨텍 등 바이오 제약분야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하기 위한 혁신 커뮤니티인 ‘제1회 포항혁신살롱’를 개최하여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또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6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K-바이오 랩허브의 최적지는 포항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건의하는 등 포항에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학·연·관·병이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치료제나 백신과 같은 신약 개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이번 K-바이오 랩허브사업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별로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기업이 서울, 인천, 대전 등에 밀집되어 있어 지방의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인재와 기업의 누수를 막고, 바이오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전폭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특히 포항은 2021년 4월 기준 50만4천103명으로 50만명이 무너질 위기에 봉착해 있어 국가적으로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중심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05-23

문무대왕면, 새로운 명칭과 함께 새로운 꿈을 꾸다

주낙영경주시장경주시 양북면이 2021년 4월 1일부터 ‘문무대왕면’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일제 강점기에 단순히 방위에 기초해 붙여진 지명인 ‘양북면’이 역사와 고유성을 띤 ‘문무대왕면’으로 거듭나게 됐다.양북면이 문무대왕면으로 바뀌게 된 배경은 2015년부터이다. 주민들 사이에 지역 특색을 살리는 지명을 만들어 지역 명칭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2020년 6월 읍면동 명칭변경 수요조사에서 지역 20개 마을 중 13개 마을에서 명칭 변경에 동의해 명칭변경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같은 해 10월 실시한 행정구역 명칭변경 주민설문조사 결과 1천288세대 중 1천137세대(88.3%)가 명칭 변경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새 명칭 조사에서 ‘문무대왕면’이 76.5%로 압도적인 선호도를 나타냈다.새 명칭 조사에서 문무대왕 관련 명칭까지 포함하면 94.3%의 선호도를 나타내 문무대왕면 주민들의 문무대왕릉에 대한 자부심과 문무대왕과 함께 하는 지역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음이 드러났다.이렇게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하고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한 왕의 뜻이 묻힌 세계 유일 해중릉인 문무대왕릉이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켜 온 동해 바닷가 지역은 ‘문무대왕면’으로 재탄생했다.문무대왕면으로의 명칭 변경과 함께 경주 내륙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동해안 지역이 새로운 관광메카로 거듭난다.먼저 삼국통일 위업을 이룬 문무대왕을 기념하는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 2023년까지 지어진다. 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은 사업비 121억원을 들여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617번지 일원 대본초등학교 폐교 9천102㎡ 부지에 지어진다. 1층에는 문무대왕 청소년아카데미를 비롯해 해양마린스쿨, 체험장, 카페 등이 들어서며, 2층에는 문무대왕관, 신라해양실크로드관 등의 시설이 마련된다. 역사관이 조성되면 문무대왕의 삼국통일 과정과 만파식적 설화를 중심으로 하는 문무대왕 수중릉, 이견대, 감은사지 일대의 역사유적을 흥미롭게 소개한다.‘문무대왕 해양역사관’이 들어설 대본초등학교에는 5월 삼국통일의 대업과 애민정신의 큰 뜻을 계승하기 위한 ‘문무대왕 유조비’가 세워졌다. 유조비는 삼국통일을 이룬 해인 676년을 상징하기 위해 6.76m 높이의 문무대왕의 유언이 새겨진 비석으로 제작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또 경주시는 매년 7월 21일을 문무대왕의 날로 정해 문무대왕의 업적을 기린다. 이 날은 문무대왕이 돌아가신 681년 음력 7월 1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이날을 기리기 위해 문무대왕 전국 자전거 대회가 열린다. 역사 유적지와 자연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대회를 문무대왕 기념주간에 개최함으로써 문무대왕의 애국·애민 정신을 기릴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면 전국 자전거 이용자들의 축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청소년들에게 문무대왕릉 일대에서 독도까지 이어지는 해양영토 체험을 통해 바다를 제2의 국토로 보는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문무대왕 청소년 해양학교도 추진된다. 해양학교는 해양 관련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경주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선진해양도시 방문 및 해양분야 체험활동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다.푸른 하늘과 산, 바다 등 천혜의 자연, 문무대왕 수중릉(사적 제158호) 및 호국정신이 깃든 감은사지 3층석탑(국보 제112호) 등의 유적, 새로이 조성되는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및 지역축제 등으로 문무대왕면은 환동해권역의 ‘해양역사 테마관광 도시’로 비상할 것이다.문무대왕면은 새 명칭과 함께 역사문화와 해양레저를 아우르는 관광벨트로 비상할 것이며 내륙지방의 동부사적지, 보문단지와 함께 경주 관광의 한 축이 될 것이다.

