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삶은 계속 이어진다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어린 시절 동화는 왕자와 공주가 만나 고난을 겪고 결혼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런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고 왕자와 공주의 결혼 이후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런 결말이 완결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대표작 ‘우정의 거미줄’ 역시 그런 완결된 결말을 보여준다. 샬롯이라는 거미는 돼지 윌버의 친구가 되어주고 도살의 위험에서 구해준다. 돼지 품평회장에서 샬롯이 알을 낳고 삶을 마치자 윌버는 그 알을 지켜준다. 윌버가 샬롯에게 은혜를 갚는 것처럼 보여서 완결된 느낌을 준다.그러나 화이트의 다른 작품 ‘스튜어트 리틀’은 좀 다르다. 이 작품은 5센티미터 생쥐 크기로 태어난 스튜어트가 자기 집에 날아들어온 마갈로라는 새를 사랑하는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마갈로가 떠나자 북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확신만 가진 채 북쪽으로 가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가 기대하듯이 마갈로를 만났다는 결말은 없다.어떤 독자들은 이런 결말에 불편해한다.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긴장과 갈등까지 갖추어지면 완벽하다.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인 더 하우스’에 나오는 제르망 국어 선생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제르망은 작가를 꿈꿨으나 실패하고 학생들의 시시한 작문을 채점하며 투덜거린다. 어느 날 클로드의 작문에 큰 관심을 갖게 되어 글쓰기 지도를 시작한다. 클로드의 작문은 주말에 친구 라파의 집에 놀러 가서 가족을 관찰한 글인데 친구의 엄마에 대한 묘사가 많다.그런데 이 영화에는 사실주의 작가 플로베르가 배경과 소품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 이름도 플로베르 고등학교이고, 플로베르의 작품 ‘단순한 영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한 영혼’은 기존의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충직한 하녀 펠리시테의 삶을 밋밋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클로드 역시 발단 전개 등의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 내용을 묘사했다. 플로베르처럼 냉정하게 보라는 제르망의 조언을 따라 3분 경과, 5분 경과 등 시간의 경과에 따라 라파 가족의 대화와 행동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르망은 클로드에게 주제가 무엇이냐, 독자를 정해야 한다, 남의 가족을 떠벌이는 느낌이다, 갈등이 없다, 독자에게 궁금증을 던져라, 긴장을 만들어라 등의 비평을 하면서 지도한다. 급기야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을 계속 보고 싶어서 클로드가 라파의 집에 계속 가서 수학을 가르쳐주게 하려고 수학 시험지까지 빼주어 라파의 성적을 올려준다.결국 이 일로 제르망은 해고되고, 부인에게 이혼 통보까지 받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드는 공원 의자에 앉아 제르망에게 계속하자고 한다. 이런 결말을 통해 오종 감독은 진짜 결말, 분명한 결말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왕자와 공주는 행복한 결혼 이후에도, 샬롯의 알들도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스튜어트가 마갈로를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스튜어트의 삶은 이어진다. 어느 이야기에도 완결된 결말은 없다. 삶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1-05-10

방관자 그리고 ‘김부겸’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스포츠계의 학교폭력 사건을 기폭제로 ‘학교폭력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연예인과 일반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린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고 밝혔다.“요즘 왕따라고 해서 아이들끼리 편을 만들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문화가 있는데 과거에도 유사한 일들이 많았다. 나도 시골에서 올라온 처지라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당연히 센 놈들을 따라다녔다”며 “부끄러운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학교 폭력이 발생한 당시에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인 경우가 많고, 시간이 많이 지나 증거 확보가 어려우며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하지만 지금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업로드 하고 이슈화시키며 심지어 여론재판까지 이뤄지고 있다.스포츠계 학교폭력의 사례로 크게 이슈화된 이다영, 이재영 선수의 학교폭력 형태를 살펴보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피해는 일어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돈을 걷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욕하는 것은 물론, 새로 산 물건을 빌려 달라 강요하고 심부름을 시키고 이에 불응하면 칼을 갖다 대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더럽다’, ‘냄새 난다’라는 폭언은 물론 본인들만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아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강제로 시키기까지 했다고 한다.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운동부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으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조치를 받게 된 학생 선수는 일정 기간 훈련·대회 참가 등 학교운동부 활동을 제한하고 특히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게 된 중·고등학생은 체육특기자 자격을 상실시킨다고 한다.이달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출입구 등 기숙사의 사각지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해 보인다.사회 이슈가 되어 대통령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 체육 분야 그늘 속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 한번으로 뿌리 깊은 문제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연예계에서도 학교폭력 미투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어떤 배우는 일부 학교폭력을 인정하면서 드라마 방영 중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고 30억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 중이라고 한다. TV조선 ‘미스트롯2’ 참가자도 학교폭력을 인정하며 자진하차 했고 여러 연예인들에 대한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해자 중심으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지만 단순히 제도적 처벌과 피해자와 가해자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방관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방관자들은 폭력현장에서 침묵함으로 암묵적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상황을 지속시키며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가해자의 요구에 따라 동조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피해자로 바뀔 수 있는 과도기적 특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학교에서도 가해자, 피해자 위주의 학교폭력상담보다는 예방적 측면에서 방관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도 존재하기에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는 학교나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의 전반적 문제가 투영된 것이기에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 학교, 청소년기관을 비롯한 민간단체, 지역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연대하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 근절될 수 있다.약자, 피해자를 볼 때 공감과 분노, 죄의식, 죄책감을 느끼며 인권과 폭력에 대한 인식개선과 태도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함께 체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고려아연 회장과 사돈지간이고 고려아연은 낙동강 상류 환경문제의 대명사인 영풍제련소가 속한 영풍그룹의 핵심 회사이다. 김부겸 후보자는 지금까지 영풍제련소 환경문제에 방관자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기존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센 놈들을 따라 다녔다며 학폭까지 고백한 김 후보자, 이젠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진솔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적어도 일국의 국무총리가 되려는 인물이라면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방관자를 총리로 두면 국민이 너무 서글퍼지지 않겠는가.

2021-05-09

당뇨병 관리·예방 위한 근거 중심 맞춤형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최근에 발표된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남자 12.9%, 여자 7.9%이며, 남녀 모두 연령이 높을수록 높다. 또한 당뇨병 인지율은 71.5%, 치료율은 66.2%, 유병자의 조절률은 31.1%, 치료자의 조절률은 25.8%이다.이같이 당뇨병 치료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으나 조절률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사망률은 증가하여 현재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의 5위를 차지하고 있다.운동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요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운동은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도 일종의 자극이나 부하로 여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예상하지 못하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과학적 근거 중심의 맞춤형 운동법이 필요한 대목이다.우리나라 당뇨병 환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운동은 걷기와 등산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유산소 운동은 최소 8주 이상 잘 통제된 상태에서 실천을 해야 최대산소섭취량과 혈액 내의 혈중 지질 및 혈당 변화가 나타나지만 체중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결과이다. 하지만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에너지의 이용률이 불균형하기 때문에 지방의 산화량을 증가시키는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지방산화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의 운동이 필요하다.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강도, 즉 최대산소섭취량의 약 40~50% 정도의 운동 강도를 권장하고 있다.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주당 700~1천200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 당뇨병성 합병증이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열량의 소비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 강도로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번 최소 6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걷기 운동의 경우 체력이 약한 사람은 운동 강도가 낮은 대신 운동량을 증가시켜 1일 에너지소비량을 증가시켜야 하며, 체력이 좋은 사람은 속도를 증가시키는 등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여야 체중감소와 혈당조절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그런데 당뇨병 환자들은 신체적 한계, 개인적인 취향, 시설의 이용도 등의 이유로 인해 유산소 운동과 같은 한 가지 운동만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운동 편식은 지루함과 운동능력 향상의 한계를 가져와 운동의 중도포기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유산소와 저항운동을 혼합하는 복합운동이 중요한 이유이다.이전에는 고혈당증과 당뇨병성 고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저항성 운동은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에서 주당 150분 이상의 저항성 운동은 당뇨병 위험이 약 34%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운동치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저항성 운동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거운 바벨이나 머신만 사용하는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력밴드, 짐볼 등과 같은 소도구를 활용한 중강도의 저항운동은 운동 시 가동범위가 넓고 위험성이 적어 운동초보자에 적합하며, 운동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더해주어 장기적인 운동효과를 증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저항성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강도 이상이 돼야 한다. 중강도 이상의 저항성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고, 근력을 강화시켜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며 노화로 인한 근력 손실도 막아준다. 또한 저항성 운동은 지속시간이 48시간 이상으로 유산소 운동보다 운동효과를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근육량의 증가는 근섬유 모세혈관과 비율을 증가시켜 근육 내 글리코겐의 저장능력을 향상시키고 골격근 조직 내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증가시켜 당화혈색소, 최대산소섭취량 등 임상적 향상의 효과가 나타난다.다만,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총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오랜 시간 운동을 하게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시적인 저혈당 증세와 근육의 과다사용으로 근육 손실 등이 나타날 수 있어서 전문가의 정기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저항성 운동의 경우에도 순간적으로 무거운 중량을 버티기 위해 호흡을 멈추게 되는 ‘발살바 메뉴버’ 현상이 나타는데, 이러한 호흡법은 복압이 높아져 순간적 의식상실,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저항성 운동 중 호흡은 근육 수축 시 내쉬고 근육 이완 시 호흡을 들이쉬는 것이 안전하다.결과적으로 당뇨병과 관련한 운동의 효과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한 가지 운동만 수행하는 것보다 유산소, 저항성, 스트레칭 등 과학적 근거 중심의 다양한 운동을 번갈아 활용하며 자신에 맞는 운동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권장된다.

