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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엘리트 체육 육성 방향

등록일 2022-05-15 17:54 게재일 2022-05-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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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1991년 분리됐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통합됐다. 그간 엘리트와 생활체육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즐기는 스포츠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엘리트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수년이 지났지만, 그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단체 통합의 모델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스포츠클럽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거점이 된다. 스포츠클럽에서 우수한 선수들은 거주지 인근에서 전문체육시설과 기관들의 단계별 선수선발과 육성, 수준별 훈련프로그램, 부상 예방 및 관리 등 스포츠과학 지원을 받으며 지역대표, 국가대표로 선발 육성된다. 독일에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올림픽훈련거점센터(OSP)이다.

독일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후 지역의 우수선수를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현재 19개 지역에서 올림픽훈련거점센터를 선정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하계, 동계, 장애인 등 각종 올림픽 참가종목을 대상으로 관할 지역 내 올림픽 메달획득이 유력한 팀이나 중앙경기연맹이 육성하는 국가대표 및 상비군선수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체육지도자들도 집중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이밖에도 잠재력이 뛰어난 지역의 청소년대표선수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주로 스포츠의학, 운동역학, 트레이닝방법론, 그리고 사회, 심리, 영양 등과 관련한 양질의 스포츠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

지원범위는 기본과 특별관리로 나눌 수 있다. 기본관리의 경우 훈련장소, 단체 간 협약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과학 분야의 상담 등 지원이 상시 가능하다. 한편 특별관리는 중앙경기연맹과 협약 후 기본관리와 연계하여 이루어지며, 해당선수가 지역의 훈련거점센터에서 훈련하거나 중앙경기연맹 주관의 훈련과 시합 때도 지원된다. 특별관리 대상은 독일올림픽체육회(DOSB), 중앙경기연맹 그리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 간의 협약에 의해 결정되고, 지원기간은 올림픽 주기 4년간이다.

특히나 독일은 “건강은 엘리트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인식하고 올림픽훈련거점센터에서는 예방과 재생 및 재활의 목적으로 스포츠의학이 지원되는데, 건강과 경기력 진단, 치료 및 상담 등이 주요 영역이다. 우선적으로 질병과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가능한 빨리 훈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선수의 부상 및 재활은 치료부터 훈련 재개까지 협력 병원이나 전문기관이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올림픽훈련거점센터 소속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입원할 경우 병원치료와 더불어 지정병원과 협력하여 센터에서 전문적인 외래 재활훈련이 지원된다. 최상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선수 개별적으로 실시되고, 필수적인 재활훈련계획은 해당지도자,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수립한다.

한 예로 현재 독일에서 최대 인원을 관리 지원하고 있는 바이에른 올림픽훈련거점센터의 경우 연중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의학 지원은 협약을 체결한 4개 병원의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매년 독일올림픽체육회가 주관하여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선수들의 건강검진은 뮌헨공과대학교(TU M<00FC>nchen)의 할레 교수팀이 주도하고 있다.

이상에서 제시한 것처럼 독일의 엘리트선수 육성체계는 지역분산형으로 거주지 인근의 여러 훈련거점센터, 대학, 병원 등 전문체육시설과 기관을 기반으로 하여 스포츠과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예방과 재활의 목적으로 체육지도자.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협력하여 지원되는 스포츠의학과 매일 스포츠현장에서 훈련성과와 훈련방법 그리고 운동부하 및 회복능력을 고려한 개별적인 훈련과학의 지원 등은 스포츠선진국 독일의 특징이자 강점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국가대표선수들에게만 제공되던 스포츠과학 지원이 스포츠선진국 독일처럼 16개 광역시도에 등록된 모든 엘리트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열렸다.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는 지역별 스포츠과학센터 선정 및 운영을 통해 지역 우수선수들의 과학적 훈련기반 정착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단체 통합 이후 재능이 숨어있는 꿈나무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많아졌다. 현재 선수 수급 등의 문제로 위기에 처한 엘리트스포츠가 이들을 어떻게 스포츠선진국과 같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육성 지원할 것인가를 고심할 시점이다.

독일의 스포츠관련 기관과 단체들 간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관계,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건강과 예방 및 재활의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스포츠의학, 이론과 실제가 접목된 현장중심의 훈련과학 지원 등은 현재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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