2021-05-23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태순수필가자리돔은 대방어를 잡기 위한 미끼로 쓰인다. 방어가 특히 좋아하는 먹이이기 때문이다. 바늘을 살아 있는 자리돔의 배에 꽂아 물속에 넣으면 자리돔은 해류를 타고 활발히 움직인다. 방어를 잡기 위한 눈속임이다. 어부들은 그것으로 방어를 불러들이지 못하면 유인책으로 잡아놓은 자리돔을 양동이에 담아 바다에 흩뿌린다. 그러면 식탐이 많은 방어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자리돔을 쫓아 죽을 자리로 들어온다.물고기는 작을수록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종을 보존하기 위한 계책인 듯싶다. 바다에는 덩치가 크거나 사납게 생겨서 먹는 양이 무시무시한 물고기들이 많다. 일대일로 만나면 백전백패니 여럿이 힘을 합하면 생존율이 높아질 것을 알고 있는 행동이다. 이동하면서 죽임을 당한 물고기는 미끼가 된 상황이다. 누구라고 정해져 있지 않지만 선택되어졌고 동료를 살린 셈이다. 내 몸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몸을 살찌운 행동이다. 사람살이에서도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발버둥칠 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려 누군가는 자신의 결을 지운다. 누구보다 여리지만 따스한 마음을 품은 이가 그리해야 할 것 같은 환경을 받아들였다. 부지런히 일해서 모은 대가를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용했다.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가 투명해질 때까지 계속한다.우리 집에도 그런 사람 있었다. 스스로 미끼같은 존재가 되어 외풍을 막아내고자 안간힘을 썼다. 십대에 가정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고 그보다 어린 나이에 부엌살림을 도맡았다. 위아래로 두 살 터울의 형제들이 있었지만 혼자 동분서주하며 묵묵히 불어오고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덕분에 다른 형제들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크게 고생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나였다.전래동화에 ‘은혜 갚은 까마귀’가 있다. 그 동화를 읽을 적에는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하지 싶었다. 이 이야기가 구전되어 오는 진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경제적인 것이든, 마음적인 것이든 받은 것을 갚음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또한 갚음은 받은 사람에게 직접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삶의 깊은 이치가 숨어있는 듯하다. 나는 받은 만큼 갚음을 하지 못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미끼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해야할 무게인 미끼, 내가 속한 가정의 구성원을 잘 먹이기 위해 나름의 물살을 가르며 위험 요소를 요리조리 피하느라 겨를이 없었다. 더러는 황금을 건 미끼를 덜컥 물어서 곤두박질 끝에 벗어나느라 눈을 부릅뜨고 앞만 보고 달린 탓도 있다.삶은 계산기를 두드려 답이 나오는 숫자놀음이 아니다. 상황에 따른 미지수가 등장하고 미지수를 풀이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직선으로 답을 구하다 지쳐서 포기하는 사람, 많은 변수를 만나 돌고 돌아가느라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아서 행복이라는 글자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누구를 위해 내가 살았다는 말만큼 허무한 것이 없다. 처음부터 방어의 미끼가 될 운명이라 생각지 않은 자리돔이다. 살아내기 위해 열심히 먹이 사냥을 하고 해류에 휩쓸리지 않으려 비늘을 세웠다 눕혔다 해가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그런 중에 미끼가 되어 방어를 살찌게 하고 살찐 방어는 사람이 먹는 것이다. 자리돔이 생명의 위험을 느껴서 내가 동료 대신 방어의 입 속으로 들어가리라 다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런 흐름에 의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잡아먹힌다. 우리는 누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까. 아마 방어를 먹으며 덕분에 잘 먹었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사람을 만날 때면 번드레한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그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감사한 마음을 잘 전하고 있는지는 먼 후일에나 들이대보는 소소한 잣대일 뿐이다.모든 생물들의 삶은 종을 넘어 연결되어 있다. 미끼가 되기도 하고 미끼를 먹기도 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둥글게 순환한다. 그 속에서 받아든 날들을 낱장으로 깁는 치열한 작업의 중심에 내가 있다. /양태순(수필가)