2021-05-09

혁신, 기업 성장의 무기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사를 분석했던 지브랏(Gibrat)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생존의 비결은 바로 유연한 적응력, 즉 변화라 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과 도약을 위해 우수기업의 혁신활동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전문 컨설턴트를 초빙하여 변화를 시도하지만 무늬만의 혁신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은 기획하고 추진하기는 쉬워도 꾸준히 실행하여 열매를 맺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최근의 산업현장은 잦은 인명사고에 따른 부실한 안전관리와 환경사고에 따른 문제 등으로 상당히 심각한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적당주의 관행이나 능률과 효율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의 방향성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아서 사고가 빈발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기업체 내에서의 혁신과 변화만 제대로 추진하고 정착하게 된다면 재해나 사고를 상당 부분 방지하고 근절시킬 수 있다고 본다.이른바 혁신이란 생산활동의 현장에서 불합리를 찾아 시정 보완하고, 인적·물적인 결함과 낭비를 없애고 환경과 안전, 생산 기반을 효율적으로 확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유지해가는 전방위적인 개선활동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혁신활동을 어떻게 펼쳐나가는 것이 좋을까? 모든 일에는 순서와 경중완급이 있듯이 표준화되고 정례화된 매뉴얼이나 성공사례를 표본으로 한 혁신활동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 단계적, 주기적인 활동과 반복 확인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면 된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개선현장의 현업에서 약 15년 간 기업의 성장과 생존의 중요 요소인 혁신활동 컨설팅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긴요한 노하우와 체험담을 공유하여 기업체와 공공업체는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사고와 재난을 예방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데 적으나마 도움을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첫번째 소개할 테마는 5S활동이다. 5S란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로, 혁신활동의 바탕이 되는 다섯가지의 활동유형을 일본어 영어식으로 표기했을 때 첫 자가 모두 S로 시작하기에 5S라 한다. 이러한 5S활동은 생산현장을 명랑하고 쾌적한 분위기로 바꾸는 기본활동이며, 기업의 숨쉬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10여 년 전 알루미늄 생산공장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공장 곳곳에 쌓여 있는 분진과 널브러진 자재들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고, 일 보다는 매일매일 청소하는 것에 지쳐 있었다. 가장 먼저 5S활동을 통해 먼지 발생원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자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결과, 현장이 깨끗해지고 안전해짐은 물론 품질과 생산도 좋아지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였다.5S활동이 바탕이 되는 혁신활동은 몇몇 사람의 솔선이나 참여가 아닌, 모두가 합심해서 한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고 행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처럼 금세 꺼져버리는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는 변혁의 횃불처럼 앞길을 환하게 밝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2021-05-09

칠포리 암각화의 꿈

윤영대수필가춘천시 중도의 선사유적지 훼손에 대한 뉴스를 듣고 포항의 선사유적이 생각나 칠포리 암각화를 둘러보고 싶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무려 6개 구역 16개 바위에 96점 암각화가 있단다. 이 칠포리 암각화는 1989년 처음 발견된 이후 추가로 찾아내어 우리나라 최대 암각화군을 이루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9호로 등록되어 있다. 분포도를 보니 모두 십 리 안팎의 거리에 모여 있어 하루 만에 다 답사할 수 있겠다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맨 먼저 간 곳은 도로변 사다리꼴 암각화. 조용히 둘러보고 근처 A구역으로 갔다. 커다란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주차하고 숲으로 올라가니 암각화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깨끗한 돌길과 아치형의 나무다리를 건너면 눈에 들어오는 큰 바위 하나, 멀리서도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검파형 암각 6개가 선사시대로 나를 이끈다. 원시 부족 때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새겼을 암각이 연약한 사암질의 바위 표면에서 비바람에도 잘 버티어주었구나 하며 꼼꼼히 둘러보았다. 바로 아래 좁은 계곡에 비스듬히 박혀있는 바위에는 큰 검파형 암각이 있어 가지고 간 줄자로 위아래 면의 크기와 높이도 재보았다. 갑자기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다.전 세계 고인돌의 40%가 존재하는 우리 한반도, 그곳에 암각화가 가장 많은 포항 칠포에서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암각화를 직접 보며 그 가치를 되새기는 즐거움은 크다. 부근의 넓은 바위에도 암각화가 있는데 나에게는 잘 보이지를 않았다. 도판 하나를 그려두었으면 좋을 텐데…. 입구에는 인물상도 있다는데 표지도 없고 주민에게 물어도 모르겠다고 한다.다음은 바다 쪽 B구역, 길 한켠에 주차하고 입구 표지를 찾았으나 없다. 답답한 마음에 곤륜산 정상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오르려고 가보니 입구에는 주차장이 있고 시멘트 포장길이 잘 닦여져 있다. 정상에서 보니 칠포 앞바다와 흥해 벌판이 시원스럽게 가슴에 들어온다. 내려와서 물회 한 그릇 먹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바로 길을 건너 올라가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길 건너에는 펜션과 카페의 간판은 요란한데 암각화 표지판은 없다. 눈치껏 숲을 헤쳐가니 긴 바위가 누워있고 설명판 2개가 서 있다. 일반적 설명뿐이라 바위 위를 오르내리며 겨우 윷판 모양과 인물화를 찾았다. 그리고 아래 삼거리의 작은 팻말을 따라 제단바위를 찾아가서 많은 성혈을 헤아려 보고 아랫마을의 원형점 군락을 찾았더니 주민도 잘 모른 체 쓰레기에 덮여있다.우리나라 제일의 암각화군을 둘러보기가 참으로 힘든다. 나머지를 포기하고 신흥리 오줌바위를 찾아가도 입구 팻말이 없고 인적도 드물어 겨우 주민에게 길을 물어 오르니 넓은 바위 위 별자리 성혈이 피곤한 몸을 달래준다.암각화를 한나절에 다 찾아보겠는 생각은 꿈이었나보다. 입구안내판도 없고 주차할 곳도 마땅찮고 주민도 잘 모르는 칠포리 암각화군, 그 문화적 가치를 가볍게 보는 허술한 관리가 염려된다. 암각화 주위에 어지럽게 새겨진 낙서들로 보아 그 훼손이 두려워 표지판을 두지 않았나? 칠포리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도 될 가치가 있을 듯한데 기억 속에 묻히는 암각화(暗刻畵)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2021-05-09

외교관 가족의 빗나간 특권

심충택논설위원정부 부처를 대표해서 해외 대사관에서 근무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아내가 고가 도자기 밀수 의혹에 휩싸여 물의를 빚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5~2018년 주영(駐英) 한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할 당시 부인이 1천점이 넘는 도자기 등을 관세를 내지 않고 ‘외교행낭(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그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했지만, 야당에서는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서 수천 점의 도자기를 이삿짐으로 위장해 들여와 사적으로 판매까지 한 파렴치의 끝판왕”이라며 맹비난을 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 “박 후보자 부인의 도자기 밀수의혹은 가장 악질적인 경우”라고 올렸다.국제사회에서는 외교관 밀수행위가 북한의 전매특허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주체코 북한 외교관이 현지 사업가에게 접근해 무기와 드론을 구입하려다 체코당국에 적발됐으며, 2015년에는 남아공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이 모잠비크에서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 체포돼 추방됐다. 2019년에는 또 다른 북한 외교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상아를 밀수하다 네덜란드 당국에 적발됐는데, 당시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생계비와 평양에 보낼 충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현직 이란주재 북한 외교관이 금과 현금 밀수에 가담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북한이 해외 외교관을 통해 무기와 사치품을 상습적으로 밀수하는 것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파견 대상 국가에서 누리는 다양한 특권 때문에 가능하다. 외교관은 파견국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고 있다. 외교관과 그 가족에게는 1961년 만들어진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라 면책특권이 적용된다.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신체불가침 특권이 있다. 외교관 가족(본인, 배우자, 자녀)에게 자동으로 발급되는 외교관 여권은 공항에서 VIP의전 혜택을 받으며 파견대상 국가에서 조세면제도 받는다. 최근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서울의 한 의류 매장에서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실은 벨기에 현지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전해져 대사 부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위공무원의 배우자가 외교관시절 대량으로 사들인 도자기를 무관세로 국내반입해서 만약 판매까지 했다면 분명한 범죄행위다. 외교관 특권은 사적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감사원이나 외교부는 박 후보자 부인사건을 계기로 해외 외교관과 그 가족의 공직기강 문제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 목화밭 앞에는 고려말 외교관이었던 문익점 동상이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은 백성을 위해 붓뚜껑 속에 목화씨를 숨겨와 우리나라 의복문제를 해결한 문익점에게서 외교활동의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2021-05-09

무책임 정치

민주주의 정치에는 두 가지의 핵심적 과정이 있다. 하나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뽑아준 유권자에게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다. 선거 과정에 내세운 약속이 바로 공약(公約)이며 공약을 잘 이행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다.책임정치는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직에 선출된 이후 평상시에도 책임을 느낄 줄 알아야 민주주의 정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권력을 거머쥔 정치가가 선거 과정에 공언했던 약속을 내팽개친다면 왕권정치와 다를 바없다.정치가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미국이 재앙적 코로나19를 경험한 것은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무책임한 정치적 스탠스에 있다. 노마스크와 코로나 위험의 심각성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미국에서만 20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하루 4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코로나 참사가 일어난 것도 정치인의 무책임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지 못한 정치인의 수수방관이 사태를 키웠다.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표를 얻겠다는 생각에 국민의 안위는 물론 국가의 장래도 무시했다.포퓰리즘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는 것은 남미 등의 사례에서 이미 많은 학습을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책제안이 기가 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학진학을 않는 사람에게 세계여행비 1천만원을 지급하자고 하자 이낙연 전 대표는 군복무자에게 3천만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지급하자고 했다. 이에 뒤질세라 정세균 전 총리는 신생아에게 1억원짜리 미래통장을 주면 어떠냐고 했다. 이쯤되면 포퓰리즘도 도를 넘은 수준이다. 무책임한 정치라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5-09

