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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무엇인가?

등록일 2022-04-27 18:06 게재일 2022-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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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경상국립대 교수

요즘 많은 대학에서 학부생 진로 상담은 교수의 의무이다. 우리 대학도 매 학기 학생들과 꿈과 미래를 주제로 상담을 해야 한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 학과 교수와 진로 상담은 당연히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진로란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각자 설계하고 노력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학부생 진로 상담 제도가 시행되고도 꽤 오랫동안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면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다. 이제 대학은 학생의 입학부터 졸업 후 진로까지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공간이 되었다. 대학이 ‘소비자 만족도 조사 1위’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대이며, 수업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되었다는 자조가 들려 온 지도 어림잡아 10년이니, 이제 학부생 진로 상담은 꽤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되었다. 당연히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우리 학과 학생들의 고민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보통 처음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꿈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이유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는지를 묻는다. 그럼 여지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교사, 작가, 공무원 등과 같은 특정 직업이다. 그럼 다시 물어본다. 가령 왜 선생님이 되려고 하니? 라고 묻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에는 많은 학생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안정적인 직업이라서 되고 싶다는 경우가 다수이고 일부 학생이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추억하며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사실 꿈을 질문하며 내가 기대한 답변은 ‘가치’였다. 좀 더 정확히는 어떤 가치를 평생 진력을 다해 실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가치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 바로 직업이다. 직업 안정성만 보고 교사가 된 사람보다 윤리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고난이 찾아왔을 때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고는 말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람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윤리적 올바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불안정성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신입생들의 학창시절 고민이 담겨 있는 작문에서 성적으로 학생을 차별하는 행동과 같은 비상식적 모습을 가진 선생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전히 고등학교에서는 우·열반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분들도 한때는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를 잊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순식간에 괴물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조급함을 버리는 일이 필요하다. 당장 어떤 직업으로 진로를 결정하기보다는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를 천천히 고민하자.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올바른 가치 추구라는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은 평생 반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꿈은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가치를 쫓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이다. 이번 주말에는 내 꿈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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