2021-05-23

안전속도 5030 지키기

윤영대수필가전국적으로 ‘안전속도5030’정책이 시행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교통사고 예방과 보행자 교통안전 향상을 위해 도심지 간선도로에서는 50㎞, 주택과 상가 등이 인접한 이면도로에서는 30㎞로 하향 조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2019년 4월17일 개정되어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실시된 것이다. SNS 등에는 굼벵이가 되어버렸다는 둥 불만 섞인 말들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미 서울, 부산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해본 결과 보행자 사망자가 30% 이상 감소되었다고 하니 모두 잘 적응해나가야 하겠다.이 정책은 세계보건기구와 OECD의 권고도 있었다고 하는데 속도를 10㎞낮추면 10명 중 사망자수가 9명에서 5명으로 감소해 이미 37개국 중에서 31개국이 시행하고 있어 교통사고율 3위인 우리나라로서는 늦은 편이다.그동안 60㎞로 달렸던 운전감각이 갑자기 50㎞로 달리면 좀 느린 듯하고 특히 학교 앞에서는 30㎞로 달려야 하니 그야말로 걸어가는 듯하겠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바람직한 조치이고, 60에서 50으로 속도를 낮추면 제동거리도 짧아져 사망가능성도 30%정도 감소한다고 하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더욱더 잘 지켜야 한다.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의 자료를 들여다보니 전국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22만 건 이상이고 사망 3천 명, 부상 34만여 명이라니 깜짝 놀랐다. 일일 평균 사망자는 8.4명, 부상자는 9백 명 정도가 된다. 자동차 1만대 당 사고자료(2020년)에는 포항시가 101건(전체 2천537명)에 사망 1.78명 부상 157명이며,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사고도 많다고 하니 끔찍하다.이러한 상황인데도 ‘세금 더 거두려고 한다’ ‘생각이 비현실적이다’ ‘도로사정을 고려해 차등 허용하라’는 반대 의견도 있고, 저속운행에 따른 매연에 의한 환경문제와 연비 하락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니 잘 이해시켜 나가야 하겠다. 신호 주기도 조절하고 교통표지 및 노면 표시와 같은 교통 시설물들을 정비해 스마트 교통체제를 갖추어 제한속도 감축에 따른 통과시간 등에 대한 우려도 없애고 중앙분리대, 갓길, 도로폭의 여유 등 도로사정에 따라 녹색 흐름을 잘 주도해 안전한 교통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칠 전 환호동 언덕길을 돌아내려 오는데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듯 빨간 미등이 켜지기에 ‘아차!’ 하고 보니 제한 속도 30이고 CCTV도 있다. 이 넓은 길에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서 30일까? 내 차의 계기판은 50을 가리키고 있었다. 속도위반에 대한 과태료와 범칙금도 개정되었다. 20~40㎞ 초과시에는 승용차 범칙금이 6만원이니 벌금을 물뻔 했다. 이번 5030규칙은 유예기간 3개월 후에 일제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바뀌어진 교통법규에 대응하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겠다.한국도로교통공단의 사물인지능력 실험에서 주행속도 50㎞로 할 경우 평균 인지능력이 52% 증가하고 30㎞인 경우 56% 증가한다고 하니 천천히 운전하면서 보행자와 교통약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2021-05-23

차박(車泊)

류영재포항예총 회장방황이 일상이었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무전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간단한 취사도구와 얇은 텐트를 짊어지고 떠났으니 일종의 캠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워낙에 돈이 없기도 했지만 명색 무전여행이었으니 당연히 빈주머니여서 가능하면 걸었고, 버스나 기차를 무임승차하거나 요금을 구걸해 해결하기도 했다. 해인사 부근을 돌아오는 정도였으니 오늘날이라면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닌데 천신만고 하였고, 그 고난의 길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젊음과 친구에 대한 믿음이었다. 무모한 일이었고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귀한 경험이었으며 내 삶의 자양이 된 소중한 추억이다. 궁핍하던 시절이었으나 인심은 넉넉했고, 춥지 않은 계절을 택했으니 어디에다 잠자리를 정하더라도 추위에 떨지는 않을 것이며, 사회안전망이 최소한의 안전은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신뢰가 믿는 구석의 전부였다. 해인사에서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 경내에 잠입하기 위하여 험악한 산길을 우회하느라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경주 남산 일대를 휘돌다 옥룡암 입구에 살던 고모네를 찾아가서 밥도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올 차비를 얻기도 했다.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고모님 댁 방문을 추억하며 지금은 멀리 서산에서 살고 계시는 늙은 고모님의 안부가 염려되어 종종 전화를 드리는데, 이제 귀까지 어두우셔서 전화로 소통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니 세월이 무상함을 실감하게 된다. 캠핑이라 하면 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문명 세상을 떠나 자연의 품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자연과 더불어 즐기면서 심신을 수양하는 캠핑은 꽤 괜찮은 레저 활동이다. 더구나 요즘은 오랜 코로나로 인하여 지쳐버린 심신을 달래 줄 탈출구가 필요한 때인지라 가족들의 휴일 여가활동으로 인기다. 요즘은 ‘차박’이 대세라 한다. 차 안에서 먹고 자면서, 자연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 비대면 여가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레저 활동으로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SUV자동차의 수요도 많아졌고, 드물게 보이던 캠핑카가 요즘은 도심의 골목에서나 한가한 주택가의 공원 주차장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자연을 즐기겠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문제는 환경이다. ‘차박’하기 좋은 동해안 곳곳이 버려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여 간다. 각종 술병과 음료 캔,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뒤섞여 있고, 화장실에 남겨진 시민의식도 낙제점이다. “쓰레기만 갖다 버리면 또 괜찮아. 변기에다가 음식물 넣어서 막혀가지고…. 엉망으로 해 놓지요.” 청소용역 직원의 하소연이 듣기 민망하다. 지자체마다 이달부터 시간제 공공 근로자를 더 많이, 더 자주 투입하고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무질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란다. 비대면 시대에 대세로 떠오른 ‘차박’과 환경문제,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시민의식에 있다.