자치경찰제 곧 스타트… 치안강화 계기 돼야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경찰청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부터 경찰 조직이 크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 운영된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자치경찰제의 모습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대구·경북 시·도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자치경찰의 사령탑 역할을 할 자치경찰위원회와 사무국 구성을 완료했으며, 시·도의회도 자치경찰제 관련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자치경찰위원회와 시·도경찰청장과의 협의를 거쳐 조례를 공포한 후 이달 말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자치경찰제는 기존의 국가경찰과 달리 자치경찰단 구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자치지역 내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업무를 운영하는 제도다. 그러나 자치경찰 신분이 지자체로 이관되지 않은 국가직이고, 간부 인사권도 경찰청에 있어 자치경찰제가 형식만 갖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법으로는 자치단체장의 인사권한이 시도경찰위원회 위원장과 사무국장 임명권, 경감 이하 승진자에 대한 임명권만 주어져 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다.경찰조직은 이제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을 담당하는 국가경찰과 범죄 수사를 맡는 수사경찰, 그리고 생활안전과 교통 등에 주력할 자치경찰 등 ‘한 지붕 세 가족’ 형태가 됐다. 자치경찰은 안전·교통 등 지역민의 일상에 관한 업무를 맡게 돼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행정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손발을 잘 맞추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시장과 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위원회를 정점으로 운영된다. 자치경찰위는 대구·경북형 자치경찰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 제공, 대구·경북에 적합한 자치경찰 활동, 자치경찰과 시·도 행정조직 간의 효율적 연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역할 분담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시행 착오를 최대한 줄여서 치안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서 치안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21-05-09

이건희 미술관, 삼성 뿌리도시 대구가 적지다

대구시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국보급 미술품을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별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대구시가 이의 유치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는 대구를 비롯 부산, 광주, 세종, 창원 등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따른 명분과 여건을 대구시만큼 잘 갖춘 곳은 없다. 대구는 삼성과 뿌리깊은 인연을 가진 곳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1938년 이곳 인교동에서 창업했다.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도 중구 인교동이다. 삼성의 주력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이 이곳에 설립됐고 지금도 그 자리에는 삼성이 조성한 삼성창조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가 대구 연고팀으로 활약 중이다. 미술작품의 기증자인 이건희 회장의 고향이자 삼성그룹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하다. 타시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연고를 지닌 도시다.또 대구는 1920년대부터 서울, 평양과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점도시로 역할을 했다. 일제시대에도 이상정, 이여성 등의 작가들이 맹활약을 했으며 이후 이쾌대, 이인성, 김용준 등 대구 출신의 걸출한 작가들이 국내 화단을 개척해 갔다. 특히 이번에 기증된 작품의 50% 이상이 근대미술품인 것으로 알려져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되면 대구는 기존의 대구미술관에다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간송미술관과 연계돼 고전-근대-현대가 아우르지는 보기 드문 문화명소가 될 수 있다.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모든 것이 쏠려있는 일극체제의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문화콘텐츠산업 매출액이 우리나라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의 미술관을 운영 중이나 그 중 3군데(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가 수도권에 있고 뒤늦게 건립한 청주관도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 민간차원에서 운영되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도 수도권에 있다. 문화의 수도권 편중은 국토의 불균형만큼 심각하다. 지역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도 그만큼 크다. 이건희 미술관은 문화의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라도 지방에 건립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 중에서도 당위성과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은 대구가 으뜸이다.

2021-05-09

못마땅한 ‘도로 영남당’ 프레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전이‘도로 영남당’논쟁 속에 시작돼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국민의힘 책임당원 60%가 영남에 몰려 있어 TK 지역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고, 이 와중에 터져나온 영남배제론은 당내 분열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도로 영남당’주장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국민의힘 내부분열을 유도하기 위해 내건 프레임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그 프레임이 언론이나 국민의힘 당내외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얻자 노골적으로 ‘도로 영남당’주장으로 당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논란이 커진 것은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가 이같은 영남당 논란에 편승하면서부터다.국민의힘 4선의원인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비영남 당 대표론’을 강조했다. 대구·경북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영남 대표론의 근거로 ‘도로 영남당’을 거론한 것은 민주당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처사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마 비영남출신 초선의원으로서 당권 선거에 나선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영남 배제론은 흑색선전이자 프레이밍”이라며 “우리당의 본질은 영남이다. 당이 제일 어려웠을 때 지켜준 사람들에게 지금 와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영남당 극복론’을 설파했다. 당권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위랭크된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 것처럼 향후 김 의원이 국민의힘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지 관심거리다.도로 영남당 논란이 지속되자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원인 정진석 의원이 나섰다. 그는 ‘영남당’논란에 대해“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파는 것이며,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년 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전라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면 어떤가”라며 “적들이 우리에게 거는 영남당 프레임을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면, 정권교체고 뭐고 다 도로 아미타불”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영남지역을 주요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고있는 국민의힘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마냥 영남당이란 프레임을 두려워하는 것은 넌센스다. 오히려 영남지역 인물들이 당의 중추가 돼 당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을 호남사람들이 중심이 된다고 호남당이라고 비난하거나 호남배제론이 나온 적 없지 않은가. 손자병법에 장계취계(將計就計)란 말이 있다. 상대편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계책을 가리킨다.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여권이 건‘도로 영남당’ 프레임을 뛰어넘어 장계취계의 비책으로 쇄신과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할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2021-05-06

세기의 이혼

세기의 결혼이라고 하면 영국 왕실의 결혼식을 먼저 연상한다. 얼마 전 99세의 나이로 숨진 영국 왕실의 필립공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결혼이 그러했고, 그의 아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이 또한 그러했다.필립공은 여왕의 남편으로서 70여년 영국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함께해온 왕실의 충실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는 1981년 전 세계 7억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중계된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고 두 아이까지 낳았으나 끝내 이혼을 한다. 왕위계승 1순위자와의 결혼으로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결혼도 뚯밖의 불화로 이혼으로 이어지고 만다. 다이애나비는 이혼 다음해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비극적 종말을 고해 세인을 더 안타깝게 했다.찰스 왕세자와의 이혼으로 그녀는 왕족의 지위를 박탈당했지만 엄청난 재산을 위자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기의 결혼식이 세기의 이혼으로 끝난 사례다.2019년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아마존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부인과 이혼을 선언하면서 세계 언론은 세기의 이혼이라 불렀다. 그의 부인은 이혼 위자료로 아마존 주식의 25%를 받게 됐는데, 이는 아마존 전체 지분의 4%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조원에 달한다. 부인은 단숨에 세계 최고의 부호 자리에 오르게 됐다.IT업계 전설로 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가 그의 부인과의 이혼을 선언, 화제다. 세계 4대 부호로 손꼽히는 그의 재산 약 145조원의 분할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더 관심이다. 베조스가 약 40조원의 재산을 분할한 전례에 비춰볼 때 또한번의 세기의 이혼이 탄생할 전망이다. 서민에게는 소설같은 이야기로 들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5-06

도시 마케팅시대…읍면 명칭변경 바람직하다

최근 지자체마다 읍면의 이름을 역사적 배경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식민통치를 위한 방식으로 강제로 지어진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으로 잃어버린 고유 명칭을 되살리거나 지명을 바꿔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지난 4일 경주시는 일제 강점기 방위 구분형식을 빌려 지어진 양북면의 명칭을 문무대왕릉면으로 바꾸고 이를 알리는 선포식을 가졌다. 신라 30대 문무대왕릉과 호국 사찰 감은사 터가 있는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딴 이름이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개명절차를 마쳤다. 이 같은 지명 개명 사례는 전국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2007년 강원도 평창군이 대관령면으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영월군은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하동면은 김삿갓 김병연의 묘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김삿갓면으로 바꾸었다. 광역시 자치구 가운데는 인천시 남구가 고구려때 이름인 미추홀구로 바꾸었다.경북도내에서는 울진군이 2015년 금강송 군락지로 소문난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매화나무가 많은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바꾸었다. 2016년 예천군은 일제때 지어진 상리면과 하리면을 효자면과 은풍면으로 바꾸었고 고령군은 대가야 도읍지의 역사성을 앞세워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명칭 변경했다. 이밖에도 상주시 사벌면이 사벌국면으로, 포항시 대보면이 호미곶면으로, 군위군 고로면은 삼국유사면으로 각각 이름을 바꾸었다.포항시 호미곶은 일출의 명소라는 점과 우리나라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맞아떨어져 이름에 걸맞은 브랜드 역할을 지금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에서 이름을 바꾼 읍면들은 대체적으로 바꾼 이름에 만족을 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브랜드 효과로 관광객도 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또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판매에도 명칭 변경은 브랜드 효과를 보이고 있다.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민족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창지개명식 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명분도 있다. 특히 많은 지명 중 돋보이는 지명의 발굴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지명은 지역의 역사이자 문화를 상징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고 경제적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면 일거양득의 효과라 하겠다.

2021-05-06

탄소중립 방향은 맞지만 기업부담 고려해야

대구시가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26)에 앞서 전 지구적 탄소중립 이행을 다짐하는 국제 캠페인인 ‘Race To Zero’에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가입했다. 이 캠페인은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2050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공표하고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현재 영국 런던, 미국 워싱턴DC, 독일 본 등 510개 도시가 가입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최근 대구시가 처음으로 가입했다.캠페인 가입 도시는 친환경적 생활 확산,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 탄소 제로 건물의 보급, 청정에너지 생산 등을 약속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 매년 탄소중립 이행 성과를 국내외에 공개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하게 된다.탄소중립은 개인이나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제로(Carbon Zero)’라고도 한다. 기후변화를 야기시키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계산하고 탄소의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풍력·태양력 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오염을 상쇄해야 한다.앞으로 탄소중립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와 생존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길이 될 것이다. 특히 대구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라간 도시로 드러났다. 대구시가 속도감 있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다만 탄소중립 정책은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흐름에 수동적으로 편승할 경우 에너지 전환비용과 전기요금 상승, 과중한 세금 부담, 환경 공시의무 등으로 기업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보다 철강이나 화학, 시멘트 등 탄소배출형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 탄소중립을 내세우더라도 우리 산업계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실행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2021-05-06

대중 외교, 베트남에서 배워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17년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최악의 외교 실패의 참사였다. 차관보급 인사의 공항 영접부터 세끼 연속 문 대통령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혼밥’에다 팔을 툭툭 치며 인사를 하는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 결례, 그리고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까지 최악의 굴욕적인 외교 모습이었다.그리고 작년 초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그러나 곧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중국의 일부 지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14일 격리기간을 요구하고 한국인을 기피 하였다. 오히려 중국이 “정치 외교 논리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라고 했으니 한국으로서는 참기 힘든 굴욕적인 순간이었다.상황 초기 한국의 의료진들이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에 대한 입국금지 내지는 입국제한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또 시진핑의 방한 계획에 차질이 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그리고 돌아온 건 중국의 한국 조롱이었다. 마스크를 보내준다고 조롱기 섞인 제의도 한다. 대중 굴욕외교의 문제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외교는 한마디로 ‘비굴’그 자체이다.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대꾸도 못한다. 온갖 욕을 듣고도 그저 묵묵히 참는 굴욕적인 모습이다. 북한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겉도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공공연한 한국 원망과 비난에 길들여지고 있다. 북한의 한국 비난과 욕설은 그 도를 넘고 있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한국의 대중, 대북 아부에 대하여 돌아오는 건 조롱과 멸시뿐이다.이런 가운데 베트남의 대중 외교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남중국해섬 영유권 등으로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도에 남중국해가 아니라 자기 나라 기준으로 이름을 정해 동해로 표기한다.베트남은 중국의 윽박지르기 영토 주장을 또박또박 거르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중국이 거대 군함을 출동시키면 베트남도 당당히 군함을 내보내어 맞섰다. 이런 당당한 베트남을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한심한 착각과 중국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올 거라는 대중국 굴종외교 등으로 한미 한일 동맹에 금이 가고, 중국에 냉대 받고, 북한에 모욕당하고 있다.이제 베트남식 ‘당당한 외교’를 배워야 한다.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중국에게도 할 말은 하고 북한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러한 외교의 힘은 한·미·일의 돈독한 동맹에서 나올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당당한 외교’를 보고 싶다.

2021-05-06

가정의 달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다. 유엔에서는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재고할 목적으로 매년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같은 날에 ‘가정의 날’ 기념행사를 열어오다 2004년부터는 5월을 ‘가정의 달’로 공식화했다.농경사회에서 가족과 가정은 삶의 근간이었다. 3, 4대가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대가족제도에서는 출산과 양육은 물론 교육, 경제, 문화 등의 활동이 대부분 가정 안에서 이루어졌다.우리나라는 수천 년 이어오던 농경사회가 반세기 전쯤에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돈독하던 가족제도가 와해되기 시작했다. 몇 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에서 부부와 한두 자녀의 핵가족으로 분화된데 이어 자식이 없는 부부나 한부모와 자녀, 독거노인이나 혼자 사는 미혼 남녀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전통적인 가족이나 가정의 개념도 따라서 변질될 수밖에 없다.2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자식이 아버지의 성(姓)을 따라야 한다는 경우는 22%에 불과하고 부모 중 어느 한 쪽의 성을 따라도 괜찮다가 47%, 굳이 부모의 성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경우도 31%나 된다고 한다. 족보나 조상을 따지는 일 따위는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일본인 사유리가 결혼을 하지 않고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낳아서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입양이나 미혼모들에 이어 또 다른 가족의 형태가 생겨난 셈이다. 심지어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남녀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가족의 형태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가정과 가족의 붕괴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 가정의 달이 생겨난 이유일 것이다.초식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서 걷지만 사람은 출생해서 저 혼자 걷는데 일 년이 넘게 걸린다. 거기다가 성인이 되어 자립하기까지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만큼 가족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또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결혼한 부모로 인해 태어나고 양육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대다수이고 그렇게 형성된 유대관계가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루는 사회다.아무튼 전통적인 가정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구조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치관의 변화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인습에만 묶여 옛것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 편익이나 경제적 이해 때문에 가족이 불화하고 가정이 와해되는 것은 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흔드는 일이 된다. 돈이나 권력, 학벌이나 명예의 고위층에 올랐던 사람들이 가족의 문제로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바꾸어 말하면 돈이나 권력, 학벌이나 명예 따위로는 살 수 없는 더 근본적이고 소중한 것이 가정에는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족 간의 사랑과 헌신, 건강한 가정에서 비롯되는 올바른 심성과 가치관이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는 걸 되새기는 오월이다.

2021-05-06

백신 불신과 불안… 정부가 신뢰로 풀어야

정부가 5일부터 백신을 두 번 다 맞은 사람에게는 자가격리 조처를 일부 면제키로 했다. 올 상반기까지 1천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정부 인센티브다.정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계획된 대로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백신 접종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5월에 접종키로 계획한 2차 접종 대상자의 화이자 백신 물량을 4월로 앞당겨 사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바람에 전국적으로 화이자 백신 부족으로 인한 백신 접종 일시 중단사태가 발생했다.대구와 경북도 화이자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을 생기자 접종센터에는 접종을 기다려왔던 어르신들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랐다. 백신 접종을 목빠지게 기다려왔던 어른신들의 실망이야 말할 것도 없고 경로당에 있는 노인들끼리도 누구는 맞고 누구는 안 맞아 백신공급에 대한 불평의 목소리가 높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맞힐 화이자 백신 접종률은 3일 현재 대구와 경북은 겨우 절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백신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잘 된다”고 밝혀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특별방역회의에서 “K방역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고 상반기 접종계획은 1천200만명에서 1천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마침 청와대 방역점검 회의가 열리던 날 전국에서는 백신 접종 중단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잘못됐다는 반응도 나왔다.국민의 생명권을 다투는 백신 접종을 두고 정부가 신중하지도 치밀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일이 생긴 것이다. 백신 물량 도입에 따른 일정과 계획을 투명하고 원칙에 따라 집행하는 정부의 정직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백신 접종이 오락가락한다면 국가방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할 수 없다. 5일 화이자 백신 21만8천명분이 국내에 들어왔으나 이제 전체 계획물량의 3.6%에 불과하다. 앞으로 안정적 물량 확보가 있어야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백신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진정성 있는 백신정책으로 신뢰를 찾아야 한다. 말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얻거나 접종률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1-05-05

디지털 광고

디지털 광고는 인터넷, 모바일 등 기존 전통매체 외에 온라인으로 소비되는 모든 광고를 일컫는다. 포털사이트 검색부터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영상까지 모든 종류의 광고가 여기에 포함된다.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스마트TV로 유튜브를 틀어 놓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광고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야 한다. 이같은 광고 소비 패턴의 변화는 광고업체들에게는 큰 숙제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털사이트 등에 몰리는 소비자들의 성격은 어떻게 다른지, 또 그들의 소비유형은 어떤지, 어떤 광고가 잘 먹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다.국내 광고업체들의 경영전략도 ‘디지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일기획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국내 매체별 총광고비’에 따르면 광고시장은 크게 방송, 인쇄, 디지털로 구분된다. 디지털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원에서 2020년 5조7천억원으로 커졌다. 2배에 가깝게 늘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47.6%로 확대됐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광고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인쇄와 방송 시장은 줄었다. TV·라디오 등 방송은 4조2천억원에서 3조5천억원으로 약 7천억원 줄었고, 신문·잡지 등 인쇄광고 시장은 1조9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약 3천억원 감소했다. 5년 동안 전체 시장규모가 크게 바뀌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신문과 방송의 몰락’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디지털광고 시장 확대로 요약되는 광고시장의 재편은 신문·라디오·방송 등 전통매체들에게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05

국민의힘은 왜 스스로 ‘영남당’ 낙인을 찍나

국민의힘이 6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또 영남당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전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의원(울산 남을)이 당선된 뒤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 확산을 위해 지도부 투톱 중 한 사람은 비영남권에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당내 지역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정권을 잡으려면 영남정당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여론이다. 특히 당원들이 그렇다”며 영남지역 배제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당내 일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영남에 매몰된 이미지로는 외연 확장을 통한 차기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직후에도 대구·경북(TK) 정치권 ‘2선 후퇴론’이 나왔다. 당시 충남 출신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이 “우리 당이 영남 지역당의 모습, 기득권 정당의 모습, 꼰대당의 모습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계속 쳐다봐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초선 의원들도 그 당시 성명서를 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었다.국민의힘이 국회의원 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되는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면서 영남당, 웰빙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당의 지역적 외연확대와 대구·경북 2선 후퇴를 연결시키는 주장에 대해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것이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내부분열과 반목이다. 한창 외연확대를 위해 전력을 쏟아내야 할 시기에 당권 욕심 때문에 특정지역이나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발언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내에서 나오는 영남배제론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 자체를 외연확대의 장애물로 여기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당의 주된 지지기반을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 특정 지역출신 당대표 불가론은 ‘권력욕에서 나오는 헤게모니 싸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2021-05-05