2021-05-23

헤라클레스의 사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영웅 헤라클레스가 길을 가다 조그만한 사과를 발견했다. 하찮은 사과가 길을 막는다는 생각에 발로 툭 찼다. 사과는 길밖으로 사라지지 않고 곱절로 커졌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때리자 사과는 더 커졌다. 때리면 때릴수록 커지더니 아예 길을 막아버렸다. 헤라클레스가 화를 참지못한 채 집채만한 사과와 씨름하고 있을 때 ‘지혜의 여신’아테네가 나타났다. 여신은 사과에게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어루만졌다. 그러자 사과는 원래의 모습으로 작아졌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분노의 사과’이야기다.최근 정치판에서 헤라클레스가 방망이로 사과를 때린 것과 같은 현상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우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전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사건과 월성원전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지시하면서 현 정부와 각을 세웠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살아있는 권력도 봐주지 않고 수사한 검찰총장’이란 그의 명성은 산처럼 높아졌다. 급기야 총장직을 물러난 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1위로 치솟는 이변이 일어났다.야권의 또 다른 대권주자로 회자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여권이 강도높은 비판공세를 퍼부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 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공격할 정도였다. 그 결과 최 원장은 원칙을 지키는 ‘반문 투사’가 됐다. 여권이 휘두른 방망이 덕분에 유명해진 셈이다.평범한 월급쟁이 ‘진인 조은산(필명)’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것도 같은 코스를 밟았다. 그가 상소문 형식의 시무7조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음 올렸을 때는 동의자 수가 2만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이 미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보름동안 조회를 막았고, 이 사실이 언론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공개되자 재공개 사흘 만에 청원인이 20배로 불어나 40만명을 넘었고, ‘시무7조 신드롬’으로 번졌다.지난 10일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대통령이 현 정권에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 월성원전 사건 등에 성역없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봐주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김오수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지시할 의향이 없느냐.” 문 대통령은 “원전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냥 “검찰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철저히 수사하면 된다”라고 명쾌한 답을 내놨으면 좋았을 것을….야권은 즉각 “공정한 수사지시의 의지가 없음을 다시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청와대 관련 사건 검찰수사팀은 인사조치로 공중분해된 상태다.현 정부는 아직도 헤라클레스의 사과가 길을 막은 이유를 모르는듯 싶다.