오월의 기억

장규열 한동대 교수4월이 잔인한 달이라면, 5월은 포근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도 있다. 하필 같은 달에 모여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우선 어린이날. 나라를 잃었던 암울한 시절에 소파 선생이 우리의 앞날은 어린이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아닌가. 어른들이 잘난 재주를 부린다 한들 미래는 어차피 다음 세대가 맡아야 한다. 어린이를 정성으로 기르지 못하는 백성에게는 내일이 없다. 어린이가 바르게 배우지 못하면 새로운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어른의 세계가 아무리 복잡하여도 어린이를 바로 가르치고 기르는 일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이들 없이는 내일도 없다. 청년세대가 출산을 꺼리는 세태도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어버이날. 모든 존재는 어버이로부터 시작됐다. 기쁨과 쓸쓸함, 즐거움과 외로움의 뿌리도 따지고 보면 어버이로부터 시작했다. 삶이 가능한 시작에 어버이가 있었던 기억만으로도 고마운 게 아닌가. 내가 걸어갈 내일 모습을 보여주는 이도 어버이가 아닌가. 사노라면 애증이 섞이고 희비가 엇갈리지만 온갖 일들의 시작에 어버이가 계셨음을 새겨보아야 한다. 어버이가 바라보는 어린이는 누구일까. 아이들은 들은대로 자라기보다 본대로 자란다. 어린이가 따라 배우는 어버이가 있고, 어버이가 조심해야 하는 어린이가 있다. 두 날을 잇달아 붙인 까닭이 아닐까. 조금 떨어져 둘이 하나가 되라는 21일은 부부의 날. 저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만난 일만 해도 기적이 아닌가. 당신과 내가 이룬 집에서 피어난 이야기는 꿈인가 생시인가.5월은 ‘함께 하는 비밀’을 생각나게 한다. 사람이 홀로는 절대로 살지 못한다. 식탁에 올라온 고마운 반찬 한 자락에도 수많은 이들의 수고가 스며있다. 서로 기대어 사는 게 인생이 아닌가. 인연과 우연이 겹치며 날들이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맨 처음 기적이 어버이와 어린이가 아니었을까. 내 어버이와 내 아이들만 해도 놀라울 판에, 살면서 만나는 도움의 손길과 의지했던 기억들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도 온전한 오늘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빼놓을 수 없는 도움은 스승으로부터 받았던 배움이 아닌가.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은 물론이며 살면서 만났던 배움의 흔적은 잊을 수가 없다. 배우고 가르치며 부추기고 이끌어가며 삶의 수레는 오늘도 나아간다. 만난 것도 놀랍지만 배운 일은 기적이다.돌아보면 실수투성이에 흠결만 한가득이다. 어린이에게 따뜻하지 못했으며 어버이에게 무심했던 데다 배우자에게 퉁명스러웠으며 스승은 잊고 살지 않았는가. 5월은 미안한 마음을 일깨우고 감사한 생각을 일으킨다. 돌아가 돌이키려 하지 말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잘 하라’는 어느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다. 나를 만들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살면서 만날 사람들과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꿈을 꾸어야 한다. 혼자는 못한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지어가야 한다.

2021-05-05

봄편지

양태순수필가공원에 운동을 갔다. 어느새 철쭉이 활짝 봄을 맞이하고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잎들의 부지런함이 어여쁘다. 봄물을 길어 올린 싱그러움에 취해 걸음에 봄바람이 실렸다.맞은편에서 오는 부녀와 스쳐 지났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서 걷는 방향을 바꾸어 두어 걸음 뒤에서 걸었다. 귀를 쫑긋 앞으로 모았다. 드문드문 들리는 내용은 딸이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 읊으면 아빠는 적당한 추임새를 넣었다. 별거 없구나 싶어 앞질러 가면서도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부러웠다. 부러움이 커질수록 아픔으로 피어나는 얼굴, 내 아버지였다.철이 들기 전, 아버지는 다른 세계로 떠났다.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는 고리는 핏줄 말고는 너무 미미했다. 그래서 떠나보낸 슬픔이 깊은 줄도 몰랐다. 늘 보던 얼굴이 보이지 않는 허전함에 문득문득 앉았던 자리, 누웠던 자리에 눈이 갔다. 그것이 다였다.기억 속 아버지는 남 같은 아버지였다. 한 방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었지만 직접 소통이 없었다.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말이 전달되고 답이 돌아왔다. 내 잘못을 나무라는 일조차 어머니의 입을 빌렸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밖에서 놀다 집에 왔을 때 방에 아버지만 있으면 들어가기 어색해 도로 골목으로 발을 돌렸다. 어렵기만 한 아버지에게 내가 한 말은 밥 잡수세요와 다녀오셨어요, 정도였다.딱 하루, 그날은 예외였다. 내가 중학생이었고 추석을 앞둔 어느 밤이었다. 식구들은 다른 방에 있었고 나만 아버지와 한방에 있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중개인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짐작컨대 마음속을 다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는 묻고 나는 대답을 했던 듯싶다. 소재가 바닥 날 때쯤 윗방에서 어머니가 장에서 사온 추석빔을 입어 보라고 불렀다. 얼마나 반갑던지 냉큼 일어섰다.중학생이었던 그날 밤에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아무리 기억하려 애를 써도 안 된다. 아버지와 나는 무릎걸음 세 번만큼 떨어져 앉았고, 나를 향해 맘껏 드러내지 않은 잔잔한 표정이며 내가 일어섰을 때 차마 잡지 못하는 아쉬운 눈빛은 생생하다. 그 장면을 수십 번 그려보았으나 제법 길었던 시간에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는 깜깜할 뿐이다. 잿더미를 헤집듯이 아버지의 갈피를 뒤적이고 뒤적여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살면서 아버지를 돌아보는 날은 기일이나 어버이날이었다. 나와 아버지가 만났던 시간에는 추억할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때마다 작은 에피소드를 건지겠다고 기억의 먼지를 털어내고 희미해진 여줄가리를 촘촘히 엮었다. 가장 큰 소득은 서로를 오롯이 보았던 그 밤이었다. 처음에는 특별히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는 조각이었다. 그러나 되살려놓은 장면은 해를 거듭할수록 아버지란 이름으로 뜨거워졌다.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아는 나이가 되었다. 살아낸다는 것은 때로는 한 모금 물이 간절한 식물처럼 애가 타기도 하지만 내일이라는 새날이 있어서 힘을 내 하루하루를 이어 일생을 이룬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길 위에서 나름대로 부딪히고 견뎌오면서 나만의 무늬를 만들어왔다. 그것은 내세울 것도 없고 빛나지도 않지만 내 노력의 결과이니 소중하게 여긴다.지나온 굽이의 어느 날에는 아버지를 돌아보기도 했다. 아버지의 생은 오십을 넘기면서 종착역에 닿아 멈추었다. 나는 어렸고 사는 동안 살가운 정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키웠던 애정의 깊이를 알 수가 없었다. 헤어진 수십 년을 곱씹는 동안 아버지의 삶을 어머니와 형제로부터 전해 들었다. 너무나 작은 추억의 부스러기로 아버지를 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이 차지한 내 마음자리는 늘 축축하고 아리다.철쭉이 한창인 공원에서 낯선 부녀로 인해 아버지를 만난 날이다. 언젠가 마주하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본다.“많은 날을 기억하지 못해 죄송해요” 숨을 삼켰다.“그날 밤의 눈빛을 이제는 놓을래요. 그러나 내 아버지였음은 잊지 않을게요” 소리맴이 길다. 내 안에 갇혀있던 울새를 날려 보낸다.

2021-05-05

은자동아 금자동아

남녀가 짝을 지으면 하늘에 기원한다, 하늘의 자식 잘 키울테니 참한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삼신할매는 이 간절한 약속을 믿고 아이를 점지해준다. 어미는 뱃속 아이를 위해 온갖 지성을 들였다. 음식을 가려 먹었으며 부정한 것은 피했다. 언행도 함부로 하지 않았고 나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새 생명을 맞기 위해 어미의 마음가짐이었다.아이가 태어나면 하나 같이 ‘응애’라고 울음을 터트린다. 이 울음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첫 언어이다. 이 함성을 고고성(呱呱聲)이라고 한다. 가위로 탯줄을 끊어내는 순간부터 아이는 모태에서 독립해 하나의 개체가 된다. 이 독립기념일을 우리는 ‘귀빠진 날’이라고도 한다. 태아의 귀가 산도를 빠져나오면 다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갓난쟁이의 몸짓은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이다. 이를 ‘배냇짓’이라고 한다. ‘배내’는 배 안이며 ‘배냇짓’은 배 안에서부터 한 몸짓이다. 갓난아이는 잠을 자면서 방실거리며 웃거나 눈코입을 찡긋거리는데, 이렇게 귀여운 몸짓이 바로 배냇짓이다. 배냇짓을 학자들은 마주보는 이의 공격성을 누그러트리게 하는 유화적 몸짓이라고 해석한다.배내옷- 갓난아이에게 입히는, 깃을 달지 않은 저고리.배냇니- 젖먹이 때 나서 아직 갈지 않은 이, 젖니.배내똥- 갓난아기가 먹은 것 없이 처음 싸는 똥.배냇머리- 태어난 뒤 한 번도 깎지 않은 갓난아이의 머리털.갓난아기가 풀무처럼 입으로 바람을 불어 대면 ‘풀무질’이다. 입술을 투르르 털며 내는 소리는 ‘투레질’이다.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 ‘죄암’ 또는 ‘쥐엄질’이다. 잠들기 전이나 깬 후에 부리는 투정은 ‘잠투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오줌을 싸대는 행위는 ‘쉬야질’이다.어린아이를 부모는 여러 가지 몸짓으로 얼러 댄다. 어린아이의 겨드랑이를 치켜들고 올렸다 내렸다 할 때, 아이가 다리를 오그렸다 폈다 하는 짓은 ‘가동질’이다. 어린아이를 세워 두 손을 잡고 앞뒤로 밀었다 당겼다 하는 짓은 ‘시장질’ 이다. 어린아이를 곧추세워 좌우로 흔들며 두 다리를 번갈아 오르내리게 하는 짓은 ‘부라질’이다.밉둥이- 미운 짓을 하는 어린아이.옹알이- 생후 백일쯤 되는 아기가 옹알대는 짓.나비잠- 만세라도 부르듯 두 팔을 벌리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배밀이- 배를 바닥에 문지르면서 기어가는 모습.얼뚱아기- 둥둥 얼러 주고 싶은 재롱스러운 아기.이쁘둥이- 이쁜 어린아이.당싯거리다- 어린아이가 누워서 춤을 추듯 팔다리를 춤을 잇따라 귀엽게 움직이다.아망거리다- 어린아이가 괜스레 트집을 잡아 오기를 부리다.조작거리다-걸음발 타는 어린아이가 제 마음대로 귀엽게 자꾸 걷다.자칫거리다- 걸음발 타는 어린아이가 서툰 걸음으로 몇 걸음씩 걷다.아칫거리다- 어린아이가 이리저리 위태위태하게 걸음을 떼어놓다.어린아이가 도담도담 자라 살이 포동포동해지면 ‘옴포동이’라고 하는데, 이맘때면 아이의 몸짓이 다채로워진다. 짝짝쿵 손뼉을 치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도리질’한다. 왼손 손바닥에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댔다 떼며 ‘곤지곤지’하고, 두 손을 쥐었다 펴며 ‘죔죔’한다. 그러면 엄마는 어린아이를 따로 세우면서 ‘섬마섬마’ 또는 ‘따로따로따따로’라고 추임새를 넣는다.똥싸개라도 부모에게는 은자동아 금자동아이다. 귀여운 나머지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아이는 ‘응석받이’가 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행위에 적절한 경고를 울리는데, 만져서는 곤란하거나 더러운 것을 만지려 하면 ‘지지’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에비’라며 말린다.칭얼거리며 엄마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아이를 ‘쫄래동이’라고 한다. 이럴 때 엄마는 아이에게 겁을 주며 달래는데, 이 말을 ‘곽쥐’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한 대 쥐어 박는 일은 ‘먼지떨음’인데, 그저 엄포나 놓을 양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듯 살살 때린다는 뜻이다. 아우가 생긴 아이가 샘내느라 밥을 많이 먹으면 이를 ‘밥빼기’라고 한다.생의 원점에 이리도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의 순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너무 행복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없을까 싶어서 신은 요람기의 기억은 지워지도록 두뇌를 설계했는지도 모른다.아이는 배밀이에서 걸음마를 거쳐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 요람기에서 멀어질수록 험한 세상을 맞닥트리고 그 시련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간다. 늙어갈수록 점점 어린아이가 되다가 마침내 삶을 마감한다. 죽기 직전에 누는 똥도 배내똥이라고 하는데, 그 성분이 배내똥과 같다고 한다. 삶과 죽음, 극과 극은 맞닿은 모양이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5-05