2021-05-20

국민의힘에서 ‘영남당’ 소리 다시 나와선 안돼

6·11 전당대회를 20여일 앞둔 국민의힘 당권 대진표가 사실상 완성됐다. 어제(20일)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당권 경쟁구도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홍문표·윤영석·주호영·조경태·김웅·김은혜 의원과 신상진 전 의원을 합하면 당 대표 후보자는 모두 10명이 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다는 계획이어서 잠정적인 경쟁률은 2대 1이 된다. 그렇지만 컷오프 결과가 공개되면 사실상 3∼4파전의 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권주자들이 득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9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했다. 20일 공식 출마선언에 앞서 신고식을 한 셈이다.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갑)은 오늘(21일) 대구에서 또 한 번 출마회견을 열고 정견 발표를 할 예정이다. 조경태 의원(5선·부산 사하구을)은 주말까지 경북 지역에서 릴레이 당원간담회를 열고 오는 23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구미 생가 방문도 검토 중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다음주부터 2주 동안 대구에 머물며 민심을 청취한다는 생각이다.국민의힘 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남출신 4선인 홍문표 의원(홍성·예산)과 호남출신 초선 김웅 의원(서울 송파구갑)이 ‘비영남 대표론’을 주장하면서 당이 극도로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인해 대구·경북지역민 사이에선 당을 영남당, 비영남당으로 쪼개면서까지 당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와서 어떻게 득표전을 벌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는 여론이 형성돼 왔다.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국민의힘 소장파들의 당권도전은 당에 역동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까지 지명도를 높이려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 최대주주다. 그동안 보수정당을 지키고 정권교체를 위해 애써온 지역에 대해 ‘영남당’이니 ‘꼰대당’이니 하는 낙인을 찍는 것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1-05-20

칠전팔기(七顚八起)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어느 날 신문기자가 링컨에게 질문했다. “당신의 놀라운 성공과 존경받는 삶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이에 링컨은 주저없이 “다른 사람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링컨은 23세에 주의원 선거에 낙마한 뒤 29세에는 의회의장 선거에 떨어지고 국회의원 선거, 부통령 선거, 상원의원 선거 등에 줄줄이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의 정치 이력 중 10번의 선거에 도전해 7번의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그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다. 그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의 속뜻은 실패를 거울삼아 열심히 전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링컨의 실패담은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교훈을 발판 삼아 성공한 경우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제목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 기업을 이룬 그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기업을 키워갔다. 칠전팔기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끝까지 버티는 끈기가 필수라 한다.프로골퍼 이경훈 선수가 미국 진출 6년만에 미국 프로골프 투어(PGA)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 국적 선수로는 8번째다. 특히 그는 미국 2부 투어에서 3년을 뛰고 1부 투어로 올라와 80번째 출전만에 우승을 해 그의 승리를 두고 79전 80기의 승리라 부른다.코로나로 축 처져 있는 국민에게 79전 80기의 소식은 용기를 불어 넣어줄 만한 낭보로 들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5-20

방역관리 빈틈없어야 거리두기 완화 가능해

경북도가 지난달 26일부터 인구 10만 미만 군지역 12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 해제조치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 평가를 얻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인구 10만 미만의 군지역은 지금처럼 시범운영을 유지하고, 코로나 상황이 비교적 안정추세에 있는 문경, 상주, 영주 등 3개 시지역에 대해서도 사적모임 금지 해제를 시범운영할 것을 정부 당국과 협의 중이라 한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시지역까지 확대하는 것을 두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다. 시지역은 군지역과는 달리 노인이용시설과 종교시설, 스포츠시설 등 취약시설이 많이 분포돼 있어 자칫 감염증 확산의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문경시는 문경새재 등 관광지로 알려져 많은 외지인이 오가는 곳이다. 사적모임 금지가 해제되면 관광객의 발길이 더 잦아져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방역 벽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그러나 자영업을 하는 상인의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입은 상인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동일한 적용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지역 사정에 맞게 적용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코로나 사태로 서민의 경제가 오랫동안 어려웠다. 경북도가 인구 10만 미만 군지역에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푼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목적이 있다. 실제로 시범운영 결과 각 지역마다 작게는 1%에서 14%까지 소비 증가가 확인됐다. 확진자 증가 또한 문제가 없었다 한다.그러나 3개 시지역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이 꼭 군지역처럼 안정세를 유지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방역과 경제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확대하려면 지역 사정을 좀 더 세밀히 살피고 방역관리의 허점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서민경제 살리고자 한 조치가 감염증 확산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일이 돼선 안 된다.당국의 철저한 방역관리와 시민들의 보건의식 고취에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코로나 사태는 정체 상태다. 하루 600명 안팎의 확진자 발생은 적지 않은 숫자다. 변이종 확산과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 사례 등 위험 요소가 곳곳에 산재한다. 철저한 방역관리가 곧 경제를 살린다는 점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21-05-20