5월, 학교에는(上)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린 5월이다. 그래서인지 5월만 되면 설렌다. 이런 필자를 보고 지인들은 5월을 탄다고 놀린다. 다음은 필자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의 시다.“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곳으로/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겨울 함박눈처럼/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따사로운 햇살에/오래 잠겼던 마음의 문 활짝 열고 집먼지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 (안재동 ‘5월’)지면 관계상 시 전문을 인용하지 못함이 아쉽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특히 선생님께 꼭 작품의 전문을 읽어보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올해 5월에는 시인의 생각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5월, 이 좋은 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고개 한 번 바로 들지 못하고, 그래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 숨어 있을 희망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희망의 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는 희망의 문이 좀 더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불행한데 부모가 행복할 리 없다. 부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신의 힘듦 정도야 거뜬히 이겨낸다. 그게 바로 부모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같은 부모 DNA다. 그 유산으로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어찌 되었든 부모님과 이 나라를 위해서 5월 한 달만이라도 학생들이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 웃음 속에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을 친구들과 나누고 나누어 학교 전체가 즐거움으로 충만했으면 좋겠다.학교만 생각해도 즐거운 웃음꽃이 피는 나라, 그 웃음꽃의 결실로 모두가 행복한 나라의 바탕이 올해 5월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그러기 위해서 5월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단순히 교육과정 채우기식 체험학습이나, 또 의미 없는 학생 동원 행사 따위는 제발 계획조차 하지 말자. 그리고 성적 따위로 학생들을 겁주는 비겁함에서 벗어나자. 교과 진도와 같은 교사 중심의 구시대적 핑계 따위는 생각지도 말자. 이 나라 교육의 종착지인 대학교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5월 한 달만은 모든 것을 철저히 학생들의 측면에서 생각하자. 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5월 학교생활을 설계하도록 하자. 만약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서 이것이 어렵다면, 교과 수업에서만큼이라도 이것을 실천해보자. 또 5월 한 달이 어렵다면, 정말 단 한 시간만이라도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발 좀 주자.5월 학교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인 “자기관리 역량, 심미적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라도 학생들이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05-05

남북 백두대간 종주한 로저 셰퍼드 씨와의 만남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며칠 경북대도서관에서 백두대간 사진전 작가 로저 셰퍼드 씨를 만났다.그는 뉴질랜드 경찰관 출신이며 총리 경호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2006년경 한국에 왔다가 한국의 산에 매료되어 현재도 이 땅에 살고 있다. 딱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체구, 훤칠한 키는 전문 산악인의 요건을 갖춘 듯했다. 그의 사진 개막식에는 북한과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어진 사진 설명회에는 20여 명이 남아 그의 북한 백두대간 탐험 경험을 재미있게 경청했다. 북한 소식이 궁금한 현실에서 퍽 유익한 시간이 됐다.분단 이후 세계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그는 한때 대구에도 살았고 지금은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 살고 있다. 그는 2006년 남쪽의 지리산 산행을 시작으로 2011년과 2012년 북쪽 백두대간을 등반했다.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개마고원을 거쳐 금강산까지 등정한 소중한 경험을 가졌다. 이번 사진전에서 백두대간 종주 시 찍은 사진 50여 장을 공개했다. 그는 한반도의 산을 영문으로 번역해 서양인들에게 소개하는 하이크 코리아(HIKE KOREA)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나는 경북대 재직 중 통일관련 강의 시 그의 백두대간 종주 MBC 다큐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그와의 만남은 초면이 아닌 구면인 셈이다.로저 셰퍼드 씨는 평양소재 조선-뉴질랜드 친선협회 초청으로 북쪽의 백두대간을 등행했다. 북한당국은 처음에는 그의 방북 신청을 거부했지만 순수하게 산을 등산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백두대간은 북쪽의 백두산에서부터 남쪽의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기까지 장장 1천700km의 방대한 거리이다.그의 이번 사진전에는 남쪽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쪽의 두류산, 백역산, 고대산, 옥련산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힘 있게 뻗어 내리는 백두대간의 정기마저 끊어 버리고 말았다.그는 사진 설명회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북한의 산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쪽의 산간 오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도 생생하게 소개했다. 특히 함경도 개마고원 일대의 깊은 산골의 주민들은 자연과 풍토 때문에 많이 다르다는 증언도 했다. 북한의 험준한 산에는 항일 빨치산의 요새가 잘 보존되어 있다고도 했다. 북한 산촌에는 수십 종의 수제 소주가 있고 산천어의 맛이 좋다고 소개했다. 감자를 주식으로 북한 산촌 사람들은 부족함도 만족함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그의 설명회는 북한의 산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의 산하가 황폐화된 현황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야산은 황폐화 됐지만 백두대간의 산림은 모두 잘 보존되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개마고원 부근의 어느 산은 바위덩이 밑으로 강이 흐르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그는 설명회를 마치면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자연스럽게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때묻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남한사람들이 잘 이해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뉴질랜드인 셰퍼드 씨의 입장이 몹시 부러운 오후가 되었다.

2021-05-05

은성수 금융위원장님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생각에 빠져 있다. /연합뉴스안녕하세요. 저는 시와 문학평론을 쓰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30대 후반의 필부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발언이 아니었다면 위원장님을 알지도 못했을 무지렁이가 이렇게 지면을 빌려 편지글을 띄웁니다. 삿되어 보일지라도 눈과 마음을 기울여 읽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 글은 저 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2030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쓰게 한 것이니 말입니다. 먼저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저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아닙니다.위원장님께서는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많은 사람이 투자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세금은 걷겠다”고 하셨지요. 정부가 개입할 시장이 아니라면서 세금은 걷겠다는 황당한 발상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아연실색했습니다.투자자들은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적 없습니다. 손실에 대해서 책임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거래소의 시세조작이라든가 입출금 시스템의 불안정성이라든가 하는 위험 요소들을 방지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투명하고 안정성 있는 거래가 되도록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화시켜 불법 행위들을 감시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투자자들은 얼마든지 세금을 낼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제도화할 생각이 없으면 세금을 걷지도 말아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것, 가상화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함부로 내뱉는 말로 시장을 교란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4년 전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한 후 가상화폐 시장은 반토막 났습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사태를 ‘박상기의 난’이라 명명했는데, 4년 후 ‘은성수의 난’이 더 큰 패닉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위원장님께서는 아시는지요?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신 다음날 가상화폐 시장에는 대폭락이 왔습니다. 위원장님 말씀과 결부시키고 싶진 않지만, 가상화폐가 대폭락한 지난 24일, 강원도에서 코인 투자 실패를 비관한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습니다.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위원장님의 말씀에 정부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봐도 될까요? 지난 4년간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해서 투자자 보호 및 과세를 합리적으로 해나가려는 것과는 정반대의 기조를 보이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투자그룹인 그레이스케일을 비롯해 테슬라, 넥슨, 골드만삭스, 페이팔 등이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등 선진국들은 가상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 시장에 대한 몰이해로 세계 경제 흐름을 역행하려 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위원장님의 ‘꼰대’적 인식입니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는 위원장님의 이 한 마디는 가상화폐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2030세대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 위원장님을 포함한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노력해서 외국어,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기술 등을 갖추고도 선배들이 채용의 문을 걸어 잠가 취업을 꿈꿀 수 없는 현실, 정작 4050세대는 부동산을 통해 손쉽게 부를 축적하고는 2030세대에겐 온갖 규제로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 절망만을 안겨준 현실…. ‘잘못된 길’은 누가 만들었는지요? 위원장님은 가상화폐가 “이 시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셨는데,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이 돈을 버는 코인 시장이 영 아니꼬워 보인 건 아니신지요?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합니다. 급여로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자취방 월세를 내고, 공과금을 치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불공평한 사회 구조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허락되지 않는 ‘여윳돈’이라는 걸 좀 가져보려고, 치킨 사 먹고, 부모님 용돈 드리고, 애인에게 작은 선물 하나 해주고 싶어 소액으로 코인 시장에 뛰어든 그 청년들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이라 매도하지 마십시오. 이번 기회에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길’로 청년들을 내몬 과오부터 반성하시길, 공직자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니는지 깨달으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2021-05-03