포스텍, Again 2010!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EAIE 참석차 프랑스 낭트에 도착한 건 14일 저녁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이멜을 열어보니 The Times 에서 이메일 한통이 와 있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28위! 한국시간 오전 2시이다. 총장님에게 이메일을 쓰고 나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이얼을 돌려 깨워드렸다. 총장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항에서 낭트에서 한숨도 못자는 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2년간의 시간들이 흥분속에 흘러간다…. 엠바고(Embargo·보도통제)를 지켜야 하는 24시간은 24년만큼 길었다. 랭킹이 무언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학교를 흥분시키고 한국 전체를 들끊게 하는가? Give up or Give in(포기하지 않으면 전력투구 하라).왜 포스텍은 일류대학으로 시작되었나? 연구를 잘해서? 교수가 일류라서? 실험기자재가 좋아서? 돈이 많아서? 불행하게도 이건 정답이 아니다. 포스텍이 일류가 된 건 김호길 총장이 280점 이하는 뽑지 않겠다는 호언 때문이었다.능력을 평가하는 건 개인이건 단체건 어려운 일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뿐만 아니라 각 기준의 비중 또한 중요하다. 포스텍의 능력을 최대로 평가 받기 위해 우리가 뛰어다닌 거리는 얼마일까? 아마도 먼 훗날 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말한다면 자화자찬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피곤으로 부르튼 입술을 씹으면서 오늘 저녁 TV 뉴스를 들여다 볼 평가위 스태프와 POSMIT 연구원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포스텍의 역량은 정당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기준의 잘못으로 그리고 기준의 비중의 편중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 28위 달성은 우선은 연구를 잘하신 교수님들의 몫이다. 그러나 실력이 올바르게 평가되도록 환경을 조성한 우리의 전략적인 노력도 돋보인다. 오늘 이메일로 수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그 메시지와 영광을 포스텍 모든 구성원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묵묵히 지금 잠을 청하고 있을 그 평가위에서 수고한 스태프, 연구원들에게 그동안 수고했으니 오늘은 푹 잠들라고 다독여 주고 싶다.정확히 11년 전, 2010년 가을에 프랑스 낭트에서 쓴 글을 읽으며 포스텍의 현재 세계 랭킹을 생각해 보았다.몇일 후 6월 초에 세계적 대학 랭킹 기관 QS가 월드 랭킹을 발표한다. 지금으로서는 포스텍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작년에는 77위였다. 한국 내 위치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랭킹이 대학을 평가하는 절대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경쟁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랭킹에서 밀리면 다른 강점들이 평가 절하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고대 등에 비하여 또 MIT 스탠포드 등에 비하여 현저히 역사가 짧은 포스텍은 일단 랭킹에서 이들을 압도하거나 챌린지 할 수 있어야 한다.포스텍은 ‘3년 내에 세계 30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AGAIN 2010!’을 외쳐야 한다. 재단, 대학, 교수, 직원, 동문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포스텍은 한국의 1위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2021-05-20

사람과 정치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정치학(Politika)’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오늘날의 정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 구성원들 공통의 과제와 비전, 업무 등을 토론과 논쟁을 통해 논의하는 것을 ‘정치적 삶’으로 보았으나, 지금은 ‘국가의 주권자가 그 영토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 또는 권력의 획득, 유지, 행사 따위에 관한 활동’을 정치라 한다. 삶의 본질적 요소로서의 정치가 사회제도적 장치나 실행으로 변이 된 셈이다. 한자어‘政治’는 고대 중국의 유교 경전인 ‘상서(尙書)’에 ‘道洽政治’라는 문장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여기서 정(政)은 자신의 부조화한 면을 다스려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政治)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와 부정적인 것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이다. 정치란 남을 지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신을 닦은 후 남을 돕는 것을 말한다. 政治가 politics의 번역어로 되면서 그 의미도 달라진 것이다.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있다. 헌법의 전문에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여’라는 조문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는 조항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본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한민국이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해온 덕분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개념인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으로 규정한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다. 공산주의를 선택한 나라들은 모두가 몰락하여 체제를 바꾸거나 수정하였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한과 비슷한 시기에 공산주의를 도입한 북한이 거지꼴이 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완벽한 체제가 될 수는 없을지언정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이유를 역사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현실에 몸담고 사는 이상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치참여는 호불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고 의무다.우리는 지금 잘못된 정권의 선택이 얼마나 나라와 국민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 절감하고 있다. 개탄스럽게도 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는 아마도 북쪽의 김일성일족이 내세우는 ‘지상천국’을 닮은 것 같다. 입법부와 사법부, 공영방송까지 장악한 정권의 사회주의, 전체주의로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건 국민들의 저항과 선거에 의한 심판 밖에 없다. 이런 시국에 양비론이나 펼치는 냉소주의나 무관심은 몰지각하고 비겁한 회피일 뿐이다. 국민 각자가 몸담은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야 바람직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202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