근사한 할머니가 된다는 건

10대에서 30대까지 대표하는 MZ세대는 요즘 ‘할매니얼’에 푹 빠졌다. 할매니얼이란 할매와 밀레니얼을 합친 용어로 옛 할머니의 감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할매니얼에 열광하는 이들은 ‘그래니룩’ 을 즐겨 입는다. 그래니룩은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붙인 합성어로, ‘할머니 같은 패션’을 의미한다. 마치 할머니의 옷장 속에서 발견할 법한 화려한 무늬의 스웨터나 빛바랜 색감의 카디건, 발목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나 몸빼 바지처럼 보이는 통 넓은 바지가 그 예다.실제로 10대 20대가 즐겨 구입하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서도 무릎을 덮는 롱스커트나 꽃무늬 제품이 오랜 기간 인기 순위에 머무르고 있다. 카디건 판매도 전년보다 164%나 늘었다고 한다.광고계에서도 할매니얼 열풍이 불었다. MZ세대가 즐겨 찾는 쇼핑몰 앱인 ‘지그재그’는 배우 윤여정 씨가 대표 모델로 등장한다. “옷 많이 산다고 무슨 법에 저촉되니? 괜찮아 인생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 거지. 그러니까, 너희 마음대로 사세요.” 광고 속 윤여정 씨의 대사다.물건을 구매한다는 의미의 ‘사다(buy)’와 인생을 ‘산다(live)’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여 던지는 메시지와 강렬한 이미지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단순히 카피가 좋아서가 아니다. 75세의 윤여정 배우가 내뱉는 대사는 그간 그녀가 지어 왔을 삶의 묵직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신뢰를 더했기 때문이다.햇반컵 광고에서는 81세의 나문희 씨가 등장한다. 핵심연구원 A씨의 실종사건을 다루며 추리게임을 펼치는 내용을 선보였다. 공식처럼 젊은 여배우들이 등장했던 화장품 광고에서도 80세 강부자 씨가 모델로 등장한다. 버스 안에서 노래와 랩을 부르며 요즘의 ‘힙한 할머니’의 위세를 보여주었다.‘할매니얼’의 유행은 먹거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식품업계에선 강릉초당두부케이크, 찰옥수수 케이크,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 소위 할머니 입맛이라 불리는 음식들을 심심치 않게 쏟아냈다. 프렌차이즈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도 MZ세대의 입맛을 노려 양갱이나 약과 같은 간식을 새롭게 내어놓는다거나 쑥, 흑임자, 인절미맛 디저트를 앞다투어 출시했다.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MZ세대가 이토록 할머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레트로 열풍도 한몫했다. MZ세대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시대적 분위기에 새로움을 느끼고 이를 그들만의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해 놀이처럼 즐긴다.그렇지만 무엇보다 ‘할매니얼’의 중심은 할머니다. MZ세대를 매료시킨 그녀들은 자신보다 어린 세대와의 소통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이 쥔 권력을 과시하지 않는 동시에 우아하면서도 지적이다. MZ세대는 자신만의 삶과 철학을 지혜롭게 가꾼 여성을 롤모델로 쫓으며 그녀들의 올곧음과 당당함을 선망하는 것이다.유튜브의 영향력도 크다. 131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특유의 유쾌함과 경쾌함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을 나눈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어’, ‘내 박자에 맞춰 살어.’ 라며 젊은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동시에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간 포기했던 것들을 뒤로 하고 늘 새로운 것에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구독자 80만명을 보유한 옷 잘 입는 할머니 ‘밀라논나’의 유튜브도 빼놓을 수 없다. ‘논나의 아지트’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는 콘텐츠다. 나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깨어 있는 조언과 함께 남을 의식하지 않는 솔직하고도 열정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따스하고도 섬세한 시각이 MZ세대를 사로잡았다.윤여정 배우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이 생을 처음 살아보는 것이므로. 자신이 체득한 지식과 경험은 전부가 아니고, 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새롭게 변화 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맹신이 두렵다. 내가 겪은 고통만 고통이라 여기고, 타인의 고통은 별 것 아니라는 오만 또한 스스로를 과거에 고립시킬 뿐이다. 타인을 수용하는 넉넉한 마음의 크기와 다정하고도 자유로움을 지닌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이런 고민은 언제나 근사하고 신비롭다.

2021-05-03

디지털 시대의 미술작품과 사라진 원본

대체불가능한 토큰 이른바 NFT라고 하는 것 때문에 미술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을 뜻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작품들은 그림이나 조각처럼 물질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NFT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은 디지털로 존재한다. 디지털 미술작품 혹은 디지털화된 미술작품 거래가 논의의 대상이 되면 진본성과 복제 가능성의 문제가 대두된다.미술품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본성(originality)과 희소성(scarcity)인데 디지털로 존재하는 작품에서는 진본과 복제본의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본과 복제본이 완벽하게 동일하기 때문에 자연히 희소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에서는 이런 문제가 극복된 듯 보인다. 디지털 작품에 고유 인식값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NFT가 어떤 작품의 원본성을 담보해 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고유성과 유일성은 보장이 된다.1917년 마르셀 뒤샹이 남성 소변기를 작품으로 제시한 이후 미술은 줄곧 새롭게 규정돼 왔다. 공업적으로 생산된 기성품을 미술품으로 제시한 뒤샹의 레디메이드로 인해 진본의 가치는 희석됐다. 팝 아트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앤디 워홀의 작품들 역시 판화기법 실크스크린을 통해 제작됐다. 판화의 특성상 작품을 찍어내는 원판은 존재하지만 유일한 원본은 있을 수 없다. 인화를 통해 동일한 작품을 기술적으로 재생산 가능한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복수의 진본이 만들어지면서 물리적으로 동일한 작품들에는 진본성과 희소성의 시장적 가치를 보존해 주기 위해 에디션(edition)이라는 장치가 마련됐다. 일종의 한정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워홀의 팝아트는 대중적 이미지를 재생산해 작품의 형식으로 보여준 것으로 미술 창작의 개념과 방식을 바꿔 놓았고 노동을 통한 직접 제작이라는 고전적 창작 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미술작품에는 작가의 손길 혹은 흔적이라는 일종의 신비감과 신화적 요소가 제거됐다.1960년대 이후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술은 더욱 더 개념화되고 관념화되고 비(非)물질화 된다.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나 행위가 미술이 되고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자연현상이 미술이 되기도 한다. 고정된 형식을 취하지 않고, 보존할 수 없으며, 물질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해 진본성을 묻는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런 성격의 작품들은 기록과 재현의 방식을 빌려 전시되고 보존되고 소유된다.일찍이 독일의 사상가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년)이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미술작품의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벤야민의 견해에 따르자면 진본에서는 복제본과 달리 아우라(aura)가 발산된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감상자들에게 시각적 경험을 초월한 전혀 다른 차원의 미학적 경험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작품에서는 진본과 복제본은 질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미술에서 진본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본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작품창작의 과정을 아이디어가 만들어진 순간에서부터 제작과 완성까지의 단계로 본다면 진본성이 발생하는 시점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미술가가 직접 창작한 작품을 진본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의 미술품들은 직접 창작이라는 고전적 잣대로 판단될 수 없다. 그리고 미학적 관점에서는 보았을 때 진본성 자체가 그렇게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진본성의 문제는 오로지 미술품 소유와 소유권의 증명이라는 범주에서만 주요한 담론으로 여겨질 뿐이며 이러한 담론을 응축해 보여주는 것이 NFT를 기반으로 한 미술품의 디지털 자산화 현상이다./미술사학자 김석모

2021-05-03

왕궁 안에 남겨진 신라

“덕업이 날로 새로워져 사방을 망라한다.(德業日新 網羅四方)”신라는 그 나라 이름에 담긴 소망처럼 월성을 중심으로 성장해 주변 나라를 통일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한 축으로 번영했다. 실크로드로부터, 그리고 다시 바다로 이어지는 문화 교류의 중심에 서 있었다.이곳이 서라벌로 불리던 때, 월성은 신라의 수도에 위치한 왕궁이었으며 정치·문화·경제의 중심지였다. 약 800년 동안 왕과 왕족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실크로드를 통해 건너온 많은 외국 사신들이 오가며 다양한 문화가 함께 어우러졌을 것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월성에는 연주하면 적군이 물러나고, 병이 낫고, 바다의 파도가 잔잔해진다는 피리인 만파식적이 왕실 보물창고인 천존고에 보관되어있었다고 전해진다. 월성은 신라의 국보(國寶)를 보관하던 신성한 공간이기도 했다.안타깝게도 현재 월성에는 드문드문 신라시대 건물을 지탱했던 돌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신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 긴 역사의 시간이 온전히 땅 속에 남겨져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월성 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 착수 이전, 2007~2008년 월성 전체에 대한 지하레이더탐사(GPR)를 실시하였다. 마치 우리 몸을 컴퓨터단층(CT)촬영을 통해 투시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지하레이더탐사를 통해 땅 속의 남겨진 건축물의 흔적을 찾아,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월성 내부 3만4천42평의 면적에 2.8m 깊이로 지하레이더탐사를 실시하여 건물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확인하였다. 문(門)의 흔적은 최소 3개소 이상, 건물지는 최소 20개동 이상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월성 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시작되었다. 현재 조사 중인 약 6천400㎡ 범위에서는 17개의 크고 작은 통일신라시대 건물지가 밀집되어 확인됐고, 1만1천여점이 넘는 유물들이 출토됐다. 출토유물과 연대분석 검토를 통해, 약 240년 동안 이어진 통일신라시대 전 시기에 걸쳐 건물지가 지어지고 수리되고, 또 다시 새롭게 지어진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월성에서는 정전(正殿)이라고 불릴 수 있는 중심건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가로축이 긴 회랑형(복도식 건물) 건물들과 그 주변의 벼루 등 유물의 출토 상황을 통해 현재 조사 지역에는 관청(官廳) 건물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발굴조사의 결과는 늘 새로운 발견과 또다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곤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조사 결과들을 통해, ‘그들’의 삶과 ‘그때’의 풍경이 궁금해지곤 한다.월성 조사를 통해 확인된 월성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수백 년의 시간이 깃든 월성의 전모를 확인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확인된 몇 가지 힌트들이 우리에게 월성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최문정학예연구사먼저 6천여점이 넘게 확인된 기와이다. 기와는 고대 건축물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목조건물의 지붕에 올라가며 비와 화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재료이기도 하다. 더불어 건물의 경관과 장식, 위용을 돋보이기 위해 쓴 막새(瓦當)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와는 규격화된 형태의 대량생산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공인(工人)집단의 안정적인 생산체제가 필요했을 것이다. 기술을 익히고 운영하며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장소에 기와를 제공했을 신라의 솜씨 좋은 기와 공인들이 떠오른다. 왕궁을 짓고, 또 새로 고쳐 쓰는 동안 그들은 가장 좋은 기와들을 월성으로 보냈을 것이다. 또 월성에는 기와를 쌓아 지붕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월성 내부에서는 흙으로 빚은 그릇, 토기도 다수 출토됐는데 그 중 도부(嶋夫)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도부’가 토기를 만든 사람 혹은 이 과정을 감독한 사람의 이름을 새긴 것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본다면, 토기를 만드는 ‘도부’라는 이름의 사람이 자신이 만든 토기에 이름을 새기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겠다.우리는 월성 발굴조사를 통해 ‘왕궁’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용되어온 다양한 단면을 찾고자 한다. 더불어, 그 곳을 호령하던 왕의 발자취 뿐 아니라 묵묵히 월성을 쌓고 가꾸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찾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월성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던 기간을 생각해본다면 조사·연구의 깊이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차곡히 쌓여가는 충실한 조사와 연구 성과들이 모여, 우리는 신라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길 기대한다.월성, 왕궁 안에 남겨진 신라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해 줄 것이다.

2021-05-03

청년들의 취업을 보장하라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국어사전에 캥거루가 미숙한 상태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른 짐승에게는 없는 주머니 속에 새끼를 넣어 젖을 먹이고 보호한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대학을 졸업해 취직할 나이가 됐어도 취직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거나 취직을 했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들을 캥거루족이라 한다.우리나라가 IMF 때 대학가에서 신조어로 유행하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젊은 미혼 30대가 50% 이상이 캥거루족으로 부모와 함께 산다. 이들은 직장이 없는 미취업자다. 당연히 집을 구입 할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산다.2021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개발원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의 세대 유형을 조사한 결과다. 연령집단별로 보면 30∼34세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57.4%, 35∼39세는 50.3%로 각각 집계됐다. 40∼44세의 경우 미혼 인구의 44.1%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다.코로나19 1일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젊은 청년들의 올해 취업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구직급여 수급자는 75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인 2020년 7월의 73만1천명을 뛰어넘었다.2021년과 같은 상황이라면 취업의 기회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구직자가 넘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캥거루족의 부모님 탈출은 언제 될까? 우리 모두 사회적 책임이 아닌가 싶다. 함께 힘을 합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술과 춤으로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남의 자식이 아닌 내 자식의 일이다. 우리의 일이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해야 청년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자. 내로남불 나의 일이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말자.통계청 조사대상 미혼인구(20∼44세)를 통틀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의 비율은 62.3%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미혼 인구의 경우 42.1%가 미취업 상태이다. 취업자 비율은 57.9%에 해당된다. 우린나라 경제적 자립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청년들의 취업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미혼의 인구가 62.3%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캥거루족에서 벗어나 취업하고, 결혼해야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주택문제와 취업이 핵심이다. 청년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의 외침을 듣자. 언제까지 코로나19 탓만 할 것인가. 청년들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다. 청년들에게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 나, 너,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2021-05-03

오월의 햇살처럼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비 내린 뒤의 신록이 한결 싱그럽다. 연하던 이파리들이 차츰 짙어져 초록세상을 수놓고 파릇한 보리는 잔잔한 파도의 속삭임처럼 여울지고 있다.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한 ‘오월은 푸르구나’의 가사처럼 5월은 아동들의 꿈이 자라고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푸른달이라고도 한다. 오월의 바람과 빛깔, 소리와 향기는 부신 햇살 속에 쏟아지는 자연의 멜로디처럼 들리고 보이고 흐르는 듯하다. 꽃은 피어 절로 지고 잎은 돋아 청록의 몸짓으로 마음의 자극을 주는 계절, 설렘과 희망을 파종하는 봄날이 깊어 가고 있다.나날이 짙어 가는 풀빛과 번져가는 녹엽을 보니 초록동색(草綠同色)이란 말이 떠오른다. 풀빛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란 뜻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같은 처지나 기풍과 뜻이 맞는 사람들이 동류를 찾아 모인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유유상종과 비슷한 말로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취향이나 생각, 관점이나 신념 등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동류의식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맺게 하고 친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마치 꽃이나 나무, 풀들이 신록 일색으로 물결치는 것처럼.그러나 아무리 초록이 동색이고 끼리끼리 어울린다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방과의 초점을 맞추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이해와 노력이 있어야 최소한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부류의 구성원이라도 시각의 차이와 주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말 한마디라도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방향으로 주고받으면 한결 부담 없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다. 즉, 원활한 소통으로 서로가 공감하고 배려와 절제로 상호 존중의 미덕을 지켜나갈 때, 진정한 어울림과 향긋한 초록동색의 넉넉한 초원이 펼쳐질 것이다. 십 수년째 작은 정원이 딸린 집에 살면서 자연의 섬세한 움직임과 미묘한 변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있다. 예컨대 나무나 풀들이 자리잡고 생겨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잎이 돋고 자라는 것 같지만, 옆가지가 서로 부딪치면 적절히 한쪽으로 성장을 멈춘다거나 수분 공급을 중지해 마른 가지로 남겨두는 걸 몇 번씩 지켜봤다. 또한 앞집 담장을 넘어간 담쟁이를 앞집 주인이 매몰차게 다 걷어버리자 몇 년 후에 새롭게 돋아나는 담쟁이가 아무런 유도를 하질 않았는데도 방향을 아예 옆으로만 틀어 올해도 계속 덩굴을 뻗어가고 있다. 수목과 식물들도 이렇게 양보와 절제가 있고 경계와 견제 속에 동류상구(同類相救)로 서로를 지켜가는 듯하다. 해와 달은 모든 사물을 공평하게 비춘다(日月無私照) 해도 자연만물은 저마다의 생김새에 따른 생장과 기능, 번성의 정도가 다르다. 인간의 생리적인 활동과정이나 동·식물의 생태계는 복잡미묘하지만 공통의 요소와 차별화된 부분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상생과 공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오월의 햇살은 푸른 숲 잎사귀에 샘물 같은 새뜻함을 적시고 강물 위에 금가루 같은 윤슬을 뿌려주고 있다. 비슷하면 좋아지듯이 초록으로 어우러지는 오월숲처럼 풋풋하고 사랑스럽고 숭고한 나날이 됐으면 좋겠다.

2021-05-03

네이버 웨일

네이버 웨일은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브라우저로, 네이버가 3년 안에 국내 브라우저 시장을 석권해 구글 ‘크롬’의 아성을 깨겠다고 선언할 만큼 공을 들인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는 Mac OS는 물론 Androids, iOS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함께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2017년 처음 나온 웨일은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눠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듀얼 탭’, 처음 보는 단어도 드래그하면 바로 뜻을 알려주는 ‘퀵서치’, 다양한 편의 도구를 한데 모아볼 수 있는 ‘사이드바’ 등 새로운 기능이 깔렸다. 웨일이 처음 선보인 ‘사이드바’는 웨일 브라우저 창을 띄우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단독모드 위젯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즉, 한글 파일을 보고 있거나 다른 브라우저를 열어뒀을 때도, 우측으로 마우스를 이동시키면 숨어 있던 사이드바 위젯이 나온다. 사이드바는 북마크·스크랩북·네이버메모 등 여러 편의도구를 비롯해 네이버웹툰·바이브 등 다양한 확장앱을 우측 바 형태에 모아두는 기능이다.네이버 웨일은 PC에서도 모바일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웨일은 PC 웨일에서 검색한 업체에 전화걸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핸드폰으로 번호를 전달하는 ‘PC전화’ 기능을,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브라우저 내 화상회의 솔루션인 ‘웨일온’을 출시했다.화상회의를 무료로 시간제한없이 500명까지 시작하고자 한다면 아이콘 클릭 후 회의시작을 눌러 ROOM을 만들고, 내가 원하는 회의, 친구모임 등 원하는 회의명을 설정하고, 회의인원을 모집할 수 있다. ZOOM 화상회의 서비스를 위협할 서비스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눈부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